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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머리카락을 소재로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있는 세 여성이 하나로 연결되는 멋진 소설 <세 갈래 길>의 래티샤 콜롱바니의 신작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이번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여성으로 학대, 빈곤과 차별 속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그들의 입장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보게 해준다. 전작 <세 갈래 길>이 다른 지역에 사는 여성의 삶을 통해 각자의 위기 속에서 용기있게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여성 궁전'이라는 보금자리를 위해 움직이는 두 여성의 모습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감동을 전해준다.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솔렌은 가장 사랑했던 남자친구 제레미가 떠나는 것도 잡지 못했다. 어느 날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의뢰인이 솔렌의 눈 앞에서 7층 법원 창문을 통해 허공으로 몸을 날리자 그 모습을 지켜본 솔렌은 커다란 충격을 받고 기절한다. 그 일은 계속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며 솔렌의 삶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고 법원에 돌아갈 용기조차 나지 않는 솔렌에게 정신과 의사는 자원봉사를 통해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게 도움을 될 것 같다는 처방을 내린다.
자원봉사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글로 의사소통을 대신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필작가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된 솔렌은 어릴 적 꿈꾸었던 작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자기소개서를 전송한다. 면접에 응시하고 바로 채용이 된 솔렌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여성 쉼터'로 가겠다고 결정하고 '여성 궁전'으로 불리는 건물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시작한다.
아무도 다가오지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냉담한 첫 날을 보내고 온 솔렌은 그만 둘 생각도 하지만 한 번 더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조금씩 다가간다. 범죄 전과자였거나, 노숙을 했거나, 가정폭력에 도망쳤거나, 고향을 떠나와 떠돌거나...그들의 삶은 솔렌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로 대필을 부탁하는 그들의 사연을 듣고 편지를 쓰는동안 솔렌 역시 그 삶에 공감해간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영국여왕의 싸인을 받고 싶어하는 크베타나, 매사 불만과 화가 가득한 생티아, 쉴 새없이 뜨개질하는 비비안, 자신의 짐을 배낭에 넣어서 둘러메고 다니는 라 르네, 고향에 남겨두고 온 아이를 그리워하는 엄마 빈타 그리고 빈타의 딸 수메야를 만나는 동안 솔렌은 여성 궁전에 살고있는 여성들 그리고 솔렌의 집 근처에서 노숙을 하는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 파리에 사는 솔렌의 이야기 사이에 1925년 파리에 살고있는 블랑슈의 열정적인 삶이 교차적으로 들려진다. 버림받고 갈 곳없는 여성들을 위해 어떤 행동과 실행을 옮겼는지 여성 궁전을 완성해 낸 그 기적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앞으로 솔렌의 행보가 어떠할지 짐작되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와 난민이라는 신분으로 낯선 땅에 정착해야 했던 삶, 폭력이나 부조리함에 집을 떠나 거리를 떠돌며 갖은 시련을 견뎌내는 삶, 사회 구성원에 속하지 못하고 막막함의 끝에 도달한 무기력해진 삶, 알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던 그 삶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여성 궁전'은 실제 파리에 있는 쉼터로 작가는 우연히 그 건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블랑슈 페롱'을 조사하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세 갈래의 길>, <여자들의 집> 멋진 두 작품을 보여 준 래티샤 콜롱바니의 다음은 또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