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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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은 범유진 작가의 장편 소설로 기담의 형식을 한 옴니버스 소설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흥행과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가 성공가도를 달리며 한국에서 옴니버스 소설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범유진 작가의 『호랑골동품점』 또한 앞서 말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옴니버스 소설이나 기담의 형식을 취하며 한국적인 요소를 매력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지닌다. 특히나 한올의 하얀 눈썹을 가진 골동품점의 주인에 대한 신비한 설정은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 브라이언트앤드메이 성냥」, 「19세기 그림자인형 와양쿨릿」, 「1977년, 체신 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1950년대, 럭키 래빗스 풋」, 「17세기, 짚인형 제웅」, 「연도 불명, 콩주머니」까지. 서막과 후일담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 함께 셈한다면 9편의 글이 실려있는 작품이다. 목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소제목은 골동품점에서 다루고 있는 물건들의 이름들로 구성되어 있다. 『호랑골동품점』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골동품점이라는 장소에 걸맞게 목차에 나와있는 모든 골동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 물건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상상으로, 가상으로 만들어낸 소재 또한 매력적인 점이 존재하지만 현실과의 접점이 있는 소재가 만들어내는 강하게 독자를 이끌어내는 힘은 절대로 가볍게 여길 수가 없는 류의 것이다.

얼핏보면 상상으로 만들어냈을 것만 같은 물건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골동품이었다는 점, 골동품을 통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나가는 점,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골동품과 등장인물과의 사건을 통해 다시 현실을 환기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호랑골동품점』의 서사구조와 전략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탁월한 힘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센스가 엿보이는 톡톡 쏘는 대사들이 소설을 한층 더 풍부한 매력을 지니게 만들어준다.

범유진 작가가 어째서 '골동품'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는데, '골동품'은 희소성이 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희소성이라는 건 역사적, 사회적 사건을 겪은 물건일 수도 있고 혹은 미적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들을 뜻할 수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골동품들은 대체로 전자에 속하는 골동품들이다. 역사적, 사회적 사건을 겪은, 다르게 말하면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그릇인 골동품을 다시 현대에 이르러 역사적, 사회적 사건의 가치를 떠올림과 동시에 현실의 사건을 환기하게끔 만들어낸다. 특히나 「19세기, 영국 브라이언트앤드메이 성냥」은 현대 직장인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과거 성냥공장 총파업문제와 연결지으며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호랑골동품점』은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을 필두로 내세움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골동품을 통해 우회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범유진 작가의 문장을 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듯,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하게 되듯이 우리의 삶 또한 그렇게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골동품들은 완전히 허상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물건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세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호랑골동품점을 떠올리며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접하기를, 그리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작가의 따뜻한 온기를 전해받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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