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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ㅣ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평점 :
고바야시 야스미 - 앨리스 죽이기
제목부터 표지까지 워낙 인상적인 책이었기 때문에 늘 마음 속에 담아두고는 있었지만, 쉽사리 읽어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조금 유치할 거란 예상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목이나 표지로 인해 진입하지 못하고 나중에 읽었다가 왜 조금 더 빨리 읽지 않았는지 후회한 적이 꽤 있었는데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가 딱 그런 책이었다.
세상에나, 추리 소설이 이렇게 끈질기게 인기가 있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선데! 어째서 난 그 인기의 비밀을 알아보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다행스럽게도 조금 늦었지만 앨리스 죽이기를 읽어볼 기회를 가졌다. 추리 소설이 가져야 하는 마땅한 진리 재미와 속도 마지막의 반전을 고루 갖춘 이야기다. 제대로 만들어진 추리 소설 중 하나며, 다소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공포감이 크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겁이 많은 나는 야심한 시각에 읽어도 무섭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 책장을 펴고 완결까지 그대로 읽어냈으니 얼마나 재밌고 속다감 있었는 지는 새벽까지 이어진 나의 독서가 증명해주리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이 작품에서 구리스가와 아리는 꿈 속에서 만난 앨리스 등장인물과 현실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꿈은 계속 이어지며 심지어 꿈 속에서 죽은 사람은 현실에서도 죽게 되는데 앨리스는 꿈 속에서 연쇄 살인범이랑 누명을 쓰게 되고 어서 그 누명을 벗지 않으면 꿈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꿈 속에서의 죽음은 당연히 현실로도 이어질 것이다.
도마뱀 빌과의 재치 넘치는 대화와 다소 엉뚱하게 그려진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잠깐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지만, 점점 다가오는 공포감에 읽으면 읽을 수록 독자들을 앨리스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다.
🔖"인간의 말이 뭐 그리 대단한데? 그거 인간의 자만심 아니야?" 3월 토끼가 말했다.
"그래. 적어도 여기에서는 인간이 소수파라고."
반전이 있는 추리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다시 앞 장으로 돌아와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나는 그 단서를 다 놓쳤는가 아쉬워하며.
아아, 우리는 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그대로 믿어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촘촘하게 우리를 속여간다. 조금도 유치하거나 허술하지 않은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첫 시작으로 앨리스를 읽었으니, 나머지 책들도 하나씩 도전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