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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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 심리학자가 쓴 심리치료사의 스릴러 이야기



테라피스트 : 각종 치료사 또는 치료학자를 테라피스트라고 한다. 음악 치료(뮤직 테라피)를 비롯, 언어 치료(스피치 테라피)·오락 치료·무용 치료·미술 치료·사이코드라마 치료·운동 처방 등과 같이 약이나 주사 등을 이용치 않는 새롭고 다양한 치료법이다. 
 
좀 더 명확하게 제목에 대한 정의를 확인하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목이 이렇게 명쾌하다면 작가는 의도를 품고 인물을 만들어 나가고 직업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스릴러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다 보니 예전처럼 기발한 트릭이나 사건을 꼬는 것만으로는 눈높이가 올라간 독자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전문직을 가진 작가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활용하여 보다 치밀하고 잘 조합된 이야기를 만들고 이론적 배경까지 탄탄하게 만든다.
테라피스트의 저자 헬레네 플루드 역시 심리학자라는 직업을 십분 발휘하여 일반적인 작가들이 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는 심리적인 묘사나 모순, 그리고 강박들을 이야기와 교묘하게 버무려 놓았다. (기본적으로 마케팅적으로 "심리학자가 쓴 심리소설"이란 캐치프레이즈부터 독자에게는 불리한 설정이긴 하다. 저자와 싸우려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성, 재피해자화, 트라우마가 전문이라는데 선입견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차가운 집에서 잠을 깬 사라는 남편의 빈 자리를 확인한다. 남편 시구르는 친구들과 산장으로 놀러갔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여기저기 불편함이 묻어나는 집은 사실 시구르의 할아버지가 살던 집이다.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자를 자처했던 할아버지는 부부가 약간의 게으름을 피는 기간 동안 고독사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집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경제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영혼이라도 떠나보내고 싶어하는 죄의식이 살짝 담긴 찜찜함도 있다. 금방 수리하고 집을 새 단장하려 했지만 차일피일 늘어지는 기간에 사라는 불만이 생기고 있는 중이다.
심리치료자인 사라는 상담실에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이상하게 일하기 싫은 날 느낌은 왔지만.
산장에 잘 도착했다는 남편의 메시지를 듣고 계획했던 스포츠센터에 다녀온 주인공은 남편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분명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처음에는 장난이 아닌가 의심도 해보지만 사실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 사라는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전화되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한다. 죽은 아버지의 사장인 크록스코겐에서 살해된 남편의 모습.
남편의 죽음 이후 잘 버터 내려 애를 쓰지만, 이야기 서두 주인공의 신경을 긁었던 사라졌던 남편의 도면통이 다시 나타나고 사진이 사라지거나 집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누가 이 집에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현실 사이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심리치료사임에도 스스로의 상태를 제어할 수 없이 혼돈에 빠져버린다.
작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가족, 부부의 관계와 숨겨진 진실들을 섞어가며 스릴감을 고조시킨다. 정작 남들에게 상담을 하면서도 자신은 돌보지 않고 스스로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통해 어쩌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주인공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던지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매우 어렵다는 것. 특히 서로 관련 없던 사람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결혼과 가족이라는 관계를 형성해가는 어려움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있다. 쉽지 않은 부분이고 이런 갈등은 전문가들조차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미묘한 문제라는 메시지도 남기고 있다.

첫 작품임에도 스토리의 긴장감은 요즘같이 습기가 많은 날씨에 더 어울리며 흥미진진한 독서로 안내를 했다. 심리적인 묘사와 독자들에게 헷갈리게 만드는 스토리라인은 잘 다듬어졌다. 다만 문장을 풀어가는 글쓰기의 미묘한 서투름이 있는 부분이 초반 장면 몇 군데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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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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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알이 성체로 자란다면

우리는 발을 적시지 않고도 대구의 등을 밟으며

대서양을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책의 서두에 나오는 문장인데 재치가 넘쳐 흐른다.삼총사의 작가 뒤마의 말이다.사실 지구 표면의2/3가 바다이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의98%가 바닷물이라 하니 넓고 깊음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그리고 오늘 점심 반찬으로 짭조름한 명란젓을 해치웠기 때문에 엄청난 바다의 공간을 채울 수도 있었던 생선들의 존재감은 비현실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이 물고기의 입장까지 대변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매번 반복되는 세계사의 흐름이지만 관점의 차이는 작은 물줄기라 기존에 알 지 못했던 디테일한 역사까지도 꼼꼼하게 파게 되는 지혜의 창고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청어와 대구가 서구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는데 읽어 나갈 수록 물고기가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은"식량"과"교역"으로서 위상에 놀라기도 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결과물들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청어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없다.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구하기 어려운 생선이기도 하고 입맛에 썩 맞는 어류도 아니다.심지어 제한된 사람만 좋아하는 과메기가 원래 청어로 만드는 음식이라는 사실은 야 지금도 간신히 먹는데 더 비려서 어찌 먹누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 정도이다.대구야 아주 친숙한 물고기지만 말이다.

하지만,유럽인들에게는 청어가 종교적인 단식기간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가득한 음식이었던 오랜 기간 저장이 가능한 음식이라 제일 맛있는 생선이야 라는 마법에 스스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청어의 이동경로에 따라 도시와 국가의 흥망성쇠가 이동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고 우리가 익히 들었던 한자동맹의 주요 생산품으로 거대한 산업사슬을 만들어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한 때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청어가 네덜란드 해역으로 경로를 바꾸게 되며 청어의 손질과 보관,유통을 어우르는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어 원탑이던 식량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바로"라이징 대구"였다.

청어는 기름이 많다고 한다.그러다 보니 보전 기한이 일 년 정도 밖에 안되는데,대구는 소금에 절여 바짝 말려 딱딱하게 만들면 무려5년이나 보존이 가능해 긴 항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스톡피시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물기 수분이 하나 없이 딱딱하게 만들어 물에 불려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대구는 잉글랜드의 신항로 개척과 식민지 개발에 영향을 끼치게 되며,시간이 흘러 미국이 독립이 가능하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대구 어부들이 잉글랜드 정부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의식이 성장했다고 한다.

세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바로 그가 활약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아마도 저자가 문학을 전공했던-역사학자나 생물학자,또는 어부가 아니라-문학도로서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 이야기를 슬쩍 인용하여 독자의 비린내를 살짝 거두어 간다.


마지막 챕터는 기독교에 관련된 물고기 이야기를 별도의 섹션으로 설명한다.단식기간에 왜 물고기는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책 앞부분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물고기라는 관점에서 격동하던 유럽의 세계사를 써 내려간 저자의 신박한 아이디어에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다.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 관련 도서들의 등장이 신기하기도 했다. (1952년 영국 왕립역사협회 회원S.M.토인은 청어와 역사는 책을 저술했다.왜 그랬을까?)다만 오래된 도시들의 성장과정 등을 지도나 삽화없이 글로 읽어 나가는데 다소 지루한 감도 있다.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인터넷에 지명들을 검색해가며 보는 편이 훨씬 낫다.뤼베크란 도시는 한자동맹의 중심지였는데 사실 처음 들어본 도시라 지도 없으면 왜 그들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한지 어렵다.

좀 더 다양한 물고기들의 역사도 궁금한데,그들은 그냥 식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인지 조금 아쉽긴 하다.오징어가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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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로 마케팅하다 - 고객의 일상에 경험을 선사하는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
이상구 지음 / 라온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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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가 핫 하게 사람들의 입을 떠돈 지도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생활양식.

우리말로 바꾸면 평범한 단어이지만 뭔가 영어로 써 놓으니 근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단순히 “생활”이라 번역하는 “LIFE”에는 좀 더 긴 시간적 여운이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최근 모 편의점 간판을 보면 LIFESTYLE PLATFORM이라고 멋들어지게 써 놓았다. 컨셉을 편의점이라는 형태의 유통이 발전해 나가야할 진화방향에 맞춰 잘 잡았다.

맥북이 스타벅스를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삶의 여유가 있는 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이 스타벅스 가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리포트를 쓴다는 트랜드로 자리 잡고 거기에 맞는 고가 노트북은 악세사리로 꼭 필요하다는 느낌. 혹자는 비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단면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정의를 잘 내려주는 사례이다.


책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을 둘러싼 많은 이들의 고민과 해결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거래보다는 유행에 민감하고 특화된 방식이 주로 소개되는데 아무래도 기존 방식을 개선하고 파격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주는 비즈니스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 별 마당 도서관을 처음 접했을 때 아니 이 비싼 땅에 왜 이런 걸 만들어 놨지 의아해했다. 물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집객만으로도 효용가치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연스러운 커머스까지 유도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책 읽기 편한 공간을 제공하지도 않고 단순히 만남의 광장으로의 역할 부족하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이런 게 라이프 스타일이야라고 답변해준다면 할 말은 없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비주얼로 끝나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책과 소통하고 구매하는 프로세스를 집어넣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돈가스집도 개인적으로는 와 닿지 않지만 분명히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4시간 이상 기다려도 먹고 즐기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가 얼마나 건강 해졌는지 그리고 각자 개성이 넘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남들과는 상관없이 나만의 색깔만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핵심성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바로 몇 일전 이마트의 정용진 부회장이 경쟁사인 롯데마트를 방문하여 올린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 일이 있었다. 정방형의 사진 몇 장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하루를 채우는 시간에 공감하고 공유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한 자랑도 하고 그런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자랑하는 시대. 자신의 일과와 일상생활을 자랑하면서 보다 많은 정보와 트랜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현재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테라로사에 처음 방문했을 때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잡담을 나누고, 다른 건물에 있는 기프트샵에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고르는 모습은 인스타그램하기 딱 좋은 장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커피도구들을 그리고 같이 있던 무명의 사람들을 스마트폰에 찍어 넣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릴 오늘의 하루에 반짝거리는 눈을 숨기지 않았다.

요새 가장 핫하다는 "홈트" 분야는 앞으로도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루어질 분야라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기도 한다. 룰루레몬이라는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음료 브랜드 인 줄 알았던 기업의 소개를 보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야다. 실버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인구고령화에 따른 비즈니스의 변혁이 온다는 이야기가 마케팅 도서에 떠돈 지는 이미 10년도 넘었다. 개인적으로도 시장확대가 예상되어 오사카 근교 한적한 동네에 있던 일본 최대 규모의 시니어용품점을 방문하기도 했고, 우리와는 다른 방식의 후불제 상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업체와 백화점 맨 상위 층 납골함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7년 정도 지난 지금도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변한 부분은 없다. 그만큼 비즈니스의 진화가 느린 분야이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가 은퇴했지만 자산적인 여유가 있어 일본의 주력시장으로 안정화되어간 만큼,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기점으로 서서히 구매력 있는 노년층을 기반으로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1-2년 사이 부쩍 50대 이후의 라이프 스타일과 마음가짐을 다루는 에세이와 정보가 혼합된 도서들이 서점에 눈에 많이 띈다는 팩트에 집중해보자.


최근 들어 자주 보고 있는 리뷰 전문 웹 매거진 "the EDIT"가 소개되어 반가웠다. 리뷰를 통해 마치 내가 그 상품을 소유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컨텐츠라는 사실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로 다가올 수 있다. 절제하되 정말 필요한 상품이라면 고가라도 구매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자본주의 시대에 합리적인 일면이기도 하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많이 묻어나는 책이다. 많은 유통사들은 고객의 변화무쌍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무던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고객체험을 통해 온라인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움직이는 몸집에 대해 고민할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한계상황이다.

온라인은 기민하고 영리한 신규업체들의 놀랄 만한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수만을 위한 문화상품이나 매니아들만 타겟으로 하는 상품도 대중화되고 다양화된다. 거대한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빠르게 따라가기 어려운 트랜드이다. 문제는 많은 고객들이 변화하는 트랜드를 선도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처럼 트랜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드를 선도하는 상품을 스스로 만들고 계속 개량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유통사는 물론 제조사들도 명심해야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고객들이 원하는 수만가지의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작은 하나라도 실천하는 기업이, 마케터가 작은 성공을 큰 성공으로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고객에게 답이 있고, 고객도 알지 못하는 답도 있다. 알고 있던 내용과 모르던 내용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머리속에 지도를 새기는 작업을 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즐거움이 따라오는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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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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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 우리가 꿈꾸던 악당 제거 프로젝트 
 
딱 한 발의 총알이 죄책감 없이 법적 책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면.
길거리를 스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명은 지목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많아서 문제인 사람은 있어도 대상이 한 사람도 없어 고민하는 이는 없겠지?
복수는 복수를 낳지만 소설이나 영화에서 짜릿한 쾌감을 준다. 대리만족. 증오의 크기가 작던 크던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으로 금기시된 폭력을 컨텐츠로 해소하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이 바뀌는 경우가 있더라도 복수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적이자 집요한 추적이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채 개인적인 복수 하나만을 위해 희생하는 이가 있고, 조국의 적에 대한 도시락폭탄으로 피 끓는 애국심을 불태우는 영웅도 있다.
사적인 처벌과 복수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합의는 누군가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누명과 오해를 피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죄의 경중을 따지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단죄하는 일이기에 중요한 룰이지만 권력과 암투를 통해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피해자들은 항상 사적인 복수를 꿈꾼다.
아들을 성폭행한 범인을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쏴 죽인 미국의 아버지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범인이 저지른 대가가 터무니없이 약한 판결로 드러날 때 부모로서의 분노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복수는 불가하나 누구나 사적인 복수를 응원한다.
그리고, 복수를 할 거면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게 해야 제 맛이다.

소설의 테마는 앞서 이야기한 소시민들의 작은 소망, 그러나 영원히 풀 수 없는 복수 대리인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아원 신세가 될 위기의 주인공에게 숨겨진 아버지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대단한 재력가이자 사학의 이사장이었다. 꿈만 같이 커다란 집에 아들로 살게 된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아이처럼 적응을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아버지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모습에 치를 떨게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사고를 치며 아버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자신을 나쁜 악당으로 오해한 한 소녀로부터 이상한 명함을 받게 되고 복수전자라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 물론 방문 전 50스테이지의 스마트폰 게임을 클리어해야 접촉이 가능하다. 다소 어색한 설정이다. 굳이 게임을 클리어해야 면담이 가능한 이유를 알려줘.
이 곳은 복수를 하고 싶은 이를 선별하여 타당성을 검토하고, 복수를 해도 된다는 확신이 들면 합리적인 방식으로 복수를 대신해주는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주인공도 여러가지 통과의례를 통해 대리 복수가 어렵사리 허용되지만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복수 대상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일이 진행되다 가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계획을 중단할 만큼 친족에 대한 복수는 어려운 법이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기에 다소 부족한 스토리의 아쉬움-갈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있기는 하다.)
유소년 범죄로 잔인하게 딸을 잃은 부부, 왕따로 죽음에 몰린 소녀,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
복수전자의 직원들은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복수가 타당할 경우 일을 진행하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처리한다. 과정을 지켜보는 복수의 시간이 길게 걸리는 주인공은 점차 그들의 일원이 되어 가고 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물론 자신에게 내려진 처방에 따라 시나리오에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자꾸 이렇게 복수를 하는게 맞는가 라는 고민도 되풀이된다.
사적인 복수는 용납할 수 없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회가 공정하고 죄를 지은 사람이 죄의 대가를 올바르게 받고 누구나 공평하다면 사적인 응징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도 뉴스를 보면 어이없는 사건에 대한 결과와 맞닥뜨린다. 이 글을 쓰기 불과 얼마 전에도 만삭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올바른 법적인 판단인지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판결에 불만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과거에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판례로 희생된 사람, 또는 면책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도 시대만의 문제도 아니겠지만 그만큼 국민들에게 오해받기 쉬운 판결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복수전자란 곳이 있고 합리적이고 이해가능한 복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소원을 빌겠는가?
책에 등장하는 복수가 꼭 누굴 죽이거나 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가해자가 뉘우치고 바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방향을 그렇게 잡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악인들은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복수전자를 찾아가고자 한다.
있을법한 가상의 이야기를 재치있고 유려하게, 이야기를 잡아끄는 힘이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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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경제학 - 가짜뉴스 현상에서 미디어 플랫폼과 디지털 퍼블리싱까지 뉴스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
노혜령 지음 / 워크라이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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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경제학 :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
 
뉴스 선택이 주관적 취향에 따라 갈리는 현상.
눈 멀었던 시절, 불과 얼마되지 않은 과거.
아침에 배달된 신문 한뭉치가 없으면 아버지는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지 못했다. 밤새 윤전기가 돌며 특유의 잉크냄새가 가득 들이마신 신문이 아침 식탁의 한 부분을 메우고 촘촘히 박혀 있는 정보가 지식이 되고 상식이 되어 하루의 이야기거리가 되던 시절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어? 어, 오늘 자 아침 신문 기사로 나왔잖아. 자 봐 봐.
사회 모든 일의 판단기준이자 엄정한 판정관이 되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고 항상 정의의 편에서 약자를 보호해주는 클라크, 수퍼맨이 신문기자였다.
빈 깡통 수사를 하며 중국집 배달을 시킨 정부기관, 기자들은 배달하고 나오는 중국집 배달원이 수퍼 스타라도 되는 양 달려 붙어 묻는다. "메뉴는 뭘 시켰나요.", "집에는 누가 있었죠?"
우리 수퍼맨은 어디 갔나? 빤스 줄여 놨다~ 돌아와라!
신문 한 부를 받으면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서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꼼꼼히 읽던 시절이 있었고, 긴 리스트에서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 읽는 시절이 있다. 아, 추가로 유사한 내용의 기사는 신문사의 이름을 보고 판별을 한 후에 읽는다. 모모 일보는 내 생각과 정반대의 기사와 논평을 쏟아내서 꼴보기도 싫어.
뉴스가 망망대해처럼 넓은 바다를 가득 채우고 내 기사를 봐 달라 애걸하기에 독자는 취향에 맞는 주관에 따라 기사를 선택하고 분리한다. 번들링으로 묶여 한 부의 지면에 팔아먹고 광고도 같이 팔던 시대는 끝났다. 마음에 드는 신문사 기사라도 맨날 도박광고만 내보내면 ADfree 앱을 써서 싹둑 잘라버린다. 사실 해당 신문사의 밥줄을 끊는 행위라는 사실은 알던 모르던 관심이 없다.
독자에게 자극적인 뉴스와 헤드라인을 뽑지못한 기사는 선택받지 못한 채 사라져가고, 기자들은 직장인이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험을 한다.
OCED 언론 자유지수 41위 대한민국 언론의 자화상인데 좀 이상하다.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뉴스는 네이버, 다음 플랫폼 위에서만 소비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컨텐츠의 확보와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서 혁신해야 되는 시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컨텐츠의 기본조차 믿음을 주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미우나 고우나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커녕 언론의 고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유튜브나 트위터 등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개인뉴스들이 때로는 오보나 지나친 편향성으로 지탄을 받지만 기존 언론과 갸가 갸지...수준의 평준화로 조회수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으니 긴장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가 뭘 하려고 저걸 샀을까, 신문기사의 컨텐츠를 통해 구독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려는게지 하며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아크"라는 솔루션을 만들고 보급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생태계를 만들려는 그의 야심 찬 계획 중 하나였고 의외로 이 사업이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에도 나와 있듯 조선일보가 솔루션을 도입하는데 30억여원을 투자했다고 하니, AWS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기업용 장사를 역시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아크라는 녀석도 독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광고를 타겟팅하고 수익화 시키는 프로세스가 핵심이라는 이야기인데, 예나 지금이나 언론은 광고수익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는 이야기일까?
박스 개봉기만으로도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들의 장악력은 독창적인 컨텐츠의 개발과 발전인데 이야말로 언론이 추구해야할 방향성 아닐까? 광고수익도 얻어야겠지만 기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의 트랜드 분석, 그리고 이와 연동된 수익성 비즈니스 모델 개발 같은 사업은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기사 쓰기가 자신이 없어졌고 그저 광고로 푼돈 모아 큰 돈 만들려는 안타까운 모습만 눈에 띈다. 게이트키핑 능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지만 정작 플레이어들은 그럴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저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섯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첫째는 광고. 아마존 패키지를 구입해야만 하겠구만.
둘째는 구독료 수입. 가격차별화가 중요하지만 기사 차별화가 급선무로 보인다.
셋째는 무료와 고가의 유료를 결합한 프리미엄 콘텐츠 모델인데 "퍼블리( https://publy.co/)"가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가능성 있는 모델이다.
넷째는 콘퍼런스와 이벤트인데 이건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유튜브 강좌들의 온라인이라는 한계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소규모의 지역적 커뮤니티로 성장시키냐는 과제만 해결하면 쏠쏠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다.
다섯째는 기부 방식인데, 이건 우리나라에서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좋은 제안이고 추가적이고 독자적인 모델 개발은 언론사 스스로 해내야 한다.
기사에 대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순간, 그들의 존폐는 불 보듯 명확하다.
TV를 통해 신문을 통해 뉴스를 보지 않고 유명 유튜버가 정리해주는 압축뉴스를 선호하는 세대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가짜 뉴스를 판별해야 할 정통언론이 스스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불신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간이다.
땅에 떨어진 위상을 정상화시킬 책임은 바로 뉴스 미디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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