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홀로코스트 문학은 '당시' 얼마나 큰 학살과 폭력이 이루어졌는지를 조망한다.

그러나 숄은 굉장히 은유적이면서도, 처절하게 폭력의 시간을 기록한다.

수용소 내부가 아니었음에도 '홀로코스트 자체'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인간성의 상실, 가족의 해체, '생존' 위협...

그것이 '역사'가 되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님을 <숄>을 읽으며 실감했다.

개인에게, 또 집단에게 남은 내상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존재를 괴롭게 한다.


<숄>의 시간에서 멈춘 로사의 시간은, 연작 단편 <로사>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살아 있음에도 살아 있지 않은 것 같은 로사.

그녀는 삶을 도난당했기에 '삶'을 살지 못했고, 미치는 것으로 생명을 연명해왔다.


그런 '연명'된 목숨을 타인들은 어떻게 정의하는가?

난민, 생존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미친 여자.


<로사>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장면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가해자라고 여기지 않는다. 가해의 범주를 신체적 폭력에만 한정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난 역사'라고 부르는 것조차, 그로써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분류하고 정의하는 것조차 당사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음을,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이 왜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지 알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로사를 보며 마음 아파했고, 동시에 나는 그런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