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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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 호의에 대하여

모두가 기다리던 문형배 재판관님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가 나왔다. 유명 블로거답게 이전부터 블로그에 직접 써오신 글을 수정하거나 조금 더 보태서 만들었다는 이 책의 제목은 <호의에 대하여> 그러니깐 너와 나 사이에 필요한 <호의에 대하여> 를 이야기한다. 

삶을 살아갈 땐 <호의에 대하여>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은 판사직을 이야기하는 <재판에 대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저씨 <나무에 대하여> 그리고 훌륭한 사람의 취미로는 너무나 당연한 <독서에 대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판관으로서 사명을 다해 이야기 할 때다. 목숨 걸고 재판하기. 나의 재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이 판결로 인해 누군가가 억울하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재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해 너무 쉽게 속단하고, 비난한다. 헌법재판소에서의 판결만이 아니라 재판관님의 지난 세월동안 얼마나 최선을 다해 그 직업을 수행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성실한 자세와 간절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 어떤 책에서도 스승 또는 반면교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께 독서를 권한다. 책이 여러분을 끌어올려줄 것이다.

문형배 재판관님이 독서를 많이 한 줄 알았지만, 세상에나 몇 십년 간 정확한 판결문을 쓰고 또 쓴 경력이 여기서 발휘되는 걸까. 일목요연하고 간단하게,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으로 적어둔 책 리뷰에서 또 배운다.

레 미제라블을 읽고 나서, '노동자에게 일감이 없고 성실한 자에게 빵이 없다는 것.' 을 지적하는 문형배 재판관님. 그런 자들에게 생활은 훨씬 가혹하고 법을 어기기 훨씬 쉽다는 것을 곁에서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다짐한다. 나는 그를 무작정 비난하기 전에 그와 나 사이에 호의를 확인했는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다면, 분명 이 세상은 지금 보다 더 정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 재판관님의 기록. 당신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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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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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은 - 제국의 어린이들

    일제강점기 시절, 잘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도 힘들고 학교에 수업료를 내지 못해 곤란해 하고 때론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쓰인 글이 있다. 물론 이런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 나름대로는 안전한 어린이였다는 방증인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절, 소중히 쓰인 글이며 당시 어른들의 생활에 감춰져 있던 어린이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 기록이기도 하다.

    조선인, 일본인 상관없이 잘 쓰여진 글들을 각 주제 별로 모아 놓은 이 책에서 우리는 시대에 변함없는 어린이들만의 순수함과 당시 식민 생활이나 전쟁 위험으로 인한 두려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반복적인 일상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어느 지역에 살건, 어떤 계급에 속하건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신비한 존재들이다.

    수업료를 걱정하는 화자의 마음, 당시엔 너무나 흔했을 어린 아이들의 죽음, 부모도 집도 없이 떠돌아 다니며 밥을 얻어 먹고 다니는 거지 어린이에 대한 연민보다 마음 아팠던 건 전쟁으로 인해 더욱 곤란해진 생활과 황국 신민으로서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 바치고 싶다고 열의를 보여주는 글이다.

    🔖어린이는 결코 부모 물건이 되려고 나온 것이 아닙니다. 어느 기성 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훌륭한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고, 각자가 독특한 삶이 되어 갈 것입니다.

    당시에도 어린이를 향한 성숙한 어른들의 시선은 이러했으나, 답답한 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은 일본에 의해 교육을 받았고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잘못된 사상을 마음에 품고 살아갔다.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공모전이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사는 고장의 학생들의 글도 읽을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시가지였던 현재 구도심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아이들의 눈이 의외로 정확하고 그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을 세상을 대신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우리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간을 내어 진지하게 들어준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들이 차마 어른들에게 하지 못했고, 해도 소용없을 거라 여겼던 그들만의 진심 어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아이들이 전쟁과 노동으로 희생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책임 있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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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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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 - 키메라의 땅

    나는 프랑스 문학은 잘 몰라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경험을 이미 해본 적이 있기에 그가 선사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간 장편소설 <키메라의 땅>을 가제본으로 먼저 펼쳐본 것도 출간되기까지의 기다림을 견딜 수 없어서다. 이 책을 읽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과장이 아니다. 소재와 메시지, 내용의 흡인력과 결말까지 장편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다 담아냈다. 그리고 정말 아주 아주 재밌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짐했다. 내가 아직 못읽었던 베르나르를 하루 빨리 읽어야 할 때라고.

    과학자 알리스는 세상의 종말에 대비하며 우여곡절 끝에 인간과 혼합된 새로운 인종을 창조해낸다. 그들은 인간보다 여러 면에서 우월하지만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 세계에서 온전히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인간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낸다. 날 수 있는 에어리얼은 인간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그들과 협력하고 지하에서 굴을 팔 수 있는 디거는 인간과 협력도 반목도 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킨다. 인간보다는 돌고래와 가깝다고 느낀 노틱은 결국 인간과 적대하며 전쟁을 벌인다.

    이 세 종은 인간과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 인간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평화가 계속되면 비만율이 늘어나고 자신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리석은 행위를 자행한다. 알리스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키메라들이 결론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60세에 만들어낸 새로운 키메라가 그녀의 새로운 결말이 되어준다.

    🔖대체 얼마나 자만심이 강해야 자신이 속한 종을 사피엔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걸까요?

    🔖인간 친구들아, 고통스러운 과거에 매이는 건 그만두고 너희들 앞을 바라봐.

    🔖새로 온 그들은 통합된 게 아냐, 허용되고 있을 뿐이지.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사피엔스'들에게도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을 다시 생각해낸다.
    온전한 <통합>이 아닌 <허용>으로 다수가 소수를 선민 의식에 의하여 생활에 끼워주는 것이 아닐까. 온전한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문제점에 대한 해답으로 계속 된 실험과 시도를 내놓는다. 물론 그 시도는 혼자만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움과 협력에 의해서다. 알리스는 우주에 가서 실험을 했을 때도 시몽의 도움을 받았다. 한때는 그녀를 죽이려고 들었던 피에르는 방사능에 노출되며 키메라 태아들을 지켜냈다. 자신의 키메라가 3차대전 이후에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실망했지만, 그녀는 새로운 반려자 뱅자맹의 도움으로 네 번째 키메라를 등장 시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계속된 시도였다.

    오랜만에 페이지 터너 소설이면서 의미를 함께 갖춘 이야기를 만났다. 진짜 작가라면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의 생각과 인식을 우아하게 변화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이걸 끊임없이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는 여전히 시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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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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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용 -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JTBC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가 된 한민용 작가의 에세이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얼굴만 봐도, 어 저 앵커! 하며 반가운데 의외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실이 많았다. 우선은 기자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여겼던 건 나 역시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 것.

    수유리의 작은 동네 빨래골에서 자란 학생은 꿈을 품고 중국에 가고 또 뉴욕에서 낭만을 만나며 마지막엔 한국으로 정착했다. 


    뉴스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며 보조 뉴스만을 전하던 앵커가 아니라 진짜 메인 앵커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이야기는 용기를 줘서 까짓것 뭐 나도 해보지! 하는 의욕을 샘솟게 한다.


    언론고시만이 아니라 스터디에도 합격한 적 없고, 글을 못쓴다고 구박 받고 어렵게 얻은 앵커 자리에서도 얼어붙었던 사람. 하지만 맥주 광고 유니폼을 입어도 기죽지 않고 꿈을 위해 정진하며 나약해지거나 안주하지 않았던 사람. 그 모두가 한민용이다.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재능보다 시작이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권력있는 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권력이나 명예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한민용 앵커는 여전히 힘과 명예를 바란다. 아직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에게 꿈과 믿음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에.


    그녀가 바로 옆에서 지켜본 세월호와 12.3 내란이 여전히 마음 아프다. 국민이 뉴스를 포기하지 않는 건 즐겁고 행복한 뉴스들을 기다리기 때문 아닐까.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도 노동자의 죽음이나 정치인의 뇌물, 권력남용 보다 행복한 뉴스를 전하는 날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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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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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석산 - 탁석산의 서양철학사

    최근 독서를 하며 과학, 철학, 경제 분야에서 특별히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탁석산 교수님의 서양철학사의 등장이 반가웠다. 철학 공부가 필요하단 것은 알았지만 막연히 너무 어렵기만 했기에 책을 읽어볼 엄두가 안났는데 '소설 읽듯 편하게 읽으며' 시작하란 말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결말부터 먼저 풀어놓자면 철학 입문자에겐 이 책도 마냥 소설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해 가지 않는 개념은 여러 번이나 재독 하며 읽어보았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철학자와 철학사를 잘 정리해 두었고, 가벼운 문체로 말을 걸듯이 써뒀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주간 천천히 읽으며 완독했는데, 책의 중간 중간에는 독자들을 응원하는 문장이 자주 등장했다.

    🔖이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 경우는 바로 사색입니다.

    🔖니체는, 무승무패보다는, 1승 2패가 낫다고 합니다. 인생의 긍정을 보라는 겁니다. 인간은 가장 용감하고, 시련에 가장 익숙한 동물이기에, 시련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첫 철학사에 도전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물론 완독까지 쉽지만은 않았지만, 적어도 무승 무패가 아니니깐. 과학은 가장 최신의 것이 최고라지만, 철학만큼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점도 철학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오래된 것이 구시대적이고 나쁘다는 게 아니란 건 반가운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부터 신비주의와 카발라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서양철학사의 여정. 앞으로도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언제든 펼쳐보며 더 풍성하고 다양한 독서에 도움 받고 싶은 책이다. 철학사가 어려운 분들, 무승무패가 아닌 인생을 살아보시라고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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