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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재앙과 혼돈 속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 경계를 걷는다는 것은 삶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이고, 삶의 길을 걷는 것이 행복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다.” (P. 10)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인생의 법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저마다의 인생의 답을 정의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질서 너머>의 저자 조던 피터슨은 그 유명한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나름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인생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본작 <질서 너머>는 그것의 연장선상이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법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과 <질서 너머>에 등장하는 저자만의 법칙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제시한다면 아마도 '질서'와 '혼돈' 그리고 '책임'과 '삶의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자. 그 사실을 잘 아는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재한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 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즉 심원한 가치 체계에 내재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희망을 잃고 절망적인 허무주의의 유혹에 빠져들고 만다." (P. 14)
모든 규칙은 한때 다른 규칙을 깨는 창의적인 행동이었다. 모든 창의적 행동은 나중에 쓸모 있는 규칙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는 감사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과거를 지지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내다보면서, 우리를 유지하고 지탱해준 오래된 질서가 비틀거리고 삐그덕거릴 때는 그것을 수선해야 한다. 질서와 혼돈과 관련한 저자의 법칙들을 보면서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 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맘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
삶은 '질서'와 '혼돈'이라는 애증의 관계인 한 쌍의 연인이 추는 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춤은 혼자서는 절대 출 수 없고, 어느 일방의 리드만으로 지속될 수도 없다. 또한 두 주체가 선율에 맞추어 추는 춤은 아름다운 장면만으로 구성되지도 않는다. 때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상대의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박자를 놓쳐서 상대가 손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상대와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연인들의 인생의 주어는 ‘나’에서 ‘우리’로 변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립이란 결코 혼자 사는 것, 자신의 일을 자기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생각하고, ‘내’가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달성한다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바로 자립이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실재하는 것과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독특하게 섞여 있는 것을 본다. 우리가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때 그 가능성은 정말로 기적을 일으킨다.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심연과 어둠의 해독제를 발견할 수 있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P. 430)
사랑은 감정의 문제라기 보다는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레임 가득한 사랑의 시작은 여리고 깨지기 쉬운 불안정한 감정에 불과한 것이나, 그러한 사랑의 가능성을 발전시켜 사랑을 완성시키고 결실을 맺게 하는 것은 관계의 진전을 위한 서로간의 끊임 없는 노력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오만과 착각 속에서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관계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하곤 한다. 삶이 혼돈과 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라면, 삶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삶으로 진화할 수 있는 건 '나' 보다는 '우리'의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의미 있는 인생의 길,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해당하는 좁고 험한 길이다. 그 길을 끝까지 종주할 때 비로소 질서와 혼돈이 균형을 이룬다. 진실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관계에서 형성되는 '연대'가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그 모든 가능성, 그 모든 공포와 함꼐 하루를 맞는다. 그리고 좋든 나쁘든 방향을 가늠하고 경로를 정한다. 책임감을 갖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 진실하고 겸손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P. 405)
"만일 여려분이 인생의 한계에 용감하게 맞선다면, 고통의 해독제가 되어줄 삶의 목적을 갖게 된다. 심연과 자발적으로 눈을 맞춘다는 것은 삶의 어려움과 그에 딸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짊어질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P.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