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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소문난 옛날 맛집 集
지난 추석에 기름진 음식 잔뜩 먹고 배 두들겨 가면서 본 TV 다큐 한편. 우리 나라 최초의 "식도락에 관한 책' 허균의 [도문대작]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지방에는 어느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은 몇 월이 제철이고 어떤 음식은 어떻게 조리를 해서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야 진미를 즐길 수 있다 등 우리 음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이다. [도문대작]은 식도락이 발달된 프랑스나 일본보다 미식에 관한 책으로는 훨씬 앞선다 . 지난 주말 전라도 선암사 여행 中, 선암사 바로 옆에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차茶를 파시는 분이 "허균 선생의 도문대작에 보면 작설차는 순천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반도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미식에 관한 좋은 책은 우리의 입맛에 변함없이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한다.
소문난 옛날 맛집 集. 저자 황교익. 맛에 관한 책이라면 프랑스의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도 생각나고.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맛집을 소개한 [장군의 아들]의 작가 백파 홍성유의 [한국의 맛있는 집]도 있고, 요즘은 허영만의 [식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황교익은 솔직히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자란곳이 같아서(경남 마산과 창원) 제법 익숙한 지명과 음식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고, 읽던 도중 학교를 이야기 하는데 저자가 다닐 때는 마산에서 깡패학교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제법 명문이 되었다는 대목에서 고등학교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끈끈함까지 느껴졌다. - 마산 창신고등학교가 아닐까? 고등학교를 다닐 때 졸업생이셨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친밀함으로 진도(?)를 나갔지만 읽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요즘의 맛 블로그와는 다른 깊이를 느꼈다. 식도락을 주제로 하는 블로그나 까페가 무척 많다. 사진도 이쁘고 설명도 친절하다. 이 책은 그런 친절함도 이쁜 사진도 없다. 그러나 저자의 음식과 맛에 대한 노력을 피력한 책 중간 즈음부터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아무렇게나 얻은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농산물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 그 쪽을 연구하고 취재하고 팠단다. 그러나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리 많지 않은 품종을 생산하는 이땅에서 그렇게 공부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연구한 분야가 농산물이고 농산물의 최종 결과물이 음식이니 음식전문기자로 방향을 틀어 전문서적을 구입하고 선배 전문기자들이 소개한 곳을 찾아다녔다. 이내 실망하고 음식 재료부터 꼬장꼬장하게 따지듯이 맛을 음미하면서 내공쌓기에 들어갔다. 좋은 원료를 고르고 음식을 조리하는 법, 유명한 맛집의 탐방,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 등등.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맛집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고, 음식에 대한 유래와 역사가 있고, 재미난 이야기도 있고, 맛에 대한 기호성으로 의기투합하는 동지애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에 있다. 저자는 타고난 입맛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미각훈련을 통해 쌓은 내공 수련의 덕이라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갖은 양념으로 화려한 맛을 낸 음식보다 식재료 원래 맛을 살린 음식을 더 후하게 대한다. 책 소개에 나오는 글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빛나는 화술이 있고, 조각같은 이목구비가 아니어도 주목받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그렇다. 억지로 미각을 돋우는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자잘한 장식을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음식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소개하는 음식들이 그렇다] 누가 추천사를 썼는지 몰라도 정말 똑 부러지게 쓴 글이다. 가감없이 이 책에어울리는 추천사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입맛에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빈다
음식에 대한 나의 추억 몇가지.
충무김밥에 대한 나의 추억도 있다. 내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즈음. 아버지는 출장을 가끔 가시면 새벽에 오시더라도 먹을 것을 조금씩 사 오셨다. 어느 날 새벽에 엄마가 깨워 일어났는데 돌돌말린 신문지를 풀어보니 거기에 충무김밥이 있었다. 지금도 자는데 깨워 음식 먹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때는 졸린 눈 비비고도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다. 가끔 아내와 간식겸 먹는게 충무김밥이다. 뚱보할매김밥의 프랜차이즈로 창원의 유명 나이트클럽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통영사람들은 그 흔한 원조집을 피해 시장통에 있는 '한일김밥'을 찾는단다.
몇달전에 아내가 맛들인 음식 중 하나가 호두과자다. 이것도 체인점 형태인데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먹을 때마다 천안에서 먹은 원조호두과자가 너무 먹고 싶다는 것이다. 작년에 유명사진 작가선생님과 동호회 분들이 천안교도소에서 사진 전시회를 했는데 교도소 후원회 쪽에서 천안호두과자를 하나씩 선물한 것을 받아 왔다. 지금 우리가 자주 먹는 것과는 분명 맛의 차이가 있었다.
돼지갈비에 관한 추억은 울 아부지 월급날이다. 매월 갈 형편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고기맛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먹던 음식이 돼지갈비다. 어느 집이 최고다가 아니고 이집 저집 적당히 바꿔가면서 다닌거 같다.
돼지국밥에 대한 추억도 있는데 이건 이야기 길어진다. 얼마전에 [푸드포토그래서 록엠씨]라는 블로그에 창원의 돼지국밥이 포스팅 되어서 댓글치고는 제법 긴 글을 단 적이 있는데 옮겨본다.
창원에 돼지국밥하니 할말이 많아지네요. 저도 창원살고 대학 다니던 잠시를 빼면 지금도 창원에 있습니다. 창원에 돼지국밥은 지금 아마 장사 제일 잘 되는 2군데가 경창상가에 있는 [원돼지]와 상남동 호박나이트 앞에 있는 [경성국밥]입니다. 개인적인 맛으로는 [원돼지]원추입니다. [원돼지]가 예전에 상남동 개발되기 전에 허름판 판자촌(슬레이트) 모여있던 상남시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던 국밥집입니다. 지금 제가 33인데 초등학교 때 아버지따라서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돼지]집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 상남동 경창상가 [원돼지]에 가면 20년전 상남시장의 옛날 가게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장사하시던 분과 지금 장사하시는 분이 다릅니다. 친척인지..아는 지인인지 암튼 가게를 넘기셨습니다. 그럼 그 사장님은 뭐하시냐? 다른 곳에서 국밥 장사 하십니다. 저도 10년 넘게 그 사실을 모르다가 3-4녀전에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고 국밥집을 데리고 가니 옛날 사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계시는 겁니다. 창원 덕산에서 [원 소머리 국밥]이라고 빨간 간판 걸고 장사하십니다. 주력은 돼지 국밥이구요. 언젠가 사장님께 어릴 때 상남시장 계실때부터 단골이었다고 하니 사장님 반가워 하시면서 하시는 말이 걸작입니다. "상남에서 장사 할 때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조용히 해볼라고 이리로 왔더마는, 우찌 알아가꼬 바쁘기는 매한가지다"라고. 지금은 아들 2분과 며느리와 함께 장사를 하십니다. 지금도 점심시간 되면 엄청 바쁩니다. 이 집 특징 중에 하나가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나옵니다. 아내가 돼지국밥을 아직 좋아하지 않는데 양념게장 때문에 같이 갈 정도로 양념게장도 맛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제법 큰 병원이 지금 공사 마무리 단계인데 병원 다 지어지고 나면 또 대박날 겁니다. 돼지국밥도 비슷한 거 같아도 동네마다 맛의 차이가 제법 크더군요. 부산, 밀양, 김해 등등에서 먹어봤는데 맛의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뭐라 설명하기는 필력이 부족하고. 제가 길들여진 것인지 몰라도 제가 꼽는 돼지국밥 넘버원은 창원 덕산의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제가 맛난 음식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한결같이 생각나는 집이 있으면 그 집이 최고라는 겁니다. 어디 가서 돼지 국밥을 먹어도 항상 생각나는 집이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어디 가서 비빔냉면을 먹더라도 생각나는 곳이 사천 [재건냉면]입니다. 물냉면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