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우주에는 '주면 줄수록 받는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이는 물질뿐 아니라 격려, 사랑, 배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입니다. 타인에게 경험을 선물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지나치게 지배적이고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운다면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지배에 순응하며

부모님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삶을 이어나갈 게 아니라 부모님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주저 없이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자식은 지배하고 조종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의 경험을 부모님에게 선사할 수 있습니다."

 

115쪽 중

 

이 부분을 읽는데 '주면 줄수록' 적어지는 게 아니라,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되려 더 받게 된다는 말이

모순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렸다. 모순으로만 끝났다면 끌리지 않았겠지, 그 뒤에 따라오는 신비한 영역들은

나눌수록 더 커지고,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매력적인 것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격려와 사랑, 배려.. 이런 것들 말이다.

나한테 이 구절이 와닿은 이유는 아마도 내가 이런 삶을 전혀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테다.

오늘만해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격려가 아닌 오해의 말과, 사랑이 아닌 비수가 되는 말을 던지고 말았으니..

말은 주워 담지 못하는데 이미 엎어진 물처럼.. 나는 내가 벌인 상황 앞에서 좌절,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아픈 데를 쿡쿡 찌름 당하듯이 한번 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2.

요시모토 바나나의 멘토같은 존재 윌리엄은 영적 치료사다. 그가 어느날 강연을 위해 로스엔젤레스까지 가서 단상에 올랐다.

"오늘은 딱 한 마디만 전하겠습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뭐지?'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단다.

근데 그는 그말 뒤에 단상을 내려와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물론 돈은 받을 수 없었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바로 '기대하지 마세요'였던 것.

 

'기대'하는 건 보통 좋은 의미로 해석되곤 했는데, 윌리엄과 요시모토 바나나,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번역해준 이토 씨의

삼자대면 대화집을 마지막 부분에서 읽는 동안 '기대'를 지나치게 하는 것은 아예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대가 적으면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는 말..

특히나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는 말도..

 

나는 참 기대를 많이 하고 살고 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론 이렇게 반문해봐야지!

너야말로 남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곤 있니? 이렇게.

 

 

 

 

 

3.

"대지진 후 모두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이라는 걸 새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이죠."

 

218쪽 중

 

 

지진이나 방사능 누출사고가 있고 나서야 일본 사람들은 비로소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단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도,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마주치면 '별일 없으세요?'를 물어본다고.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재앙'이라는 것은, 사실 '벌'이 아니라 '성숙해지라는 무언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이들의 대화를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으니

힘겨운 상황이 내 앞에 닥쳐오더라도, 그 가운데서 절망하기 보단, 살아남을 나에게 이번 사건이

무엇을 전하고 싶어했을까를 생각해보는 사고의 확장이 필요할 듯.

 

특히 나는 기독교인이니깐, ... 재앙이나 절망의 순간이 굳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순간순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나의 어떤 부분을 성숙하게 만드시려고 이런 상황을 보이셨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고 펼치는 사고의 확장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