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ㅣ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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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장면마다 등장하는 쓸데없는 진부함을 골라내는 영화 사전
 
 


 
작가 듀나는 영화에 쓰이는 진부한 "클리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책 한 권에 집어넣었다. 사전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아무렴 어떤 가. 온라인 게시물로 올라간 지 20년 정도 된 글들을 새롭게 고쳐 쓰거나 다듬었다고 한다.
나 역시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평론하는 작가들의 폭넓은 감상은 프로페셔널이 대하는 영화와 팬으로서 지켜보는 영화의 집중력은 확실히 다르구나 라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작가주의 영화보다는"Fast&Furious" 블루레이에 손이 먼저 가는 현상이 관련 있어 보인다.
 
클리셰는 예전에는 독창적이었고 진지한 의미를 지녔지만 지금은 생각없이 반복되는 생각, 문구, 영화적 트릭 등을 말한다고 저자는 정의한다.
 


책 첫머리에 나오듯이, 항상 악당들이 환기구를 쓸데없이 크게 만들어서 주인공들이 쉽게 탈출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특히 남자 주인공과 관련된) 의미없이 계속 반복되는 클레셰를 소개하며 작가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클리셰를 보면 웃음이 듬뿍 나온다. 처참한 시체들 앞에서 검사관이나 교수들이 비위 약한 주인공 앞에서 간식이나 점심을 천연덕스럽게 먹는 장면, 이어지는 주인공의 구토 씬.
실제 시체 앞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겠고, 굳이 남자주인공의 적응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물며 영화 장면에서 주인공의 낯빛이 바뀌는 장면과 음식이 오버랩 되는 순간 관객들은 저 녀석 토하겠네. 바로 예측이 되는데 뭐 하러 이런 장면을 집어넣는다는 말인가? 이것이 클리셰의 폐해.
 


닭살 돋는 더빙 이야기도 재미있다. 후시 녹음으로 진행되던 과거 영화들, 심지어 배우의 육성이 아닌 전문 성우들의 녹음으로 영화가 등장할 때 어색함은 시간이 흐를 수록 진해진다. 더욱이 성우들의 과도한 연기력이 필름을 뒤덮었던 국내 고전 영화들의 더빙은 영화에 몰두하기 힘들게 만드는 지경이다. 다행히 요즘은 TV에서도 더빙영화를 보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장점은 긍정적이다. 성우마다 저주 연기하는 정해진 배우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득 생각난다.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는 항상 중년의 여성이 맡았다는 재미도.
 
심슨 가족의 나이가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 새삼스레 깨달었던 사실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연작 시리즈에서 자주 발생하는 의도된 설정이다. 그나마 짱구는 성장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사태는 "플로팅 타임라인"이라는 별도의 용어로 존재한다.
콜롬보 형사 같은 몇몇 예외인 시리즈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스크린의 주인공들의 나이는 천천히 진행된다.
 


제임스 본드 역시 원형의 모습과는 다른 스크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부분은 007 영화를 좋아했지만 새삼스레 깨닫는 대목이다. 원작과는 다른 주인공들의 스타일은 몰랐던 부분인데 기회가 되면 원작소설도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많은 영화 팬들이 공감하듯 과거 숀 코넬리나 로저 무어의 시대보다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작품이 좀 더 진지하고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사실과 이야기가 계속 연작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은 시리즈의 전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인 동시에 그저 그런 시리즈물로 몰락하지 않고 새로운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좋은 전략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클리셰를 깨뜨리며 진부함을 극복하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영화를 단순히 즐기는 데서 한발자국 떨어져 의미를 파악하고 여러 장면의 갱연성을 살펴보는 일은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DVD나 블루레이에서 제공하는 코멘터리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즐겨 듣지 않는 편인데, 장면들의 의미를 스토리와 연결하거나 진부한 표현들을 쪽집게로 잡아내는 작업들은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묘미라고 생각한다. 영화 보며 가벼운 감상의 글쓰기 할 때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으니 영화 보는 또다른 시선이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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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더 가까이, 탐험 - 오지에서 미지의 세계까지 위대한 발견 실화 80
제니 오스먼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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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더 가까이, 탐험 오지에서 미지의 세계까지 위대한 발견 실화 80 : 영화만큼 재미있는 과학계의 어드벤처 세계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를 이렇게 재미있게 했다면 사학과에 입학해서 역사선생님 할 걸 그랬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바람에 휙 날라가고, 월급쟁이는 명퇴 위기 속에 바들바들 떠는 요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
 
직업의 안정성도 좋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책을 보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묘미는 인생을 걸더라도 도전해 볼만한 일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분류되어 왕의 업적과 당대의 장치제도를 글로 암기했던 역사가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역사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와 닿는 말. 역사는 도도한 인류의 흐름이고 발자취인데 외워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탐험은 역사를 진보시킨다.
현대사회의 쫄보들은 안전망 위에서 조심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싶어한다.
유튜브에서 빌딩을 뛰어다니며 아슬아슬한 모험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며 사실 부럽지만 저건 너무 위험한 일이야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이름을 마주칠 수 있는 위인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만큼 무모한 도전을 신념으로 실행하였고 얻어낸 지식과 지혜는 후세대 사람들의 삶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바로 모험가들은 세상을 끌어가는 시대정신이며,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의 탑을 세울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 이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과학에 더 가까이, 탐험"은 인류의 과학사를 진일보하게 해준 용기 있는 이들의 위대한 도전과 탐험을 에피소드 80개에 나누어 소개해주는 재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과학과 모험이 섞인 이야기는 가볍게 읽기에도 부담 없고, 미지의 공간인 아마존과 극지를 탐험하여 성과를 얻은 전세대의 영웅들로 시작하여 비글호를 타고 위대한 이론을 완성하는 다윈의 이야기, 우주보다 더 어려운 심연의 세계 도전기, 그리고 인류의 동경 대상 끝판왕 우주를 향한 도전까지 이야기를 끌어간다.
 
탐험에 대한 삽화를 통해 독자를 유혹하고, 어드벤처 가득한 본문을 통해 위대한 발견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과학적 또는 인물 정리를 통해 독자의 지식세계에 확실한 각인을 심어주는 책 구성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컬러 사진이 등재되었더라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요즘 유행하듯 보다 많은 사진을 QR코드를 통해 소개해주었더라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도전의 이미지가 보다 명확하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지부진했다는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었다. 목적지인 명왕성을 향해 오랜 여정을 가다 보니 왜소행성을 바뀐 사실을 알았을 우주선 뉴허라이즌스호의 무생명 탑승자들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과학 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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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미스터리 ㅣ 김종태 미스터리 시리즈
김종태 지음 / 렛츠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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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미스터리 : 소름 돋는 과학 이면의 음모론과 넘치는 증거물
 
 
"음모론 클럽"
 
중고등학교 시절이면 음모론에 한번 정도는 푹 빠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아이들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
인생 미드 중 하나인 "엑스파일"에도 괴짜 그룹이 등장하듯, UFO나 거대 석상의 비밀 같은 내용들을 실제가 아닐까 의심하며 상상력을 키우기도 했다.
아무래도 SF쟝르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음모론이 주제로 등장하거나 현실세계에도 있을 법한 가설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크지 않았을까?
 
어차피 UFO는 미확인 비행 물체이므로 외계인의 존재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니, 최근에 펜타곤에서 슬금 슬금 풀어내는 정보는 엑스파일에서 등장하던 거대한 비밀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방금 읽은 "달의 미스터리"는 오래던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고 푹 빠지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누르스름한 뭔가 불길한 내용이 숨어있는 느낌이 오는 책 표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목차를 살펴보니 "미스터리"라는 제목을 간과했구나 라는 생각에 미소가 슬쩍 떠올랐다.
 
"아폴로 11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관련된 또다른 수많은 미스터리들이 넘실거리는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생각하시라.
NASA가 우주를 향한 인간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과학집단이 아닌 군사집단이라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그 이후 여러 국가들이 시도한 우주여행의 결과물에 입을 맞춘 듯 쉬쉬하는 모습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천문대에서 수많은 별들을 허브 망원경 등을 통해 관찰하지만 오래전에는 눈으로 관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천문학은 이렇게 태동하여 발전을 해왔고, 지금 생각해봐도 놀라운 자연현상의 발견들이 시간이 흘러 누적되며 우주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곧 천문학자였던 시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히파르쿠스, 프로텔미 같은 이들이 놀라운 천문학적 사실들을 기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식이 일어나는 원리와 달 모습이 변하는 이유,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가 달보다 더 말다는 사실을 관측을 통해 알아낸다. 로도스섬에 천문대를 세웠던 히파르쿠스는 별의 밝기를 6개의 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심지어 북극의 방향이 150년마다 바뀐다는 세차운동을 관측과 문헌 참고만으로도 밝혀내는 수준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인간의 호기심이 시대를 넘어 1966년 소련의 루나 9호가 달표면에 착륙하고, 대망의 1969년 7월 16일 달을 인류가 정복할 수 있었다.
 


재미난 점은 천문대에서 찍은 달 표면에는 과거에 비해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분화구들 수가 줄어들고 있고 표면에 매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람도 없는 달 표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아니면 사진을 누가 조작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저자는 천문대에서 건진 여러 사진 상의 이상한 구조물과 현상들을 사진을 통해 알려준다.
 
소련의 루나에 이어 미국의 적극적인 투자로 시작된 레인지 계획의 루나 오비터들은 아폴로 계획이 시작되기 전 달에 인간이 착륙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달에 충돌해가며 표면사진들을 찍어 NASA로 전송한다. 물론 여기에도 알 수 없는 구조물과 미스터리한 사진들이 찍혀 있었고 역시 누군가의 조작이 진행되는건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게 된다. 심지어 도로와 광산의 흔적이 보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거기에 누가 있었을까?
 
아폴로 계획은 군사경쟁 체제로 서로를 위협하던 미소양국의 경쟁상황에서 소련으로 급속히 기술력의 무게가 기울자 허둥지둥 미국이 내놓은 계획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로 사람을 보내고 다시 실어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연설을 1961년 내놓는다. 그 후 NASA는 돈과 사람, 물자를 갈아 넣어 지구인이 달표면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으로 쏘아 올린 수많은 우주선의 관측기록에는 UFO로 추정되는 물체 등 미스터리한 사진이 여러 건 포착된다. 물론 NASA가 사진을 편집한 정황 또한 여러 건 등장하여 음모론의 확산에 스스로 기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심지어는 TV생중계되는 장면조차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중단되는 의문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흥미로운 주장으로 책의 주제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달을 향한 인간의 오래된 염원도 간단하게 정리되어 인류의 우주 개척사를 빠른 시간 내에 마스터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만 책의 주제이기도 한 수많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자세하고 정리하여 편집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장면에서 수상쩍은 사진 조작이나 구조물, UFO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사진에 찍혀 있지만 흑백 사진이고 화질이 열화 되어 저자가 주장하는 의심을 그럴 수도 있겠네 정도의 긍정 밖에 할 수 없다. 정확하게 사진에 나와있지 않고 설명도 납득할 만큼 충분한 분량이 안되는 이유다. 물론 QR코드로 연결하면 좀 더 해상도가 좋거나 컬러 사진을 볼 수 있지만, 책에서 끝내고 싶은 건 독자의 마음이다.
 
음모론이 책의 하나의 줄기이므로 조금 더 은밀하고 흥미로운 주장도 추가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생긴다.
 
달의 내부는 텅텅 비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구보다 달에서 발견되는 암석 나이가 더 많다는 사실은 머리가 아찔해지는 비밀의 열쇠를 가지는 기분도 든다.
어쩌면 달, 그 안에는 지구침공을 위해 수천년간 문명을 만들어 놓은 누군가가 있을 지도 모른다.
정복 계획을 200년 정도만 연기시켜 주길 부탁한다.
 
*출판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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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의 세계사
올댓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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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침대 위의 세계사 ; 처음 알게 된 기묘한 역사 이야기

 
 
침대가 없는 MT나 야유회의 잠자리는 후유증을 남긴다.
밤새 술자리에 몸 상태도 안 좋지만 좁은 곳에 무리를 지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불편한 잠자리는 그나마 시대가 바뀌며 콘도나 호텔의 안락하게 변화해가고 있지만, 젊은 시절의 한밤 축제는 불편한 잠자리가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 병원에서 순번을 기다리며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데 하루에 적당한 수면시간은 7~8시간을 추천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 원래 내 경우에는 5~6시간을 표준으로 삼았는데 확실히 짧은 수면은 신진대사에 부정적인 면이 크다는 멘트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1/3은 취침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잠자리, 즉 침대의 중요성은 어떤 사물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렴하게 사는 가구가 있고 가격보다는 실질적인 효능을 봐야하는 가구가 있다. 침대는 무조건 후자 아니겠는가?
다양한 가격과 디자인의 침대가 인터넷 쇼핑몰이나 이케아 같은 가구전문점에 즐비하지만 내 몸에 꼭 맞는 침대를 고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달 이상 실제 수면을 취해봐야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우선시되고, 가격도 조금은 넉넉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마음은 이런 오랜 테스트 기간이 실제 진행하기 어렵기에 평판과 가격의 가치를 척도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침대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불을 사용하지 않던 시절, 초기 인류는 다른 유인원류와 마찬가지로 나무 위에 잠자리를 꾸렸다. 밤이 되면 맹수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류에게 전달한 이후, 인간은 야간 시간대에도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었으며,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몸을 맞대어 한기와 거친 환경에서 보호하는 집단생활의 양태를 갖추게 된다.
불을 사용한 줄 안다는 장점은 나무 위에서 불편한 잠자리를 가질 필요없이, 동굴이나 나무와 돌, 때로는 짐승의 가죽으로 보호가 되는 움푹 패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습기나 거친 대지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이해 나뭇잎들을 모아 보다 안락한 잠자리를 만들었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침대의 원형이 된다.
 
지금 침실은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개인 또는 부부 정도만 공유하는 은밀한 공간이다.
침실은 기본적으로 취침이나 가벼운 식사, 독서, 그리고 성생활을 제외하고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침실과 침대는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가지 용도로 쓰여왔고 저자는 기존에 우리가 몰랐던 침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전을 거듭했는지 보여준다.
 
베게는 여자들이나 쓰는 것이라며 남자들이 통나무를 대고 잔다거나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캐노피는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었음은 물론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여러 페이지에서 과거 여성들의 지위가 얼마나 낮게 인식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기존에 가진 인습이 자유를 억압하는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을 목도하게 된다.
 


침대는 탄생의 장소이기도 하다.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서 나와 처음 보게 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침대에서 산모들은 무조건 누워있으라는 명령을 받던 시절도 있었고, 제왕절개 수술은 오염으로 죽음 선고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만 역시 아이와 엄마는 침대에서 인생의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섬에 놀러 갔다 마지막 배를 놓칠 때, 민박집 방 한 칸에 자리를 잡고 선을 그으며 이 선은 넘어오면 안돼 하는 우리네 즐거운 전통. 서양에도 침대 "번들링"이라는 유사한 풍속이 있다. 번들링 보드라는 칸막이가 침대 가운데 놓여있고, 둘 간의 성행위는 금지, 때로는 격식을 차리고 옷을 입은 채 대화만 밤새 나누기도 한다. 둘이 결혼으로 갈 수 있을지 사전 탐색전 정도로 활용된 듯하다. 물론 같은 공간에 감시자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는 모르지만.


 
유럽 왕들의 집행공간으로 침대와 침실이 활용되었다는 이야기는 깜짝 놀랄 만한 역사이다.
침대는 왕궁에서 아주 중요한 가구였고, 화려한 장식과 실크 침구가 곁들여 지기도 했다. 심지어 애완견은 왕의 발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군주는 침대에 앉아서 판결을 내린다. 매우 높은 계단 위에 침대가 놓여 권위를 자랑하기도 했지만 병으로 위세가 떨어지면 치료를 위해서라도 낮은 침대로 이동된다. 과거 신혼부부들의 잠자리를 엿보기 위해 창호지를 뚫었던 우리의 조상들처럼 왕실의 결혼은 첫날밤 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혼이 취소가 될 수도 있어 귀족들이 왕족의 성관계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침대 곁으로 모여든다는 믿기기 힘든 역사의 한 장면도 보인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살리에르의 손을 통해 레퀴엠을 작곡하던 꾀죄죄하던 침대와 침대보가 떠오른다. 많은 서양 문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는 대부분 침대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임종침대와 장례의식에 대한 내용도 처음 듣는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특히 죽은 자를 장례 치루지 않고 보존하는 풍습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각 지역별 죽음과 시신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도 다양하구나라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신을 3년에 한번씩 꺼내서 소중하게 씻어주는 인도네시아의 문화도 있다는 놀라움.
 
침대사를 읽어보면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도구가 바로 침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나라에도 침대는 과학이라며 기능성을 강조하는 여러 침대회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다양성 면에서 과거의 장점들이 반영되는 새로운 형태와 기능의 침대들도 앞으로 선보이면 어떨까, 출판사에서 이 책을 침대제조사 CEO나 CMO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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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ㅣ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펭귄클래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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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 19세기 프랑스 황홀한 사랑을 갈구하던 여인의 비극적 종말
 
 
고전을 읽는 일은 최근에 서점에 나온 신작 소설 읽기보다는 자세를 조금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작가들처럼 머리를 쥐어짜내며 한 줄 한 줄 읽어가거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같은 살인무기로도 쓰일 법한 거대한 책 크기인 경우도 있지만, 일단 오래된 고전적 말투와 시대상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독자들을 확보하고 다양한 번역과 에디션으로 등장하는 것은 읽을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감동이 있고, 시대를 뛰어넘는 정신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페이퍼백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책 제본과 딱 봐도 펭귄이네!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 고전 소설의 풍미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레드 에디션의 맛이다. 외설과 예술을 넘나드는 당시의 쇼킹 작 6편을 7권에 담아낸 빨간 책 시리즈다.
 
서평단 모집에 응모를 하면서 여러 소설 중 2권을 고를 수 있었는데 영화로 본 적이 있던 "헨리와 준"과 "보바리 부인"을 선택했다.
워낙 유명한 소설들이지만 사실 한 번도 책장을 넘겨본 적이 없던 지라 겨울 밤 살짝 에로티시즘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었다.
 
프랑스의 독특한 국가적 문화와 배경, 그리고 사상은 영미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교과과정 탓에 항상 이질감과 동시에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보바리 부인 역시 19세기 프랑스의 모습과 가치관, 그리고 애정이라는 흥미로운 배경을 책장을 넘겨가며 즐길 수 있었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과거의 욕망이 작았을까?
어쩌면 유교사상에 꽁꽁 숨겨져 있던 한국의 성의식이 21세기 접어들며 개방적이고 적극적이 된 지금의 수준이라면, 19세기의 프랑스도 은밀하지만 비슷한 발랄함을 가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유럽 쪽의 성의식은 과거부터 워낙 화려했으니 말이다.
작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을 출간할 당시 외설죄로 기소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실존인물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고, 간통을 미화 한 부분으로 불과 수십년전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선과 비슷한 수준의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주인공인 엠마는 매력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사랑을 늘 갈망하는 여인이다. 답답한 시골 농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샤를 보바리와의 결혼을 선택하였고,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책에서 보던 황홀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혼식 날부터 그녀가 원하던 모습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혼생활은 그녀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심심하고 우울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도가 지나쳐지며 남편을 원망하고 욕하던 엠마는 결국 정신질환까지 얻게 될 정도로 환상과 현실 사이의 먼 벽 속에 갇혀버렸고, 큰 병원이 있는 루앙으로 이사가게 된다.
 
그런데 운명은 그런 것이다. 저잣거리 여인들에게 싫증을 내던 로돌프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 것이다. 처음에는 그도 엠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열렬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고 부담스러워지자 어느 날 불쑥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나 버린다.
엠마의 절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영원히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 답게 과거의 인물인 레옹이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파국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도대체 그녀는 왜 이렇게 황홀하고 환상적인 사랑을 갈구하게 되었을까?
어려서 읽었던 로맨틱 소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어 행복한 사랑에 빠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과거의 바램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고 결국은 남자에 집착하며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되고 만다.
그녀는 단순히 사랑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여인이었을까?
남편 샤를이 상대 남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되는 과정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엠마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자,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그렇다면 엠마는 그저 성적인 욕망에 쌓인 여인이었을 뿐인가? 시대적으로 19세기 프랑스와 21세기 대한민국의 사이에는 어떤 성적인 욕망을 가로막는 벽이 사회에 존재하고, 구성원들은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 본인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보바리 부인은 저속하고 음란하다고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성에 대한 관념과 절제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옳은 일인가?
시대를 앞서갔던 작가의 잔인한 질문이 세월을 훌쩍 넘어 현재의 우리에게도 공감을 받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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