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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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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현각스님의 책을 읽었을 때 파란 눈의 스님들을 소개한 부분이 있었다. 스님들은 나라도 제각각인데다 경력도 다채로웠다. 하지만 한결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었다. 그 중에 무량스님도 있었는데 상당히 마음을 끌었던 것으록 기억한다. 그런데 반갑게도 바로 그 무량스님이 책을 내셨다. 과연 그의 구도의 길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자 조금 허무한 느낌이 든다. 무량스님은 참 성격 만큼이나 직설적이고 말을 아끼시는 분같다. 그래서 소소히 그의 고통을 드러내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적이었고 내성적이었으며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것 같다. 물론 어머니의 죽음과 같은 기억들이 그의 마음에 상처를 내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일찍부터 성숙돼있었던 것 같다. 그는 출가 자체에 큰 회의를 품지 않는다. 사색적인 그의 기질에 불교는, 아니 숭산스님이 보여준 불교의 양식은 딱 들어맞았던 듯 싶다. 그는 구도자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느낀다. 숭산스님을 만나기 이전에도 그는 요가에 심취했었고 삶의 근원을 찾아 헤멨었다.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에 흔들리기 싫어 과감히 결별을 한다. 그저 스님이 되는 과정이 그에겐 물 흘러가듯 자연스런 만남이었던 것처럼 내겐 느껴졌다. 

 스님은 이 책을 내게 된 배경을 태고사와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막에 태고사라는 절을 짓기까지 그에 따른 여러가지 고충들, 가치들, 관계들......참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 사막에 어떻게 한국식 절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그 과정들을 낱낱이 애기하면서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태고사와 스님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다른 불서들하고 다른 부분이다. 물론 절을 짓는 과정 자체가 구도의 과정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참으로 강하고 고집센 분같다는 인상도 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으니. 하지만 그의 거룩한 뜻은, 그럼으로 이국땅에서 부처님의 더 큰 뜻을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 기회가 된다면 그 곳에서 수행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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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이블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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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읽는 내 기준은 딱 두가지이다. 작가가 어디로 가닥을 잡을지 끝까지 예측불가능한 경우, 아니면 독자가 모든 것을 간파하게끔 작가의 상상이 그닥 뛰어나지 않는 경우.

 사실 이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별반 큰 호기심을 느끼지 않은채 책을 들었다. 첫 장을 펼치면 사자와 여우와 당나귀가 나오는 이솝우화가 인용돼있다. 이것이 사건과 어떤 암시를 가지게 되는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 인물, 저 인물, 산만하게 등장하고 여우사냥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벌이는 논쟁도 문화적 배경이 달라선지 먼 동네 이야기만 같았다. 그런데 중간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스토리는 갑자기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폭스 이블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을 중심으로 낸시 스미스와 관계가 조금씩 베일을 드러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연 낸시 스미스는 록키어 폭스 대령의 손녀가 아니라 딸인 것일까? 폭스 이블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록키 가문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샅샅이 알고 있는 것일까?

 추리 소설은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복잡하게 얽힌 미로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명쾌하고 거침없이 독서를 하게 만든다. 선악의 기준이 뚜렷한 등장 인물들, 과연 최후의 범인은 누굴까 하는 증폭되는 궁금증. 이 책 역시 이 기준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후에 행복을 찾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도 세상엔 정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폭스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소년 울피. 과연 그는 폭스에게 살해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낸시의 친아버지는 누구일까? 왜 록키 대령은 자신의 아내를 죽인 살해범으로 아들 록키를 지목하고 있는 것일까? 폭스 이블은 누구길래 록키 대령을 살해할려고 하는 것인가? 그런데 이 모든 의문의 열쇠는 전혀 엉뚱한 인물로 밝혀진다.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만이 그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무척 재미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있게 독자들은 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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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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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작품중 <상실의 시대>밖에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일단 좋은 느낌을 받았다. 상권을 다 읽었을 때는 미로처럼 얽어놓은 그 구조들이 과연 어떻게 서로 이어질 수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하권을 끝내고 나니 카프카와 나가타 노인의 연결 고리가 뭔가 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카프카와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에키의 고독한 삶에 전환을 줄 모티브로 설정된 나가타 노인.  하지만 결말 부분에 이르면, 그렇다면 나가타의 삶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토록 신통한 능력을 드러냈던 나가타의 존재 이유가 고작 모자 관계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하는 반발심도 일지 모른다. 뭔가 그 자신의 상실을 찾을 줄 알았던 (왜냐면 그는 그림자가 반밖에 없었으니까 ) 노인의 변화는 아무 관련도 없는 타인을 위한 해결책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결국 그렇게 해서 세계가 변한 것도 아니고 노인의 삶이 변한 것도 아니고 그의 존재 이유가 너무 희박해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휴가철에 방콕하는 독자들을 위해선 딱 좋은 소설인 것만은 분명하다. 당신의 따분한 시간을 아마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읽는 재미는 있으니까.

 하루키가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고 만족했다는 이 작품을 통해서 그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15세 소년 카프카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기를 버린 어머니를 찾아 관계하고 또한 누나와도 꿈속에서 관계를 갖는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저주대로 오이디푸스 신화의 비극적 주인공의 길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 하루키가 오이디푸스 신화를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부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비극을 향해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이 아마도 그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그의 주인공 카프카는 이 비극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15세 생일을 맞는 날 과감하게 가출을 시도한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인 소재들로 꽉 차 있다. 고양이와 대화를 할 줄 아는 나가타 노인, 고양이 살해범 조니 워커,  나가타를 도와주는 커널 샌더스,  말할 줄 아는 고양이들, 입구의 돌 등등. 그래서 항상 다음이 궁금해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더구나 하루키의 문체는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몰입성, 작품들에 대한 탁월한 해석들은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성장기를 확 지나쳐버린 나로서는 이토록 매력적인 소설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참으로 아리송하다는 최종 느낌에서 뱅뱅 돌고 있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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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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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었을 땐 얼마나 웃음이 나왔는지 모른다. 양치기 산티아고는 꿈을 꾸었고 짚시노파는 보물을 찾을 꿈이라고 얘기한다. 왕 역시 그에게 간절히 원하면 이룰 수 있을 거라며 여행을 재촉한다. 산티아고는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기기도 하고 또한 사막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나 지혜를 터득한 뒤 마침내 피라미드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꿈에서 계시한대로 사막을 파다가 강도를 만나 마지막 가지고 있던 금까지 빼앗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강도의 꿈을 듣고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보물을 찾게 되고 사막으로 돌아가려 한다.

 줄거리만 따지자면 이렇다.  결국 보물을 찾는 것이 온 힘을 기울여 자아를 찾는 여행이었나? 길을 떠나는 그에게 왕은 초심자의 행운을 이야기한다. 젊은 날엔 사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잘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무엇, 혹은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시간속에서 기나긴 여행을 계속한다.  길을 찾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다시 그 길을 멈추지 않고 가기 위한 용기와 비전이 필요하다. 때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과 고통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설레는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코엘류는 말한다. 전진하는 것 이상은 다른 길이 없다고. 자기 자신의 온 자아를 기울여 그 길을 가면 언젠가 이루어진다고...그러면 여러분도 여러분의 보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보물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 만큼 여러분의 삶은 훨씬 성숙하고 더욱 높은 단계로 고양해 갈 것이라고...

 마치 모래 사막을 걷는 것처럼 이 책은 몽환적이고 신화적이다. 산티아고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진리를 얘기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많은 은유를 내포하고 있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책은 사막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끝없는 모래 사막을 횡단하며 사람들은 깊은 침묵에 젖어든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이다. 그래서 사막에서는 중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산티아고는 사막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지혜를 가르쳐줄 연금술사도 만나게 된다. 또한 그는 도저히 불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일, 즉 자기 자신을 바람으로 만들어 보임으로써 현존을 뛰어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 체험은 여행을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다가 마지막 비등점에 이르러 질적 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마치 납에서 금으로의 변화를 통해 연금술사의 마지막 목표가 실현되는 것처럼.... 삶은 멈추지 않고 표지를 찾아 온 힘을 기울이는 자에겐 어떤 식으로든 보물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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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 - 반 고흐와 함께 떠나는 프랑스 풍경 기행 그림 속 풍경 기행 1
사사키 미쓰오ㆍ사사키 아야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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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일종의 분노에 휩싸인다. 과연 예술가란 어떤 존재일까? 시대를 앞서간 죄 때문에 현실에서의 삶은 극도의 궁핍과 불행으로 얼룩졌던 많은 천재 예술가들. 후일 경매에서 거래되는 금액들을 보면서 만일 고흐가 그 경매장에 있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살아 생전 딱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이고, 딱 한 사람의 평론가만이 그를 언급했을 뿐이며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가난한 화가였다. 

 고흐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사키 부부는 그의 흔적 하나 하나까지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흐가 살았던 공간이며 그의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환희와 열정으로 답사한다.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파리에서의 행보,  남프랑스 아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작렬하는 태양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 초기 정신병의 징후를 보이면서 생 레미에서의 머물던 기간들,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종착지였던 오베르에서 고흐의 행적이 눈에 잡힐 듯 선연하게 다가온다.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보면 고흐가 얼마나 섬세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지 느껴진다. 게다가 그는 너무 상처받기 쉬운 성격이었으며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이었던 듯 싶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흐의 그런 내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그의 주거지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해독해간다. 아주 객관적이고 눈에 잡힐 듯이 사실적이다. 고흐는 언제나 실재하는 풍경들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했었고 또한 역사적인 의미를 띈 건물 따윈 그의 소재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사랑했고 그의 붓들은 꿈틀거리면서 화면 속에서 감춰진 열정을 마음껏 분사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고흐는 누구보다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왜 우리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푹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불운했던 그의 생애 때문일까? 작렬하는 색채때문일까? 사사키 부부처럼, 프랑스를 가게 되면 이 책을 벗삼아 그의 흔적을 더듬고 싶다 그러면 그의 생애에 눈물을 흘리고 그의 그림에 더욱 진한 애착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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