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스 매뉴얼 52 - Winners Manual 52, 삶과 비즈니스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한 52가지 기술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김정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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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스매뉴얼52

 
무려 180여권의 저서, 작년에 우리 나라에서 베스트샐러가 되었던 "20대 공부에 미쳐라"의 저자 나카지마 다카시. 그가 새해를 맞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책을 냈다. 위너스 매뉴얼52. "20대에 공부에 미쳐라"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다른 책 "사람을 움직이는 급소는 따로 있다"를 읽어봐서 그가 어떤 식으로 승자들의 매뉴얼을 전개해 나갈지 짐작이 간다. 실용서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군더더기가 없고 직설적이다. 소설처럼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읽는 즉시 이해가 가고 지적의 예리함, 52가지의 메뉴얼을 담아서 이 항목을 지적과 충고를 피해갈 수 없다. 
 

자기개발서는 우리가 자라면서 엄마에게 들었던 수많은 잔소리를 독자가 무심코 흘리지 않게 세련되게 바꾼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만약 내 사무실 책상 너머의 상사라면 돌아버린다. 다행히 저자는 책 속에서 글로 이야기 할 뿐, 그 이후의 일은 모두 독자의 몫이다. [누구도 여러분의 성공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방해하는 적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다. 성공할 수 있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소리 높인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승자들이 일하는 방식

  • 승자들의 시간 활용법

  • 승자들의 속독 비법

  • 승자들의 수첩 활용법

  • 승자들의 인맥 구축법

 

5개의 큰 구성안에 52가지 메뉴얼이 담겨져 있다.

직장인들이 활용하면 좋은 메뉴얼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52가지나 되다보니 아주 상세하고 꼼꼼하다. 예를 들어 [승자들의 수첩 활용법]에서 [4색 볼펜을 활용하라]라는 항목이 있다. 수첩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4색볼펜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위클리 수첩으로 일주일간의 항목을 기록하고 취소가 되더라도 절대 지우지 말고 색이 다른 볼펜으로 두줄 긋고, 일의 중요도에 따라 볼펜색을 달리 하라고 충고한다. 수첩을 펼치면 색깔만 봐도 한 눈에 일주일 일정이 중요도에 따라 시야에 들어온다. 

 

Only One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맥과 아이폰, 그리고 아이팟을 만들었다. 이 세가지 공통점은 기존의 틀을 파괴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다른 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단지 남보다 더 나은 것만 만들어서는 기대 이상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아이팟을 사용해봐서 안다. 그것이 다른 MP3와 얼마나 다른지. 다른 회사들이 음악 저작권 문제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I-TUNE을 만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집어삼킨 애플이다. 사용성의 편리함과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전혀 별개의 디자인으로 생각하던 악세사리까지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덕분에 악세사리 가격은 엄청 비싸지만)

 

새해를 맞이해 많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 계획들이 모두 실천되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계획 후 실천에 옮기고 못 옮기고는 의지의 문제이다. 그러나 의자가 있어도 좀 더 힘들게 진행될 수도 있고, 좀 더 수월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이 책은 목표를 이루는 승자가 되기 위해 좋은 방법론을 제시해 줄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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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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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향사진관

 

내 어릴 때 우리 동네에도 [고향사진관]이 있었다. - 경남 창원 반송 시장에 20년전에 고향사진관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여학생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인데, 주위에서 보던 대부분의 노동자였던 아버지들과 달리 아주 젠틀하면서 미남이셨던걸로 기억한다. 딸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고.

 

거의 10년만이다. 김정현 이라는 작가를 보게 된 것이. IMF로 우리 국민이 너무 힘들때 소설 [아버지]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작가다.

(아버지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발표했지만 그 때 나는 책과는 먼 세상에 살고 있었다 - 그래서 잃어버린 10년이다)

딸아이 대학 합격을 위해, 정원 35명인 서울대 영문과 합격을 위해 35를 넘어가는 모든 사물을 멀리 하던 그 아버지. 정신없이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가족을 떠나야 했던 그 [아버지]. 작가는 10년이 넘어 우리에게 다시 가족이라는 주제로 심금을 울린다.

 

이제는 아버지가 아니고 아들이다. 소설이면서도 소설이 아닌 이야기로. 소설이면서도 소설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작가의 절친한 친구 서용준을 주인공으로, 실명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 아래, 부산에서 청량리역까지 경상도와 강원도를 관통하는 중앙선과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영동선의 교차점인  경북 영주가 그 무대다. 서용준의 아버지는 당시 첨단 기기였던 카메라를 다루는 멋쟁이 신사였다. 젊은 나이에 사진관을 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3층 건물을 짓고 예식장을 겸한 사진관을 꾸려간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가족들은 예식장은 꾸려 가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3층은 가족들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2층은 당구장으로, 1층의 절반은 다른 곳에 세를 주고, 나머지 반은 아버지의 [고향 사진관]으로 유지를 한다. 영주에서 제일 번화가에 위치한 상가 건물에서 구닥다리 같은 옛날 이름의 사진관을 경영한다는 것은 경제 논리로는 전혀 맞지 않다. 그러나 [고향사진관]은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에 대한 효이자 아버지가 평생을 꾸려오신 열정에 대한 추억이다. 서용준만의 추억은 아니다.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하던 친구들이 고향에 오면 한 번씩 들리는 곳이고, 같이 영주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들리는 추억이다.

 

서용준. 꿈을 한 켠에 접어두고 사는 모범의 전형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내에게 충실하고 동생들에게 형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지극히 모범적인 가장이요 장남이다. 대학 입학을 원하는대로 했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기 대학 실패 후기 대학 아랍어과 합격. 군입대후 제대. 아버지 쓰러지심. 가업을 물려받고 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을 하고. 남 이야기 하는 거 못 봐주고, 친구들 이야기 다 들어주고 전혀 비전없는 가업(고향사진관)물려 받아 유지하고. 고향사진관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고 고집이다.

 

책을 읽는 중에 결말을 예상했고, 읽는 내내 너무 친절한 해설(작가의 개입)이 소설을 읽기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다. 독자의 상상력에 맞겨야 할 부분을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 버리는 우를 범한 건 아쉽다. 뻔한 결말( 서용준의 죽음)이지만 그 뻔한 결말에 나는 눈물을 거둘수 없었고 친구를 그리는 작가의 애절함에 고개를 숙였다. 40년을 넘게 알고 지내면서도 한번도 친구 서용준을 미워해 본 적이 없는 작가는 명정에 금분으로 쓰인 "처사달성서공용준지구"라는 글귀에 대해, 선비가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에 친구 서용준은  진정한 선비였고 그에게 처사의 명은 실로 합당한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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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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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자라면서 엄마랑 참 많이 다퉜다. 내 기억속의 엄마는 조금은 비합리적이고, 교양이 부족하고, 삶의 난관을 대처하는 방법이 지혜롭지 못한 아줌마다. 물론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마의 많은 행동들이 나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들이대면 참기 어려울 때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자주 다퉜다. 목소리가 올라가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도 하고 끝내는 둘 다 울면서 싸움을 끝낸적도 여러번이다.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 3자가 심판이 되어 우리의, 그러니까 엄마와 나의 싸움에 시시비비를 가려주기를 바랄 정도였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엄마와 아버지가 다툴 때도 있었는데, 잘못이 있는 아버지를 탓하기 보다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엄마를 더 안타깝게 생각했다.

 

한 달 전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베스트셀러를 모아 놓은 곳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다. "이 책 제목봐라, [엄마를 부탁해]다. 우리 엄마도 좀 부탁한다 제발" "우리 엄마는 안 되나 우리 엄마도 좀 부탁하고 싶은데..무슨 말이 통해야지" 제목만 보고 나누는 여학생의 대화에 나는 속으로 '재밌는 아이들이군' 라면서 웃고 말았다. 너희들 엄마들도 누가 좀 말려주기를 바라는거지? 나처럼.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 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 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 편에 있는 존재라고.>>

 

책을 펼치고 적응 안 되는 화법에 적응 해 갈 즈음 나는 위 문장을 읽고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나이 서른 셋에 장가도 간 놈이 아직도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 건 익숙해서이고 친근해서였다. 그런데 '엄마'라는 말은 친근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책을 읽다가 더 이상 진도를 못 나갔다. 나는 너무부끄럽고 우리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때 엄마 생각하면서 책 든 손은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은 말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한 번도 제대로 엄마편이 되어보지 못한 나는 엄마 생각하면서 울었다. 난 엄마라는 말에 그런 의미가 들어 있는지 몰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 울 엄마는 49점이고 난 51점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못난 아들이었다.  듣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또 나를 욕한게 아니라 자식 잘못 키웠다고 다시 엄마를 욕했을거다. 나는 엄마를 두 번 욕먹게 했다.

 

예술과 문학의 영원한 노스탤지어는 '엄마'다. '엄마'는 노스탤지어의 고전이다. 그 노스탤지어는 너무도 자주 쓰여 닳고 닳아서 자칫 잘못 사용하면 촌스러움이 팍팍 묻어나고 진부해져버린다. 그러나  다루기 조심스러운 고전을 작가는 다시 한 번 꺼내어 세상에 던진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세상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 엄마들의 헌신이 절대 당연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었을게다. 그리고 지금이 지나버리면 늦으니 지금 엄마를 불러봐 달라고, 지금 엄마를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던게다. 작품속의 주인공은 엄마를 잃어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엄마를 읽어버린 다음에야 너는 엄마의 이야기가 너의 내부에 무진장 쌓여 있음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던 엄마의 일상. 엄마가 곁에 있었을 땐 깊이 생각하지 않은 엄마의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것같이 여기기도 한 엄마의 말들이 너의 마음속으로 해일을 일으키며 되살아났다>>. 정말 엄마를 잃어버려야 철이 들까? 그렇다고 해도 그건 의미가 없다. 철이 드는 대가가 너무 크다. 그래서 우리가 더 어리석음을 범하기 전에 엄마의 존재를 깨달아라고 화두를 던진거다.

 

이 소설은 엄마라는 존재를 부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엄마로만 생각해서, 엄마를 쉽게 잊어버리고, 가벼이 여기고,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한다.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거니까. 그러나 엄마를 잃어버리고 난 후, 엄마를 엄마가 아닌 여자로 인식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

 

엄마는 도시 식구들을 위해 사시사철 뭔가 제조하는 공장과도 같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누에를 치고, 누룩을 빚고 두부 만드는 일을 거들었다. 가족들에게 엄마는 낮잠 자는 사람이 아닐 정도로 부지런했고 딸의 중학교 입학을 위해 유일한 패물인 왼손 중지에 끼여 있던 노란 반지를 처분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딸을 부러워 하는 엄마다. 다섯 자식들 먹이느라 쌀 없어지는 것이 겁이 나면서도 새끼들 목구녕에 밥 넘어가는 것이 그렇게 흐뭇할 수 밖에 없는 엄마다.  딸이 계획에 없이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하자 흐뭇해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이다. 보지도 않고 무채를 썰던 엄마의 칼 잡은 손이 불안하고 칼이 자꾸 엇나간다. 송아지 눈 같은 큰 눈은 눈가의 주름에 갇혀 숨어버렸고, 손위에는 검버섯이 났다. 그리고 엄마는 하나씩 기억을 지워가기 시작한다. 아니 자식들이 천천히 엄마의 기억들을 밀어버렸다.

 

서울에서 길을 잃었을 때 엄마가 등장한 곳은 큰 아들이 처음 공무원생활 하던 곳, 처음으로 집 장만해서 자신을 모시던 곳 등이다. 자식들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들이다. 이미 정신 줄 놓아버린 엄마가 자식들은 놓지 않은게다. 다른 것 다 버리고 가더라도 자식들은 놓지 못한게다. 작가가 싫어진다. 왜 그렇게 아프게 하는지, 그냥 다른 곳에서 흔적을 남겼다고 하면 안 되는지, 꼭 그렇게 자식들 마음을 후벼파야 했는지. 자식들이 엄마 가슴 후벼판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어쩌면 이 시대 마지막 보수적 헌신을 보인 엄마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 젊어 과부가 된  성질 고약한 시누이, 그리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세태, 밑으로 자식들이 다섯,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 늦도록 허리 한 번 펼 수 없이 이어지는 일거리, 그리고 큰 아들을 막연히 기대하는 모습. 이 모든 환경이 주는 많은 일들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묘사함으로서 저 엄마가 내 엄마라는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작가는 보름동안 엄마와 함께 자면서 이소설을 집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한다. 보름이 아니라 삼일만이라도 같이 밥먹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토닥거리면서 지내자. 엄마를 엄마가 아닌 세살이었던 때도 열두살 소녀였을 때도, 스무살도 지나온 한 인간이고 여자였음을 이해할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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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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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피행

 

우리 나라에서 일본 소설은 분명 다른 어떤 나라 소설보다도 인기가 있다. 글이 깔끔(?)하고 문체가 간결해 호흡이 길지 않아 읽고 이해하기 편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네 삶과 그들의 삶이  너무도 닮아 있다는 점에서 오는 공감이 우리가 일본 소설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도피행이 그렇다. 지금 우리 나라의 50대 중년 부인이 느꼈을 법한 가족들에 대한 소외감과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 이루어 놓은게 없다는 절망감이 절절히 묻어나는 소설이다. 막 마흔이 되었을 무렵, 남편이 데려온 회사 부하에게 “부인은 이미 여자로서는 끝났으니까”라고 아무렇지도 내뱉는 남편, 그렇게 헌신을 했건만 이제 다 커버려 엄마는 자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매몰차게 무시해 버리는 딸들.

 

개를 지키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도피를 선택한 중년 부인이라는 이 책의 주제가 나를 사로잡았다. . 가족과 생활하고 있지만 타에코가 항상 변함없이 기댈 수 있고 위안 받을 수 있는 건 그의 애완견 포포가 유일했다. 그런 포포가 옆 집의 말썽꾸러기 초등학생의 반복되는 장난에 위협을 느껴 그 아이를 물어 죽여버렸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모두가 그 개를 도살하기를 바란다. 타에코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도 편들어 줄 사람이 없다. 남편도, 딸도. 타에코가 포포를 살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피. 도피행이다. 이 책의 주제를 생각하면서 오버랩되는 사람은 나의 아내. 고양이를 끔찍이도 사랑해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나를 빼고는 그 어떤 인간도 키우는 고양이 다음 순위에 랭킹되는 애묘인이다. 간혹 내가 말을 안 들으면 순위가 밀려날지도 모른다. 이미 밀렸을지도. 아내에게 이 소설을 이야기하니 나는 아내가 도망가는 것을 도와줄거라고 하는데 참 어려운 문제다. 아내도, 고양이도 잃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혼자 사는 게 살벌할 때도 있지만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고독한 건 더 살벌해요.” 이 소설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다. 타에코가 남편이나 두 딸에게 행복을 느꼈다면 그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 이다. 가족에 대한 반감이나 소외감이 반대급부로 포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 건 아니고, 동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정이 포포를 데리고 도피하게 만든거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부분이 친親 타에코파와 반反 타에코파로 나뉜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들의 특징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거나 자리잡은 사람들은 반反 타에코파(남편,딸,조카 가즈미<그녀는 한 때 날라리였지만 지금은 의사 부인이다>)이고,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거나 소외받은 사람들이 친親 타에코파다. 화물 기사 시마자키, 소형도급업체 배송기사 다이짱, 쓰쓰미가 그런 인물들이다. 쓰쓰미는 일만 열심히 하다가 아내에게 버림받고,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중년 남자다. 타에코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남자다. 쓰쓰미는 포포의 최후를 한 발 앞서 떠나간 타에코를 대신해 지켜보는 인물이 된다.

 

일본 소설에 트랜디만 있는게 아니다. 간만에 가족을 생각하고,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을 읽었다. 흡입력있는 글 솜씨와 빠른 이야기 전개, 공감할 만한 스토리로 읽는 내내 즐거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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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마누엘라 브란다오 지음, 박영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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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전세계 가장 많은 인구가 즐기는 스포츠 축구. 항상 그 시대에 맞는 최고의 스타가 있었다. 축구의 황제 브라질의 펠레, 축구신동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 축구를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선수,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유일하게 우승해본 독일의 베켄바워, 운동장에서 한 번도 경고를 받지 않고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잉글랜드의,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보비찰턴, 그리고 오늘의 오타를 말한다면 2002년 득점왕 브라질의 호나우도, 축구 아티스트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호나우딩요, 축구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난 잉글랜드의 베컴. 그리고 올해 최고의 축구 선수로 뽑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최고의 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자서전 같은 책이다. 옹즈도르상, 발롱도르상, 유로피언 골든 슈,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UEFA 올해의 선수상, 최우수 공격수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그리고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호날두는 24살의 나이에 이미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축구 역사의 전설이.

 

 



 

 

 

축구계의 신사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바비 찰튼 경의 추천사로 책을 시작한다. 호날두의 자서전 성격을 띄고 있지만 정작 책을 펼치면 운동으로 단련된 미남 축구 스타의 사진집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하다. 인도네시아내의 소국 티모르에서의 일정, 나이키 광고 촬영, 페페진 청바지 광고, 코카콜라 광고 촬영 등등. 그렇다고 화려한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다. 쓰나미로 실종되었다가 19일만에 생존한 인도네시아의 7살 소년 마르투니스와의 만남도있고 어린 시절 축구공 하나만 가지고 좁은 골목길에서 하루를 보내던 이야기도 있다. 어린 나이에 고향인 마데이라 섬을 떠나 리스본의 스포르팅 클럽에 입단한다. 2003년 8월 6일 소속구단이 새 구장을 건설한 기념으로 맨유와의 친선경기를 가진다. 이 한 경기를 기준으로 이전의 호날두가 지금의 호날두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 온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과 맨유의 최고의 선수들과의 호흡으로 최고의 선수로 바뀐다.

 



 




 

20대 초반에 최고가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집 안에서 편하게 휴식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엄마와 누나, 형부 조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며, 전세계에서 온느 편지 수천통에 일일이 답장을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안다. 축구장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다가올 최고의 순간을 위해 -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내가 맞이할 최고의 순간은 항상 미래에 있다. 최상의 플레이, 최고의 골, 가장 멋진 경기는 미래의 언젠가 내가 맞이할 최고의 선물로 남겨두고 있다. 그렇게 질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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