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기의 기술 -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인생이 끝나기 전에
톰 밴더빌트 지음, 윤혜리 옮김 / 청림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일단 해보기의 기술 : 우물쭈물하다가 인생 종치기 전에 배움의 길로 나서라
 
 
망해가는 일본의 말을 지금 배운다면 무슨 이점이 있을까?
얼마전 심각하게 고민하던 질문이다.
나이만 채워갔지 손 안에 쥔 게 별로 없네….
 
= 자격증을 한번 따 볼까?
= 기술을 배워볼까?
= 노후에 돈도 벌면서 나름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몇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다, 문득 외국어를 배워보자는 욕심이 들어앉았다.
영어라도 제대로 파는 게 낫지 않겠어? 머리 속 누군가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옆의 목소리는 배워 봐 배워 봐 배워서 남주나? 속삭인다.
바로 오늘, 그리고 내일에 필요한 외국어 중 가장 유력한 중국어는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는다.
그럼 만만한 게 일본어인데, 이거 점점 총명함을 잃어가는 나라의 언어가 의미 있을까? 라는 반문이 든다.
그래, 명색이 19세기부터 어찌되었던 강대국의 반열에 들었던 나라이고 앞으로의 비전은 잿빛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문화적 유산을 글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다면 오히려 중국어보다 보람찰 수도 있다.
이런 합리적인 논리가 섰다.
일본어는 평생 공부해본 적이 없으니 문자부터 시작해야 하겠고, 한국어와 유사한 언어체계라 처음에는 쉬운데 진행될수록 어려워진다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지껄임도 기억난다.
 
일단 온라인 서점을 뒤져 가장 인기있는 초보교재를 주문한다. 딸칵.
여기까지 우연한 결심이 시작하겠다는 결론으로 정착하자, 뿌듯함과 설렘이 휘감았다.
일단 한번 해보기로 하는 마음은 하루를 약간 더 알차게 채우고, 시간의 낱알들을 의미 있는 영양분으로 바꿔준다.
 
노란 색 책표지에 자전거, 농구공, 요트, 외국어 그림이 섞여 있다.
일단 해보기 위한 기술이라는 책의 표지로 적절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초보자들을 위한 새로운 배울 거리에 대한 선택과 진행을 효과적이고 끈질기게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비법이 담긴 책은 아니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나 역시 책장을 넘겨갔지만 작가가 시도한 다양한 배움의 과정을 같이 목격하며 과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세계에 대한 작은 지식들을 채워가는 여정을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왜 언어 공부를 추천하는지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 놓였고, 이런 필요성이 있으므로 작가 톰 벤더빌트가 새롭게 언어공부를 시작했다. 너는 어때? 이 느낌이다.
 
그럼 개인적인 경험을 굳이 책을 통해 볼 필요는 없지 않나? 라는 편에 속한다면 본격 기초 언어 교재나 자전거 기술 사전을 구매하는 편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교제로 유용하다.
다만, 초보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자신의 능력을 확대해가는 과정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사유가 필요하다면 앞서 도전해보았던 작가의 여정을 같이 밟아가며 자신에게 적용할 방향과 수위를 조절하는 대화의 시간을 갖는 소중한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
 
글 서두에 딸아이와 함께 체스를 배우기 시작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막상 나 자신은 딸아이와 배움의 소통을 해보지 않았다는 미안함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부터라도 취미나 운동 같이 배울 수 있는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작은 결심을 한다.
앞서 이야기한 언어에 대해 어떤 자세로 시작하면 좋은가에 대한 고민도 병행하고.
 
처음 노래 부르기 수업에서 쳇 베이커의 노래를 부르던 작가가 나중에는 영국 팝 음악 합창단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하게 되는 취미와 오락 이상의 과정을 엿본다면 배움이라는 과정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새로운 경험과 발전이라는 기쁨은 바쁜 직장생활이나 생업현장에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잠시나마 위로해주는 영양제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영원한 초보자”
새로움에 도전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시작점에서 생기는 부담감은 당연한 일이며, “다시 생각해봐 굳이 이 경주를 네가 뛸 필요는 없어, 그냥 있으면 훨씬 편해”라는 갈등이 계속 밀려드는 파도처럼 도전을 갉아먹으려 힐 때 유용하다.
아이들에게 자전거타는 법을 알려줄 때, 무심코 붙이는 보조바퀴를 때라는 충고 - 사실 많은 부모들이 쉽게 하지 못했고 아이들도 두려워했던 -는 배움에 있어 부딪히고 넘어지며 실패를 극복해가는 과정조차 성장통의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해준다.
 
언어를 공부할 때 자주 듣는 학습곡선이 있다. 실력은 직선형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단계형으로 나타난다.
생각보다 진도가 느리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할 때 묵묵히 수행하는 이에게는 어느 순간 한단계 도약이 되며 자신 스스로 실력이 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경험은 다른 도전을 할 때도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자신을 견인해가는 채찍과 당근 두가지 역할을 한다.
 
일단 시작하고, 자신 있게 주어진 코스를 뚜벅 걸어가는 것이 배움의 최단코스임을 깨달어야 한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식견으로 한 나라가 성장했던 문화적 유산과 몰락의 이유를 통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출판 강국 답게 수십년 간 쏟아져 나왔던 - 그러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활자들의 세계에서 보지 못했던 깨달음의 순간을 얻을지도 모른다.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세상에 일단 해볼 수 있는 일은 무한정 펼쳐져 있음에 도전의 깃발을 바짝 세워보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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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을 설계하라
케이윳 첸.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지음, 유효상 옮김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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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을 설계하라 :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의 숨은 진실 찾기 게임
 
 
세상이 돌아가는 게임의 숨겨진 원리를 찾아내는 일은 뛰어난 사람들이 여럿 모여 꽤 오랜 시간 연구와 실험을 통해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예측이 실현가능성 100%에 수렴할 정도의 뛰어난 모델링이 된다 하더라도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가 담장을 벗어나게 되는 “카오스 이론”처럼 다양한 숨어있던 변수들이 칼춤을 추며 시간과 공간을 휘감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많은 연구진들은 각자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기위해, 때로는 경제적 편익을 얻기 위해 심리 행동학적 모델을 오랜 기간 수행하며 많은 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험결과와 모델에 대한 정의가 쌓인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많은 서적들은 방대한 사회적 결과에 관심을 쏟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인간 본연에 숨어있는 욕심과 탐욕에 대한 가설들을 증명해내고 있으며, 학문적인 갈래도 여러 가지로 뻗어가는 깊이를 자랑하게 된다.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게임의 법칙은 이렇듯, 실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진실에 조금 더 다가서며 궁극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청사진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우리는 비즈니스 또는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창조하여 궁극적으로 부를 완성시키는 핵심역량으로 강화할 수 있다.
협상에 대한 실험은 공정성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를 A에게 주면서 B에게 얼마를 나누어 줄 것인가를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지시하면, 많은 사람들은 30달러 내외를 내준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5:5로 나누어 가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A에게 주도권이 있을 경우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가져간다. 심지어 B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로 배정 가능하다면 - 빼앗는다는 의미다. 나누는 비율이 125:-25가 된다는 실험결과도 등장한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실험의 전제 조건은B가 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A, B 둘 다 한 푼도 못 건지는 경우라는 걸 감안하면 더 깜짝 놀라운 결과이다. 다만, B 역시 30% 정도의 배분은 1/3 정도 거절하여 둘 다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만 얼마라도 건지는 게 낫겠지만 사람들은 공정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에 작은 이익보다 게임의 룰이 공평해지길 기대한다.
A가 이런 희망을 발로 뻥 차버릴 때, B 역시 판을 완전히 깨뜨려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드러난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무엇인가?”를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상은 결국 윈윈게임이 바람직하며, 일방적인 한 측의 승리는 모두 실패할 결과의 확률을 높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확실히 알고 그에 적절한 수준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자가 승리자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
 


이 모든 협상의 원인과 결과에 서있는 주체는 바로 우리,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이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정의롭고 지혜로운 것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공정함이 부족할 때 우리는 기꺼이 작은 이익을 포기하고 정의라는 자신만의 룰을 실행하려고 반 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시도를 강행한다.
한가지 재미난 점은 이런 선택 역시 얻을 이익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세운 하나의 원칙일 지라도, 이익의 크기에 따라 결정의 방향이 바뀌니 말그대로 감정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이야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앞의 사례의 경우 만약 100달러 중 20달러를 포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1억 달러 중 2천달러가 제시된다면 불공정이고 나발이고 제안을 받이들이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상호주의 또는 호혜주의 측면에서 제안을 합리적으로 먼저 한다면 둘의 이익은 더욱 커질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자신감으로 행동하지만, 다양한 실험의 결과들은 아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모습을 입증한다.
 
앵커링 효과는 대표적으로 우리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할 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도출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이 의미하듯, 협상에 있어 원하는 가격을 숨기기 보다 자신 있고 공격적인 숫자를 먼저 선언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상거래 상에서 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 드러나 있지 않는 줄다리기 싸움일 경우 더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란 실제 사회 경쟁에서 통용되기 어려운 방정식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운영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기록되고 있는 패턴들을 분석하여 예측한다면 부분적이라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대응전략을 공식화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에 부합되는 패턴은 즉각적인 협상에 먼저 거친 숫자를 제안하여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사람들 대다수가 자신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근원적인 허점을 제대로 파고들어내는 사고의 전리품이다.
 
“평판”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고려하면 선입관 어디쯤 위치하는 사회적 인정 역시 일을 어렵게 만드는 숨은 복병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시제품 없이 아이폰의 전략적 파트너로 AT&T를 이끌어냈다는 에피소드는 잡스가 가진 명성에 투자를 하고 협업하는 의사결정이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지만, 세상 많은 사기의 피해자들도 같은 결정의 경로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뢰의 관점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사람을 믿고, 객관적인 비판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보는 경향이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텔의 평판을 한 순간에 나쁜 기업으로 몰락시킨 “납 페인트 인형 사건”의 경우 근거 없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업체가 있고, 제대로 된 검증과 주기적인 조사없이 사업을 전개할 경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주사위를 던지는 확률 게임이 아닌 누적된 경험과 통계라는 패턴을 실전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적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게임의 법칙에서 근간으로 삼아야할 내용들이 어떤 것인지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에 근거한 차별적이고 강력한 무기를 손에 들 수 있다.
 
소비자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케팅과 기업의 독자적인 기획을 수립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한 번은 꼭 읽어 봐야할 “행동경제학”의 핵심을 찌르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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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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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예사롭지 않은 탈출 어드벤쳐
 
 
  
기억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는 대표작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관점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질문을 던진다.
 
-기억파단자
-분리된 기억의 세계
-미래로부터 탈출
모두 기억을 소재로 작가의 날카롭고 집요한 상상력이 사건 전개를 숨막히는 스릴러 그 이상으로 표현되고 독자를 마음 속 심연으로 유도한다.

기억파단자는 단기기억상실증
분리된 기억의 세계는 전세계적인 단기기억상실 현상
오늘 소개하는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특정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들의 세계를 그려낸다.

누군가 내 기억의 일정 부분을 삭제해버린다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는 의도마저 지위지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느낌없이 시간의 흐름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군가,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럴듯한 가짜 기억을 연결해서 상상해버리거나 관심에서 멀어 지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시간과 기억은 어떻게 연결될까?
시간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떤 곳을 목적으로 흘러가는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 없는 시간은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숨쉬게 만든다.
그리고 차곡 쌓인 시간의 궤적들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일부는 사라지고 어떤 사건들은 평생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 잠재의식까지 파고들어 행동과 생각을 지배한다.

소멸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기록과 구전이라는 두 형태는 자유로운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지만, 감옥이나 요양원 같은 통제된 사회에서는 도구마저 감시를 받기에 소멸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가지 체크할 일은 일반적인 생활에서 소멸된 기억은 의미 없는 과거의 조각일 뿐이다.
아주 가끔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물론 소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그마한 기억의 오류나 삭제가 가져오는 후폭풍 이야말로 독자의 눈과 귀를 끌어 잡을 만한 사건의 근원적인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평상시 일기를 즐겨 쓰는 사부로는 손때 가득 묻은 자신의 노트를 훑어보다 계시 같은 메시지에 접촉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여기는 감옥이다. 조각을 모아라."



이건 뭘 까?
설사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암호화시켜 전달한 상황.
당혹스럽지만 메시지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온다.
어떻게 이곳에 도착했지? 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올드 보이"의 오달수는 15년동안 이유를 모를 공간에 갇혀 군만두와 TV로 견뎌내야 했지만, 사부로는 그나마 공간 안에서의 자유는 허락된 삶이다.
자신의 나이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할 노인인 그와 주변 사람들 모두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시기 등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기에 쾌적한 환경이므로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확히 자신의 나이는 셈할 수 없지만 100살 정도로 느끼고 있다.
지력도 체력도 일정 수준 안에서 맴도는 연령대에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는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고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요양원처럼 보이는 시설에 감금당한 거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자 이 것 저것 수상한 모든 일에 집중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대상은 간호사들이다.
일본어나 영어 등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외국어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 심지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다 -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당연히 언어로 소통을 해야 보살핌이라는 관계가 형성되는게 당연한 일인데.
그래 이것은 음모다.
 
주인공 사부로는 두가지 시도를 시작한다.
 
하나는 동료를 모으기
또 하나는 시설 밖에 무엇이 있나 알아보기
 
누군가 "도움을 주는 협력자"가 존재한다는 인식은 계속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방 탈출 게임의 힌트를 주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렵게 구한 동료들과 탈출게임을 시작하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놀라운 일과 대면하게 된다.
혹시나 하는 의심만 들었던 부분 기억삭제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찾아낸다.
다행히 나이에 비해 현명함과 지혜가 있는 4명의 결사대는 다양한 소통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아내고, 탈출을 위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감행하게 된다.
과연 주인공들은 시설을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갇혀 있던 시설은 무슨 목적으로 노인들을 수용하고 있던 걸까?
책장을 읽어 나가며 궁금증은 두꺼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후반부의 반전과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들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 작가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앨리스 죽이기"같은 원작 소설을 한껏 비 틀은 작품부터 "기억 "의 연작, 그리고 환타지 호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팬덤을 만들더니 이렇게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유달리 기억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약간은 동떨어진 듯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너무 어둡지 않게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물론 받아들이기에 이질적이고 무거웠던 부분도 있지만.
이전에 작가의 작품을 한 두 권이라도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부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해도 보증 수표 수준의 스릴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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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지음, 김단비 옮김 / 앨리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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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 일본 후즈쿠에 fuzkue 책 가게 사장님의 독하게 책 읽는 공간 만들기

 


 
책 읽는 게 뭐 대단한 벼슬이라고.
 
일부 사람들이 독서광을 비꼴 때 불쑥 던지는 멘트다.
며칠 전 읽은 책 내용 이야기하다 잘난 척했거나, 무슨 무슨 책 읽어봤냐 언쟁이 벌어지면 훅 들어오는 멘트다.
이런 말을 들었다면 자신에 대해 조금 고민할 필요는 있다.
대수롭지 않는 지식 자랑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거나 얕은 지식을 과장하는 경향이 자신도 모르는 행동이나 말에서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식의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자신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너는 책을 아예 안 읽잖아.
 
우리나라 사람들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라고 한다. (어떤 조사에서는 연평균이 1권 미만이니 이 조사는 굉장히 긍정적인 조사일 수도 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 차이가 좀 난다.
독서량 순위도 세계 166위로 하위권이니 책 읽는 사람들은 사실 약간의 자부심과 잘난 척은 해도 괜찮을 수준이다.
오늘 하루에 만난 사람 중 자기보다 평상시 책을 더 많이 읽는 사람은 한 두 사람 정도라고 셈해도 된다.
책 읽는 게 벼슬은 아니지만 행동 자체만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는 번뜩이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만약 독서량이 한 달에 3권 이상이고, 지금 20대-30대라면, 경쟁자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매달 생산하는 군사 대국이며, 전쟁에서 능수능란한 전술을 운영할 지휘관의 역량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책 읽는 가게입니다", 이 책은 평균 독서량을 초월하는 - 책 읽기 좋아하는 - 사람들이 가진 고민거리를 풀어내는 야무진 담론이다.
어떤 장소가 책을 읽기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공간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저자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 공간에 대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만든다.
 
다른 취미에 비해 독서는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등산처럼 복장과 도구를 챙길 일도 없고, 낚시를 하기 위해 장비는 물론 교통수단과 숙박까지 미리 예약할 번거로움도 필요 없다.
대도시에 산다면 책 한 권 들고 다닐 필요조차 없다.
행선지 주변 대형 서점에 들러 무료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 시간을 채울 수도 있다.
 
준비하는데 노력이 적다면 실제 실행과정에서 "장소"는 방해요인들이 널려 있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산에 오를 때의 공간은 등산 코스와 정상이라는 정해진 경로가 있고 다른 잡념이나 주변 상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면 된다.
바닷가에서 낚시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들어올리고, 휴식시간의 펄떡이는 횟감을 바라보면 결말에 다다른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집에서 독서를 시작하려고 페이지를 쫘악 펼친다.
갑자기 청소와 빨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빈 틈을 파고든다.
조금 전 퇴근한 가족과의 대화도 독서 중간에 슬쩍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어떤 날은 마음먹고 오늘은 이 책을 완독해 야지 시작을 했으나, 결국 맥주 세 캔에 치킨 한 마리 뚝딱하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책 읽는 공간을 비즈니스로 접근한 "북 카페"는 또 어떨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북 카페의 본질은 "카페".
문장의 숲을 헤치다 보면 커피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뒤 테이블 남자친구 욕하는 옆자리 수다에 귀가 쫑긋.
한시간 지났으니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야 할까? 라는 불안감이 신경을 긁기도 한다.
 
"도대체 책 읽기 제일 좋은 장소는 어디야!"
 
저자는 그래서 책 읽는 가게를 시작했다.
 


[독서는 겉으로 보기에 소리도 내지 않고 손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인 행위다.
동시에 높은 능동성을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해서 나열된 글자를 하나씩 읽고 뜻을 인식해 정경과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만들어진 정경도 의식이 문득 딴 데를 향하거나 생각을 멈추는 순간 금세 사라져버린다.]
 
저자가 책 읽기에 대해 논한 문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핑계거리를 꺼내는 이유를 발견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정의한 공간의 조건은 이렇다.
-조용함. 정적과는 다르며 화이트 노이즈가 적당히 있는 수준. 대화소리는 불가
-조용함의 연속성. 들를 때마다 소음의 정도가 다르지 않고 꾸준해야 함
-눈치보지 않는 분위기. 커피 한 잔 더 시켜야 하나, 체류시간은 얼마지하는 걱정 삭제
 
이 조건 하에 원 없이 책 읽을 수 있는 가게가 목표였고 실행에 옮긴다.
 
공간 사용설명서라는 꽤 기다란 문서가 가게에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용료나 주의사항에 대한 내용이고, 와이파이 사용법, 제한사항 (대화나 필기. 컴퓨터 작업의 제한 등)을 꽤나 꼼꼼하게 메뉴얼처럼 제작해 놓았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뭐 이런 거까지 세팅이 되어 있는지 황당해할 정도의 분량이다.
물론 주인장의 의도는 본인이 원하는 가게의 이상향을 명확히 정의하고 고객의 태도를 통제함으로써 목적에 맞는 한정된 고객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어? 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매니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명소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가게의 이름은 "후즈쿠에 fuzkue”.
2014년 도쿄 하쓰다이에 2층짜리 건물에 문을 열었다. (시모키타자와에 2호점도 생겼다고 한다.)
동반자는 환영하지만, 둘의 대화는 자제를 요구한다.
음료나 음식을 많이 시키는 고객이나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고객이나 2,000엔 내외로 구성된 메뉴 가격 구성은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공간 대여 비용을 주문량에 적절히 조화시켜 공간에서의 시간경험에 가치를 둔다.
책을 즐기고 싶은 만큼 즐겨야 한다는 아쿠쓰 다카시 씨의 철학이 담긴 운영 방식이다.
 
예전만큼 독서량이 많지 않은 전세계적 공통현상이 일본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출판강국의 위상은 고령화와 발전 없는 경제상황처럼 힘을 잃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선진국가로서 지위와 영향력이 녹아 있는 문화와 인식은 책이라는 매체를 향유하는 방식에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대형서점들이 츠타야의 방식을 따라 찾아오는 고객의 관점으로 구성을 바꾸는 변화를 실행하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즐겁지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자유 분망한 책과 사물의 배치가 돋보이던 원형과의 차이가 나는 탓일지 모르겠다. (더불어 문구와 잡동사니 판매코너가 없으면 서점 유지조차 어려운 오프라인의 몰락과 독서인구 감소도 안타깝다. 도서정가제도 원망)
 
-동호인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없으면 카페를 유지하기 사실 어렵죠.
몇 년 전 업무상 인터뷰했던 홍대 앞 북 카페지기의 대화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북 카페 비즈니스 심장에 쐐기를 박아버린 2021년, 서울에서 "책 읽는 가게"를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생길 수도 있지 않을 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책 읽는 방"이라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가이드로 삼아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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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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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상실되는 자와 기억을 생성하는 자의 대결, 몰입감 높은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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