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법칙을 설계하라
케이윳 첸.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지음, 유효상 옮김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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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을 설계하라 :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의 숨은 진실 찾기 게임
 
 
세상이 돌아가는 게임의 숨겨진 원리를 찾아내는 일은 뛰어난 사람들이 여럿 모여 꽤 오랜 시간 연구와 실험을 통해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예측이 실현가능성 100%에 수렴할 정도의 뛰어난 모델링이 된다 하더라도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가 담장을 벗어나게 되는 “카오스 이론”처럼 다양한 숨어있던 변수들이 칼춤을 추며 시간과 공간을 휘감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많은 연구진들은 각자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기위해, 때로는 경제적 편익을 얻기 위해 심리 행동학적 모델을 오랜 기간 수행하며 많은 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험결과와 모델에 대한 정의가 쌓인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많은 서적들은 방대한 사회적 결과에 관심을 쏟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인간 본연에 숨어있는 욕심과 탐욕에 대한 가설들을 증명해내고 있으며, 학문적인 갈래도 여러 가지로 뻗어가는 깊이를 자랑하게 된다.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게임의 법칙은 이렇듯, 실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진실에 조금 더 다가서며 궁극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청사진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우리는 비즈니스 또는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창조하여 궁극적으로 부를 완성시키는 핵심역량으로 강화할 수 있다.
협상에 대한 실험은 공정성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를 A에게 주면서 B에게 얼마를 나누어 줄 것인가를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지시하면, 많은 사람들은 30달러 내외를 내준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5:5로 나누어 가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A에게 주도권이 있을 경우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가져간다. 심지어 B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로 배정 가능하다면 - 빼앗는다는 의미다. 나누는 비율이 125:-25가 된다는 실험결과도 등장한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실험의 전제 조건은B가 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A, B 둘 다 한 푼도 못 건지는 경우라는 걸 감안하면 더 깜짝 놀라운 결과이다. 다만, B 역시 30% 정도의 배분은 1/3 정도 거절하여 둘 다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만 얼마라도 건지는 게 낫겠지만 사람들은 공정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에 작은 이익보다 게임의 룰이 공평해지길 기대한다.
A가 이런 희망을 발로 뻥 차버릴 때, B 역시 판을 완전히 깨뜨려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드러난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무엇인가?”를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상은 결국 윈윈게임이 바람직하며, 일방적인 한 측의 승리는 모두 실패할 결과의 확률을 높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확실히 알고 그에 적절한 수준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자가 승리자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
 


이 모든 협상의 원인과 결과에 서있는 주체는 바로 우리,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이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정의롭고 지혜로운 것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공정함이 부족할 때 우리는 기꺼이 작은 이익을 포기하고 정의라는 자신만의 룰을 실행하려고 반 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시도를 강행한다.
한가지 재미난 점은 이런 선택 역시 얻을 이익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세운 하나의 원칙일 지라도, 이익의 크기에 따라 결정의 방향이 바뀌니 말그대로 감정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이야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앞의 사례의 경우 만약 100달러 중 20달러를 포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1억 달러 중 2천달러가 제시된다면 불공정이고 나발이고 제안을 받이들이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상호주의 또는 호혜주의 측면에서 제안을 합리적으로 먼저 한다면 둘의 이익은 더욱 커질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자신감으로 행동하지만, 다양한 실험의 결과들은 아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모습을 입증한다.
 
앵커링 효과는 대표적으로 우리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할 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도출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이 의미하듯, 협상에 있어 원하는 가격을 숨기기 보다 자신 있고 공격적인 숫자를 먼저 선언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상거래 상에서 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 드러나 있지 않는 줄다리기 싸움일 경우 더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란 실제 사회 경쟁에서 통용되기 어려운 방정식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운영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기록되고 있는 패턴들을 분석하여 예측한다면 부분적이라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대응전략을 공식화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에 부합되는 패턴은 즉각적인 협상에 먼저 거친 숫자를 제안하여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사람들 대다수가 자신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근원적인 허점을 제대로 파고들어내는 사고의 전리품이다.
 
“평판”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고려하면 선입관 어디쯤 위치하는 사회적 인정 역시 일을 어렵게 만드는 숨은 복병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시제품 없이 아이폰의 전략적 파트너로 AT&T를 이끌어냈다는 에피소드는 잡스가 가진 명성에 투자를 하고 협업하는 의사결정이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지만, 세상 많은 사기의 피해자들도 같은 결정의 경로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뢰의 관점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사람을 믿고, 객관적인 비판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보는 경향이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텔의 평판을 한 순간에 나쁜 기업으로 몰락시킨 “납 페인트 인형 사건”의 경우 근거 없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업체가 있고, 제대로 된 검증과 주기적인 조사없이 사업을 전개할 경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주사위를 던지는 확률 게임이 아닌 누적된 경험과 통계라는 패턴을 실전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적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게임의 법칙에서 근간으로 삼아야할 내용들이 어떤 것인지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에 근거한 차별적이고 강력한 무기를 손에 들 수 있다.
 
소비자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케팅과 기업의 독자적인 기획을 수립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한 번은 꼭 읽어 봐야할 “행동경제학”의 핵심을 찌르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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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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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예사롭지 않은 탈출 어드벤쳐
 
 
  
기억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는 대표작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관점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질문을 던진다.
 
-기억파단자
-분리된 기억의 세계
-미래로부터 탈출
모두 기억을 소재로 작가의 날카롭고 집요한 상상력이 사건 전개를 숨막히는 스릴러 그 이상으로 표현되고 독자를 마음 속 심연으로 유도한다.

기억파단자는 단기기억상실증
분리된 기억의 세계는 전세계적인 단기기억상실 현상
오늘 소개하는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특정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들의 세계를 그려낸다.

누군가 내 기억의 일정 부분을 삭제해버린다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는 의도마저 지위지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느낌없이 시간의 흐름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군가,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럴듯한 가짜 기억을 연결해서 상상해버리거나 관심에서 멀어 지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시간과 기억은 어떻게 연결될까?
시간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떤 곳을 목적으로 흘러가는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 없는 시간은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숨쉬게 만든다.
그리고 차곡 쌓인 시간의 궤적들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일부는 사라지고 어떤 사건들은 평생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 잠재의식까지 파고들어 행동과 생각을 지배한다.

소멸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기록과 구전이라는 두 형태는 자유로운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지만, 감옥이나 요양원 같은 통제된 사회에서는 도구마저 감시를 받기에 소멸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가지 체크할 일은 일반적인 생활에서 소멸된 기억은 의미 없는 과거의 조각일 뿐이다.
아주 가끔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물론 소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그마한 기억의 오류나 삭제가 가져오는 후폭풍 이야말로 독자의 눈과 귀를 끌어 잡을 만한 사건의 근원적인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평상시 일기를 즐겨 쓰는 사부로는 손때 가득 묻은 자신의 노트를 훑어보다 계시 같은 메시지에 접촉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여기는 감옥이다. 조각을 모아라."



이건 뭘 까?
설사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암호화시켜 전달한 상황.
당혹스럽지만 메시지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온다.
어떻게 이곳에 도착했지? 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올드 보이"의 오달수는 15년동안 이유를 모를 공간에 갇혀 군만두와 TV로 견뎌내야 했지만, 사부로는 그나마 공간 안에서의 자유는 허락된 삶이다.
자신의 나이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할 노인인 그와 주변 사람들 모두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시기 등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기에 쾌적한 환경이므로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확히 자신의 나이는 셈할 수 없지만 100살 정도로 느끼고 있다.
지력도 체력도 일정 수준 안에서 맴도는 연령대에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는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고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요양원처럼 보이는 시설에 감금당한 거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자 이 것 저것 수상한 모든 일에 집중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대상은 간호사들이다.
일본어나 영어 등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외국어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 심지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다 -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당연히 언어로 소통을 해야 보살핌이라는 관계가 형성되는게 당연한 일인데.
그래 이것은 음모다.
 
주인공 사부로는 두가지 시도를 시작한다.
 
하나는 동료를 모으기
또 하나는 시설 밖에 무엇이 있나 알아보기
 
누군가 "도움을 주는 협력자"가 존재한다는 인식은 계속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방 탈출 게임의 힌트를 주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렵게 구한 동료들과 탈출게임을 시작하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놀라운 일과 대면하게 된다.
혹시나 하는 의심만 들었던 부분 기억삭제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찾아낸다.
다행히 나이에 비해 현명함과 지혜가 있는 4명의 결사대는 다양한 소통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아내고, 탈출을 위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감행하게 된다.
과연 주인공들은 시설을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갇혀 있던 시설은 무슨 목적으로 노인들을 수용하고 있던 걸까?
책장을 읽어 나가며 궁금증은 두꺼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후반부의 반전과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들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 작가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앨리스 죽이기"같은 원작 소설을 한껏 비 틀은 작품부터 "기억 "의 연작, 그리고 환타지 호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팬덤을 만들더니 이렇게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유달리 기억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약간은 동떨어진 듯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너무 어둡지 않게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물론 받아들이기에 이질적이고 무거웠던 부분도 있지만.
이전에 작가의 작품을 한 두 권이라도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부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해도 보증 수표 수준의 스릴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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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지음, 김단비 옮김 / 앨리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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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 일본 후즈쿠에 fuzkue 책 가게 사장님의 독하게 책 읽는 공간 만들기

 


 
책 읽는 게 뭐 대단한 벼슬이라고.
 
일부 사람들이 독서광을 비꼴 때 불쑥 던지는 멘트다.
며칠 전 읽은 책 내용 이야기하다 잘난 척했거나, 무슨 무슨 책 읽어봤냐 언쟁이 벌어지면 훅 들어오는 멘트다.
이런 말을 들었다면 자신에 대해 조금 고민할 필요는 있다.
대수롭지 않는 지식 자랑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거나 얕은 지식을 과장하는 경향이 자신도 모르는 행동이나 말에서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식의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자신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너는 책을 아예 안 읽잖아.
 
우리나라 사람들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라고 한다. (어떤 조사에서는 연평균이 1권 미만이니 이 조사는 굉장히 긍정적인 조사일 수도 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 차이가 좀 난다.
독서량 순위도 세계 166위로 하위권이니 책 읽는 사람들은 사실 약간의 자부심과 잘난 척은 해도 괜찮을 수준이다.
오늘 하루에 만난 사람 중 자기보다 평상시 책을 더 많이 읽는 사람은 한 두 사람 정도라고 셈해도 된다.
책 읽는 게 벼슬은 아니지만 행동 자체만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는 번뜩이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만약 독서량이 한 달에 3권 이상이고, 지금 20대-30대라면, 경쟁자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매달 생산하는 군사 대국이며, 전쟁에서 능수능란한 전술을 운영할 지휘관의 역량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책 읽는 가게입니다", 이 책은 평균 독서량을 초월하는 - 책 읽기 좋아하는 - 사람들이 가진 고민거리를 풀어내는 야무진 담론이다.
어떤 장소가 책을 읽기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공간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저자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 공간에 대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만든다.
 
다른 취미에 비해 독서는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등산처럼 복장과 도구를 챙길 일도 없고, 낚시를 하기 위해 장비는 물론 교통수단과 숙박까지 미리 예약할 번거로움도 필요 없다.
대도시에 산다면 책 한 권 들고 다닐 필요조차 없다.
행선지 주변 대형 서점에 들러 무료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 시간을 채울 수도 있다.
 
준비하는데 노력이 적다면 실제 실행과정에서 "장소"는 방해요인들이 널려 있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산에 오를 때의 공간은 등산 코스와 정상이라는 정해진 경로가 있고 다른 잡념이나 주변 상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면 된다.
바닷가에서 낚시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들어올리고, 휴식시간의 펄떡이는 횟감을 바라보면 결말에 다다른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집에서 독서를 시작하려고 페이지를 쫘악 펼친다.
갑자기 청소와 빨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빈 틈을 파고든다.
조금 전 퇴근한 가족과의 대화도 독서 중간에 슬쩍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어떤 날은 마음먹고 오늘은 이 책을 완독해 야지 시작을 했으나, 결국 맥주 세 캔에 치킨 한 마리 뚝딱하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책 읽는 공간을 비즈니스로 접근한 "북 카페"는 또 어떨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북 카페의 본질은 "카페".
문장의 숲을 헤치다 보면 커피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뒤 테이블 남자친구 욕하는 옆자리 수다에 귀가 쫑긋.
한시간 지났으니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야 할까? 라는 불안감이 신경을 긁기도 한다.
 
"도대체 책 읽기 제일 좋은 장소는 어디야!"
 
저자는 그래서 책 읽는 가게를 시작했다.
 


[독서는 겉으로 보기에 소리도 내지 않고 손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인 행위다.
동시에 높은 능동성을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해서 나열된 글자를 하나씩 읽고 뜻을 인식해 정경과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만들어진 정경도 의식이 문득 딴 데를 향하거나 생각을 멈추는 순간 금세 사라져버린다.]
 
저자가 책 읽기에 대해 논한 문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핑계거리를 꺼내는 이유를 발견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정의한 공간의 조건은 이렇다.
-조용함. 정적과는 다르며 화이트 노이즈가 적당히 있는 수준. 대화소리는 불가
-조용함의 연속성. 들를 때마다 소음의 정도가 다르지 않고 꾸준해야 함
-눈치보지 않는 분위기. 커피 한 잔 더 시켜야 하나, 체류시간은 얼마지하는 걱정 삭제
 
이 조건 하에 원 없이 책 읽을 수 있는 가게가 목표였고 실행에 옮긴다.
 
공간 사용설명서라는 꽤 기다란 문서가 가게에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용료나 주의사항에 대한 내용이고, 와이파이 사용법, 제한사항 (대화나 필기. 컴퓨터 작업의 제한 등)을 꽤나 꼼꼼하게 메뉴얼처럼 제작해 놓았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뭐 이런 거까지 세팅이 되어 있는지 황당해할 정도의 분량이다.
물론 주인장의 의도는 본인이 원하는 가게의 이상향을 명확히 정의하고 고객의 태도를 통제함으로써 목적에 맞는 한정된 고객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어? 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매니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명소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가게의 이름은 "후즈쿠에 fuzkue”.
2014년 도쿄 하쓰다이에 2층짜리 건물에 문을 열었다. (시모키타자와에 2호점도 생겼다고 한다.)
동반자는 환영하지만, 둘의 대화는 자제를 요구한다.
음료나 음식을 많이 시키는 고객이나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고객이나 2,000엔 내외로 구성된 메뉴 가격 구성은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공간 대여 비용을 주문량에 적절히 조화시켜 공간에서의 시간경험에 가치를 둔다.
책을 즐기고 싶은 만큼 즐겨야 한다는 아쿠쓰 다카시 씨의 철학이 담긴 운영 방식이다.
 
예전만큼 독서량이 많지 않은 전세계적 공통현상이 일본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출판강국의 위상은 고령화와 발전 없는 경제상황처럼 힘을 잃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선진국가로서 지위와 영향력이 녹아 있는 문화와 인식은 책이라는 매체를 향유하는 방식에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대형서점들이 츠타야의 방식을 따라 찾아오는 고객의 관점으로 구성을 바꾸는 변화를 실행하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즐겁지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자유 분망한 책과 사물의 배치가 돋보이던 원형과의 차이가 나는 탓일지 모르겠다. (더불어 문구와 잡동사니 판매코너가 없으면 서점 유지조차 어려운 오프라인의 몰락과 독서인구 감소도 안타깝다. 도서정가제도 원망)
 
-동호인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없으면 카페를 유지하기 사실 어렵죠.
몇 년 전 업무상 인터뷰했던 홍대 앞 북 카페지기의 대화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북 카페 비즈니스 심장에 쐐기를 박아버린 2021년, 서울에서 "책 읽는 가게"를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생길 수도 있지 않을 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책 읽는 방"이라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가이드로 삼아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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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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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상실되는 자와 기억을 생성하는 자의 대결, 몰입감 높은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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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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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파단자 : 기억이 상실되는 자와 기억을 생성하는 자의 대결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노래는?
아침 자명종 음악.
예전에 내가 쓰던 기상나팔노래와 후배직원 벨소리 음악이 같은 적이 있다.
그 친구 전화 올 때 마다 자동으로 짜증이 머리에 훅 밀고 들어온다.
새로운 - 활기찬 - 아침은 사실 없는 거 아닌가?

문제는 "기억파단자" 주인공 니키치에게는 아침은 과거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친구가 패거리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에 분개하다 머리에 큰 거 한 방 얻어맞은 기억이 주인공의 마지막 보전되는 기억.
단기기억 상실증. 책에서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란 의학용어가 사용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이용하는 뇌의 병은 삶의 하루를 어렵고 의미 없게 만드는 끔찍한 상황으로 몰고간다.
 
시간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떤 곳을 목적으로 흘러가는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 없는 시간은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숨쉬게 만든다.
그리고 차곡 쌓인 시간의 궤적들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일부는 사라지고 어떤 사건들은 평생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 잠재의식까지 파고들어 행동과 생각을 지배한다.
기억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는 몇몇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관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놓는다.
 
-기억파단자
-분리된 기억의 세계
-미래로부터 탈출

작가는 각자 다른 형태의 스토리 라인으로 책 읽는 이에게 소설로서 재미를 제공해주지만 공통적인 기억의 본질, 그리고 우리는 과거에 쌓인 순간의 저장품들을 진짜 믿을 수 있을 까라는 의심도 하게 뒤에서 조종을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 만든다.
그만큼 짜임새 있고 긴박한 등장인물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가 몰입을 만들어 준다.
기억을 다루는 많은 미디어들이 주목한 케이스는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의 의학적 소견이다.
여기에는 특정 시점 이후의 과거를 기억 못하는 사나이가 등장한다.
몰레이슨이라는 사람은 뇌전증을 치료받기 위해 해마절제 수술을 받게 되는데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 치료가 되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수술 전의 기억은 모두 정상적으로 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단기적으로 생성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모든 일을 기억하지만 어제 일은 오늘 아침의 일은 전혀 기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마는 장기 기억을 부호화 하여 저장하는데 이를 절제하여 나타난 후유증이다.
의학계가 주목한 두뇌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억을 상실하게 되었는데 주변에 돌 봐주는 가족이나 연고자가 없다면 어떻게 자립 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영화 "메멘토"에서는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기록을 하여 과거를 유지한다. 그리고 역으로 재생되는 플롯의 끝에서 우리는 충격적인 반전을 만나게 된다.



소설 "기억파단자"는 노트를 활용한다.
노트에 중요한 내용들을 빼곡히 적어 내려가며 단절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물론 이런 방식은 점차 두꺼워지는 페이지 수도 부담스럽고, 필기를 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인식을 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매번 기억이 소실될 때 노트 전체를 다 읽어야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억의 저장방법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 " "는 USB를 두뇌에 삽입하는 방식을 개발하는데, 이 경우는 전 세계 인류가 동시에 병에 걸렸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대처 방안이 나온 결과물이다.
이제 이야기를 어떻게 확대할 지 작가의 의도를 두근거리며 지켜보는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초능력자.
현실세계에 있을 법한 기억상실자와 의외의 조합은 둘의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된다.
키라라는 인물은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대고 명령을 내리면 상대방의 기억을 원한대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길가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어깨를 툭 치면서 "넌 나의 약혼자이다."라고 중얼거리면 상대방은 혼란에 빠지지만 밑도 끝도 없는 주문이 자신의 기억 한자리에 삽입되어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누군가를 조종하는 초능력인데, 실제적으로는 기억을 조작하는 수법이다.
키라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살인이나 폭력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이다.
주인공 두 명은 결국 "기억"이라는 지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이쯤 되면 소설의 얼개를 알아차릴 수 있다.
기억이 사라지는 자와 기억을 생성하는 자.
문제는 이 둘의 관계는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우연히 키라와 사건으로 얽히게 된 니키치는 살인범을 잡겠다는 결심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던 중 우연히 작가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그것도 2년 전에.
왕성한 활동을 하던 작가이기에 새로운 그의 작품 (미래로부터 탈출)이 출판된다는 소식에 즐겁게 안내 페이지를 읽다 깜짝 놀랐다.
"앨리스 죽이기" 부터 이어진 작가와 독자라는 관계는 다른 작가보다 확연히 다른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어 팬덤이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많이 많이 아쉬웠다.
 
"기억파단자"는 신작 소설은 아니다.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이다.
만화 같던 표지가 소설다운 이미지의 표지로 바뀌었다. 다만 오탈자가 몇 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아쉽다.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파단자"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던 생각의 근원에 기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도 과연 우리는 과거가 투영되어 누적된 기억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킨다.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이 회상하던 어린 시절은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신이 인간이라는 실존적 증거로서 차용된다.
그리고, 진실을 깨달았을 때 흘리던 눈물은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했기 때문인 동시에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그리운 기억을 더이상 자신의 기억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없게 된 파괴의 아픔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 그것이 무엇이던 진짜일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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