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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윤광준의 생활명품. - 오늘 읽은 책이다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 예전에 '잘 찍은 사진 한장'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도 시선을 모니터 너머로 보내면 시야에 들어온다.
윤광준이라는 사람이 오디오에 대한 칼럼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다행히 아직 오디오에는 입문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잘 찍은 사진 한장' 이라는 책은 그럭저럭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인터넷 서점에 학생들 문제집 주문하려고 로그인을 하는데 로그인 하는 창 옆에 책 광고가 뜬다.
그 책이 '윤광준의 생활명품'이다.
로그인도 뒤로 미루고 클릭해서 목차를 읽어보았다.
목차 하나하나가 제품이름이고
금방이라도 지름신이 강림할 거 같은 콘텐츠들로 채워져 있다.
몇 가지 적어보면 빌링햄카메라백, 파버카스텔 필기구, 비스콘티 만년필, 트렉스타 등산화, 짓조 삼각대, 라시 외장하드디스크,
쓰리엠 포스트 잇,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 테벤 콘센트 타이머, 쓰리세븐 손톱깎이, 루체플란 스탠드 등등이다.
60가지 항목 중에 나의 관심목록에 오른 대상들이다.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빌링햄 카메라 백. -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같은 명품도 아니면서 고작(?) 카메라 넣는 가방이
30-40만원 씩이나 한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근데 빌링햄은 명품이다. 카메라 가방 중에서도 명품.
디카 동호회에서 알게 된, 학원원장님=엄원장님 카메라 가방이 빌링햄이다.
빌링햄의 가치를 모를 때 일반 카메라 가방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해 보이고 칙칙한 검은색을 탈피한 그 똥색을 보고 - 건강한 황금똥이다
이런 가방은 얼마나 하냐고 여쭤보고 그 가격을 듣고 나도 속으로 욕을 했다. 근데 지금은 문외한인 사람한테 내가 다시 그 욕을 들을지언정 하나 갖고 싶다.
우리가 물건에 대해 2배, 5배, 10배의 값을 치르는 것은 2배, 5배, 10배의 만족감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아니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라면 1개 먹을 때보다 1개 반 먹으면 그건 +50%의 만족감이 온다 근데 2개, 3개 먹는다고 2배 3배의 만족감이 오는가? 만족감이 온다면 당신 돼지다.(비유가 이상했나)
+10%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 2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다른 물건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최고 정점의 +5%의 만족을 얻기 위해 10배의 가격을 지불한다.
파버카스텔 필기구 - 이 제품을 원하는 건 아니다. 책에 소개 된 건 연필 대여섯 자루에 익스텐더와 연필깎이, 프로텍터를 포함한 가격이 무려 18만원이다.
빌링햄 카메라 백에 대한 욕은 점잖게 들릴것 같다. 내 관심사는 파버카스텔이 아니라 필기구다.
나는 연습장에 필기구로 쓰면서 입으도 떠들면서 먹고 산다. 과외선생이잖아.
필기구와 연습장은 나의 밥줄이다. 그 중에서도 필기구는 제법 까다로운 편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사용한 건 제도1000 샤프. 싸고 편하고. 근데 이게 고장이 잘 나는 단점이 있다.
나하고 똑같은 제도샤프를 쓰는 학생이 있었는데 내 꺼보다 조금 더 깨끗해 보여서 장난삼아 바꾸자고 한 적이 있다. - 정말 장난이었다.
근데 이놈이 웃음을 실실 쪼개면서 '안 돼요. 아빠가 이거 비싼거랬는데요' 라는거다.
마이크로 제도샤프 검은색이면 1000원이지 더 비싼게 어딨냐고.
근데 국산 아니란다. 자세히 보니 마이크로가 아니고 펜텔이다. 가격도 5배나 더 비싸다.
이게 7-8년간 동고동락 하게 된 펜텔양과의 만남이다.
대충보면 똑같아 보이는데 그게 아니다. 샤프라서 그런가 조금 더 샤프해보이고(정말 조금 더 슬림하다) 샤프심 나오는 끝부분이 조금 더 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장이 거의 없다. 이게 결정적인 이유다.
시간이 조금 흘러 3-4년전에 수없하던 여학생이 쓰는 필기구가 이뻐보였다.
지금도 내가 즐겨쓰는 제브라 airfit와의 첫 만남이었다.
펜텔제도샤프가 지극히 사무적인 느낌이라면 제브라 airfit는 팬시다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팬시.
단순히 이쁘기만 한 건 아니다. 손잡이 부분이 고무처리 되어 그립감이 아주 뛰어나다. 오래 써도 손이 덜 피로하다.
가격도 3000원. 교보문고를 이용하면 2300원. 아주 착한 가격이다.
근데 이 팬시의 단점이 하나 있다. 샤프심 나오는 앞 뚜껑 부분에서 샤프심이 부러져 자주 막힌다.
수업하다가 막히면 앞 뚜껑 열고 다른 샤프심으로 밀어서 부러진 샤프심 빼내는 대수술을 해야한다. 수업하다 이러는건 지랄이다.
또 다른 여학생의 동사(同社) 제품인 spiral을 보고 그 소용돌이 치는 디자인에 반해, 더군다나 앞 뚜껑 막히는 일이 없어 갈아탄적이 있다.
한 동안 한 자루당 2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면서 만족하며 사용했다.
근데 spiral이 airfit보다 조금 더 굵은데 이 작은 굵기의 차이가 그립감으로 연결되어 불편하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airfit으로 돌아왔고 필통에 3-4자루 넣어다니면서 고장이 나더라고 재빨리 교체하는 걸로 지랄(?)맞은 일을 피하고 있다.
쓰리엠 포스트 잇. - 이것도 내가 즐겨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작가와 나의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이야기 하려한다.
작가는 기억의 보조 도구로 자주 이용하는데 막상 필요할 때 없으면 그 효용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여벌의 포스트 잇을 구매해서 요소 요소에 배치해 둔단다.
이 점이 나와 아주 닮아 있다. 나도 조금 불편한 걸 잘 못 참는 성격이 있다.
핸드폰 충전기가 그렇다. 충전하고 싶을 때 바로 옆에 있어야 된다. 충전기 찾으러 가는거 질색이다.
그런 불편을 덜기 위해 내가 선택한건 요소요소 배치해 두는거다.
핸드폰 충전기가 어디 어디 있나면 공부방의 컴퓨터 바로 옆에 있다. 지금 글 쓰는 자리에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바로 옆에서 임무 충실히 수행중이다.
집의 거실에 충전기가 있고 침대 옆에 충전기가 있다. 차 안에도 차량용 핸드폰 충전기가 있다. 카메라 가방안에 비상용으로 한 개 넣어뒀다.
어디 여행가서 없으면 많이 불편하고 편의점에서 1000원씩 주고 충전하는건 너무 아깝잖아. 차량용 충전기가 있으면서 그런다. 여행은 항상 자가용으로 가면서 말이다.
간만에 아주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모르던 제품을 만나는 것도 좋았고. - 솔직히 생활 수준의 차이에서 오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너무 고가 제품이 많다
같은 남자로서 느끼는 동질감, 좋은 제품에 대한 깊은 사랑. 이런 부분은 많은 공감을 했다.
그 제품을 알았다고 반드시 사야 하는건 아니니까. 아니 살 능력이 안 되는게 천만다행이다.
덧글 : 교보에 가면 책구경도 많이 하지만 항상 문구 쪽을 둘러본다. 이미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필기구들을 한 가득 고르면 아내의 잔소리가 이어진다. 왜 있는 걸 또 사냐고.
그러면 내가 고작 한다는 변명이 볼멘 소리로
"나는 필기구로 돈 벌잖아. 만약 사업을 한다고 하자. 예를 들어 식당을 한다고 하자. 한달에 100만원 벌러면, 아니 200만원을 벌러면 얼마를 투자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마 몇 백 아니, 몇 천만원은 투자해야 될걸, 근데 고작 한 달에 2-3만원도 투자 못하냐고?"
아 찌질한 나의 변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