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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켓맨 - 1988-2022 한국 우주로켓 개발 최전선의 이야기
조광래.고정환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평점 :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TO INFINITY AND BEYOND!)”
우리가 바라는 모든 꿈은 계속할 용기만 있다면 모두 이루어진다고 말한 월트 디즈니의 말을 대변이라도 하듯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서 버즈 라이트이어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를 향한 인류의 오랜 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기나긴 우주개발의 역사 속에서 좀 더 들어가서 한국의 우주 개발의 역사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과학과 우주에 대해 나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우주개발의 역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그동안 찾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본서 <우리는 로켓맨>이다.
"나로호부터 누리호까지 지난 34년의 로켓 개발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담은 이 책에서, 인생을 바친 과학자들의 담담한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그들의 끈기와 열정에 감복하고 그들의 좌절에 마음을 졸이면서 과학기술 개발의 진면목을 생생히 맛볼 것이다." -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
<1988-2002 한국 우주 로켓 래발 최전선에서>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본 서는 자랑스러운 나로호와 누리호를 만든 ‘로켓맨’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사를 정리한 책이다. 우주개발의 불모지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자력 우주로켓을 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발돋움시킨 ‘로켓맨’들이 직접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다. 항공우주연구원 창립 멤버이자 2014년 항우연 10대 원장을 지내며 나로호 개발 및 발사를 총괄한 조광래 연구원과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 총괄을 담당한 고정환 연구원이 이 책의 저자이다. 이론은 물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그들이기에 기초적인 과학로켓부터 나로호,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있었던 사건과 일화, 기술적 정보를 그동안 공개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 일목요연하게 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실패했다고 좌절감에 빠져 주저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1988년 미국의 우주연구소에 무작정 유학을 떠나 로켓공학을 배웠고, 우주센터 최적의 입지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거절 끝네 만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연들은 한 편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또한 로켓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기술 확보를 위해 자력 개발을 추진한 집념과 마침내 기초적인 볼트와 너트부터 우주로켓 핵심 기술인 킥모터와 페어링까지 순전히 우리 힘으로 만들어낸 연구원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연구 기록 등을 보면 저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들 모두는 책임감과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마음을 다지며 30여 년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해온 끝에 미지의 우주를 향한 동경과 희망을 현실로 구체화시킨 자랑스러운 한국의 로켓맨들이다.
"34년의 우주발사체 개발 여정은 ‘성공’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기술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일단 멈추면 퇴보하고 만다. 우리에겐 반드시 가야 할 누리호 ‘그 다음’이 있다. 더 넓고 더 먼 우주로 영토를 확장하려면 더 크고 더 힘센 차세대발사체가 필요하다. 물론 ‘그다음’의 길에도 견디기 힘든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로켓맨에게 포기란 없다." (p. 219)
2022년 6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발진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우주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과 동시에 우주개발의 문턱에 스스로의 힘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누리호가 우주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수많은 한국의 로켓맨들의 도전과 좌절, 인내와 극복의 스토리가 존재했다. 자력 우주발사체 보유 여부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도 크게 바꾼다. 그런 면에서 나로호와 누리호의 성공은 세계적인 임팩트를 준 사건이다. 특히 나로호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2021년 아르테미스 계획 협정에 10번째 국가로 서명할 수 있었던 것도 우주 강국으로서의 높아진 위상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로켓맨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로켓맨>을 읽으며, 비록 우주 개발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비록 SF 소설에 등장하는 광속이나 워프 항법의 속도에 한참 못 미치는 저속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향만 정확하다면 언젠가는 꿈에서만 그리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한국의 우주과학 기술이 있기까지 열정을 가지고 수많은 도전을 했던 과거의 로켓맨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 도전하고 있는 현재의 로켓맨들, 그리고 미래의 로켓맨들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