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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 - 반 고흐와 함께 떠나는 프랑스 풍경 기행 ㅣ 그림 속 풍경 기행 1
사사키 미쓰오ㆍ사사키 아야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고흐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일종의 분노에 휩싸인다. 과연 예술가란 어떤 존재일까? 시대를 앞서간 죄 때문에 현실에서의 삶은 극도의 궁핍과 불행으로 얼룩졌던 많은 천재 예술가들. 후일 경매에서 거래되는 금액들을 보면서 만일 고흐가 그 경매장에 있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살아 생전 딱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이고, 딱 한 사람의 평론가만이 그를 언급했을 뿐이며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가난한 화가였다.
고흐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사키 부부는 그의 흔적 하나 하나까지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흐가 살았던 공간이며 그의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환희와 열정으로 답사한다.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파리에서의 행보, 남프랑스 아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작렬하는 태양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 초기 정신병의 징후를 보이면서 생 레미에서의 머물던 기간들,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종착지였던 오베르에서 고흐의 행적이 눈에 잡힐 듯 선연하게 다가온다.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보면 고흐가 얼마나 섬세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지 느껴진다. 게다가 그는 너무 상처받기 쉬운 성격이었으며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이었던 듯 싶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흐의 그런 내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그의 주거지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해독해간다. 아주 객관적이고 눈에 잡힐 듯이 사실적이다. 고흐는 언제나 실재하는 풍경들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했었고 또한 역사적인 의미를 띈 건물 따윈 그의 소재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사랑했고 그의 붓들은 꿈틀거리면서 화면 속에서 감춰진 열정을 마음껏 분사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고흐는 누구보다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왜 우리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푹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불운했던 그의 생애 때문일까? 작렬하는 색채때문일까? 사사키 부부처럼, 프랑스를 가게 되면 이 책을 벗삼아 그의 흔적을 더듬고 싶다 그러면 그의 생애에 눈물을 흘리고 그의 그림에 더욱 진한 애착을 느끼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