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비밀
어맨다 시아폰 지음, 이지민 옮김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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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비밀 : 코카콜라 브랜드의 역사와 세계화, 진통과 불안한 미래
 
 
코카콜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단연코 이 네 글자이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요즘도 가끔 80년대 일본 버블시대의 코카콜라 광고를 보면 촌스러운 패션 느낌은 들지만 자유롭고 풍요로 왔던 일본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광고인 동시에, 그런 세상을 리딩하는 멋진 젊은이들이 선택한 음료가 바로 코크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확실히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판 리메이크 버전도 당시에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었고 바로 이런 부분이 코카콜라 마케팅의 강력한 힘이다.)
많은 과거의 브랜드들이 시대변화를 못 버티고 도태되어 갔다.
가장 충격적인 몰락은 코닥필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해 놓고도 기존 사업의 잠식을 우려한 소극적 움직임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브랜드의 생명력이 단축되는 상황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오랜 시간을 살아남은 브랜드의 지속성에 대한 노력도 많이 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개그 릴로 등장했던 사과농장에 대한 투자 이야기는 지금 시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감독이나 관객이 그 때 애플 주식을 샀어야 했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는 브랜드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자 궁극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코카콜라다.
건강에 대한 우려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음료는 아직도 건재하고 오늘도 수퍼마켓에서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독보적인 상품과 그 어떤 회사도 따갈 수 없는 브랜드 관리와 가치증대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때로는 탐욕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보적인 경영기법의 적용으로 볼 수도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경우 독보적인 자사의 상품은 가급적 직접제조의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품질 관리 이상 중요한 부분이 생산라인을 누출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코카콜라는 정 반대의 전략을 취한다.
보틀러라는 세계 각지의 파트너 또는 종속된 회사들을 지배하며 생산은 그들에게 맡기고 본체의 기업은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그리고 제조비법 등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신발업계를 대표하는 나이키와도 비슷한 행보일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과 하청기업들에 대한 능수능란한 다룸을 보면 또 많이 다른 운영방식 차이를 알 수 있다.
상표권, 저작권, 특허 등은 보틀러들을 강력한 통제할 수 있는 기법인 동시에 생산권을 이전할 때 지분에 대한 참여와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통해 확실한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2000년대 접어들며 시련이 닥쳐온다.
기술적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고생했던 것과는 다른 식의 위기였다.
비만, 당뇨 등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코카콜라가 지목되었고, 콜라와 단짝인 패스트푸드 역시 공격을 당하게 된다. 식품산업은 점차 소비자의 높아지는 눈높이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고 생산과정의 오염문제까지 불거지며 휘청거리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 상황에서 코카콜라는 CSR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교육기관의 설립이나 주민 지원 등의 마케팅 활동을 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여주기 식 기업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해왔으니까.
 
보틀링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독특한 생산체계다.
생산을 위탁하되 철저한 업무분장과 시스템 장악을 통해 단순 하청 수준을 떠나 내 수족과 같은 외부의 공급망을 만들어낸 셈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이런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정교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시스템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빠른 확장과 성장을 일구어 냈고, 생산비에 대한 부담을 외재화하여 현금흐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철저한 보안을 기반으로 음료 시럽과 원액을 공급하였고, 브랜드와 프랜차이즈에 대한 권한, 기술과 판촉, 홍보를 아우르는 중앙집권적 마케팅은 최첨단 자본주의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겪어오던 지역의 특수성을 철저한 관리와 지배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만은 대그룹들의 착각이며 때로는 심각한 결말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에 봉착한다.
 
우리나라는 코카콜라 코리아가 모든 일을 하는 것 같지만, LG생활건강이 보틀링을 하고 있다. 눈에 안보이는 음료시장의 전쟁은 롯데와 엘지의 싸움이다. 그만큼 보틀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경쟁은 가격적인 혜택을 고객에게 주고 있지만 막강한 시장지배력은 코카콜라 가격이 매년 인상되는 불신을 소비자에게 던진다. 덕분에 펩시를 생산하는 롯데는 다양한 판촉과 세일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보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콜라를 멀리하고 있지만 기왕에 먹는다면 코크를 선택했지만, 요즘은 고민을 해야한다. 그만큼 코크의 가격인상 폭은 폭력적이다.
 


코카콜라는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브랜드를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 브랜드 콜라도 비닐 패키지 포장에 넣어 - 한약 포켓처럼 - 판매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콜라를 선보이는 장인도 있지만 이건 어쨌거나 매우 작은 영역일 뿐이다.
하지만 실패를 한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도 시장에서 코카콜라는 심각한 실패를 경험한다. 일찍이 그들에게 한번도 닥치지 않았던 시련이다.
아직도 혼돈의 경제상태로 외국 브랜드들의 무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도 시장에 그들은 너무 빨리 진출했다.
갠지스 강의 세균투성이 물로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인도인들에게 코크가 너무 빠르게 진입되었다는 이야기는 책을 보면서도 믿기 힘든 사실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콜라병이 돌아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사회적 정치적 조류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채 실패를 경험한 코카콜라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재도전에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세계적인 확장을 꾀하는 브랜드가 상품의 우수성과 전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흡수하더라도 국가적 특수성과 사회적 용인적인 면에서 뜻하지 않는 갈등을 일으키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 해당 국가의 국민성이나 역사적인 내력, 그리고 상품 자체의 특이성들을 모두 고려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수많은 서방 대기업들의 시련이 시작되는 요즘의 상황을 보면 더욱 이런 심증은 강해진다.
 
개인적으로 코카콜라는 인생 음료였다.
한참 시절에는 콜라 1.8리터를 옆에 끼고 게임을 하느라 또는 축구경기를 보느라 한밤을 하얗게 샌 적도 많았다.
모든 식사의 친구는 코크였고, 술을 진탕 먹고 소화가 안될 때 코크는 원래 출신의 비밀 답게 소화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며 여기저기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며 탄산음료의 해약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요새는 치킨 주문하면 따라오는 콜라가 한 달 이상 냉장고에서 개봉도 안되고 놓여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코카콜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앞서 설탕에 대한 중독을 화려한 마케팅과 시장장악력, 그리고 코크 중독을 통해 해결했던 다국적 기업은 시대의 변화에 그들의 브랜드의 가치와 비밀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한 부분이 이런 호기심이었다.
 
아직도 한 잔 입에 대면 끝내주는 코크의 마성, 그런데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은 부모의 마음이 유행이 되는 건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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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알 수 있는 2030년 지구의 경고
후마 겐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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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알 수 있는 2030년 지구의 경고 : 공멸의 길로 다가가는 인류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메시지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씨스피러시 (Seaspiracy)"를 본다면 바다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이 결국 우리 자신에게 화살의 끝이 다달음을 알 수 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많지만, 인간이 식량수급을 위해 사용하며 방치한 어업도구들이 바다생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꽤나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류의 식용을 중단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은 비약적이지만 다분히 함축적인 경고를 우리에게 던진다.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건강 지표가 안 좋아 관련 상담을 해보면 붉은 육고기를 줄이고, 닭 같은 하얀 고기와 생선을 가까이 하라고 하는데, 만약 인류가 바다생물을 식용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단백질 보충을 위한 자원의 고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경고 메시지와 환경 보호론자들의 거친 주장, 그리고 각국 정부의 경제와 자연이라는 상존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곤란함은 평상시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철저히 숫자와 통계, 즉 데이터를 통해 누구나 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며 앞으로의 대안은 무엇인지 상식적인 측면을 가지게 함으로써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맥도날드가 환경 파괴적인 기업으로 몰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자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산과 환경, 생산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관계를 복원하는 모습은 기업들의 태도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8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공유한다.
기후변화 (온난화), 식량위기, 산림훼손, 바다오염, 물부족, 감염병, 세계의 권력이동, 공급망과 인권
뒤에 2가지 테마는 사회학적 접근이라 앞부분의 생태계 파괴와는 괘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의 번영을 가로막는 요소임과 동시에 적극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이기도 하는 내용이다.
 
각 주제별로 현재의 상황과 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실행하고 있는 부분들, 그럼에도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해 철저히 통계자료와 지도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상 깊었던, 그리고 몰랐던 사실들을 채워본다면,
수소에너지가 온난화를 저지하고 기온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클린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사실은 꽤나 놀라웠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시키려는 각국의 노력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유엔인구부가 추정하는 2050년 인구수는 97억명이다. 과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인구수를 먹여 살린 근 60여년간의 인간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걱정스럽다. 식량에 문제가 생겨버리면 전쟁이나 국가간 갈등 등 정치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다.
실제 이런 위기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시나리오까지 설정하는 "푸드 체인 리액션" 회의가 열릴 정도이니 우리나라도 38%의 낮은 식량자급률을 상향시키고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내가야 할 것이다.
 
바다의 위협에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도 화두가 되고 있다.
중금속 오염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중간 포획자의 멸종으로 바다생태계가 교란될 경우 지구의 생명체들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엉터리 정보에 한동안 속고 살았다는 최근 인터넷 상의 이슈도 있었지만, 전세계적인 식수의 부족은 앞으로 식량과 함께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담수화 기술이 계속 연구되고 있지만 대규모의 담수생산에 대한 한계성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는 현재도 치사율을 낮춰가며 다양한 변종을 확대시키고 있고, 앞으로 인류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가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마스크를 벗지 못하거나 병을 참아내야 하는 숙명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산층 비중의 감소나 국가별 GDP 증가의 격차, 그리고 공정무역 등 생산과 공급의 정의들은 그나마 환경위협보다는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중국의 무분별한 사회경제적 행동이나 우리와 일본의 껄끄러운 관계 같은 국제정치적 불협화음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쟁과 갈등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ESG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고, 유엔이 진행하는 2030년 세계공통 SDGs라는 목표도 설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이런 활동들이 단순한 기업의 마케팅 또는 홍보 전략 수준에서 보여 주기식 수준에서 끝나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기업에 바라는 사회적 책임이 강해지고 기업 스스로도 변화하지 않으면 나날이 높아지는 제재와 규칙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더욱이 유수의 기업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투자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올리고 있기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와 환경이나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이 기대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ESG 경영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구체적인 활동이 부족해 보이는 만큼 분발해 주길 기대한다.
우리 또한 지구의 구성원으로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환경적 위협과 사회적인 배려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읽기가 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구체적인 팩트에 기반한 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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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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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꿈-현실-악몽-내부-외부-우리의 세계는 살짝 공포스럽다.


 
 
카데바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그냥 '시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로 한정하여 쓰인다.
10편의 단편 공포소설이 묶여 나왔고 그 중 한 꼭지 제목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은 스릴러나 SF같은 장르 소설보다는 손이 덜 가기는 하지만, 확 잡아 끄는 작품이 없어서이지만 영화의 취향을 보면 꽤나 좋아하는 분류임은 분명하다.
피가 튀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영화도 곧잘 보곤 했지만 지금은 조금 피곤하게 생각되는 나이가 넘어가고 있지만 글로 읽는 느낌은 또 다르다.
특히 근원적인 사람의 심리가 공포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 전개는 슬래셔 무비 같은 그저 폭력적이고 압도적인 전개에 비해 복잡한 양상을 띄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공포를 약간은 느리지만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라고 생각하면 천천히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어 자칫 따분해질 수도 있는 속도감이지만 책은 또 다르게 긴박감도 느껴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미친 사람을 보면 혀를 차며 어떻게 저렇게 되었나 안타까워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에게는 자기에게만 보이는 세계가 별도로 존재하고 있고 그 안에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 또는 사회적인 통념상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기도 하고 대부분 뇌내망상일 뿐이지만, 혹 모르다. 어쩌면 전세계의 모든 사람이 틀렸고 그 사람만이 진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각 소설들은 꿈과 현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부분은 공포소설을 엮어가는 스토리텔링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느낌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이야기의 맥락이 툭툭 끊어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스안 작가는 이런 위험성을 능란하게 다루며 독자의 긴장감에 적절한 완급조절을 하며 조근 조근 이야기를 끌어간다.
 
단편 중 제목으로도 인용된 "카데바"의 경우에도 사실 우리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 그리고 일이 어떻게 이어갈지 어렴풋이 눈치채는 이야기구조다. 하지만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심리적인 상황을, 어쩌면 주인공이 겪는 환상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경계선에서 풀어내다 보니 애련한 연민까지 느끼게 되며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에서 툭 끊기며 맨 앞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의 구조를 잘 엮어내고 있다.
 
첫번째 등장하는 "버릇"은 평범하게 이어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급한 롤러코스터를 타며 긴장감을 태우지만, "고향"이라는 단편에서는 느린 영사기처럼 아련함이 피어오르는, 그리고 무시무시한 공포소설 속에 한 조각 평온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슬쩍 집어넣어 전체적인 단편집의 균형을 맞추는 노련함도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벼운 스토리나 필체가 아니지만, 박해로 작가같이 극렬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소설보다는 약간 여유 있다. 단편소설의 미덕일지도 모른다. 너무 긴 이야기가 아닌 만큼 핵심만 잘 뽑아내 공포감을 주는 수준에 딱 맞춘다.
 
오랜만에 읽게 된 공포소설의 작은 시간들이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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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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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 나의 복수를 부탁해!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희망을 만드는 주식회사
 


 
"난 꼭 복수하고 말거야."
이빨을 바드득 갈며 자신이 겪은 불행과 모욕, 그리고 절망에서 새로운 희망을 갖기 위해 인간은 복수를 꿈꾸지만 법적인 테두리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며, 설사 성공에 이른다고 한들 자신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복수를 위해 낭비한 인생에 대한 허망함에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을 걸고라도 복수를 해야할 일도 있는 게 사람의 숙명일지 모르겠다.
숨겨진 아버지가 나타나지만 비인간적인 모습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복수가 가능하게 해준다는 생소한 명함을 받게 된 주인공. 이게 진짜일까 라는 의심으로 찾아가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조경아 작가의 "복수전자"라는 독특한 장편소설 제목이 떠오르는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현실세계에서 이루기 힘든 소망이 어떻게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고 작가의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등장인물의 의외성과 기발함을 버무리는 능력이 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의 주인공들을 복기해보면 현실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마치 만화책의 종이를 찢고 나와 우리 앞에 당당히 서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기상천외하면서도 묘한 현실감을 휘감고 있다.
등장인물이 시대와 사회, 그리고 국가적인 뒤엉킴을 통해 포복절도하는 스토리텔링을 엮어 나가는 재주는 아마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성싶다.
그만큼 요나스 요나손의 독자적인 소설 창작은 신작이 등장하기를 항상 기다리는 독자를 양산해내기에 충분하다.
 
이번에는 적도의 케냐와 북위 70도의 스웨덴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도무지 역사적인 지식을 동원해도 이 두 국가가 엮일 만한 사건이 떠오르지 않는다.
세계사 지식이 부족해서 그럴까?
 
등장인물의 설정도 예상대로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를 입혀 놓았다.
케빈은 미술품 거래인인 빅토르의 아들인데, 창녀와의 관계로 태어난 흑인이다. 아버지는 마음에 들지 않은 캐빈을 머나먼 케냐에 버린다. 다행히 원주민 올레 음바티안에 의해 그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뻔 하지만 할례의식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스웨덴으로 돌아오게 된다.
케빈은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에 돌아가지만 그곳에는 빅토르의 전 아내인 옌뉘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빅토르가 스물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집요하고 치밀한 작전의 희생양이었고, 어쩌면 케빈의 기구한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 인물이다.
이 둘은 빅토르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고 책 제목과 같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찾아가게 된다.
합법적이면서 통쾌한 복수를 빅토르에게 먹일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복수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를 "히어로"라 부를 것이다.
의뢰비용이 비싸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일지라도 말이다.
"배트맨"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천재적 광고쟁이 출신의 후고가 바로 회사의 대표이자 영웅으로 칭송받을 만한 사람이다.
 
앞서 설명한 "복수전자"와 약간의 비슷한 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복수전자는 하나의 정교한 복수를 위한 스릴러 느낌이 드는 이야기라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낄낄거리며 복수의 과정을 지켜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둘 다 우리가 실제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복수라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만약 그런 대행사가 있다면 꽤 큰 돈을 주고서라도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 많을 것이다.
더욱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계획에 녹아내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의 복수를 성공시켜 준다면, 글의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개인의 지난하고 실패하기 쉬운 복수의 여정도 보람 있는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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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타트 - 나를 완성하는 힘
닐 게이먼 지음, 명선혜 옮김 / 오도스(odo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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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타트 : 자신있게 인생을 리스타트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시작인 반이라는 속담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힘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단적으로 보내주는 격언이다.
마케팅 용어인 "티핑 포인트"가 의미하듯, 한 번 움직이면 추진력이 생기고 가속이 붙어 일이 뭔가 그럴듯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가끔 시궁창에 처박더라도. 하지만 처음 움직이는 힘은 일을 끝까지 밀어 부치는 힘에 필적할 만큼 지난하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시작이 없으면 세상은 아무런 변화도 할 수 없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주저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는 일에 조금 더 자신 있고 편하게 우리를 던질 수 있게 작가 닐 게이먼은 우리에게 조언한다.
 
닐 게이먼이라는 이름이 낯선 독자라도 토르의 망치 사진 같은 멋진 커버가 인상적이었던 "북유럽 신화"나 애니로도 국내에 소개된 "코렐라인"으로 유명세를 떨친 소설가이다.
유튜브에서도 그의 예리한 인생론은 자신감을 북돋우고 희망의 방향성을 잡게 만드는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덕분에 이 책의 출판 소식을 접했을 때 그의 화려한 문체와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소설적인 상상력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간단하고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형태를 띈다.
내용도 많지 않고 적절한 삽화가 들어있으며 이야기도 대화를 하듯 편하게 진행된다.
그렇다. 유튜브의 장면을 이어 붙인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안에 담겨있는 담백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지혜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은 졸업 연설이다. 당연히 짧지만 임팩트 있는 내용 전개가 진행된다.)
 


시작 - 목표 - 실패 - 실수 - 작품 - 최고 - 행운이라는 스타트의 과정을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작가만의 노하우를 담아내어 누구나 자신삼을 걷고 도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장 상사나 동료 중에는 불가능한 일에 대한 규칙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의미 없는 시간 낭비야... 하지마 하지마.
닐 게이먼은 단언한다. 그들은 범위를 넘어서는 가능성과 그 한계를 시험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며 평생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그 정도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나이가 들어가면 무모함은 사라지지만 그만큼 새로운 성공의 가능성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불가능하다 거나 무모한 시도라는 것을 모른 채 뛰어든 도전에서 우리는 위대한 미래를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아프니까 젊음이 아니라 도전하니까 젊음이라는 말과 겹치는 조언이다.
 
꿈을 가기 위해 산을 오르는 심정으로 산을 상상한다는 작가의 경험담처럼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도전을 하고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이정표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산의 발걸음을 내딛으며 혹시 산의 반대편으로 가지는 않는지 이정표를 설정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와 실수를 다루는 능력은 도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일이 한번에 일사천리로 끝나고 결실까지 좋은 일은 없다. 그런 약간의 행운은 그저 주어질 뿐이다.
 
이왕 하는 거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게 좋다는 부분은 어렵지만 충분히 도전의 목표로 내세울 수 있다.
결국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이를 도전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강점으로 키워 나가고 한 발 더 나가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예전과는 달리 컨텐츠를 다루고 상업적인 이용루트가 다양화되었다. 지금은 유튜브가 대세지만 그 다음은?
오래된 규칙은 무너지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상황을 주도할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사실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지루하고 고단하다.
불확실한 미래는 현실의 따뜻한 안락함에 녹아들기 일수다.
하지만 시작하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작가의 조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작전과 전략을 수립해가겠다는 의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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