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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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를 관통한 예슬혼의 세계를 들여다 보다 그리고 발견하다. 인간의 모습을.]

도시라는 인간이 쌓아 올린 최고의 문화 유산 내부에서 예술이라는 아름다움의 향기가 넘나드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도시의 세련됨 이면에는 온갖 추악한 인간 행동 군상의 찌꺼기 들이 방치되어 있고 산업화로 인한 빈민가의 위험한 위생과 파괴되는 환경의 디스토피아 음영도 공존하고 있다. 그런 만큼 도시를 채우는 예술은 새로운 문화 향기가 탄생하는 그릇과 오물을 세척하는 빨래통 또는 정수기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고고한 귀족의 향유가 아닌 더러운 바닥을 기어가며 살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 이슈와 비판을 담아낸 작품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믿음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책에 서술된 도시와 예술의 역사는 인간의 거대한 도시라는 공간의 틀에서 예술의 향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예쁜 꽃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으로만 한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인간사의 굴곡과 더럽고 추악한 이율배반의 세태까지 비판으로 담아내는 예술의 향기가 진정 도시에서 요구하고 추앙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말로만 듣던 바빌론의 고대 도시부터 지척에 있는 평양의 오묘하고 기괴한 형태의 결과물을 커다란 붓의 한 획이라는 거시시점에서 조망해보는 의미는 바로 이런 시대와 불문한 저항과 예술의 연관 고리를 찾아내려는 시도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멋진 박물관에서 긴 대기 줄로 구경하는 유명 작품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시대 정신을 표출하고 삐뚤어진 예술혼으로 난잡한 캔버스나 공간을 해체하고 결합했던 불운한 천재들의 광기가 더욱 기대되는 시작점 아닐까 싶다.

우리 역시 남과 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평양이란 고도시의 도도한 역사와 예술의 (엇나간) 결합을 너무 냉랭 하게만 바라보고 있는 거 아닐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술이 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전통의 관념에서 벗어나 프로파간다의 선전도구로 기막히게 기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상업주의 자본시장에서 예술의 향취 가득한 상업용 광고에 찬사를 보내는 행위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남한과 북한의 이원화라는 과정이 왕권 국가로 회귀할 뻔한 현재의 어지러운 나라 상황이 먼 공간에서 교차되는 건 단순한 느낌일 뿐 일지.

팍스 로마나의 원대한 꿈을 현실화 시켰던 로마의 도시들과 예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 원인이 이런 역동성과 변화에 기반하였다.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인 “로마”의 잘 알려진 역사 이면에 숨어있던 정치 체계와 문화의 변동은 통사 위주로 역사를 이해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권력 쟁탈을 위해 사회제도와 문화, 더 나아가 예술의 가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배냉은 서아프리카에 존재했던 도시로 지금은 나이지리아 지역에 있던 대규모의 도시다. 당시 유럽의 어느 도시와 견주어 봐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던 문화와 결실을 표출했지만, 아쉽게도 서구 열강의 약탈로 인해 그들의 위대했던 유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미국/유럽/중국 중심의 세계사에 길들여진 탓에 등장하는 왕이나 지역의 이름은 낯설고 머리 속으로 바로 입력되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는 지역들에 번성하던 문명과 그들의 도시, 예술을 연결하여 바라 보는 과정은 마치 신대륙을 처음 발견하는 설레임이 있다. (사실 신대륙이라는 단어조차 지극히 서구의 시선이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렬한 목마름은 바로 이렇게 아는 범위 훨씬 밖에 서있던 새로운 진실의 순간과 마주했을 때 아니던가. 제주 아프리카 박물관의 전시품들에 느꼈던 토속과 샤머니즘으로 뒤범벅된 원시 냄새 풀풀 나는 편협한 느낌에서 벗어나 한 세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숨어있는 왕국에 대한 전설을 찾아나서는 추가 독서도 한 번쯤 꿈꾸게 된다.

역시 세상의 중심은 뉴욕이다.

미국의 역사 속에 한 도시의 영광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민자들이 처음 보는 아메리칸 드림의 첫 장면으로 더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유럽의 시간이 만들어낸 문화 유산에 대해 부럽기만 하던 미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도시 역시 뉴욕이다.

20세기 들어서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이 속속 꿈꾸듯 홀리 듯 도시로 몰려들었고, 가난함과 부유함이 공존하던 공간에서 인류가 그동안 누렸던 속박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새로움이 넘쳐나는 예술 사조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가동이 중단된 폐 공장은 돈 없는 예술가들의 거주지이자 작업장으로 속성을 변경하였고 그렇게 꿈틀대던 예술혼은 뉴욕이라는 새로운 풍요의 도시의 기운을 받아 대중과 호흡하며 전혀 색다른 결과물을 가져왔다.

뉴욕의 예술을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뛰어난 작품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미술품이라는 비아냥을 극복했으며, 현대미술의 이전과는 단락을 구분 짓는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와 혁명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가능했고, 뉴욕이라는 도시가 품을 수 있는 경제와 예술의 지적 포용력이 융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사와 미술, 그리고 문화를 한데 묶어 새로운 독서 경험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벽돌책이지만 말랑말랑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족을 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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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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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에서 또다른 일정을 짜고 있는 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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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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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여행 에세이에서 또다른 일정을 짜고 있는 내가 시작됐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6월말의 오사카.

끔찍하다.

티셔츠 뚫고 나온 땀이 옷 표면에서 증발해 검은 바탕에 하얀 소금이 낀다.

1박 2일 출장이라니.

가혹하다.

왕복 160만원짜리 비행기표가 그저 아깝기만 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시장조사를 가는 일정이니 압박이 턱까지 밀려오지만, 2일만 자리 비움이 가능하다. 비행기표 가격을 생각하면 1주일은 다녀와도 좋을법한 출장이지만 토/일 자기 휴무를 반납하고 다녀오는 일정은 그래도 즐겁긴 했다.

 

아무리 룰루랄라 떠난 여정이지만 확실히 보고 올 장소는 다녀와야 리포트가 완성된다.

사전 준비된 계획대로 5군데 스팟을 설정하여, 이 장소는 반드시 방문하여 앞으로 전개할 새로운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그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막상 방문하고 나니 토/일이라 일반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당시에는 무슨 생각으로 휴무하는 회사 건물에서 경비실을 통해 본관으로 진입했는지.

그 와중에 더듬거리는 영어로 당직자인 동시에 업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실무 책임자와 명함도 교환하고 일본 업계의 간단한 현황과 추후 업무 연락을 할 수 있는 인맥을 확보한 건 기적 같았다.

워낙 숨가쁘게 짜인 일정으로 저녁 식사를 밤 10시나 되야 할 수 있었으니 하루의 강행군 동선이 만만치 않았던 반증이다.

오사카의 짧은 인상은 이렇게 기억된다.

 

25년 6월경, 근 10년만에 오사카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회사 업무가 아닌 친구와 여행이지만, 그 와중에도 나중에 혹시라도 시작하게 될 지 모르는 개인 사업에 대한 가늠쇠 역할도 포함하고,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관광과 먹거리를 메인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올해 3월 도쿄 여행 준비 당시에는 현지인에게 알려진 덜 유명한 카페에 대한 자료와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의 한적한 주택가 방문 에세이를 찾아보는 식으로 여정을 준비했고, 오사카와 교토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다.

 


여유 있는 일정 기간이 남아있어, 오사카와 교토를 이어주는 뻔한 가이드 북 뿐 아니라, 에세이 형태로 하루를 채워가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 준비부터 시간 흐름에 따라 꼼꼼하게 경로를 기록한 에세이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디테일 한 정보와 방문지를 얻을 수 있어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학교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 작가는 여행을 즐겨하는 타입은 아니다. 여행의 욕구는 호불호를 떠나 어느 순간 바람처럼 쑥 밀고 들어오는데 그녀에게도 결심을 굳히는 순간이 다가왔고, 막상 준비를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 몇몇 도시를 방문한 경험은 있지만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은 즐거운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도쿄를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도 혼자 여행하게 되었던 올 3월의 기억과 준비과정을 떠올려보니 공감이 된다.

 

책에는 구글 맵의 정확도가 부족해서 불편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내 경우에는 어플 하나로 타국의 세세한 지도 정보와 목적지 찾기,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어디서 언제 갈아타는 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 무척 편했기에 공감은 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여행에서 불만 요소 중 하나라고 들었다.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구글 지도 제한 국가라니.)

 


여행을 준비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정해진 일정, 때로는 벗어난 일탈을 꼼꼼히 기록하고 에세이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은 간단해보이는 작업이라도 막상 키보드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써야할 내용이 하얀 백지장만 마주하게 되는 법이다. 책장을 넘겨가며 단락 끊기가 부족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레이아웃의 페이지이지만 순간 순간 잡아내는 관찰력과 감상은 독자들이 다시 여행 가방을 주섬 꾸리고 싶은 욕구를 들끓게 만든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겠다는 목표로 떠났던 도쿄와 오사카 일정이었던 탓에 작가가 방문했던 맛집이나 볼거리들과 동선이 어긋나고 있기에 오히려 흥미롭게 여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다음 방문할 때는 책에 등장하는 눈에 띄는 몇 군데를 추가하려고 한다.

구글 맵에도 압정을 콕 꽂아 두었다.

 

교토야 오사카와 커플링이 되는 관광지니 언제나 가야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나가노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책을 읽어가며 방문지의 목적을 하나 늘리는 재미도 있다.

 

바쁜 일정에 뮤지컬 공연 관람을 끼워 넣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는데, 다음 방문할 때는 혹시라도 유명한 해외 아티스트의 일본 투어나 오래된 일본 밴드의 공연 일정이 혹시라도 시간이 맞아 떨어지는지 체크 하자는 바램도 생긴다.

여행을 떠나는 열성과 공연까지 챙기는 열의가 합쳐진다면 기억에도 더욱 오랫동안 또렷이 남는 인생의 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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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이주량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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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미래 무기, 식량 - 농업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한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동네 시장 통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다.

이름도 평범한 “할아버지 떡볶이 집”.

맛이 대단하지 않은데도 언제 방문해도 길게 줄이 서있다. 번호표 하나씩 들고.

전략인지 커다란 조리 판을 두개 정도 운영하면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줄어들 텐데 1개만을 유지한다. 

처음에는 뭐야 평범한 맛이네.라고 평가절하했는데 2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일부러 꽤 되는 거리를 한달음에 가고 있으니 중독성이 있다.

문제는 가격.

1인분 2500원, 푸짐했는데 지금은 3500원을 거쳐 4000원이 고지되어 있다.

서울 시내 어느 시장을 가도 떡볶이 1인분 가격은 비슷할 거다. 배달 가게들은 5000원을 가격표에 올려 놓고 있으니.

월급 빼고 물가가 다 오르다 못해, 이젠 월급 빼고 또 오른다는 허탈한 말까지 커뮤니티에 나돌고 있다.

 

할아버지 떡볶이 가게가 지속 가격을 상승시킨 이력을 떠올려보니 머리 속에 온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만 가득 찬다. (요즘은 러시아 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나쁜 놈들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도 해서 순서를 바꾼다.)

곡창지대가 온통 전쟁 포염 속에 휩싸였으니, 국제 밀 가격은 폭등했고 이로서 다른 원자재들도 덩달아 상승세로 돌아선 최근 몇 년간의 일이다.

 

무엇보다 러-우 전쟁이 가져온 두려운 결과는 식량 무기화가 실제 가능하고 현실에서 타격감이 얼마나 매몰찬 지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식량부족 문제가 눈 앞에 나타난 이상 각 국은 언제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닥칠지 모르는 먹거리 부족의 비극을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룰을 위배하는 새로운 방식을 욕심 낼 수 밖에 없다.

 

식량 안보의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또다른 문제는 지금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대륙은 더 큰 시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책에서도 언급되 듯 서구 열강의 의도에 따라 상업 작물이 대륙을 덮어버려, 자급자족의 기회마저 잃어버린 검은 대륙의 미래는 더욱 끔찍해진다.

선진국의 기호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자기들의 대륙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기아와 질병에 쓰러지는 속도가 폭증한다. 이로써 세계의 평등을 부르짖던 이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허구의 외침인지 깨닫게 된다.

유사 이래 인류 생존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식량의 부족은 인류가 쌓아왔던 유산과 정신의 성숙을 단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통일벼를 시작으로 한국의 농업 생산성과 자급자족의 길이 열렸다는 챕터에서 위에 언급한 아프리카 대륙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전쟁 이후의 상황은 지금의 아프리카 대륙들과 큰 차이가 없는 가난함 속에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농업혁명가들의 노력으로 한국은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나라로 진행하는 인프라와 승리의 경험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식량의 안정화를 기반으로 급속도의 공업화와 선진국가로의 진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반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세는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어깨를 가까이 할 수 있었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잘못된 지도자 한 명으로 21세기에도 폭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끔찍한 상황을 목도하기도 했다. 아직도 정국불안정인 검은 대륙의 혼란스러운 식량 상황을 견주어 보면, 아직까지도 우리의 성공은 안정 단계가 아니라는 절망감이 살짝 폐부를 찌른다.

 

콩고, 에티오피아, 수단 같이 지도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한 지 제대로 지구본에 손가락을 가져가지 못하는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국가들이 농업혁명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찾아오기는 할까? 사막화는 가속화되고 물 부족과 토지 오염 같은 환경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는 재앙의 위협은 나날이 커져가는데 말이다.

아무리 낙관주의 학자들이 농업기술의 발전속도가 인구증가율은 물론 자연재해조차 이겨낼 가능성을 가졌다고 사탕발림같은 주장을 쏟아내도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점차 들어맞는 불안한 현실을 차마 외면하기는 어렵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농경지의 확대도 책을 읽어가며 두려운 미래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에 일부로 토지 개간을 위해 불을 지르고 있다는 뉴스를 몇 번 TV나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사라진 수목이 결국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생산을 정지하며 인류에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 인도네시아에서 같은 형태로 자행된 농지 확보의 후유증은 독성 강한 비료 사용으로 이어지고, 자연 순환의 법칙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진실이 바로 눈 앞의 이익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 셈이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은 정답을 찾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미래 농업의 인사이트를 여러 챕터에서 찾아낼 수 있다.

단순히 1차 산업의 생산물로 취급할 게 아니라, 고도화된 IT시대에 걸맞는 옷을 갈아입기 최적의 산업이 농업이다.

식량 무기화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도 당장 치솟는 물가에 최적화된 좋은 품질과 가격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은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놓을 수 있다.

대체육이나 곤충 식품 같이 기존에 사람이 먹지 않던 영역의 개발이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안정성을 인정받는 새로운 차원의 미래가 어쩌면 비극의 결말로 이끌 인류의 먹거리 시장에 대안이 될 지 모른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필수 경쟁력이다. 경제와 정치의 놀음으로 미래 기회를 단순 투기의 영역으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피하고 대한민국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여 새로운 농업기술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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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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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역사 : 우주, 지구, 인간 그리고 나 이세상 모든 것에 대한 대서사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연 한 장면이 세상 흐름을 바꾸는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경이롭다.

사라예보의 총성 한 발이 인류가 벌이는 전쟁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꾼 세계대전의 단초가 되고, 미술 지망생의 꼬여버린 젊은 인생사는 수많은 유태인의 죽음을 야기한다.

돋보기를 들여다보고 개인 한사람의 굴곡진 삶의 모습이 세상의 변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찾아보는 과정도 흥미를 잔뜩 집중시킨다.

비록 세계사의 충격을 던지는 사건으로 전개되지 않더라고, 작은 개인 소사의 어긋한 시간 흐름은 본인의 미래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주변 사람과 사회의 작용 반작용까지 잔잔하지만 깊은 파장으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책의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얻은 질병이 조금만 일찍 발현되었다면 이 책을 손에 들고 인류가 거쳐온 장대한 시간의 대서사시를 다시 음미하는 기회 따위는 없었다.

물론 엇비슷한 우주와 그 안의 작은 지구의 역사를 책으로 옮긴 사례야 무척 많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조망하는 기회를 얻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다.

 




빅뱅의 찰나의 번뜩임에서 증기 상태 물질들의 포화와 은하계의 생성, 태양계의 탄생, 지구의 등장, 생명체의 기적.

숨가쁜 현대까지 이어온 놀라움 여정은 페이지 하나에 그려진 도표로 완성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일어날 확률 0.0000000…1의 희박한 가능성이 우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을 등장시키고 나서야 이처럼 극소의 희박한 숫자를 깨뜨리고 탄생한 인류의 모습이지만 신을 배제시킨다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기괴하다.

과학의 치열한 반증과 가설을 들이붓더라도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증명 방정식에 결코 다다를 수 없다.

 

두툼한 책을 너무 급하지 않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장을 넘겨가면 이전의 과학도서들보다는 말랑 말랑하면서 골치 아픈 이론과 용어들에 대해서 정제된 문장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 복잡한 자연현상에 대한 건조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은 해석보다는 거대한 물리의 작동에서 탄생한 우주와 그 안에 작은 영역을 차지한 우리 태양계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된 기적에 가까운 생명체의 기록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는데 초점을 둔 해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책의 첫번째 챕터에서는 과학을 다루는 접근법에 대해 설명한다.

과학이라는 학문에 발을 담고 있지 않는 대다수의 독자는 그동안 특정 분야의 지식을 벌컥 벌컥 들이마시는 일부터 책 읽기를 시작했지만, 약간 다른 견해, 즉 과학 본질을 탐구하는 자세와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공감을 시도하여 책 전체에서 주장하는 바가 기본 원리에서 설명되고 있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이로서 독자는 과학의 법칙과 사례들이 단순히 관찰하고 누군가 주장한 결과물이 아닌 실험과 탐구와 관찰을 통해 주장한 가설이 수많은 검증과 재구성을 통해 현재 시점의 독자의 지식까지 도달하였음을 깨닫게 한다.

부단한 반복의 과정에서 학자들의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도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구에 몰두하던 당시의 에피소드를 자주 꺼내 들면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글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부분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담론을 꺼내 들면서, 호주의 유명한 국립공원이나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씨앗을 독자 눈 앞에 꺼내놓는 기술도 독자들의 어려운 영역에 도전을 보다 쉽게 도와주는 장치이고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는 적정한 밸런스를 유지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더욱 천천히 꼼꼼하게 읽겠다는 각오를 되새김질하는 경험도 강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지도 아니면 그저 우연의 산물 인지도 모르겠다.

신의 존재와 부정 사이에 혼란한 발걸음을 옮기거나 AI의 인정 사정없는 광폭한 전진을 우려하거나, 어쨌든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 밤, 따듯한 이불 속에서 우주와 시간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 빠져보는 경험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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