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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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어디선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과 마주칠 거 같은 쭈삣함을 선사해주었던 <노조키메>를 기억하며 미쓰다 신조의 신작 <우중괴담>은 어떤 오싹함을 담았을지 기대하며 펼쳤다.


7살이 된 소년이 가족과 떨어져 외딴 할머니 집에서 이해되지 않는 규칙들을 지키며 일곱밤을 지내야 하는 <은거의 집>, 우연히 자신의 학생이 그린 그림이 일어날 사고를 예고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선생님은 다음 타켓을 발견하고 긴장하게 되는 <예고화>, 생활비와 경험을 누적하기 위해 경비업무를 하게된 소설가가 종교단체의 야간경비를 맡으며 으스스한 경험을 하게 되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그것이 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노크하며 누군가를 찾으로 오는 <부르러 오는 것>, 비오는 날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로부터 우연히 괴담을 듣고 난 다음이면 곧이어 현실에서도 사고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우중괴담>.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속에서 미쓰다 신조 본인은 작가로 등장해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한다. 본인의 이전 작품이나 가족들 이야기까지 함께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미묘하지만 더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소설 속에서 그것, 저것으로 표현되는 존재가 휘우우우우우... 삐이이이이이...휘파람을 불어오거나 척척척척척...소리를 내며 따라오거나 ...지,지,지,지,직 초인종을 눌러오면 그 순간이 상상되어 더 공포스럽게 한다. 역시나 호러, 괴담 미스터리의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는 '미쓰다 신조'만의 색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우중괴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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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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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7년 전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으로 소설을 썼지만 비현실적이며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가 철저한 조사로 설정했던 소설 속 상황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공포와 고립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했으니 그의 예견은 놀랍고 내용은 더 실감나게 와 닿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런던은 이미 수천명의 사망자를 내었고 총리 조차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포화상태인 응급 의료 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해 공원에 임시 병원을 짓고 있던 공사장에서 인부들에 의해 가방하나가 발견되고 그 안에서는 놀랍게도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나온다.


경찰청 근무의 마지막 하루를 앞둔 맥닐 형사가 사건에 나서고 조사결과 발견된 유골은 아시아계 여자아이로 생전 심한 언청이였으며 살해당한 후 살점이 제거되어 유골상태로 묻혔음이 밝혀진다. 누가 잔혹한 방법으로 이런 범행을 벌인 것인지 가방 속에 있던 지하철 표를 단서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던 맥닐은 다른 사람을 앞세워 신분을 숨기고 있는 존재를 눈치챈다. 그러던 중 아들 션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범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맥닐 형사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뒷처리를 하며 흔적을 제거하고 다니는 핑키의 모습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조금씩 가려져있던 진실과 범인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드러나는 순간 비윤리적, 비인간적 생각과 행동에 분노하고 억울한 피해자 초이에게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읽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불편함, 뜻하지 않게 만난 슬픔 등의 감정들을 되새기게 했고 아직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이 상황에서 언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평온한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다시 한번 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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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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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면서 멀어졌지만 존 그리샴의 작품들은 나의 법정 스릴러 소설의 시작이었다. 변호사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더욱 실감났던 그의 소설을 기억하며 오랫만에 만나는 신작도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변호사가 아닌 작가라는 배경을 앞세워 풀어간다. 정말 존 그리샴의 소설이 맞는지 그의 작품의 매니아였다면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풀어가는 과정은 여전하다.


프린스턴 대학의 파이어스톤 도서관에는 F.스콧 피츠제널드의 첫 소설을 포함하여 <위대한 개츠비> 등 5편의 초판본이 보관되어 있다. 엄중한 보호와 감시 속에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던 그의 작품은 5명의 도난 전문가들에 의해 도난당하고 암시장에서 비밀리에 팔아 수익을 나누려던 그들의 계획은 한방울의 핏자국으로 틀어져버린다. FBI는 2명의 공범을 잡아들이지만 입을 열지 않는 그들로 인해 나머지 범인들과 작품의 행방을 전혀 알아낼 수가 없다.


엄청난 보험금을 물어주게 된 보험회사의 일레인은 도난당한 초판본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조사하던 중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브루스라는 남자를 주목하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달라며 머서를 찾아온다. 첫 번째 소설은 실패했고 두 번째 소설은 오래도록 완성하지 못한 채 대학강사로 일하다 막 해고당한 머서는 작가라는 명분과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자랐고 할머니가 물러주신 오두막을 가지고 있다는 조건이 완벽하다. 자연스럽게 브루스에게 접근해주길 부탁하는 일레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당장 갚아야 하는 학자금과 생활비가 막막한 머서는 결국 수락한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과 소지했던 희귀본을 가지고 서점 운영을 시작한 브루스는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부자가 되었다. 골동품 판매를 하는 노엘과 부부가 되었지만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그는 진정 책을 사랑하고 작가들을 존중하는 매너와 성실하고 유능하면서 신사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계획대로 브루스와 친해진 머서는 그런 그에게 도난 당한 초판본이 있을지 의아해하면서 서서히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오락성도 충분했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고 또 받지 못하는 작가에 대해, 창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무명작가들을 향한 브루스의 이벤트들은 멋지게 기억된다. 희귀 원서를 훔친 도둑들의 행방이 주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던 초반과 달리 평범한 서점 주인 브루스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정말 그에게 F. 스콧 피츠제널드의 초판본이 있을지, 그렇다면 어떻게 전달된 것인지, FBI의 주목을 받으며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계속 궁금해하며 따라가게 만들었다. 그러다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한 순간 뛰는 자 위에 있었던 나는 자가 보여준 능숙한 결말에 웃음짓게 되는데...존 그리샴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 <카미노 아일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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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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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샤오러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화차>, <도가니>를 잇는 묵직한 사회 고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 작품이다. 시작부터 흥미롭게 진행된 내용은 내내 알쏭달쏭하게 감춰진 비밀이 무엇인지 찾아가게 만들며 집중하게 했다.


재벌가 딸이었던 첫 번째 부인과 요란한 이슈를 남기고 이혼한 변호사 판옌중은 전부인과 다른 분위기의 학원강사 우신핑과 재혼한다. 우신핑과 계속 연락이 되지 않던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학원에 직접 찾아간 판옌중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는 직원의 말에 의문을 갖는다. 다음 날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내의 행방을 찾아 나선 판옌중은 매달 병원진료를 핑계로 휴가를 내었다는 사실과 이미 돌아가셨다던 우신핑의 어머니가 학원을 방문한 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수소문 끝에 우신핑의 고향 집을 찾아간 판옌중은 그녀를 험담하는 가족과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우신핑의 친구라며 갑자기 등장한 오드리라는 여성으로부터 우신핑의 실종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다. 자신이 알고 있던 아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판옌중은 궁금해진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나서는 판옌중과 자신에게 특별했던 친구를 찾아나서는 오드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범상치 않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가 반복되어 진행되는 가운데 감추어진 추악한 비밀과 뿌리 박혀 있는 아픔이 서서히 드러난다. 힘이 되주지 못하는 가족에게 소리낼 수 없었던 그녀들,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손을 잡아주었던 그녀들.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감당해야했던 감정과 피해자임에도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상식을 파괴하는 인면수심의 성폭력의 상황들이 요즘 읽었던 소설이나 실제 사회 속에서 자주 읽히고 들리는 주제라는 점이 씁쓸하게 한다. 무엇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보게 한 '우샤오러'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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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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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처럼 서점, 책을 배경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힐링소설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서점을 배경으로 일의 기본을 배워가는 한 직원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고바야시 서점은 실제 아마가사키시 다치바나역 근처에 있는 전통있는 고서점이며 주인인 유미코 씨는 실제인물이라는 점은 내용을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대학 졸업 후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출판유통회사 다이한에 취직한 오모리 리카는 오사카 지사 영업부에 배정받는다. 태어나 한번도 도쿄를 떠나 본 적 없는 오모리는 그렇게 오사카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이전까지 책과 친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서점을 돌아 다니는 동안 실수를 연발하고 잘하겠다고 나선 일은 경우를 지키지 못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하던 그 때 상사는 오모리에게 고바야시 서점에 다녀오라고 전하는데...고바야시 서점에 도착한 오모리는 그 곳에서 다정한 인상의 주인 유미코 씨를 만난다.


서점에서 우산을 팔고 있는 사연부터 부모님의 서점을 물려받게 된 이야기, 작은 서점의 약점을 딛고 고군분투하며 전국 실적 1위를 달성한 이야기 등등 유미코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오모리는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받고 힘을 얻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그렇게 힘들고 복잡할 때 그리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오모리는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씨를 만나러 간다.


사회 초년생인 오모리를 보면서 긴장하고 낯설었던 미숙한 나의 시작이 떠올려지기도 했고 시간과 경험이 더해지며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오모리를 보면서 나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인생의 멘토 유미코 씨를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을까? 힘들 때 옆에서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준 그 존재의 의미가 어떠했을지 동감되어 더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넘어지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내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유미코씨가 들려주는 사연들이 실제의 이야기라는 점은 더욱 진실되게 와닿는다. 1952년부터 70년 동안 운영되어 왔고 부모님께 물려받아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미코씨가 운영해 오고 있는 고바야시 서점이 오래도록 계속 열려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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