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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2023년 5월 1일 양회동 열사의 분신소식으로부터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파면까지. 그리고 다시 현재 2025년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2022년도 부터 시작된 건설노조 건폭 몰이와 윤석열 정부의 탄압정치에 맞서 3년간 이어진 건설 노동자들의 저항은 말그대로 전쟁과 다름이 없었다. 건설환경 개선을 위해 이룬 모든 것들이 25년 전으로 퇴보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3년간, 그간의 건설 노동자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견뎌냈고 지금도 견디고 있는지를 생생한 증언의 기록으로 남기며 어째서 우리가 이들의 삶에 주목해야하는지, 그리고 정부의 탄압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과 희망을 짓밟아왔는지 샅샅히 증언하는 생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들리지 않을 용기(1부), 행복을 짓는 노동(2부), 연대를 향한 발걸음(3부)로 각 장에는 4명의 각기다른 노조원들의 구술인터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탄희 제21대 국회의원과 이영철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의 추천글로 시작되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양회동 열사의 유서로 머리말과 독자들은 마주하게 된다.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은 누군가의 목숨을 건 투쟁 없이는 바뀌지 않는 한국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비극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보여주는 투쟁의 열의를 통해 함께하던 동지들은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얻게 된다.
놀랍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인터뷰에 응한 인물들은 스스로를 노동 운동가라 생각하기도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당연하게도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조건들이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 휴일이 있는 삶, 근무외수당이 나오는 삶,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삶. 노조원들은 건설 현장이 매우 열악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현장에 계속 남아 목소리를 내기를 선택한 이들이다. 내가 쌓아올린 기술과 건물들이 그들의 가슴에 자랑으로 남아있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청년 세대들이 일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계속해서 명맥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노조가 미처 챙길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들이 많아 노조에 가입한다고 하더라고 실제로는 법적인 문제로 인해 그 혜택은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주노총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임과 동시에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여성 건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여성으로서 겪었던, 소수자들의 고난과 애환을 기록하고 있는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건폭'이라는 정부의 선동에 의해 휘둘렸고, 그로 인해 건설 노동자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있다. 현장에서의 건설 노동자들의 인권은 이미 점진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주디스 버틀러가 이야기했듯이, 혐오 표현은 침묵시키고자 하는 행위이지만 침묵당한 자의 어휘내에서 예상치 못한 응수로서 회복될 수 있다. 건설 노동자들의 증언은 그간 정부의 선동에 의해 가려져 있던, 침묵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세상에 이끌어냄으로서 혐오정치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비단 노동권에 관해서만 해당되는 문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고 외면할 때, 그때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이 예견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힘을 보태며 연대해야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