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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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 길

 

인도 불가촉천민! 달리트, 똥 치우는 여자! 인도 신분제도 카스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은 처음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긋지긋하게 달라붙은 악운으로 인해 삶을 체념해야 하는가! 희망이 꺾인 채 살아가야만 하는 여아! 배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것이 주변의 압박과 시련으로 인해 쪼그라든다. 읽다 보면 안타까움으로 인해 마음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차오른다. 주어진 길이란 무엇인가? 그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런 카스트 제도를 뒷받침 하는 제도 중의 하나가 인도의 마을 회의이다. 마을 회의의 판결은 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고, 최악의 판결을 내린 이야기는 국제적인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최악의 현실이 여전히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생에서 불가촉천민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다.

파산! 가업의 몰락! 영혼의 전복사고! 평탄한 길을 걷다가 스치는 인연에 의해 새로운 길에 접어든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삶은 사회 속에 있을 때 꽃을 피운다. 그리고 동시에 시든다. 세 갈래 길은 삶의 아픔 속에 희미한 희망이 꽃을 피우고 있다. 희미하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희망이기에 더욱 애달프다. 그리고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로펌의 주춧돌이자 기둥! 잘 나가는 변호사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찾아온다. 귤 만한 크기의 혹! 갑작스럽게 닥쳐 온 병마! 현실을 그대로 맞이한다는 건 쉽지 않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미루지만, 찌르는 듯한 통증과 피로는 점점 최종 선고를 예고한다. 은밀하게 버티려고 했지만 아픔은 드러나고, 주변에는 아픈 자를 먹어치우기 위한 상어들이 득시글거리게 된다.

차라리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 아픔이 물 밀 듯이 밀려오다 보면 피폐해지고 결국 망가지고는 한다.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의 절망감! 그건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수면 아래로 잠들 듯 사라지는 길도 하나의 길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났으니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픈 시련이 닥쳐와도 이왕이면 열정적으로 삶을 불태우면 좋다. 이런 사실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한 올! 한 올! 줄들이 이어지고 끊어지면서 삶을 완성한다. 앞을 향해 내딛는 걸음이 어디로 갈지,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걸음걸이를 통해 살아있다는 충만감을 깊숙하게 느낄 수는 있다. 삶의 무게와 함께 그 진실됨을 느낄 수 있다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겠다.

책은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철학적이다.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그 고뇌를 씹으면서 함께 걸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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