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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알이 성체로 자란다면
우리는 발을 적시지 않고도 대구의 등을 밟으며
대서양을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책의 서두에 나오는 문장인데 재치가 넘쳐 흐른다.삼총사의 작가 뒤마의 말이다.사실 지구 표면의2/3가 바다이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의98%가 바닷물이라 하니 넓고 깊음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그리고 오늘 점심 반찬으로 짭조름한 명란젓을 해치웠기 때문에 엄청난 바다의 공간을 채울 수도 있었던 생선들의 존재감은 비현실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이 물고기의 입장까지 대변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매번 반복되는 세계사의 흐름이지만 관점의 차이는 작은 물줄기라 기존에 알 지 못했던 디테일한 역사까지도 꼼꼼하게 파게 되는 지혜의 창고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청어와 대구가 서구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는데 읽어 나갈 수록 물고기가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은"식량"과"교역"으로서 위상에 놀라기도 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결과물들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청어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없다.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구하기 어려운 생선이기도 하고 입맛에 썩 맞는 어류도 아니다.심지어 제한된 사람만 좋아하는 과메기가 원래 청어로 만드는 음식이라는 사실은 야 지금도 간신히 먹는데 더 비려서 어찌 먹누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 정도이다.대구야 아주 친숙한 물고기지만 말이다.
하지만,유럽인들에게는 청어가 종교적인 단식기간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가득한 음식이었던 오랜 기간 저장이 가능한 음식이라 제일 맛있는 생선이야 라는 마법에 스스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청어의 이동경로에 따라 도시와 국가의 흥망성쇠가 이동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고 우리가 익히 들었던 한자동맹의 주요 생산품으로 거대한 산업사슬을 만들어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한 때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청어가 네덜란드 해역으로 경로를 바꾸게 되며 청어의 손질과 보관,유통을 어우르는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어 원탑이던 식량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바로"라이징 대구"였다.
청어는 기름이 많다고 한다.그러다 보니 보전 기한이 일 년 정도 밖에 안되는데,대구는 소금에 절여 바짝 말려 딱딱하게 만들면 무려5년이나 보존이 가능해 긴 항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스톡피시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물기 수분이 하나 없이 딱딱하게 만들어 물에 불려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대구는 잉글랜드의 신항로 개척과 식민지 개발에 영향을 끼치게 되며,시간이 흘러 미국이 독립이 가능하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대구 어부들이 잉글랜드 정부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의식이 성장했다고 한다.
세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바로 그가 활약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아마도 저자가 문학을 전공했던-역사학자나 생물학자,또는 어부가 아니라-문학도로서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 이야기를 슬쩍 인용하여 독자의 비린내를 살짝 거두어 간다.
마지막 챕터는 기독교에 관련된 물고기 이야기를 별도의 섹션으로 설명한다.단식기간에 왜 물고기는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책 앞부분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물고기라는 관점에서 격동하던 유럽의 세계사를 써 내려간 저자의 신박한 아이디어에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다.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 관련 도서들의 등장이 신기하기도 했다. (1952년 영국 왕립역사협회 회원S.M.토인은 청어와 역사는 책을 저술했다.왜 그랬을까?)다만 오래된 도시들의 성장과정 등을 지도나 삽화없이 글로 읽어 나가는데 다소 지루한 감도 있다.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인터넷에 지명들을 검색해가며 보는 편이 훨씬 낫다.뤼베크란 도시는 한자동맹의 중심지였는데 사실 처음 들어본 도시라 지도 없으면 왜 그들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한지 어렵다.
좀 더 다양한 물고기들의 역사도 궁금한데,그들은 그냥 식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인지 조금 아쉽긴 하다.오징어가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