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 일과 삶의 성공을 위한 나만의 원칙 만들기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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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의 지침대로 나만의 인생 원칙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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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해방 - 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정세연 지음 / 다산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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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만병의 근원인 염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염증을 유발하는 습관과 체질별 염증 관리법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과 관련된 병과 증상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생겨난 것인지 이해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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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켓맨 - 1988-2022 한국 우주로켓 개발 최전선의 이야기
조광래.고정환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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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TO INFINITY AND BEYOND!)”

 

우리가 바라는 모든 꿈은 계속할 용기만 있다면 모두 이루어진다고 말한 월트 디즈니의 말을 대변이라도 하듯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서 버즈 라이트이어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를 향한 인류의 오랜 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기나긴 우주개발의 역사 속에서 좀 더 들어가서 한국의 우주 개발의 역사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과학과 우주에 대해 나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우주개발의 역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그동안 찾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본서 <우리는 로켓맨>이다.

 

 

"나로호부터 누리호까지 지난 34년의 로켓 개발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담은 이 책에서, 인생을 바친 과학자들의 담담한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그들의 끈기와 열정에 감복하고 그들의 좌절에 마음을 졸이면서 과학기술 개발의 진면목을 생생히 맛볼 것이다." -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

 

 

<1988-2002 한국 우주 로켓 래발 최전선에서>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본 서는 자랑스러운 나로호와 누리호를 만든 로켓맨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사를 정리한 책이다. 우주개발의 불모지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자력 우주로켓을 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발돋움시킨 로켓맨들이 직접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다. 항공우주연구원 창립 멤버이자 2014년 항우연 10대 원장을 지내며 나로호 개발 및 발사를 총괄한 조광래 연구원과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 총괄을 담당한 고정환 연구원이 이 책의 저자이다. 이론은 물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그들이기에 기초적인 과학로켓부터 나로호,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있었던 사건과 일화, 기술적 정보를 그동안 공개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 일목요연하게 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실패했다고 좌절감에 빠져 주저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1988년 미국의 우주연구소에 무작정 유학을 떠나 로켓공학을 배웠고, 우주센터 최적의 입지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거절 끝네 만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연들은 한 편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또한 로켓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기술 확보를 위해 자력 개발을 추진한 집념과 마침내 기초적인 볼트와 너트부터 우주로켓 핵심 기술인 킥모터와 페어링까지 순전히 우리 힘으로 만들어낸 연구원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연구 기록 등을 보면 저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들 모두는 책임감과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마음을 다지며 30여 년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해온 끝에 미지의 우주를 향한 동경과 희망을 현실로 구체화시킨 자랑스러운 한국의 로켓맨들이다.

 

 

"34년의 우주발사체 개발 여정은 성공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기술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일단 멈추면 퇴보하고 만다. 우리에겐 반드시 가야 할 누리호 그 다음이 있다. 더 넓고 더 먼 우주로 영토를 확장하려면 더 크고 더 힘센 차세대발사체가 필요하다. 물론 그다음의 길에도 견디기 힘든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로켓맨에게 포기란 없다." (p. 219)

 

 

2022621,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발진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우주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과 동시에 우주개발의 문턱에 스스로의 힘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누리호가 우주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수많은 한국의 로켓맨들의 도전과 좌절, 인내와 극복의 스토리가 존재했다. 자력 우주발사체 보유 여부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도 크게 바꾼다. 그런 면에서 나로호와 누리호의 성공은 세계적인 임팩트를 준 사건이다. 특히 나로호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2021년 아르테미스 계획 협정에 10번째 국가로 서명할 수 있었던 것도 우주 강국으로서의 높아진 위상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로켓맨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로켓맨>을 읽으며, 비록 우주 개발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그것이 비록 SF 소설에 등장하는 광속이나 워프 항법의 속도에 한참 못 미치는 저속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향만 정확하다면 언젠가는 꿈에서만 그리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한국의 우주과학 기술이 있기까지 열정을 가지고 수많은 도전을 했던 과거의 로켓맨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 도전하고 있는 현재의 로켓맨들, 그리고 미래의 로켓맨들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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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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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들어선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산을 오르자면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한다.” - 움베르토 에코 -

 

 

편집자가 장미의 이름의 도입부 100 페이지를 줄일 수 없겠냐고 물었을 때 움베르토 에코는 도입부는 고행 혹은 입문의례와 같은 것이며, 그런 수고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수 없다고 말하며, 어떤 사람이 낯선 수도원에 머무르려고 한다면 그 수도원 자체가 지닌 행보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이는 비단 소설을 읽거나 산에 오르는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삶 속에서 매번 얼굴을 달리하고 찾아오는 삶의 순간 순간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 호흡을 달리하고, 자신만의 행보를 익히며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세상에 공개되는 소설은 아니지만 제임스 설터의 소설이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무엇보다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신작의 제목이 <고독한 얼굴>이라는 '고산 등반'이라는 소재를 다룬 소설이라는 걸 듣고, 인간의 삶 깊숙히 침잠하여 잎맥 같은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에게 너무나 적합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인간의 미지의 세계에의 동경과 삶의 냉혹함을 표현하는데, 또한 삶은 고난과 시련이라는 작가의 아포리즘을 구현해내는 데 있어 '고산 등반'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문득 '(light)'과 같은 밝고, 화려해보이는 삶도, 가까이 다가가 면밀히 뜯어보면 허무하고 무의미한 '가벼운 (light)' 삶일 수 있다는 그의 전작 <가벼운 나날 (light years)>이 떠올랐다.

 

 

움베르토 에코의 조언대로 소설에 대한 기대를 한아름 안고 거장이 만든 '고봉(高捧)'을 오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에코는 소설에 들어서는 것을 산에 오르는 과정에 비유했지만, 설터의 <고독한 얼굴>은 소설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산에 오르는 체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부지런히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했다. 호흡법과 행보를 언급한 건 솔직히 약간의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임스 설터의 애독자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Solo faces>란 이름으로 1979년 미국에서 발표되었던 소설이 40여년이 넘는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넘어 <고독한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반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공간을 건너 그의 소설 속 세계에 들어서고 적응하기 위해서 나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산이 아닙니다.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p. 195)

 

 

하지만 서서히 오래전 그가 구축한 세계에 들어서고, 그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호흡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구축한 세계에서 40여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저마다 직면한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산 등반'이라는 소재가 이를 더 가능하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산에 오르는가 하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Because it’s there.)'라고 답한 조지 말로리의 명언처럼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을 바라보고, 등반을 선택하고 수많은 위험과 고난, 두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 안에 있는 약함과 무기력, 절망감을 몰아내고, 자신의 고독한 얼굴을 마주하면서 내면을 성찰하고 삶의 시련을 견딜 의지를 끌어올리는 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고산 등반'은 변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시련을 겪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끝내 견뎌내고 극복하는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걸 되살려내는 데 기쁨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전반적인 진실의 문제가 있어요. 우리에겐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요." - 제임스 설터 파리 리뷰 인터뷰 -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은 사건의 잔상과 흔적, 진실의 파편 속에서 원형만이 남아 우리의 의식속에 누적된다. 그러한 기억의 원형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되살려낼 때 우리 삶과 진실의 의미가 재구성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His own historian)라고 할수 있다. 제임스 설터는 <고독한 얼굴>에서 '버넌 랜드'라는 한 등반가의 성공과 몰락의 과정을 조명하며, 우리 삶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에서 랜드는 사회부적응자다. 대학과 군대생활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 지붕을 청소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삶에 대한 특별한 목표와 의지도 없이 여성들을 만나고, 관계 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 등반을 함께 했던 친구 캐벗을 만나 등반에 열정을 다시 불태운다. 샤모니로 가서 여러 등반에 성공하고, 드뤼에서 조난자들을 구하며 랜드는 등반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등반에의 순수한 열정을 일상의 삶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욕망과 유혹,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깊은 고독의 심연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독한 얼굴>은 고산 등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우리는 왜 삶을 살아가는가?

 

 

"내가 등반에 대해 배운 한 가지가 뭔 줄 알아? 단 한 가지 교훈 말이야."

 

"뭐지?"

 

"등반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 "진짜 투쟁은 그 후에 온다는 걸." - p. 256 -

 

 

사실 앞서 언급한 조지 말로리의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Because it’s there.)'라는 말보다도 등반에 관한 진정한 명언은 정상은 내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 전에는 진정 오른 것이 아니다. It’s not until the summit comes down that it’s mine. Before that, it wasn’t really a climb.' 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의미를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하였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등반을 삶의 메타포로 바라볼 때, 우리는 등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종국적으로 산에서 내려와야 하고, 다시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말로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말 그렇지 않을까? 정상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반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 소설 속 랜드의 말처럼 진정한 투쟁이며 삶에 대한 교훈이 아닐까?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정복은 의미가 없다. 등반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고 자신을 탐구하고 내면을 탐험하기 위한 것이다.“ - 라인홀트 메스너 -

 

 

전설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고 세계최초 7대륙 최고봉 무산소 완등, 남극 및 북극 탐험, 고비 사막 횡단, 그리고 히말라야 8천미터 14좌를 모두 알파인 스타일 안내인이나 지원인력의 도움 없이 고정캠프나 고정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또한 산소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자력으로 정상까지 등반하는 방식로 오른 기록을 세웠다. 그가 남긴 기록만으로도 그는 이미 산악 등반의 전설이지만 메스너의 위대함은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불가능에 끊임 없이 도전한 이유는 고난과 시련을 딛고 내면을 성찰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대중들은 라인홀트 메스너의 위대한 기록에만 주목하지만 그도 17번이나 정상 등반에 실패하였고, 등반 파트너였던 자신의 친동생도 잃었다. 그의 빛나는 성공 뒤에 고독과 두려움, 실패가 있었기에 그가 등반가로서, 또 한명의 인간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투쟁은 등반 이후에 온다.'는 랜드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랜드는 산에서 등반 이후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답을 찾으려 했던게 아닐까? 소설 속 랜드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진 등반가 게리 헤밍의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다만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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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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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새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인류의 지적 전통을 자연스레 전수 받으며 세계를 조망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거다 러너의 말이다. 세계는 아버지의 이름에 의해 호명되고 구성되기 때문에 남성은 세계를 잘 익히기만 하면 되는 반면 여성은 끊임 없이 자신을 단속해야 하며 아버지의 어깨 위로 올라가 세상을 조망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보니 가머스의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으며 처음 떠오른 단어는 '페미니즘'이었다. "저는 6시 저녁식사를 통해서 화학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여자들이 화학을 이해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테니까요."라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의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지론에 대해 설명한다. "저는 원자와 분자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규칙 말이죠. 여자들이 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면 그들을 위해 창조된 세상의 그릇된 한계를 보게 될 겁니다. 남성을 단성적 지도력을 갖춰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역할로 몰아넣는 인위적인 문화와 종교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2권, 204쪽)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사람은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 우월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으로 오해되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한 젠더갈등의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한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의 주체에 대해 주목할 뿐 그것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즉 페미니스트가 반대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다. 남성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성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또한 여성도 때론 성차별주의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모든 형태의 성차별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유와 평등, 해방을 위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지배와 복종, 강압, 억압과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고 대등한 입장에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페미니즘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노력을 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페미니즘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종식시키고, 그것이 가진 비전을 제대로 알리고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읽으며, 이 보다 적합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시 저녁식사는 인간의 공통점인 화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 시청자들이 이제껏 배워온 사회 규범, 즉,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식의 케케묵은 관념에 저도 모르게 얽매여 있더라도, 우리 방송은 문화적 단일성을 넘어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 겁니다. 분별력을 갖추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2권, 112쪽)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는 '화학에서 배운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의미 있을 것 같은, 어렵고 복잡할 것만 같은 화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시 엘리자베스 조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엘리자베스는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고 말한다. 또, "화학은 삶 그 자체인 동시에,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실제 우리의 삶 자체가 화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행위는 산화-환원 반응이고,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고분자 해중합(분해) 반응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서 수많은 필수 화학물질이 생산되고 사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화학반응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이 모든 화학반응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잘 몰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화학반응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삶도, 물질의 변환도 에너지의 생산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삶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면 밑에서 수많은 화학반응이 끊임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화학반응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우리의 삶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의 "화학은 삶이며, 변화"라는 것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는 페미니즘을 넘어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2권, 252쪽)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맺게 되는 인간관계도 화학의 원자 결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도 공유결합처럼 사랑과 헌신, 우정이라는 마음을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 마음이 뭉치고 결합하여 내가 상대의 일부가 되고, 상대도 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가 된다. 우리는 흔히 사람간의 좋은 관계를 ‘케미가 좋다 (good chemistry)’ 혹은 ‘케미가 맞는다’고 표현한다. 이는 화학반응으로 형성되는 견고한 결합만큼이나 단단한 인간관계를 비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이혼사유 역시 "성격차이 (difference in chemistry)"이다. 인간관계에서 보다 튼튼한 결합이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마음을 나누는 존재가 많을수록 상실감과 공허함이 메워지고, 가치 있는 삶이 지속될 수 있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좋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좋은 에너지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힘이 된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화학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젠더 뿐만 아니라 인종, 동성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는 각종 차별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화학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와 같이 우리 각각은 저마다의 역사와 존재 이유를 가진 하나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든다. 하지만, 섬은 단절된 듯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띠는 특별한 공간이다. 수면 위 드러난 부분을 기준으로 보면 섬은 단절된 공간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수면 밑으로 섬과 섬들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의 흔적, 아픔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삶의 고통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진정한 위로의 경험을 얻는다.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 6시에 저녁 식사를 같이 해요. 에이버리와 윌슨, 매드와 여섯시-삼십분, 해리엇, 월터와 어맨다까지 모여서요. 조만간 웨이클리와 메이슨도 만나보셔야 할 거예요. 온가족을 보셔야죠."

"그래요, 온 가족이 모여봐요." (2권, 297쪽)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엘리자베스는 딸인 매들린 (매드), 반려견 여섯시-삼십분과 함께 추가로 가부장적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해리엇, 새롭게 가족이 된 에이버리와 윌슨, 혈연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상처 받은 월터와 어맨다 모두와 손을 잡고 가족이 된다. 가족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끝없이 일어나는 실수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게 삶"이란 말처럼 (1권, 298쪽), 살아가다 보면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각각의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서 그러한 경험을 함께 하며 더 단단해진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함께 헤쳐간다.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 혈연 등으로 이루어지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으며 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의 개념을 사라지고, 원자화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가족을 형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꼈다. 내가 엘리자베스 조트의 화학강의를 통해 배운 또 하나의 사실이다. 누구든지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다수가 결합한 분자도 가능하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 또는 부부와 아이라는 이른바 정상가족만이 단단한 결합이며, 가족의 기본이 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나고 화학반응처럼 단단히 서로를 지지하며 유지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조트와 그녀가 이룬 가족의 앞날에 빛이 깃들길 바란다. 애독자로서 이에 대한 속편이 출간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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