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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도쿄 2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ㅣ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시티호퍼스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1월
평점 :
퇴사준비생의 도쿄 2 : 인사이트를 가지기 위해 당신이 방문해야 할 15개 비즈니스 현장
신주쿠의 도큐핸즈 전 층을 오르내리며 흥미를 끄는 상품들을 뒤지며 사진을 찍어 대던 경험은 일본 비즈니스 여행 중 제일 즐거운 순간이었다.
신규 사업을 구상하는 업무가 내게 꼭 맞는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회사 돈으로 출장비까지 받아가며 벤치마킹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봐야 몇 번 안되지만 적은 출장 횟수에도 체험하고 감상한 자산은 업무는 물론 개인의 아이디어 만들기에도 훌륭한 거름이 되었다.
양복 안쪽 주머니에 사표를 꽂고 다니는 비장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상황이 팍팍 해지니 상사 얼굴에 냅다 던지고 속 후련하게 사무실 문 박차고 나올 용기는 꼬깃하게 접어 지갑 속에 넣어 놓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중얼거림은 24시간 머리 속 조용한 서랍 속에서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아날로그에 발목이 잡혀 갈라파고스 저팬의 불쌍한 일본이지만, 그들은 아직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을 구가하고 있으며 100년 훌쩍 넘은 세계 정상급 국가 위상으로 숙성시킨 저력은 문화와 생활 전반에 생생히 살아있다.
새로운 영역에서 고객과 조우하기 위한 구상을 위해 도쿄가 한번쯤 벤치마킹해볼 이유는 충분하다는 설득력이다.
여러 도시의 취업준비생 시리즈를 출판 데뷔시키는 시발점이 된 도쿄의 재방문은 이런 면에서 반갑고 기대됐다.
무인양품을 연상시키는 붉은 표지 속에 숨어진 일본 냄새 가득한 비즈니스의 요지경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어떻게 건질 수 있을까, 대어를 꿈꾸는 낚시꾼의 심정으로 책장을 넘겨갔다.
15가지 테마를 통해 그동안 새롭게 일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트렌드에 대한 설명은 국내와는 확실히 다른 기질을 느낄 수 있고, 일본 비즈니스의 장점을 어떻게 우리의 냄새 가득한 뉴 페이스로 키워 나갈지 상상해보는 룰루랄라 시간을 가지게 됐다.
인상깊었던 2개의 테마를 살펴보겠다.
첫번째로 우리를 맞이하는 장인간장은 서두에 꼭지로 뽑았을 만큼, 도쿄와 잘 어울리는 상품이며 그들의 생활 특성까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집 냉장고에는 스시용 간장을 따로 준비해 놓았다. 함량 좋은 생 와시비와 함께.
회를 먹을 때 간장이나 초장을 선호하지 않고 와사비를 집중 공략하는 편이지만, 살짝 묻힌 간장이 와사비와 어울리는 조화는 단골 횟집에서 느끼는 또다른 풍미였다.
그래서 따로 작은 용량의 회 전용 간장을 주문하여 집에서 연어 필렛으로 회를 썰어 먹거나 냉동 참치회를 해동해서 즐길 때 활용하기 시작했다.
조금 많은 양을 횟감에 묻혀도 일반 간장보다 짠 맛이 덜하니 부담스럽지 않게 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결국 우리 집에는 3종의 간장이 있다.
간장을 음식의 기본 조미료로 사용하는 일본인들의 식성은 시대가 바뀌며 점차 구매 량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맛의 전통을 지켜야할 필요도 있고, 음식마다 천차만별인 간장의 미묘한 맛을 지키기 위한 전통 제조업자들의 생존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인간장은 일본 사람들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정확히 캐치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상품을 중계하는 자의 역할 이상을 해냈다.
책에 소개된 사진만 봐도 6개 카테고리로 음식에 맞는 간장을 구분하고 넘버링을 하거나, 소용량 상품으로 패키징 하여 구매부담을 없애고 종류별로 조금씩 소비자가 구매하는 패턴을 만들어 상품 판매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었다.
축소되는 시장에서도 생각의 변화와 트렌드를 읽어가는 정확한 눈이 시장을 선도하며 시장 자체를 확대재생산시킬 수 있는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두번째는 사회 무브먼트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고판매점 “패스 더 바톤”이다.
도쿄나 오사카를 방문하면 꼭 찾아보는 장소가 “북오프”다.
국내에도 잠시 진출했지만 지금은 망해버렸다.
원래 취급하던 책, 음반, DVD는 벽면을 가득 채웠고 구하기 힘든 아이템들도 섞여 있다. 국내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음반도 저렴한 가격으로 특템할 기회가 많다.
취급품목을 점점 넓히고 있어 지점마다 태블릿, 휴대폰 등 IT기기 공간을 확대하는 샵도 있고, 전문적으로 의류를 별도의 공간에 전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요즘은 당근으로 개인간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몇 년 전 북오프를 보고 국내 유통업을 기반으로 한 중고 활성화 사업계획을 보고했지만, “중고 상품은 아닌데…”라고 전무님의 거부로 휴지통에 버린 기획안이 문뜩 떠오른다
패스 더 바콘은 위의 북오프와는 조금 다르다.
리사이클, 리메이크, 리라이트라는 3가지 방식으로 중고상품들을 고객에게 소개한다.
악성재고에 몰린 하자상품이나 유행에 지난 올드한 상품들을 새로운 컨셉과 가공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고객에게 소개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조사에게는 헐값이 넘기거나 폐기해야 할 위기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고객입장에서는 지금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기능적인 상실없이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소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인이 내놓은 상품에는 개인 프로필을 엮어 스토리텔링으로 상품의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노련하다.
아쉽게도 3개의 매장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폐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을 접은 게 아니라 부정기적 행사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매장에서 사용하던 차별화 전략을 활용하여 수익면에서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가지고 있고, 상품의 재활용이라는 근본 취지를 사회 운동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무브먼트의 하나로 정착시키는데 노력을 다한다.
사업이 조금 뜬 다 싶으면 점포를 늘리고 프랜차이즈 플랜을 세우는데 혈안인 국내의 분위기와는 다른 점이 부럽다.
일본은 참 재미있는 나라다.
우리와 정서나 문화로 그 어떤 나라보다 유사성이 많으면서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반대의 성격도 자주 충돌한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비즈니스의 모델이 우리에 맞게 가공되고 변형되었을 때 전혀 새로운 기회로 손에 잡힐 수도 있다.
전술했던 당근의 성공은 일본의 궤도와 분명 다르지만, 두 나라 국민속성이 제각각 같은 니즈에서 분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차이가 있는 부분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선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퇴사를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에게 새로운 시장의 속성을 간접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향후 개인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다녀올 생각인데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방문하여 실제 눈으로 보고 사진도 찍어볼 계획이 생겨서 들뜬 마음이다. 통역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책의 내용을 상기시키며 더 많은 정보를 입력시킬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