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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살 도쿄
나의 스무살 어땠을까? 나의 스무살도 주인공처럼 재수를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지라 서울은 못 가고 창원에서 당시로는 교육 환경이 조금 더 나은 마산에 있는 재수종합반을 등록해서 다녔다. 그나마 다니던 학원도 마산 나가기 싫고 학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콩나물 시루 같은 강의실도 싫어서 일주일도 채 못 다니고 그만뒀다. 1년 교육방송으로 공부했다.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적당한 성적을 받았다. 아버지께서는 지방국립대를 갔으면 하는 의중은 비치셨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결정했다. 대모하지마라, 공부열심히해라. 돈아껴쓰라. 이 3가지가 서울로 유학가는 부모님께서 당부하신 말씀이셨다. 그 후 1년도 못 되어 대학을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왔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재수를 한다는 이유였지만 그게 그렇게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가볍게 터치하듯이, 속마음 살살 발라내면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오쿠다 히데오, 그리고 스무살 도쿄. 6일치 일기를 가지고 한 개인의 10년 인생을 표현하고 책 한권을 서술해 내는 작가의 표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고향 나고야를 벗어나고 싶어 도쿄에서 재수를 선택하고, 영화평론가가 되기를 원했던 다무라 히사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광고기획사에 취직한 다무라 히사오. 우리의 스무살, 20대가 그렇듯이 그게 그렇게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스무살의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스스로는 당당한 척 하지만 아직 세상에 익숙치 않은 히무라 다사오가 고야마 에리와 풋풋한 사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 20살의 연애소설이 시작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사오의 첫사랑 일거 같은 고야마 에리는 그 뒤에 이름을 볼 수 없다. 일본 소설이 뒤끝이 없다. 이런 점이 뭔가 쿨하면서도 시원섭섭할 때가 많다. 아니면 내가 너무 신파조에 길들여있는지도. 80년대 일본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미국 현대사를 주인공과 연관시켜 스크린으로 끌어들인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이 났다.
스무살 도쿄에서 읽어버린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이미 30대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할 말이 많을거다. 내 20살에는 뭐가 되고 싶었고, 무엇을 이루고 싶었다고. 하루 하루 살아오면서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몸소 체험하기에 30대가 꿀 수 있는 꿈은 많지가 않다. 오구라의 결혼식 전날 친구들과 모여 20대의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가슴시리다. 서로 자신은 그 꿈을 못 이뤘다면서 친구들에게는 다시 시작하라고 격려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들 이야기다. 청춘이 끝나고 인생이 시작되는 30대를 그들은 오래도록 서로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