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의 기술 상상 동시집 24
정지윤 지음, 손미현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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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갖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동시에 갖는 편견을 단번에 부수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아동기를 지나오면서 잃었다고 생각했던 동심.
사실은 그게 잃은 게 아니라 잊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도 순수하고, 또 무구해서 세상을 티없이 맑게 보는 마음의 문장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 ‘세상’에 익숙한 어른이라면 갖지 않은 궁금증, 호기심, 그리고 생각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아, 이런 마음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 시집을 읽고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동기를 지나온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그랬던 시절”이 떠올랐거든요.
지나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이 동시집을 읽고, 마음속에 가득한 동심을 문장으로, 언어로 꺼낼 수 있기를.
그리고 먼훗날이 지나고도 이 책을 꺼내 읽어 지금했던 생각을 미래에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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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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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문학은 '당시' 얼마나 큰 학살과 폭력이 이루어졌는지를 조망한다.

그러나 숄은 굉장히 은유적이면서도, 처절하게 폭력의 시간을 기록한다.

수용소 내부가 아니었음에도 '홀로코스트 자체'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인간성의 상실, 가족의 해체, '생존' 위협...

그것이 '역사'가 되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님을 <숄>을 읽으며 실감했다.

개인에게, 또 집단에게 남은 내상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존재를 괴롭게 한다.


<숄>의 시간에서 멈춘 로사의 시간은, 연작 단편 <로사>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살아 있음에도 살아 있지 않은 것 같은 로사.

그녀는 삶을 도난당했기에 '삶'을 살지 못했고, 미치는 것으로 생명을 연명해왔다.


그런 '연명'된 목숨을 타인들은 어떻게 정의하는가?

난민, 생존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미친 여자.


<로사>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장면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가해자라고 여기지 않는다. 가해의 범주를 신체적 폭력에만 한정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난 역사'라고 부르는 것조차, 그로써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분류하고 정의하는 것조차 당사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음을,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이 왜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지 알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로사를 보며 마음 아파했고, 동시에 나는 그런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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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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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이야기는 많이 읽었다.

  현실에 비관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그래도 '평범하다'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삶에 다다른 임승남의 여정도 대단했다. 시대는 그에게 너무 가혹했고, 그래서 그는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기 떄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 이상으로 움직여서 놀랐다.

  그는 계속해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꾼 게 아니었을까.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도 더 좋게 바뀌길 바란 게 아닐까.


  학창 시절, <전태일 평전>을 읽었었다. 그 책을 읽고 너무 놀랐었다.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분신자살을 한 것은 알았다. 그것이 노동자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였던 것도 알았다. 그러나 단 두 문장일 뿐이었다. <전태일 평전>의 수많은 문장과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는, 그의 노력을 더 이상 작게 여길 수 없었다. 아마 임승남도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 때의 감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졌다.

  누군가는 단 몇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평범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길 바랐다. 아마 그에게 처음부터 '인간다운 삶'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삶의 소중함을 알았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는 타인들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게, 조금이나다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게 분투했다. 그 분투의 크기를 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


  평범한 존재였고, 평범한 이름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서사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 마음도, 도전도 평범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의 이야기도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그것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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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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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겨울.

  찬바람이 온몸으로 파고들고, 온몸에 한기가 돌기에

  더욱 외로움을 크게 느낍니다.


  겨울이 싫다고, 너무 춥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겨울의 온기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문득 춥다고 하면 제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손을 잡아주고, 핫팩을 주고, 따뜻한 곳으로 이끌어주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겨울을 지나올 수 있었겠죠.


  이 소설의 정연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혼자라고,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던 정연을

  주변 사람들이 안아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다정함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전해집니다.

  부재의 존재.


  부재해버린 이가 연결해준 존재들.

  그로써 다시 존재하게 된 사람.


  이 소설은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또 서로에게 다정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겨울의 초입, 이 책을 읽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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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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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인 산문집을 많이 읽어봤는데, 가장 인간다운 산문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적 사유라기보단 인간적 사유라고 느꼈다.


  과거와 미래에 치여 현재를 놓치게 되었다는 말,

  현재를 잃어본 경험,

  그 구멍난 현재를 채워준 주변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


  어찌보면 당연한 말들인데, 놓치고 살았던 말들이었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는 시대에서 이 산문집이 주는 말이 좋다.

  당연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나의 삶에 대한 응원.


  멈칫거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예쁘게 꾸며져서라기보다는 공감이 가서, 또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그랬다.

  불행과 불안, 우울로만 삶을 채우지 말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주변존재들로 지금을 채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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