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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고향사진관
내 어릴 때 우리 동네에도 [고향사진관]이 있었다. - 경남 창원 반송 시장에 20년전에 고향사진관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여학생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인데, 주위에서 보던 대부분의 노동자였던 아버지들과 달리 아주 젠틀하면서 미남이셨던걸로 기억한다. 딸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고.
거의 10년만이다. 김정현 이라는 작가를 보게 된 것이. IMF로 우리 국민이 너무 힘들때 소설 [아버지]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작가다.
(아버지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발표했지만 그 때 나는 책과는 먼 세상에 살고 있었다 - 그래서 잃어버린 10년이다)
딸아이 대학 합격을 위해, 정원 35명인 서울대 영문과 합격을 위해 35를 넘어가는 모든 사물을 멀리 하던 그 아버지. 정신없이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가족을 떠나야 했던 그 [아버지]. 작가는 10년이 넘어 우리에게 다시 가족이라는 주제로 심금을 울린다.
이제는 아버지가 아니고 아들이다. 소설이면서도 소설이 아닌 이야기로. 소설이면서도 소설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작가의 절친한 친구 서용준을 주인공으로, 실명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 아래, 부산에서 청량리역까지 경상도와 강원도를 관통하는 중앙선과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영동선의 교차점인 경북 영주가 그 무대다. 서용준의 아버지는 당시 첨단 기기였던 카메라를 다루는 멋쟁이 신사였다. 젊은 나이에 사진관을 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3층 건물을 짓고 예식장을 겸한 사진관을 꾸려간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가족들은 예식장은 꾸려 가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3층은 가족들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2층은 당구장으로, 1층의 절반은 다른 곳에 세를 주고, 나머지 반은 아버지의 [고향 사진관]으로 유지를 한다. 영주에서 제일 번화가에 위치한 상가 건물에서 구닥다리 같은 옛날 이름의 사진관을 경영한다는 것은 경제 논리로는 전혀 맞지 않다. 그러나 [고향사진관]은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에 대한 효이자 아버지가 평생을 꾸려오신 열정에 대한 추억이다. 서용준만의 추억은 아니다.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하던 친구들이 고향에 오면 한 번씩 들리는 곳이고, 같이 영주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들리는 추억이다.
서용준. 꿈을 한 켠에 접어두고 사는 모범의 전형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내에게 충실하고 동생들에게 형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지극히 모범적인 가장이요 장남이다. 대학 입학을 원하는대로 했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기 대학 실패 후기 대학 아랍어과 합격. 군입대후 제대. 아버지 쓰러지심. 가업을 물려받고 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을 하고. 남 이야기 하는 거 못 봐주고, 친구들 이야기 다 들어주고 전혀 비전없는 가업(고향사진관)물려 받아 유지하고. 고향사진관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고 고집이다.
책을 읽는 중에 결말을 예상했고, 읽는 내내 너무 친절한 해설(작가의 개입)이 소설을 읽기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다. 독자의 상상력에 맞겨야 할 부분을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 버리는 우를 범한 건 아쉽다. 뻔한 결말( 서용준의 죽음)이지만 그 뻔한 결말에 나는 눈물을 거둘수 없었고 친구를 그리는 작가의 애절함에 고개를 숙였다. 40년을 넘게 알고 지내면서도 한번도 친구 서용준을 미워해 본 적이 없는 작가는 명정에 금분으로 쓰인 "처사달성서공용준지구"라는 글귀에 대해, 선비가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에 친구 서용준은 진정한 선비였고 그에게 처사의 명은 실로 합당한 것이었다고 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