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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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에는 '주면 줄수록 받는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이는 물질뿐 아니라 격려, 사랑, 배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입니다. 타인에게 경험을 선물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지나치게 지배적이고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운다면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지배에 순응하며

부모님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삶을 이어나갈 게 아니라 부모님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주저 없이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자식은 지배하고 조종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의 경험을 부모님에게 선사할 수 있습니다."

 

115쪽 중

 

이 부분을 읽는데 '주면 줄수록' 적어지는 게 아니라,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되려 더 받게 된다는 말이

모순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렸다. 모순으로만 끝났다면 끌리지 않았겠지, 그 뒤에 따라오는 신비한 영역들은

나눌수록 더 커지고,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매력적인 것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격려와 사랑, 배려.. 이런 것들 말이다.

나한테 이 구절이 와닿은 이유는 아마도 내가 이런 삶을 전혀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테다.

오늘만해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격려가 아닌 오해의 말과, 사랑이 아닌 비수가 되는 말을 던지고 말았으니..

말은 주워 담지 못하는데 이미 엎어진 물처럼.. 나는 내가 벌인 상황 앞에서 좌절,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아픈 데를 쿡쿡 찌름 당하듯이 한번 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2.

요시모토 바나나의 멘토같은 존재 윌리엄은 영적 치료사다. 그가 어느날 강연을 위해 로스엔젤레스까지 가서 단상에 올랐다.

"오늘은 딱 한 마디만 전하겠습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뭐지?'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단다.

근데 그는 그말 뒤에 단상을 내려와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물론 돈은 받을 수 없었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바로 '기대하지 마세요'였던 것.

 

'기대'하는 건 보통 좋은 의미로 해석되곤 했는데, 윌리엄과 요시모토 바나나,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번역해준 이토 씨의

삼자대면 대화집을 마지막 부분에서 읽는 동안 '기대'를 지나치게 하는 것은 아예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대가 적으면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는 말..

특히나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는 말도..

 

나는 참 기대를 많이 하고 살고 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론 이렇게 반문해봐야지!

너야말로 남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곤 있니? 이렇게.

 

 

 

 

 

3.

"대지진 후 모두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이라는 걸 새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이죠."

 

218쪽 중

 

 

지진이나 방사능 누출사고가 있고 나서야 일본 사람들은 비로소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단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도,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마주치면 '별일 없으세요?'를 물어본다고.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재앙'이라는 것은, 사실 '벌'이 아니라 '성숙해지라는 무언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이들의 대화를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으니

힘겨운 상황이 내 앞에 닥쳐오더라도, 그 가운데서 절망하기 보단, 살아남을 나에게 이번 사건이

무엇을 전하고 싶어했을까를 생각해보는 사고의 확장이 필요할 듯.

 

특히 나는 기독교인이니깐, ... 재앙이나 절망의 순간이 굳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순간순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나의 어떤 부분을 성숙하게 만드시려고 이런 상황을 보이셨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고 펼치는 사고의 확장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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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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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흔히들 청춘이라 불리던 그 시절에 한 남자는 숱한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로 살았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였던 연쇄살인범으로. 살인범은 자신이 죽였던 여자의 딸을 입양하여 함께 사는데 워낙 나이차이가 많아서 동네 사람들은 그와 그녀의 사이를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로 오해하곤 한다. 어쨌든, 살인범은 그렇게 딸을 키우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그의 기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의 기록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가 잡은 펜을 통해 기록된 모든 텍스트들이 담긴 책,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는 매니아층이 두터운 작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난 그의 팬은 아니다. 그저 그의 이름이 유명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작품이 많은 상을 받았다는 것을 통해 그에게 호감을 갖는 독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이번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선택한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오로지 제목 때문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엄청 무서운 한국판 추리소설로 생각했다. 최근에 일본판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일까.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김영하 작가가 펴낸 추리소설은 어떤 스토리로 채워져있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책을 주문했는데 내 실수였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내면이 철저하게 드러나 있는 자전적 에세이같은 작품이다. 연쇄살인범 김병수의 자전적 에세이 말이다.

 

사람을 죽이며 살아왔던 그에게 어느날 박주태라는 수상한 남자가 주변을 얼씬거린다. 딸을 노린 또 다른 연쇄살인범으로 판단한 김병수는 딸 주변에서 박주태를 떨어뜨리기 위해 그의 인생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최근 25년간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던 그였기에 박주태라는 파릇한 놈을 죽이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병수는 알츠하이머 판단을 받아 기억까지 가물가물한 상태. 자신의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순간, 딸을 지키기 위해, 수상한 놈을 제거해야 한다는 자신의 삶 최후의 거사를 치르기 위해 그는 녹음기로, 일기장으로 모든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매우 섬세하다. 그리고 매우 신선하다.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감성적인 부분이나 표현하는 부분에서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김병수는 표현력에 있어서 몹시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점은 놀라운 반전을 숨기고 있기 때문. 그것도 반전을 등장시킨 다음에 그 반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반전 상황 그 자체에서 종료되기 때문에 어찌보면 독자에게 조금 무례한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부분마저도 신선하게 평가했다. ‘독자를 깜짝 놀래키다니, 역시 깡다구가 센 작가야!’ 이렇게.

 

단문장들로 구성되어서 작품이 흡입력있고 놀라운 속도로 읽혀진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작품에는 이야기가 끝이 난 후 문학평론가 권희철 씨의 평론이 꽤 긴 페이지에 걸쳐 실려있다. 그의 평론을 읽고 나니 내가 이 작품을 술술 읽었던 것이 아직 김영하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걸 깨달았다. 빨리 읽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것,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속도와 순간 머리로 이해하는 속도가 거의 일치한다고 해서 내가 100% 똑똑한 독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가끔은 곱씹고, 또 곱씹고, 낡아질 때까지 작가의 의도와, 주인공의 내면을 여러갈래로 분석해야 할 때도 필요한데, <살인자의 기억법>은 꼭 그렇게 읽어야 할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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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무한도전 - 카이스트 한동수 교수의
한동수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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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무한도전 - 한동수, 특허? 어렵지 않아요.

‘특허’라는 단어는 왠지 전문가적인 단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공계열을 전공한 사람들 가운데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기발한 상품을 만드는 이들이 많았기에 아무래도 그런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 ‘특허’가 전혀 생소하지 않다. 아버지가 특허출원을 한 경험이 있었고, 중학생이던 시절 나는 ‘발명반’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뭐, 내가 특허출원을 한 상품은 단 하나도 없긴 하지만, 아무튼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한순간 ‘대박’도 터뜨릴 수 있는 재미있는 특허이야기, 한동수 교수가 특허의 모든 것을 소개한 책이 출간되었다.

한 교수는 ‘특허에 눈뜨면서 가슴 뛰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서울대를 3년만에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그는 늘 마음 한 켠에 갈급함을 느꼈다고. 우연한 계기로 그는 생활의 편리를 더해주는 특허상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 정말 그의 계기가 너무 일상적이어서 놀랐다. 하기야 특허라는게 사실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 간과하고 있던 부분에서 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니깐.

대개 미팅이 있는 자리에 나가면 인사처럼 명함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열의 둘은 꼭 명함을 깜빡하더란다. 그럴 때 휴대전화기로 명함을 주고받는 기능이 들어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한 교수. 그렇게 ‘특허’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나선 그는 ‘특허초보’에서 어느새 ‘특허고수’가 되어 있었다. 고수라는 이름을 달기까지 분명 그에게는 실패도 있었고 성공의 순간도 있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오늘날 이렇게 특허와 관련된 책까지 펴낼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실패담을 알아보는 것도 꽤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전산학을 가르치는 교수답게, 그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응용한 특허를 많이 출원했다. 약 50여 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그 중 20여 건은 등록까지 마쳤다. 특허를 향한 집요한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한 교수는 대통령상과 카이스트 기술혁신 우수상도 수상했다. 올초에는 직접 고안한 특허기술로 발명가로도 인정도 받았으니, 한 교수의 특허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움이 넘쳐났다.

한 교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만 특허를 낼 수 있다는 사회적인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특허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주장한다. 심지어 한 교수, 특허 쓰기 실천운동본부를 설립해 특허를 출원하고픈 사람들을 돕기까지 하니, 정말 대단한 열정가다. 좋은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면 보통 부자가 되고싶다는 생각부터 하기가 십상인데, 그는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이 일을 널리 알린다고 말했다. 보면 볼수록 천사같은 한 교수의 특허 이야기가 아닐런지!

예전에 헤어드라이기와 관련하여 나만의 아이디어로 기발한 상품을 머릿속에 그려본 적이 있다. 근데 그 아이디어를 어디 입 밖에 꺼낸 적은 없었다. 만들어보려는 실천도 없었고. 그저 머릿속에서만 몇 번 굴리면서 대박이 난다면, 하고 상상만 했었다. 한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때의 내 아이디어는 ‘돈 되는 상상력’ 이었을텐데 그것을 ‘특허’로 이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게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후회가 되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고학력자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부자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특허의 문! 돈이 되는 상상력을 특허로 연결시키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특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앞서 특허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한 특허 선배들의 경험담을 그 무엇보다 많이 접하고 익숙하게 만든 다음,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자신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키는 것, 우리는 그 역할만 잘 감당하면 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특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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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즐거움 -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
박원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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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즐거움 - 박원순/오연호, 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한다’, 이 포맷에 맞춰 진행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담. 약 30시간에 걸친 긴긴 인터뷰시간도 박원순 시장에게는 모자란 듯 보였다. 어찌나 하고픈 말이 많아 보이던지. 이 수다쟁이 시장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내가 서울시장이 지키고 있는 서울시민이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이 내가 살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서민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제 옷같이 척척 달라붙는 진짜 인간적인 시장, 박원순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만나는 동안 내내 가슴 한 켠이 뜨거웠다.

1.시민을 위한 시장,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부산시민이다. 부산시민의 자격으로 서울시장의 ‘A to Z’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하나의 지역을 대표하는 단순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 뒤에 ‘서울시’에 대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일원인 박원순의 이야기를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한 주제, 한 주제에 맞춰 기자와 주고받는 그의 대답들은 하나같이 ‘시민중심적’ 이었다. 그렇게 그가 생각하는 서울시의 방향성과 더불어 시민을 위한 작은 정책들, 실천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박원순 시장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이 중점을 둔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보도블럭 개선사업. 취임 후 보도블럭과 관련된 부서를 새로 편성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시절 중책을 맡았던 간부 1명을 보도블럭을 관리하는 총괄책임자로 세워서 서울시의 기존 보도블럭들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자연스레 알렸던 박원순 시장.
그는 심지어 도로를 관리하는 부서의 공무원들과 몇 차례에 걸쳐 회의는 물론 식사까지 했다고 한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시장과 밥을 먹은 것이 처음이었다’며 ‘이렇게 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공무원들의 대답은 박원순 시장의 사업추진력은 물론 인간관계에 대한 리더십까지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아닐까.







서울시민이 아니기에 서울시의 기존 보도블럭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개선된 보도블럭은 어떠한지를 잘 몰라서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보도블럭 공사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 등의 문구를 넣어 만든 짤막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하나의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삶속에 그 정책을 알리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그리고 박원순 시장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 거창한 사업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큰 일을 해낼 수 있겠냐며,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보도블럭 개선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은 정말 ‘서민적인’ 시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2.공무원을 위한 시장, 당신들의 울타리가 되어줄게요.

서울시공무원, 그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직원과도 같은 존재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기업을 자비로 만들고, 운영하는건 아니지만, 엄연히 특정기간동안은 공무원들을 케어하는 역할도 박원순 시장에겐 부여된 업무. 그들 사이를 사장-직원 관계로 보았을 때에도 박원순 시장은 탁월한 사업가적 기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들의 가정을 서울시장실로 초청해 구경시켜주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직원들의 가족들에겐 ‘우리 아빠’가, ‘우리 엄마’가 서울시장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직원들의 호응이 꽤 좋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장실을 직접 가족에게 보여줬던 한 공무원은 집에 돌아가자 아내가 ‘당신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지 몰랐다’며 남편의 기를 세워줘 기분이 좋았다고.
전 서울시장은 무능한 공무원을 3%씩 퇴출하는 방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자 했지만, 박 시장은 이런 제도는 자칫하면 공무원을 불신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비효과적이라며, 모든 서울시 공무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신뢰하는 것이 자신이 가진 신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소하지만 공무원들을 배려하고 그들을 이끄는 박원순 시장의 자세는 비단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리더들도 꼭 본받았으면 하는 행동이다.

‘정치의 즐거움’을 토로하는 그, 그는 이왕 시작한 모든 일은 ‘즐겁게’하자고 말한다.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모든 일은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 그의 ‘모든 일을 즐겁게!’하자는 모토를 나 역시 본받아 내 자리에서 하루하루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나는 정치가는 아니니깐.. 음, <노동의 즐거움> 혹은 <기획의 즐거움> 정도로 각색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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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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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가상의 도시 ‘화양’, 그 무간지옥에서의 28일





소설 <28>, 정유정을 처음 만나다.
정유정 작가는 우리나라 여류작가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출간한 책이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그녀의 작품은 늘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그간 작품들을 접하지 못했었다. ‘유명한 작가’, ‘괜찮은 책’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어도 <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 등 그녀의 다수 작품을 읽어볼 기회가 닿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갓 출간한 그녀의 따끈따끈한 신간을 접할 기회가 주어졌다. 더군다나 그냥 감상하듯 읽는 게 아니라 <28>을 읽고 나의 서평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해야 하는 남다른 책임감까지 부여된 기회였기에 더 진지한 자세로 작품을 접하고자 노력했다.
작가가 3년 여의 긴 시간동안 ‘엉덩이의 힘’으로 버텨내며 준비한 <28>은 가상도시인 ‘화양시’에서 28일간 벌어지는 참혹한 재난 드라마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개에게, 개가 사람에게, 그리고 개가 개에게. 그렇게 다양한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이 네 가지의 경우의 수를 사람들은 ‘개가 사람에게’ 전염시킨다는 가능성으로 일축하고 화양시에 존재하는 개들을 무자비하게 잡아 죽이게 된다. (뒷부분으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내용이 진행된다.)
정유정 작가는 왜 이러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이러한 전염병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그려내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이미 벌어진 후의 사람들의 무자비한 폭력성에 그녀는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덤덤한 문체로 그려냈다. 이 작품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과연 저런 일이 일어날까’를 두고 반신반의했지만, 나는 독자들이 조금은 다른 자세로 이 책을 접하기를 권한다.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은 조금 유보시키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도덕성, 배려의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이 작품을 선택하기를.




가상의 도시 ‘화양’, 그 무간지옥에서의 28일
<28>의 배경이 되는 곳은 화양시. 인구 29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가는 원래 제목을 <화양 28>로 계획했다고 한다.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의 28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데 집필을 끝내고 보니 ‘화양리’라는 곳이 실제로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단다. 그래서 그냥 <28>로 제목을 정했다.
‘28’이 상징하는 것은 ‘빨간 눈’의 괴질인 인수공통전염병이 28일간 화양시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8일이라는 시간은 어떤 전염병이든 그 원인을 밝혀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더군다나 설 연휴가 끼어있던 그 28일은 무자비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지옥과 같은 순간이자,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전염병으로 인해 수천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한 사건의 일지였다.
정유정 작가는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봉쇄한 화양시를 표현하면서 광주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극 중 인물 가운데서도 광주사건을 언급하던 대목이 있었고.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 전체를 봉쇄하냐’와 같은 식의.
이유 없는 병으로 눈이 빨개지고, 징그러운 몰골로 변해가고, 굶주린 개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극한의 상황에서 정부는 진취적인 해결자세를 취하기보다 수도인 서울로 이 전염병이 번지기 전에 화양시를 봉쇄하는 데에 주력한다. 무간지옥 화양시를 만드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이들이 바로 정부라는 것을 작가는 표현하고 있었다. 무능력한 정부, 이기적인 정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상황이 옳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줄 알았던 사람들의 희망을 짓밟아버린 정부. 그렇게 <28> 속에는 안타까운 정부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힘, 등장인물
<28>에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수의자 서제형, 신문기자 김윤주, 사이코패스 박동해, 의사 박남철, 119소방대원 한기준, 그리고 링고를 비롯한 스타, 쿠키 등의 개들. 아니, 링고는 팀버 울프 혈통이니 늑대라고 해야하는게 맞으려나.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상황에서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화양시가 각 페이지마다 표현된다. 같은 대사라 할지라도 신문기자 김윤주의 상황과 수의사 서제형의 상황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같은 공간, 같은 상황, 그리고 같은 위험에 처해 있으면서도 대개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쉽다. 한 사람의 생각만이 줄곧 표현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만 나 역시 이해했을 이야기의 전개가 여러 인물들의 시각으로 표현됨을 통해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유정 작가의 지난 작품과 비교했을 때 등장인물의 수가 확연히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늘어질 수도 있고, 복잡해질 수도 있는데 <28>에서는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한 것 같다. 각자의 상황을 알아갈 수 있다는 매력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링고’라는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한번씩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 지루할 틈은 없었다. 유명유실을 일깨워주는 정유정 작가의 2013년작 <28>, 화양시가 가상도시라서 참,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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