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재의 역사 : 우주, 지구, 인간 그리고 나 이세상 모든 것에 대한 대서사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연 한 장면이 세상 흐름을 바꾸는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경이롭다.

사라예보의 총성 한 발이 인류가 벌이는 전쟁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꾼 세계대전의 단초가 되고, 미술 지망생의 꼬여버린 젊은 인생사는 수많은 유태인의 죽음을 야기한다.

돋보기를 들여다보고 개인 한사람의 굴곡진 삶의 모습이 세상의 변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찾아보는 과정도 흥미를 잔뜩 집중시킨다.

비록 세계사의 충격을 던지는 사건으로 전개되지 않더라고, 작은 개인 소사의 어긋한 시간 흐름은 본인의 미래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주변 사람과 사회의 작용 반작용까지 잔잔하지만 깊은 파장으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책의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얻은 질병이 조금만 일찍 발현되었다면 이 책을 손에 들고 인류가 거쳐온 장대한 시간의 대서사시를 다시 음미하는 기회 따위는 없었다.

물론 엇비슷한 우주와 그 안의 작은 지구의 역사를 책으로 옮긴 사례야 무척 많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조망하는 기회를 얻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다.

 




빅뱅의 찰나의 번뜩임에서 증기 상태 물질들의 포화와 은하계의 생성, 태양계의 탄생, 지구의 등장, 생명체의 기적.

숨가쁜 현대까지 이어온 놀라움 여정은 페이지 하나에 그려진 도표로 완성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일어날 확률 0.0000000…1의 희박한 가능성이 우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을 등장시키고 나서야 이처럼 극소의 희박한 숫자를 깨뜨리고 탄생한 인류의 모습이지만 신을 배제시킨다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기괴하다.

과학의 치열한 반증과 가설을 들이붓더라도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증명 방정식에 결코 다다를 수 없다.

 

두툼한 책을 너무 급하지 않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장을 넘겨가면 이전의 과학도서들보다는 말랑 말랑하면서 골치 아픈 이론과 용어들에 대해서 정제된 문장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 복잡한 자연현상에 대한 건조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은 해석보다는 거대한 물리의 작동에서 탄생한 우주와 그 안에 작은 영역을 차지한 우리 태양계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된 기적에 가까운 생명체의 기록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는데 초점을 둔 해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책의 첫번째 챕터에서는 과학을 다루는 접근법에 대해 설명한다.

과학이라는 학문에 발을 담고 있지 않는 대다수의 독자는 그동안 특정 분야의 지식을 벌컥 벌컥 들이마시는 일부터 책 읽기를 시작했지만, 약간 다른 견해, 즉 과학 본질을 탐구하는 자세와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공감을 시도하여 책 전체에서 주장하는 바가 기본 원리에서 설명되고 있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이로서 독자는 과학의 법칙과 사례들이 단순히 관찰하고 누군가 주장한 결과물이 아닌 실험과 탐구와 관찰을 통해 주장한 가설이 수많은 검증과 재구성을 통해 현재 시점의 독자의 지식까지 도달하였음을 깨닫게 한다.

부단한 반복의 과정에서 학자들의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도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구에 몰두하던 당시의 에피소드를 자주 꺼내 들면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글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부분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담론을 꺼내 들면서, 호주의 유명한 국립공원이나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씨앗을 독자 눈 앞에 꺼내놓는 기술도 독자들의 어려운 영역에 도전을 보다 쉽게 도와주는 장치이고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는 적정한 밸런스를 유지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더욱 천천히 꼼꼼하게 읽겠다는 각오를 되새김질하는 경험도 강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지도 아니면 그저 우연의 산물 인지도 모르겠다.

신의 존재와 부정 사이에 혼란한 발걸음을 옮기거나 AI의 인정 사정없는 광폭한 전진을 우려하거나, 어쨌든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 밤, 따듯한 이불 속에서 우주와 시간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 빠져보는 경험도 추천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