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하늘 동경 - 글로벌 웨더자키 강한나가 소개하는 날씨따라 도쿄 여행 에세이
강한나 글.사진 / 이비락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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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늘동경

 

아내는 일본을 좋아한다. 아니 아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일본에 많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면서 마네키네꼬와 키티를 좋아한다. 녹차도 좋아하고 미니멀한 소품도 좋아하고, 깔끔하면서 보기에도 이쁜 음식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장 여행가고 싶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몇 번 가봤냐고? 아직 그렇게 여유가 없어서(마음도 경제적으로도) 한 번도 못가봤다. 그래서 여행 서적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언젠가 여행 갈 날을 기약한다.

 

동경하늘동경. 이름도 생소한 "글로벌 웨더자키"의 날씨에 따라 변하는 도쿄여행에세이다. 도쿄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에세이라서 지도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판단한 바로는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 안내서에 더 가깝다. 여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절대 여행 에세이 아니다. 여행안내서다. 그것도 아주 충실하고 친절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커버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다. 한 나라도 아니고 한 도시를.. 도쿄라는 한 도시를. 그래서 친절하고 충실하다.

 

이 책은 나같은 평범한 남자보다 이쁘고 아지자기한 것 좋아하고 맛난 것 좋아하고, 이쁘게 꾸밀 수 있는 것 좋아하고, 아니면 앤티크 한 소품이나 패션 아이템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들이 그것을 한 껏 즐기고 구입한 후 미니홈피에 나 이런 것 했소 라고 사진 한 컷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안내서다. 도쿄 어느 골목에는 무엇이 있고 한 귀퉁이 돌아가면 맛나는 빵집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덴뿌라가 좋고, 외곽으로 벗어날 즈음 한 적한 동네에 간판도 없지만 쏠쏠한 아이템 가득한 가게가 있다 등등.

 

이 책이 마냥 여행안내서다 라고 하면 아쉬운 부분은 여행을 하면서 적은 글이 아니라 생활하면서 적은 글이라는 점이다. 일반 여행서와 달리 깊이가 있다. 여기서 깊이라는 것이 도쿄의 역사나 인문학적 깊이 까지는 아니고 여행객의 스쳐지나가는 시전이 아니라 그 곳에 장기간 머물러 지켜 본 자의 여유로움과 변화의 관찰 같은거다.

 

작가의 이력이 범상치 않다. 끼가 충만하다고 할까? 어릴 때 사생대회에서 1등도 먹고, 백일장에서 1등도 먹었다.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한 결과물이 이 책이지 싶다. 간간히 드러내는 인물사진을 보면 참 이쁘기도 하다. 그 이쁜 인물사진을 표지 사진의 한 부분으로 넣었다면 서점에서 나같이 미인에 혹 하는 독자들이 한 번 더 책을 집어들게 하는 효과도 있었을 텐데 하는 싸구려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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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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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集

 

지난 추석에 기름진 음식 잔뜩 먹고 배 두들겨 가면서 본 TV  다큐 한편. 우리 나라 최초의 "식도락에 관한 책' 허균의 [도문대작]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지방에는 어느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은 몇 월이 제철이고 어떤 음식은 어떻게 조리를 해서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야 진미를 즐길 수 있다 등 우리 음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이다. [도문대작]은 식도락이 발달된 프랑스나 일본보다 미식에 관한 책으로는 훨씬 앞선다 . 지난 주말 전라도 선암사 여행 中, 선암사 바로 옆에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차茶를 파시는 분이 "허균 선생의 도문대작에 보면 작설차는 순천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반도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미식에 관한 좋은 책은 우리의 입맛에 변함없이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한다.

 

소문난 옛날 맛집 集. 저자 황교익. 맛에 관한 책이라면 프랑스의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도 생각나고.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맛집을 소개한 [장군의 아들]의 작가 백파 홍성유의 [한국의 맛있는 집]도 있고, 요즘은 허영만의 [식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황교익은 솔직히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자란곳이 같아서(경남 마산과 창원) 제법 익숙한 지명과 음식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고, 읽던 도중 학교를 이야기 하는데 저자가 다닐 때는 마산에서 깡패학교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제법 명문이 되었다는 대목에서 고등학교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끈끈함까지 느껴졌다.  - 마산 창신고등학교가 아닐까? 고등학교를 다닐 때 졸업생이셨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친밀함으로 진도(?)를 나갔지만 읽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요즘의 맛 블로그와는 다른 깊이를 느꼈다. 식도락을 주제로 하는 블로그나 까페가 무척 많다. 사진도 이쁘고 설명도 친절하다. 이 책은 그런 친절함도 이쁜 사진도 없다. 그러나 저자의 음식과 맛에 대한 노력을 피력한 책 중간 즈음부터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아무렇게나 얻은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농산물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 그 쪽을 연구하고 취재하고 팠단다. 그러나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리 많지 않은 품종을 생산하는 이땅에서 그렇게 공부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연구한 분야가 농산물이고 농산물의 최종 결과물이 음식이니 음식전문기자로 방향을 틀어 전문서적을 구입하고 선배 전문기자들이 소개한 곳을 찾아다녔다. 이내 실망하고 음식 재료부터 꼬장꼬장하게 따지듯이 맛을 음미하면서 내공쌓기에 들어갔다. 좋은 원료를 고르고 음식을 조리하는 법, 유명한 맛집의 탐방,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 등등.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맛집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고, 음식에 대한 유래와 역사가 있고, 재미난 이야기도 있고, 맛에 대한 기호성으로 의기투합하는 동지애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에 있다. 저자는 타고난 입맛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미각훈련을 통해 쌓은 내공 수련의 덕이라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갖은 양념으로 화려한 맛을 낸 음식보다 식재료 원래 맛을 살린 음식을 더 후하게 대한다.  책 소개에 나오는 글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빛나는 화술이 있고, 조각같은 이목구비가 아니어도 주목받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그렇다. 억지로 미각을 돋우는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자잘한 장식을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음식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소개하는 음식들이 그렇다] 누가 추천사를 썼는지 몰라도 정말 똑 부러지게 쓴 글이다. 가감없이 이 책에어울리는 추천사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입맛에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빈다

 

 

 

음식에 대한 나의 추억 몇가지.

 

충무김밥에 대한 나의 추억도 있다. 내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즈음. 아버지는 출장을 가끔 가시면 새벽에 오시더라도 먹을 것을 조금씩 사 오셨다. 어느 날 새벽에 엄마가 깨워 일어났는데 돌돌말린 신문지를 풀어보니 거기에 충무김밥이 있었다. 지금도 자는데 깨워 음식 먹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때는 졸린 눈 비비고도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다. 가끔 아내와 간식겸 먹는게 충무김밥이다. 뚱보할매김밥의 프랜차이즈로 창원의 유명 나이트클럽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통영사람들은 그 흔한 원조집을 피해 시장통에 있는 '한일김밥'을 찾는단다.

 

몇달전에 아내가 맛들인 음식 중 하나가 호두과자다. 이것도 체인점 형태인데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먹을 때마다 천안에서 먹은 원조호두과자가 너무 먹고 싶다는 것이다. 작년에 유명사진 작가선생님과 동호회 분들이 천안교도소에서 사진 전시회를 했는데 교도소 후원회 쪽에서 천안호두과자를 하나씩 선물한 것을 받아 왔다. 지금 우리가 자주 먹는 것과는 분명 맛의 차이가 있었다.

 

돼지갈비에 관한 추억은 울 아부지 월급날이다. 매월 갈 형편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고기맛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먹던 음식이 돼지갈비다. 어느 집이 최고다가 아니고 이집 저집 적당히 바꿔가면서 다닌거 같다.

 

돼지국밥에 대한 추억도 있는데 이건 이야기 길어진다. 얼마전에 [푸드포토그래서 록엠씨]라는 블로그에 창원의 돼지국밥이 포스팅 되어서 댓글치고는 제법 긴 글을 단 적이 있는데 옮겨본다.

창원에 돼지국밥하니 할말이 많아지네요. 저도 창원살고 대학 다니던 잠시를 빼면 지금도 창원에 있습니다. 창원에 돼지국밥은 지금 아마 장사 제일 잘 되는 2군데가 경창상가에 있는 [원돼지]와 상남동 호박나이트 앞에 있는 [경성국밥]입니다. 개인적인 맛으로는 [원돼지]원추입니다. [원돼지]가 예전에 상남동 개발되기 전에 허름판 판자촌(슬레이트) 모여있던 상남시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던 국밥집입니다. 지금 제가 33인데 초등학교 때 아버지따라서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돼지]집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 상남동 경창상가 [원돼지]에 가면 20년전 상남시장의 옛날 가게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장사하시던 분과 지금 장사하시는 분이 다릅니다. 친척인지..아는 지인인지 암튼 가게를 넘기셨습니다. 그럼 그 사장님은 뭐하시냐? 다른 곳에서 국밥 장사 하십니다. 저도 10년 넘게 그 사실을 모르다가 3-4녀전에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고 국밥집을 데리고 가니 옛날 사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계시는 겁니다. 창원 덕산에서 [원 소머리 국밥]이라고 빨간 간판 걸고 장사하십니다. 주력은 돼지 국밥이구요. 언젠가 사장님께 어릴 때 상남시장 계실때부터 단골이었다고 하니 사장님 반가워 하시면서 하시는 말이 걸작입니다. "상남에서 장사 할 때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조용히 해볼라고 이리로 왔더마는, 우찌 알아가꼬 바쁘기는 매한가지다"라고. 지금은 아들 2분과 며느리와 함께 장사를 하십니다. 지금도 점심시간 되면 엄청 바쁩니다. 이 집 특징 중에 하나가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나옵니다. 아내가 돼지국밥을 아직 좋아하지 않는데 양념게장 때문에 같이 갈 정도로 양념게장도 맛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제법 큰 병원이 지금 공사 마무리 단계인데 병원 다 지어지고 나면 또 대박날 겁니다. 돼지국밥도 비슷한 거 같아도 동네마다 맛의 차이가 제법 크더군요. 부산, 밀양, 김해 등등에서 먹어봤는데 맛의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뭐라 설명하기는 필력이 부족하고. 제가 길들여진 것인지 몰라도 제가 꼽는 돼지국밥 넘버원은 창원 덕산의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제가 맛난 음식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한결같이 생각나는 집이 있으면 그 집이 최고라는 겁니다. 어디 가서 돼지 국밥을 먹어도 항상 생각나는 집이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어디 가서 비빔냉면을 먹더라도 생각나는 곳이 사천 [재건냉면]입니다. 물냉면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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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윤영무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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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하다. 아내는 불만을 표시하고 아이들은 투정하고. 그러나 가슴속에 말 못할 고민 한 가득 안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기도 늦었고 환경탓으로 돌리기에는 자신이 더 초라해 보여 속으로 삮인다. 그가 대한민국 남자다. 그냥 남자가 아니라 어깨에 천근이나 되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가장이다.

 

결혼 1년차에 아직 자식도 없는 나는 어떤가? 아직 그렇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점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아이를 가지게 되고 키우고, 부모님을 부양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머지 않은 나의 미래의 모습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게 기대는 이들에게 별 무리 없이 잘 해낼까 싶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래도 난 남자잖아. 밀어붙이는 거야. 최선을 다하는거지 하면서 마음을 다 잡기도 한다.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자신감으로 산다. 아니 자신감으로 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만의 풍부한 경험과 아직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삶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또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이미 그럭저럭, 그리고 대충 이만큼 흘러와 버렸는데 또 다시 어디서 자신감을 찾으라는 말인가? 저자도 그 점에 있어서 불가항력을 알기에 같이 아파하고 토닥거리면서 소주 한 잔 나누고 싶어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의 후속편 격이다. 굳이 제목을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맥을 같이 하는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2'다.

 

대한민국에서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저자도 남자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럼 다른 남자들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서 어려운가? 그것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남자는 가진 것 못지않게 짊어진 것도 많다. 짊어진 것은 그대로인데 가진것은 이제 나누어야 하고 어떤 것은 빼앗겨 버리니 더 힘든게다. 이제 별로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강한 척 하는게 남자를 더 어렵게 한다.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남자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용기 백배로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강한 척 하는 남자(가장)를 가족들은 마냥 강한 줄 철석같이 밑는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는 대상에게 위로의 말을 건낸다거나 동정을 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아쉬운 거다.

 

남자는 철인 28호가 아니다. 마징가 제트가 아니다. 이제 가진 것을 스스로 먼저 조금 내어주고 어깨에 무거운 것 몇 개 벗어던지자고 하면 더 무능하게 비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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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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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오따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가자. 환경은 경제와 다르다. 경제는 갑에서 100원을 잃고 을에서 200을 벌었다면 수지맞는 장사다. +100원의 이익이 남는다. 그러나 환경은 해가 되는 100과 도움이 되는 200이 있다면 서로 셈셈이 해서 도움 +100이 아니다. 해가 되는 100은 도움이 되는 200에 상관없이 그대로 마이너스 누적이 된다. 그냥 환경에 해로울 뿐이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의 복수]를 읽으면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고 현재 지구의 위기는 지구가 견디기 어려울(지구의 자정능력을 넘어서는) 정도라고 판단한다.

 

오늘 경남도민일보 기사다.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에서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 3곳 중에 최적지 한 곳을 정해서 에너지 자급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한국전기 연구원과 마이크로 그리드 기술을 개발 보급하기로 하고 사업 수해을 위한 기술 정보와 연구시설, 장비의 공동 활용 등에 합의했다.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란? = 가정용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등 소규모 발전시설로 생산한 전기를 기존 한전 전력망과 효율적으로 연결해 소비자에게 고품질 전기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말한다.

얼마전에 본 기사는 밀양의 시골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야산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다. 한전에서는 전기수요가 늘어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콜롬비아는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처럼 정치 경제적으로 아주 혼란스러운 나라다. 반세기 이상 좌익 무장반군과 정부군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반군 무장세력이 국토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지배한다. 반군 점령하에 있는 영토에서 남미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마약 생산지이고, 지역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20%에 정부와 무관하게 세금을 물린다.  돈이 된다면 서슴치 않는 납치가 산업 수준에 이른 나라다. 반군 뿐 아니라 지방 토호들과 주민들도 자치권 행사 차원에서 민병대를 조직하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다툼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시민과 원주민, 그리고 농민들의 몫이다.

 

가비오따쓰. [인간 없는 세상]의 저자로,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을 수상한 앨런 와이즈먼의이 저자다. 책 표지를 처음 접하면서 받은 이미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사람들은 가비오따쓰를 유토피아라고 부르는데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그들은 가비오따쓰는 현실이므로 토피아라고 부른다. 그들은 가비오따쓰의 총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파올로 루가리, 정책적으로 가비오따쓰를 지원한 벨리싸리오 베땅꾸르 콜롬비아 대통령, 전제 기술적인 문제를 총괄하는 호르헤 썁과 그의 제자인 루이쓰 로블레쓰와 알론쏘 구띠에레쓰등, 그리고 호르헤 쌉과 가비오따쓰를 설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벤 제텔리우스와 가비오따쓰 공통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주민들이다.

 

나무도 살기 힘든 척박한 땅을 개량하고 그에 맞는 수종을 찾아내 삼림을 만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동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태양열과 풍력같은 대체 에너지만 이용한다. 콜롬비아 유수 공과대학과 연계하여 가비오따쓰형 풍력 발전기, 슬립브 펌프, 태양열 냉장고, 태양열 주방 등과 같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많은 대안기술 발명품을 만든다. 지속가능한 생태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비오따쓰의 특징은 이런 기술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주민들이 행복해지고 자연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념도 없다. 치안을 유지할 경찰도 없고 잘잘못을 가릴 법원도 없다. 그들의 발전은 산업의 발달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다.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게 발전이다. 양의 문제가 아니고 질의 문제다. 조금 더 자연에 대해 겸손해져야하는 문제고.

 

총과 코카인으로 멍든 콜롬비아 동부 초원지대를 세상의 낙원으로 만든 것은 자연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을 체험하고도 마치 수십년간의 목격담을 들려주듯 하는 앨런 와이즈먼의 글솜씨는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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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다르지 않다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5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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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다르지 않다

 

이이화의 인물로 읽는 한국사 그 다섯번째 이야기 " 진리는 다르지 않다"

 

한국사를 종교인 이야기로 풀어 낸 책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 특히 우리 나라 역사에서 종교의 역할과 비중을 생각할 때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전편에서 유학자나 선비 이야기를 다루었고 우리 나라 역사에서 유교는 종교를 넘어서 생활 윤리 규범 그 자체이기에 유교를 제외하고 불교, 도교, 천주교과 기독교, 그리고 동학이나 대종교, 증산교 같은 민족 종교까지 다루고 있다. 이이화 선생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에서 쉽게 풀어 설명해 주는 글체에 익숙해서 제목이 주는 무게감과는 달리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처럼 중고등학생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는 책이다.

 

여러 종교인 이야기 중에 내가 특히 관심을 두고 읽었던 것은 불교의 경허 스님 이야기와 기독교의 함석선 선생 이야기다. 이미 다른 책들에서 여러번 접한 인물이라 이이화 선생은 어떻게 평가하고 서술했는지 궁금해서다. 특히 한국 불교 근대 선승 경허에 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었다.

 

경허 스님 이야기는 최인호의 소설 '길없는 길'에서접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 고승열전에서도 만나서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불교사상사를 수놓은 수많은 별 가운데 붓다 정신을 가장 온전히 구현한 크나큰 별이 바로 '길'의 성현 경허이다. 1600여 년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성현이요 한국 근대선을 대표하는 대선사요 동시에 원효와 더불어 원효와 노닐 수 있는 대자유인이요 대시인이다 - 한중광 <경허-부처의 거울 중생의 허공>]

이라는 인용구에 대해 현대에 쓰인 이런 평가는 과장된 것 같다. '대성현', '원효와 더불어.....'등의 표현이 자나친 것은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데 이이화 선생의 절제된 평가가 주목을 끈다. 앞의 원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과 일맥 통하는 부분이다. 원효가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경허도 그에 못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깎아 내리는 듯한 모습은 조금 아쉽다.

 

두번째로 내가 주목한 인물은 함석헌이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일제시대를 지낸 사상가나 위인 어느 누구의 책을 봐도 꼭 등장하는 이가 씨알 함석헌이다. '청년의사 장기려'라는 소설에도 나오고 장준하를 다룬 위인전에도, 나비 박사 석주명의 전기에도, 그리고 몇년전에 TV에서 강의를 했던 도올 김용옥의 강의에도 등장했다. 이 책에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함석헌을 모르는 이가 드물것이다.]로 시작한다. 저자가 함석헌 선생을 처음 만난 이야기로 글을 풀고 있다. 사상가요 민주운동가요, 지사요, 문필가로 선생이 추구한 영역은 넓었고 시대가 선생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석헌을 어디에서나 보게 된다. 먹물 빛 한복을 입고 흰 수염을 기른 모습이 영락없이 산신령이지만 마른 얼굴에 강한 눈빛은 독재와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고집스러움이 묻어 있다. 선생은 기독교인이었지만 기독교 안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기독교적 종파주의나 교파주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종교와 사상을 접하고 체득했다. 그의 사상과 역사의식이 더해져 씨알 사상이 태어난 것이다.

 

이 책은 책 제목과 표지등등의 겉보기 VS 책 내용과는 지나친 괴리감이 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면 너무 심오해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그냥 짧은 인물 이야기다. 물론 그 내용이 가볍진 않다. 그렇다고 [진리는 다르지 않다]라는 심오해 보이는 제목을 붙일만큼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역사속에서 큰 역할을 하다가 간 인물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저자의 주관적 평가가 제법 노출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고등학생이 봐도 별 무리가 없는 어렵지 않은 책이다. 책을 펴기 전에는 솔직히 쫄았는데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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