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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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외 4인 -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1 <걷다>

열린책들에서 하다 앤솔러지 첫 번째 주제로 <걷다>가 나왔다. 책을 받아 들었을 때부터 너무 예뻐서 놀랐다.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들의 <걷다> 소설이라니. 이제 막 가을 산책이 즐거워지는 시기에 딱 맞는 앤솔러지가 아닌가.

너무 진부한 감상일 수도 있지만 이 앤솔러지에 실린 모든 단편이 좋았다. 마음이 먹먹해졌고 따뜻해졌다. 잠깐 눈물을 머금었던 소설도 눈물, 콧물을 다 빼며 펑펑 울며 읽은 소설도 있었다. 나에겐 그만큼 다 마음이 쓰이는 소설들이었다.

<없는 셈 치고> 싶지만 없는 셈 칠 수 없는 그런 사랑들에 대해서. <後步> 뒤로 걸으며 다시 한 번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김질 해보는 일을 지켜보았다. 방패연이 되어버린 아내에 대해서 <유월이니까> 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퉁치고 마는 그런 어느 날의 일상처럼. 한 번은 늘 이런 마법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지길 간절히 바라보는 <유령 개 산책하기>의 다정한 마음처럼. 결국 산책이란 <느리게 흩어지기>라는 그런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어느 날의 이야기가 모두 내 맘 속엔 적절하게 잘 찾아온 가을의 선선한 날씨처럼 특별하게 좋았다.

가을 날, 편하게 읽을 수 있는데 마음 한 구석의 외로움과 헛헛함을 채울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꼭 이 앤솔러지를 품에 두고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음을 쓰면 다 보여요.
🔖난 오래된 것들을 사랑해.
🔖하지는 그냥 너를 다시 보러 온 게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그 사소하지만 간절하고 진실 된 마음이 전해지는 이 이야기들을 결코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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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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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지 -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하유지 작가의 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는 청소년 작가 지망생인 도로시와 인공지능 집안일 로봇 아미쿠의 우정이 그려지는 이야기다.

도로시는 작가 지망생 청소년으로 인터넷에 글을 써보고 있지만, 늘 조회수는 0에 가깝다. 댓글도 없고 그녀의 글을 지지해주는 독자도 없다. 실력이 없다고 포기하려는 때에 갑자기 엄마는 집안일 도움 로봇으로 아미쿠를 들인다. 아미쿠는 집안일에 도움은커녕, 늘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지만 이상하게도 도로시의 소설의 충고는 기가 막히게 잘해준다. 아미쿠의 조언에 따라 고쳐 쓴 소설은 금방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는데, 그것도 잠시 도로시를 시기하던 학생은 도로시의 글을 트집잡으며 AI가 대신 써준 글이라고 폭로한다.

🔖"마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흔히 마음을 인간만의 것인냥 착각한다. 하지만 마음 역시 그저 "뇌의 결정"을 좀 더 우아하게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허세일 뿐, 생각하는 로봇의 결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미쿠는 도로시의 글을 읽고 도로시와 함께 생활하며 도로시의 마음을 닮아간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지금 AI 역시 그렇게 우리를 학습하고 있다.

AI가 인간들의 능력과 직업을 위협한다는 평범한 논리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우리가 AI와 어떻게 공생해 나갈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무작정 배척하는 것도 무한정 받아들이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다. 무엇이든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향해 나아간다면 언젠가 우리는 AI를 조금 더 나은 동반자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도로시와 아미쿠가 나눈 우정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충분히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온기를 또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를, 마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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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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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야스미 - 앨리스 죽이기

제목부터 표지까지 워낙 인상적인 책이었기 때문에 늘 마음 속에 담아두고는 있었지만, 쉽사리 읽어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조금 유치할 거란 예상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목이나 표지로 인해 진입하지 못하고 나중에 읽었다가 왜 조금 더 빨리 읽지 않았는지 후회한 적이 꽤 있었는데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가 딱 그런 책이었다.

세상에나, 추리 소설이 이렇게 끈질기게 인기가 있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선데! 어째서 난 그 인기의 비밀을 알아보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다행스럽게도 조금 늦었지만 앨리스 죽이기를 읽어볼 기회를 가졌다. 추리 소설이 가져야 하는 마땅한 진리 재미와 속도 마지막의 반전을 고루 갖춘 이야기다. 제대로 만들어진 추리 소설 중 하나며, 다소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공포감이 크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겁이 많은 나는 야심한 시각에 읽어도 무섭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 책장을 펴고 완결까지 그대로 읽어냈으니 얼마나 재밌고 속다감 있었는 지는 새벽까지 이어진 나의 독서가 증명해주리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이 작품에서 구리스가와 아리는 꿈 속에서 만난 앨리스 등장인물과 현실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꿈은 계속 이어지며 심지어 꿈 속에서 죽은 사람은 현실에서도 죽게 되는데 앨리스는 꿈 속에서 연쇄 살인범이랑 누명을 쓰게 되고 어서 그 누명을 벗지 않으면 꿈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꿈 속에서의 죽음은 당연히 현실로도 이어질 것이다.

도마뱀 빌과의 재치 넘치는 대화와 다소 엉뚱하게 그려진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잠깐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지만, 점점 다가오는 공포감에 읽으면 읽을 수록 독자들을 앨리스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다.

🔖"인간의 말이 뭐 그리 대단한데? 그거 인간의 자만심 아니야?" 3월 토끼가 말했다.
"그래. 적어도 여기에서는 인간이 소수파라고."

반전이 있는 추리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다시 앞 장으로 돌아와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나는 그 단서를 다 놓쳤는가 아쉬워하며.

아아, 우리는 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그대로 믿어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촘촘하게 우리를 속여간다. 조금도 유치하거나 허술하지 않은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첫 시작으로 앨리스를 읽었으니, 나머지 책들도 하나씩 도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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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의 멋진 항해 비룡소의 그림동화 26
티라 헤더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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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남다른 샐의 배>는 과연 어떤 배일까.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하며 읽었다. 바닷가 마을의 풍경도 시시각각 변하는 샐의 표정과 친절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도 다 너무 좋아서 한 페이지를 오래도록 구석 구석 쳐다보며 그림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자신만의 배를 가지고 항해를 나서고 싶지만, 배는 너무 비싸 직접 자신만의 배를 직접 만들기로 한 샐. 마을 사람들은 이것저것 참견하고 조언하며 잔소리를 했지만 샐은 자신의 배가 어떤 배가 되어야 할 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깊숙한 곳에서 배를 만들었고, 결국 배가 완성 되었을 땐 이 배를 어떻게 띄워야 할 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다에 띄울 수 없다면 샐의 배는 더 이상 배가 아니다. 배를 부숴버리려고 하던 샐에게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나타난다.

샐은 혼자서 자신만의 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이뤄낸 것은 아니었다. 결국 샐의 배가 항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마을 사람들 덕분이었다.

자신만의 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샐도 멋졌지만 안하무인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던 샐에게 흔쾌히 손을 뻗어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더욱 멋졌다. 누군가 실수 했을 때, 이렇게 손을 뻗어주는 일도 정말 필요한 일이니깐.

그림과 글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 <샐의 멋진 항해> 자신만의 항해를 준비할 때, 집중하며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고민에 빠졌을 때 남들이 주는 도움을 결코 무시하지 마시라. 우리 중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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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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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메 마나부 -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제 170회 나오키상 수상작! 타이틀만으로도 읽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나오키상 수상작에 도전해서 실패한 적이 없으므로.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과 <8월의 고쇼 그라운드>다. 두 소설 모두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의 이야기로 마라톤과 야구 등 스포츠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물론 12월, 8월이라는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며 교토의 혹독한 겨울과 여름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책에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교토의 지도를 삽입해 둬서 지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실제 교토의 거리를 이용한 현실감으로 마치 주인공들의 뒤에서 함께 이야기 속을 거니는 듯 하다.

<12월의 미야코로지 마라톤>에선 후보선수에서 갑자기 실전에 뛰게 된 길치 마라톤 선수가 등장한다. 주행하는 중에도 쉽게 길을 잃어버리는 못말리는 이 선수, 실전에서 제대로 뛰어본 적도 없는데 경기 전날 갑자기 지목되어 뛰게된 그녀는 옆에서 함께 뛰는 선수에게 자극을 받고 또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등장으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갑자기 교수님의 지시로 끌려 나온 사람들의 억지 야구 이야기다. 야구 선수가 부족하다고 주변에서 막 사람을 영입해서 야구를 하기 시작한다. 경기 규칙도 제대로 모르는 샤오씨는 야구가 대체 왜 그렇게 진행되는 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하다. 처음엔 조금 억지로 시작했을 지 모르는 야구, 교토의 더운 여름 날 그들은 갑자기 옆에서 끼게 된 세 명의 남자들과 야구를 즐기는데, 핸드폰도 없고 말수도 별로 없는 그들. 그들은 어쩌다 갑자기 이 야구 게임에 끼게 된 걸까? 어쩐지 누구보다 더 즐겁게 야구를 즐기면서.

민망하게도 워낙 겁쟁이라서 8월의 고쇼 그라운드가 절정으로 무르익어갈 무렵, 살짝 무서워졌다. 이 청춘소설에서 왜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온건지 궁금하시다면 꼭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어쩐지 불쾌하고 무서운 반전이 아니라, 서정적이고 순수한 이야기에 놀라게 될 것이다. 

아, 역사에 청춘을 뺏긴 이들은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바랐던 건 그저 젊은 시절에 자유롭고 평화롭게 누리는 8월의 혹독한 더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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