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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 - 키메라의 땅
나는 프랑스 문학은 잘 몰라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경험을 이미 해본 적이 있기에 그가 선사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간 장편소설 <키메라의 땅>을 가제본으로 먼저 펼쳐본 것도 출간되기까지의 기다림을 견딜 수 없어서다. 이 책을 읽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과장이 아니다. 소재와 메시지, 내용의 흡인력과 결말까지 장편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다 담아냈다. 그리고 정말 아주 아주 재밌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짐했다. 내가 아직 못읽었던 베르나르를 하루 빨리 읽어야 할 때라고.
과학자 알리스는 세상의 종말에 대비하며 우여곡절 끝에 인간과 혼합된 새로운 인종을 창조해낸다. 그들은 인간보다 여러 면에서 우월하지만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 세계에서 온전히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인간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낸다. 날 수 있는 에어리얼은 인간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그들과 협력하고 지하에서 굴을 팔 수 있는 디거는 인간과 협력도 반목도 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킨다. 인간보다는 돌고래와 가깝다고 느낀 노틱은 결국 인간과 적대하며 전쟁을 벌인다.
이 세 종은 인간과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 인간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평화가 계속되면 비만율이 늘어나고 자신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리석은 행위를 자행한다. 알리스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키메라들이 결론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60세에 만들어낸 새로운 키메라가 그녀의 새로운 결말이 되어준다.
🔖대체 얼마나 자만심이 강해야 자신이 속한 종을 사피엔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걸까요?
🔖인간 친구들아, 고통스러운 과거에 매이는 건 그만두고 너희들 앞을 바라봐.
🔖새로 온 그들은 통합된 게 아냐, 허용되고 있을 뿐이지.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사피엔스'들에게도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을 다시 생각해낸다.
온전한 <통합>이 아닌 <허용>으로 다수가 소수를 선민 의식에 의하여 생활에 끼워주는 것이 아닐까. 온전한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문제점에 대한 해답으로 계속 된 실험과 시도를 내놓는다. 물론 그 시도는 혼자만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움과 협력에 의해서다. 알리스는 우주에 가서 실험을 했을 때도 시몽의 도움을 받았다. 한때는 그녀를 죽이려고 들었던 피에르는 방사능에 노출되며 키메라 태아들을 지켜냈다. 자신의 키메라가 3차대전 이후에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실망했지만, 그녀는 새로운 반려자 뱅자맹의 도움으로 네 번째 키메라를 등장 시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계속된 시도였다.
오랜만에 페이지 터너 소설이면서 의미를 함께 갖춘 이야기를 만났다. 진짜 작가라면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의 생각과 인식을 우아하게 변화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이걸 끊임없이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는 여전히 시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