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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4
야크 드레이선 지음, 아너 베스테르다윈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은 치매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이 2006년에 처음 나왔더라고요. 이미 20년도 전에 치매에 대한 그림책을 썼다니 참 대단하네요.
이 책은 벨기에 작가인 야크 드레이선의 작품이에요.
네덜란드에서 살다 온 저는 이 책이 더치로 씌어있는 거라 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저희 집안에는 치매 환자는 없지만, 몇 해 전 '치매'를 주제로 시를 써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서 더 공감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살짝 제 작품을 공개합니다.
치매
캄캄한 밤이 찾아왔다
도둑이 들었다
가장 소중한 기억부터
차례차례 보자기에 쌌다
자기들만이 아는 방법으로
매듭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꽁꽁 여몄다
기억의 주인은
손을 쓸 틈도 없이
기억을 도둑맞았다
차곡차곡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삶의 보물상자
도둑이 가고 난 자리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차디찬 몸뚱어리
이 그림책은,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엄마와 딸(페트라)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도 손에는 꽃을 들었지만 표정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여름 초원에 있는 할머니는 그들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딸과 손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3대는 산책을 하고, 어린 페트라는 엄마한테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할머니가 그 노래를 알아듣고는 한 번 더 불러달라고 하네요.

할머니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페트라는 엄마에게 엄마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면 자신의 아이도 엄마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게 할 거라고 이야기 하며 엄마와 페트라는 끌어안고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자식의 얼굴도, 손녀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치매.
그래도 어디선가 많이 듣던 노래를 부르는 손녀를 보자 놀라는 할머니.
할머니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래였습니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불러주고, 엄마가 딸에게 불러주었던 그 노래를 통해 기억하지는 못해도 그들은 한 가족임을 느끼게 해주는 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노래 덕분에 할머니는 어릴 적 물에 빠져 죽은 막내딸을 기억해냅니다.
그리고는 페트라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춤추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를 글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녹여내면서도 노래를 통해 할머니의 닫혔던 기억의 문을 열어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