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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의 세계사
올댓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침대 위의 세계사 ; 처음 알게 된 기묘한 역사 이야기
침대가 없는 MT나 야유회의 잠자리는 후유증을 남긴다.
밤새 술자리에 몸 상태도 안 좋지만 좁은 곳에 무리를 지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불편한 잠자리는 그나마 시대가 바뀌며 콘도나 호텔의 안락하게 변화해가고 있지만, 젊은 시절의 한밤 축제는 불편한 잠자리가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 병원에서 순번을 기다리며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데 하루에 적당한 수면시간은 7~8시간을 추천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 원래 내 경우에는 5~6시간을 표준으로 삼았는데 확실히 짧은 수면은 신진대사에 부정적인 면이 크다는 멘트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1/3은 취침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잠자리, 즉 침대의 중요성은 어떤 사물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렴하게 사는 가구가 있고 가격보다는 실질적인 효능을 봐야하는 가구가 있다. 침대는 무조건 후자 아니겠는가?
다양한 가격과 디자인의 침대가 인터넷 쇼핑몰이나 이케아 같은 가구전문점에 즐비하지만 내 몸에 꼭 맞는 침대를 고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달 이상 실제 수면을 취해봐야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우선시되고, 가격도 조금은 넉넉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마음은 이런 오랜 테스트 기간이 실제 진행하기 어렵기에 평판과 가격의 가치를 척도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침대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불을 사용하지 않던 시절, 초기 인류는 다른 유인원류와 마찬가지로 나무 위에 잠자리를 꾸렸다. 밤이 되면 맹수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류에게 전달한 이후, 인간은 야간 시간대에도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었으며,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몸을 맞대어 한기와 거친 환경에서 보호하는 집단생활의 양태를 갖추게 된다.
불을 사용한 줄 안다는 장점은 나무 위에서 불편한 잠자리를 가질 필요없이, 동굴이나 나무와 돌, 때로는 짐승의 가죽으로 보호가 되는 움푹 패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습기나 거친 대지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이해 나뭇잎들을 모아 보다 안락한 잠자리를 만들었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침대의 원형이 된다.
지금 침실은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개인 또는 부부 정도만 공유하는 은밀한 공간이다.
침실은 기본적으로 취침이나 가벼운 식사, 독서, 그리고 성생활을 제외하고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침실과 침대는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가지 용도로 쓰여왔고 저자는 기존에 우리가 몰랐던 침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전을 거듭했는지 보여준다.
베게는 여자들이나 쓰는 것이라며 남자들이 통나무를 대고 잔다거나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캐노피는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었음은 물론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여러 페이지에서 과거 여성들의 지위가 얼마나 낮게 인식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기존에 가진 인습이 자유를 억압하는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을 목도하게 된다.
침대는 탄생의 장소이기도 하다.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서 나와 처음 보게 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침대에서 산모들은 무조건 누워있으라는 명령을 받던 시절도 있었고, 제왕절개 수술은 오염으로 죽음 선고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만 역시 아이와 엄마는 침대에서 인생의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섬에 놀러 갔다 마지막 배를 놓칠 때, 민박집 방 한 칸에 자리를 잡고 선을 그으며 이 선은 넘어오면 안돼 하는 우리네 즐거운 전통. 서양에도 침대 "번들링"이라는 유사한 풍속이 있다. 번들링 보드라는 칸막이가 침대 가운데 놓여있고, 둘 간의 성행위는 금지, 때로는 격식을 차리고 옷을 입은 채 대화만 밤새 나누기도 한다. 둘이 결혼으로 갈 수 있을지 사전 탐색전 정도로 활용된 듯하다. 물론 같은 공간에 감시자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는 모르지만.
유럽 왕들의 집행공간으로 침대와 침실이 활용되었다는 이야기는 깜짝 놀랄 만한 역사이다.
침대는 왕궁에서 아주 중요한 가구였고, 화려한 장식과 실크 침구가 곁들여 지기도 했다. 심지어 애완견은 왕의 발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군주는 침대에 앉아서 판결을 내린다. 매우 높은 계단 위에 침대가 놓여 권위를 자랑하기도 했지만 병으로 위세가 떨어지면 치료를 위해서라도 낮은 침대로 이동된다. 과거 신혼부부들의 잠자리를 엿보기 위해 창호지를 뚫었던 우리의 조상들처럼 왕실의 결혼은 첫날밤 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혼이 취소가 될 수도 있어 귀족들이 왕족의 성관계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침대 곁으로 모여든다는 믿기기 힘든 역사의 한 장면도 보인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살리에르의 손을 통해 레퀴엠을 작곡하던 꾀죄죄하던 침대와 침대보가 떠오른다. 많은 서양 문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는 대부분 침대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임종침대와 장례의식에 대한 내용도 처음 듣는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특히 죽은 자를 장례 치루지 않고 보존하는 풍습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각 지역별 죽음과 시신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도 다양하구나라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신을 3년에 한번씩 꺼내서 소중하게 씻어주는 인도네시아의 문화도 있다는 놀라움.
침대사를 읽어보면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도구가 바로 침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나라에도 침대는 과학이라며 기능성을 강조하는 여러 침대회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다양성 면에서 과거의 장점들이 반영되는 새로운 형태와 기능의 침대들도 앞으로 선보이면 어떨까, 출판사에서 이 책을 침대제조사 CEO나 CMO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