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역사 -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다
니키 헤이즈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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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사 : 세계의 마음을 열어보고, 나의 마음도 열어보는 여행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학 시절, 심리학 교양 수업 하나쯤은 제대로 들어 둘 걸, 후회가 종종 다가온다. 

복수전공은 커녕 개론 수업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과거의 나에게 쯧쯧 혀를 차는 경우는 보통 사회에 나와 현실과 부딪힐 때이다.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하루의 절반은 보이지 않는 고객의 심리를 추측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얽히고 설킨 조직 내 갈등과 인간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적 줄다리기에 할애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일, 그리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협업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 모두 그 기저에는 묵직한 심리학 메커니즘이 깔려 있다.


결국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업무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심리학 책들을 뒤적였다.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본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심리 실험들에 큰 흥미를 느꼈고, 책에서 본 내용이 영화 “엑스페리먼트(Das Experiment)”에서 스크린으로 투영된 충격적인 장면에서 놀랐던 경험도 있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간수와 죄수라는 역할을 부여받자마자 권력에 취해 잔혹해지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던 시나리오는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환경과 상황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섬뜩한 이면은 심리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 본성을 해독하는 마법의 열쇠로 생각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즘 서점가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다크 심리학' 류의 책들에도 눈길이 간다. 가스라이팅, 마키아벨리즘, 타인을 은밀하게 조종하고 설득하는 기술 등을 다루는 이 책들은 어딘가 얄팍한 '사짜' 냄새가 나면서도,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방어해야 하는 현대 직장인에게는 은밀하게 쥐고 싶은 척척 만능 치트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이나 자극적인 심리 실험 결과만 지식창고에 챙겨넣기 보다는, 파편화된 심리학 지식들을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꿰어줄 전체 역사에 대한 지도가 필요했고, 니키 헤이즈의 저서는 지적인 허기를 훌륭히 달래준다.


저자는 학자들의 이름과 실험 연도를 나열하는 대신, 심리학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을 주고 받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기존의 심리학의 역사를 다루었던 도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물론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역사서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나 근대 유럽의 실험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 책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의 영향을 심리학의 기원 중 하나로 제시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는 서양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과제였음을 명확히 하여, 심리학자들 조차 놓치기 쉬운 문화적 다양성의 토대를 마련한다.

또한 저자는 어떤 위대한 학자의 이론도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완벽한 정답일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다층적이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정신분석학, 행동주의, 인지심리학 등 각 학파는 저마다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제한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이론의 승리를 찬양하지 않고,  한계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전체 이론들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다양성을 독자가 품을 수 있게 유도한다.



무엇보다 고전 실험의 비윤리성에 대한 뼈아픈 직시가 인상적이다. 내가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을 저자는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파블로프나 왓슨, 밀그램의 실험을 단순히 위대한 과학적 성과만으로 포장하지 않고,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피험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윤리적 기준이 미비했던 시절, 인간을 기계나 통제 가능한 데이터로만 취급했던 과거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를통해 독자의 영역에 있는 일반인들이 복잡한 심리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맹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비판적 시각으로 인류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지 않는 선의의 감시자가 되는 암묵적 동화를 이끌어낸다. 각성된 눈이 많을 수록 악마같은 실험실을 존재를 영위할 수 없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철학의 영역에 머물던 마음에 대한 사유를 근대 과학의 반열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세 명의 거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그들이 갇혀 있던 시대적 한계 역시 냉철하게 해부한다.

단연 눈에 띄는 선각자는 빌헬름 분트다. 187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최초의 심리학 실험실을 차린 그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종교와 철학으로부터 독립시킨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다.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관찰해 보고하는 내성법은 훗날 너무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저자는 분트의 이 첫걸음이 없었다면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이후의 수많은 심리학적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학자,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합리적 이성이라는 인간의 자만심을 산산조각내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심연인 무의식을 심리학 이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저자는 프로이트를 보편적 이론의 허상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사례로 들고 있다. 그의 억압 메커니즘과 성적 발달 이론은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이라는 극도로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좁은 사회의 특정 신경증 환자들에게서 도출된 결론일 뿐, 시공간을 초월한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행동주의의 창시자 존 브로더스 왓슨도 흥미로운 학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대신, 철저히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행동만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심리학을 엄밀한 자연과학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그의 기계론적 인간관은 비윤리성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생후 11개월 된 아기에게 쥐와 쇳소리를 결합해 인위적인 공포를 심어준 실험은, 인간을 그저 자극과 반응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오만함을 보여준다. 아무리 학문을 위한 목적이라도 인륜을 넘어서는 행위는 일탈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꺠닫게 된다. 정작 왓슨이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고, 그의 광고기법은 지금도 사용되는 반복에 근거한 행동주의라니 놀랍기만 하다.



위대한 발견의 이면에는 학문이 시대의 편견과 결탁하여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낳은 참혹한 부분도  존재한다. 저자는 심리학 발전에 치명적으로 역행한 대표적인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의 경우는 내가 마케팅 업무를 하며 인간을 통계 수치나 타깃군으로만 분류하려 했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골턴의 '우생학'은 많이 들어보았던 용어일 것이다. 그는 인간의 지능과 재능이 전적으로 유전된다고 믿었다. 교육이나 환경 같은 사회문화적 맥락을 완전히 제거해버린 채, 상위 계층이 잘사는 것은 오직 유전자가 우월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끔찍한 유전 결정론은 훗날 나치 독일로 넘어가 특정 인종과 장애인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의 과학적 명분이 되었다. 심리학이 인류를 치유하기는커녕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칼날로 쓰인 최악의 비극이다. 



책을 읽어가며 떠오른 몇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중 마케터로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AI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던 심리 실험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까?였다. 비용과 속도면에서 그동안 고민하던 고객 분석이 너무나 편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저자의 관점을 빌리자면 대답은 불가능이었다. 인간은 고정된 변수가 아니라, 시대와 문화, 그리고 돌발적인 감정의 역동성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하는 사회적 존재다. AI는 방대한 과거의 텍스트와 반응 패턴을 통해 인간의 정보 처리 구조를 훌륭하게 모사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이 밝혀낸 메커니즘을 딥러닝으로 구현해 낸 셈이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파고들었던 깊은 무의식의 벗어날 수 없는 늪지대나, 인간이 가진 고유의 실존적 고뇌까지 AI가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AI는 훌륭한 연구 보조 도구이자 통계적 예측 모델일 뿐, 살아 숨 쉬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읽거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런 결론을 낼 수 있었지만, 아직 심리학의 초짜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는 이 부분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기로 했다.


책을 덮으며, 심리학의 역사를 훑어보는 작업은 파편화되어 있던 내 머릿속 지식들을 하나의 튼튼한 지식 골격으로 만들어내는 경험이었다.

기존 도서들이 천재적인 학자들의 발견을 칭송하며 선형적인 정답을 강요하는 위인전기라면, “심리학의 역사”는 학문이 어떻게 시대와 부딪히고 깨지며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편영화 모음집 같았다.

단순히 마케팅 스킬을 하나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복잡하고 매력적인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대학에 돌아가 심리학을 제대로 전공해 보고 싶다는 엉뚱하고도 진지한 상상. 당장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제 나는 사람들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들여다볼 줄 아는, 조금은 더 사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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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돈의 문법 세계척학전집 3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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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척학 전집: 훔친 부 편 : 허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인간의 평가 조건으로, 부의 변천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부와 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자 인간의 가치를 표현하는  절대 기준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밤늦게까지 노동을 시간 속으로 갈아 넣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땀과 시간, 심지어 영혼까지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숫자 하나로 보상받는 것에 만족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죽을 때 결코 싸 가지고 갈 수 없는 이 존재하지 않는 숫자에 왜 우리는 인생을 저당 잡힌채 갈망할까?


이클립스의 시리즈 도서 세계 철학 전집의 새로운 도서, 훔친 부 편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자기 자식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조금 더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하겠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작은 소망마저도 개인의 맹목적인 탐욕으로 낙인찍히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항상 정해진 선을 벗어나는 탐욕과의 경계선이 애매한 탓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사실 이 거대한 부라는 프레임은 개인의 머리 속에서 생겨난 산물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정교하게 직조해 낸 제도이고 인간에게는 어쩌면 덫일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이 책은 경제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지혜를 현재의 우리 모습에 적용하여, 우리의 부를 누가 가져가는지, 그리고 이 끊임없는 부의 탈취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쾌하기도 다행스럽기도 한 개개인마다 저마다 다른 인사이트를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의 초반부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등장하는 농부 파흠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문을 연다. 하루 동안 걸어서 돌아오는 거리의 땅을 모두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파흠은 욕망의 질주를 시작한다. 점심때 반환점을 돌아야 했음에도,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좋은 땅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오후 늦게까지 걷고 또 걷는다. 결국 해가 지기 전 출발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리던 그는 도착점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그 거대한 욕망의 끝에서 그의 시체가 들어갈 땅은 사실 단 2m에 불과했다.

파흠의 죽음은 인간의 경제 생활을 관통하는 비극적 메타포다. 끝을 모르고 갈구하는 돈의 근거를 끝까지 추적해 보면, 결국 다른 사람도 이 가치를 믿으니까라는 허약한 명제 밖에 남지 않는다. 평생을 바치는 저축, 연봉 협상, 노후 설계가 전부 이 한 문장 위에 위태롭게 쌓아 올려져 있다. 우리는 그 근거를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물어본 적 없이 인생 전체를 걸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의 통찰은 우리의 맹목적 믿음의 근거를 제시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류를 물리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을 하라리는 집단적 상상력에서 찾는다. 우리는 사물을 단지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허구를 집단적으로 믿고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회사, 브랜드, 자격증, 학위 등 우리가 그토록 의지하는 것들은 사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돈은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훌륭한 상호 신뢰 체계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법률이나 제도, 심지어 종교조차도 넘볼 수 없다.인류 공통으로 숭배하는 유일하고 강력한 가치 체계이다. 종교와 달리 돈은 정직하고 보편적으로 작동한다. 과거 조개껍질에서 금으로 이어지던 실물 가치는,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는 불태환 화폐 제도를 선언하면서 완전히 증발했다. 이제 종이 쪼가리 하나, 디지털 숫자 하나가 모든 실물을 대체한다. 어쩌면 실체 없는 허구에 대한 집단적 믿음이 우리의 욕망을 끝없는 질주로 떠민 것은 아닐까?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깨달음은 명확하다. 돈이라는 것이 일종의 허구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작동 원리를 아는 사람만이, 돈을 맹목적으로 숭배하지 않고 자신의 통제 하에 유용한 도구로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학창 시절부터 줄곧 들어온 경제학의 상식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스미스가 남긴 가장 거대한 어록인 ‘보이지 않는 손'은 사실 그의 방대한 저서 국부론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미스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만사형통이라는 천박한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즉,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미안하게도 개개인의 이기심이며, 시장에서 거래할 때 상대방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말라는 냉혹한 현실을 지적한다. 거래는 자비심이 아니라 상호 이익의 충족이 될 때 작동한다. 이것이 시장이라는 게임의 첫 번째 규칙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스미스의 시장은 이기심만으로 굴러가는 것도 물론 아니다. 우리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물건을 사는 일상적인 행위 이면에는 거대한 신뢰의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당장 눈앞에서 금과 물건을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 상인은 카드사가 대금을 지불할 것을 믿고, 카드사는 고객이 결제일에 돈을 입금할 것을 믿는다. 즉,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높을수록 자본의 순환은 빨라지고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한다.

책에 묘사된 스미스의 통찰을 현대 경제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면 네 가지 게임의 규칙이 도출된다. 

첫째, 거래는 상호 이익으로 작동한다. 상대방의 이익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내 이익도 얻을 수 있다. 

둘째, 시장 참여자들은 사실 경쟁을 원하지 않으며 기회만 되면 담합하여 경쟁을 없애려 한다. 힘은 흩어진 쪽이 아니라 모인 쪽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따라서 경쟁이 존재해야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경쟁이 사라지는 순간 '보이지 않는 손'은 소수의 강한 자들을 위한 폭력적인 손으로 변질된다. 

넷째, 돈은 결코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낙수효과는 환상이며, 돈은 철저히 돈이 있는 곳으로 중력처럼 흐른다. 

결국 우리는 이 돈의 길목을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해야만 부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고전 경제학자의 원칙이 2026년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고 이를 아는 사람만 획득할 수 있다. 동시에, 이기심이 폭주하여 담합과 불공정이 판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사회적 조율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자본 그 자체에는 양심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만나는 경제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인물, 바로 칼 마르크스의 통찰은 전율을 일으킨다. 

"돈이 신이 되면 사람이 물건이 된다." 

마르크스는 이미 150년 전에 자본주의의 이 끔찍한 본질을 정확히 간파했다.

우리는 우리의 시급과 월급을 협상하며 나 자신의 이름에 가격표를 매긴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도 당연한 시장의 원리로 인정하고 있다. 마르크스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원래 세상은 그런거야라는 안일한 체념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원래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 마르크스는 시장에 놓인 테이블 하나에 1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을 때, 그 안에 깃든 노동자의 땀방울과 노력, 통증과 시간이 완벽하게 지워지는 현상, 즉 물신숭배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인간이 창조해 낸 노동의 가치는 철저히 은폐되고, 오직 결과물인 물건에 매겨진 가격만이 진실이 되는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와 관계는 사라지고, 물건과 물건 사이의 관계, 즉 가격을 매개로 한 교환 만이 인간관계의 주요 활동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상거래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 부르주아지는 인간 사이에 적나라한 이해관계와 냉혹한 현금 거래 외에는 어떤 연결 고리도 남기지 않았다.

더욱 두려운 것은 원래 가격이 붙을 수 없는 영역까지 철저히 상품화되어왔다는 부분이다. 

중세의 농노는 영토에 묶여 있었을지언정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분절하여 시장에 내다 팔지는 않았다. 노동에 시간당 가격을 매겨 거래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슬픈 결과물이다. 땅이 상품이 되고, 물이 상품이 되고, 지식이 상품이 되더니, 결국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노동 시간이 돈이 된 셈이다. 


기업은 계속해서 덩치를 키우며 잉여생산물을 독식하고, 노동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초과하며 자신을 갈아넣는다. 하나의 직장으로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없어 짜투리 인생도 박박 긁어모아 N잡러가 된다. 돈은 도구였지만, 어느새 우리의 주인이 되었다.

마르크스는 이를 뒤집을 유일한 방법으로 혁명을 꿈꿨지만 역사는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혁명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의 주장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정교한 메커니즘 속에서 나의 가치가 돈으로만 환산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부여할 수 있다. 이 뼈아픈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만, 미래에 우리의 가치가 돈보다 더 고귀한 대우를 받는 세상을 향한 꿈을 꾸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현대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그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금융 시장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심리적인 맹신에 의해 굴러가는지를 폭로한다. 소로스의 '재귀성(Reflexivity) 이론'은 오늘도 대한민국 여기저기 경제 활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언의 자기 실현  현상을 설명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이 현실을 바꾸고, 그렇게 바뀐 현실이 다시 대중의 믿음을 더욱 강력하게 강화하는 끝없는 피드백 고리다.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오르는 것인가, 아니면 주가가 오르니까 사람들이 열광하여 실적이 좋아 보이는 것인가? 

금융시장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항상 어떤 방향으로든 현실을 왜곡하며, 그 왜곡은 실제 시장에 물리적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시장의 표면적 지표를 거울처럼 받아들이는 수동적 관찰자와, 그 이면에 숨겨진 대중의 심리 및 사회적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투자자의 수익률 차이는 여기서 벌어진다. 

왜 가격이 떨어지는지 묻는 대신,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 구조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하락이 공포를 불러 추가 하락을 견인하는 구조가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대폭락의 신호이며, 가격 상승이 맹목적인 희망을 부추겨 추가 상승을 부르는 구조가 보인다면 그것이 붕괴 직전의 버블 신호라고 소로스는 말한다. 그가 영국 영란은행을 굴복시키고 파운드화 공매도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것은 단지 차트를 잘 봐서가 아니다. 허상에 불과한 고평가된 파운드화의 통화 가치와 대중의 맹신이 빚어낸 괴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을 지배하려면 눈앞의 현상을 넘어 대중의 욕망과 제도가 작동하는 원리, 그리고 결과의 냉정한 예측까지 관통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세 가지로 분류했다.

'노동'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끝없는 반복이다. 밥을 짓고, 출퇴근을 하고, 월급을 받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존 활동이다. 아렌트는 이를 동물도 하는 가장 낮은 차원의 활동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을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정의해버린다. 대통령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두가 스스로를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무슨 일 하세요?"가 한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최우선 질문이 되어버렸다. 아렌트는 이를 ‘동물적 노동자 의 승리'라고 부르며 탄식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할 인간 고유의 가치가 생존을 위한 생리적 활동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현상은 유독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의 명함 문화가 그 좋은 사례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건네는 명함에는 그 사람의 철학이나 세계관이 아니라 회사, 부서, 직급이라는 노동자로서의 계급장만 적혀 있다. 만약 그 명함을 빼앗긴다면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물론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아렌트의 시각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엘리트주의로 비칠 위험도 있고, 뚜렷한 현실적 대안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녀가 던지는 본질적인 경고는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노동만으로 인간의 삶이 채워질 때, 사회는 비정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진리를 탐구해야 할 대학은 기업의 부품을 생산하는 직업 학원으로 전락했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순수 학문은 도태되고 있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단일한 가치관만이 지배하는 사회는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상상력도, 위기에 대처할 식견도 잃어버린다. 다양성이 압살된 채  노동의 효율성에만 모든 가치가 집중된 사회는, 외부의 작은 경제적, 사회적 충격에도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는 얇은 유리그릇 신세가 될 뿐이다. 더군다다 AI 시대에 노동력만이 무기인 인간은 더욱 필요없는 폐품이 되어갈 운명아니겠는가?



이 책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의 거대 담론들을, 우리의 일상 속 에피소드와 교차시키며 탁월한 몰입감을 주고 있다. 거장들의 사상이 동네서점의 한적한 서가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빛나고 있고 예리한지 잘 보여준다.


한 개인이 책 한 권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자기의 여생마저 드라마틱하게 바꿀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았 듯, 개개인이 모은 공동이 자각하고 인지하여 조금 더 나은 경제체계를 조금씩 만들어간다면 그래도 노동을 넘어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빛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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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프롬 더 탑 : 건축가의 조언에서 발견하는 삶의 지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발레나 오페라를 일컬어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근원적 만족을 채워주는 가장 완벽하고 거대한 종합예술은 바로 건축이다. 음악적 요소라는 문화의 한 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족함은 있지만, 대신 건축은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자 실생활과 커뮤니티가 촘촘히 엮여 숨 쉬는 거대한 유기체로서 예술을 품는다. 


이러한 종합예술을 탄생시키는 건축가들의 사고방식은 당연히 인간의 삶, 사회의 구조, 그리고 환경의 변화를 아우르게 된다. 그렇기에 켄 양, 클리퍼드 피어슨, 라그다 알하얄리가 엮은 “팁 프롬 더 탑(Tips from the Top)”은 겉보기에는 건축가들을 위한 실전 조언집인 동시에 일반인들에게는 하루의 개인과 직업의 행로를 개척하고 미래를 향해 생각의 방향을 알려주는 조언서의 역할도 수행해낸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으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뼈아픈 손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아차, 이게 이런거구나, 깨닫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앞서 길을 걸어간 인생의 선배, 저명한 인사들, 혹은 나와 다른 결의 업무와 삶을 겪어온 동료는 물론 심지어 나이 어린 후배들의 조언까지, 내가 겪지 않은 미래를 안전하고 단단하게 구축하는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이 책에 담긴 세계적 건축가들이 털어놓는 66가지의 조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들은, 단순한 건축 기법을 넘어 어떤 태도로 세상이라는 백지 위에 나의 삶과 인생을 설계하고 직장인으로서 살아가야할 태도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책의 구성은 테마별로 나누어 2~3페이지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 타이밍에 맞는 조언을 골라 언제든 꺼내먹는 스낵처럼 나만의 어드바이스 박스로 활용할 수 있다..


책의 서두부터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미디언의 농담처럼 인생의 많은 것들은 타이밍에 달려 있다. 건축가 유진 콘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성공은 무엇에 동의하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한 사업가의 조언을 듣게 된다. 하지만 당장 일거리가 급했던 그에게는 공허하고 답답한 소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훗날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그는 대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회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직감하게되고 실적이 꼭 필요한 시기였음에도 조언을 떠올리며 과감히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국가의 지도자가 축출되며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되었고, 그의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누구에게 사업 초창기, 눈앞의 이익이나 그럴듯한 제안에 휩쓸려 무비판적으로 모든 일을 수용하다 보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진정한 비즈니스의 주도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또는 거절할 것인가 하는 무서운 조언에 고객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건축가들은 끊임없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만, 기존의 통념과 굳어진 관행에 갇히는 순간 결과물은 실망스럽고 뻔해진다. 책에서는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으라"고 권한다. 건물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단단한 벽의 개념을 허물고 내부를 자연이 깃든 공간으로 바꾸거나, 도시의 청사진에 자연을 끼워 맞추는 대신 자연이 스스로 도시의 형태를 빚도록 내버려 두는 식이다. 

이러한 '뒤집기'의 철학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최고의 기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제품의 쓰임새, 서비스의 타깃, 기존 산업의 룰을 뒤집고 용도를 변경할 때 전혀 새로운 혁신이 탄생한다. 



건축 거장들의 조언 중 공통으로 관통하는 또 다른 진리는 결국 '기본(Basic)'이다. 세상이 아찔할 만큼 빠르게 변하고 AI가 디자인을 대체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빛, 공기, 스케일, 분위기, 재료의 성질처럼 건축물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공간으로 이어주는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흙을 단단히 움켜쥔후, 가지가 하늘로 뻗어나가듯, 삶의 한 순간 또는 직장인 업무에서 밝은 빛이 가득찬 아이디어가 번뜩여야하는 순간의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가치와 기본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책은 세 가지 행동을 촉구한다. 

읽기, 그리기, 그리고 여행하기. 

다양한 역사와 이론을 탐독하여 자신만의 어휘력을 기르고, 생각을 도면으로 시각화하며, 직접 발로 뛰며 문화를 체험하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주변 사람과 환경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고 체득하느냐가 창의력의 크기를 결정한다. 


이는 비단 건축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자기계발 영역에서도 중요한 행동이다.


특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낯선 도쿄의 거리에서 유명 건축가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던 시절이 내게 있었는데, 이 순간은 아마도 비즈니스적 통찰이 시작되는 지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문화를 흡수하고 그들이 마주한 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관찰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타깃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가장 훌륭한 훈련법이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자, 나 스스로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결국 '호기심'이다. 


책은 "호기심이 없다면 호기심을 가지는 법부터 배우라"고 일갈한다.

영감의 원천은 책상 앞이 아니라, 달리기하는 순간, 남을 위해 요리하는 순간,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모든 호기심 어린 순간에서 발현된다. 내가 기존에 알던 것을 다시 분해해 보고, 새로운 분야의 문을 두드려 보는 이 모든 호기심의 과정이 사람과 커뮤니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거대한 인사이트가 된다. 




이 책을 읽어가며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삶과 업무의 본질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직업적 기술이 아닌 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이다.


건축가들의 66가지 조언을 그들의 결과물과 비교해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이 남긴 수많은 조언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여 내 것으로 체득화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서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건축물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관점을 내 삶에 투영해보고 호기심이라는 세상 대단한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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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성공 비법 50가지 - 책쓰기로 성공하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이상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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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성공 비법 50가지 : 내 책 한 권, 지속 가능한 또다른 무기로 확장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표지에 적힌 책 한 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아가는 평생 소원이자, 가장 강력한 자기실현의 로망이다. 

글쓰기는 재주가 대단하던 미약하던, 꿈을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슬쩍 머리를 채울 때, 서점에서 지나치지 못하고 머무는 공간이 있다. 예비 작가들의 희망 사항을 자극하듯 '책 쓰기'를 주제로 한 수많은 지침서들이 매대를 채우는 바로, 여러분도 한번쯤은 책을 만지작 거리던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누구나 쓸 수 있다", 손가락으로 어서 오라며 유혹하지만 제자리에 서서 몇 장만 들춰봐도 너무 뻔하고 감성적인 동기부여만 늘어놓거나, 철저하게 출판사나 편집자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가득차 현실적인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19년 차 전업 작가이자 11년 동안 책 쓰기 강사로 활동해 온 이상민 작가의 ‘책쓰기 성공 비법 50가지”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뜬구름 잡는 위로가 아닌 뼈아프지만 명쾌한 실전 지도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내가 쓴 책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고, 책 쓰기가 단순한 자기만족을 넘어 어떻게 대중과 시장을 설득하는 전략으로 채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50가지 비법으로 공유한다.


글을 쓰고자 할 때 우리가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바로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맹목적으로 매몰된다는 것이다.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고, 내가 가진 대단한 지식으로 채워 넣으면, 독자와 시장은 자연스럽게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 주며 열광하리라는 헛된 착각에 빠진다. 당연히 쉽게 될 줄 알았던 부분들이 의외로 철저한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함정이다.

저자는 이러한 작가적 아집이 출판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임을 지적한다. 아무리 훌륭하고 멋진 글이라도 시장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과감하게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한다. 내가 쓰고 싶은 주제라도 대중이 원하지 않는다면 기획 출판의 문턱을 넘을 수 없으며, 고집을 피워 자비 출판을 강행하더라도 초판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결국 책을 쓴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읽어내고, 독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타겟팅 하여 그들의 가려운 곳을 후련하게 긁어주는 치열한 과정이다. 비즈니스의 현장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이 출판사의 기획 및 편집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껏 원고를 투고해도 당장 연락이 오지 않거나, 거절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똑같은 원고를 두고도 어떤 출판사는 호평을, 어떤 출판사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저자는 출판사가 원고를 채택할 때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출판사는 금전적인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업적 성공을 바라보는 사업 집단이다. 각 출판사마다 타깃으로 삼는 독자층과 추구하는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피드백이 엇갈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내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이상을 실현하는 동시에 출판사에게도 금전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소통의 기술이다. 내 글의 방향성을 꿋꿋이 지켜나가되, 외부의 피드백을 어떻게 소화하고 협업하여 융화시키는가에 따라 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도권과 결정권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냉혹한 현실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주변의 사례만 보아도 증명된다. 내 지인 중에는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을 달았던 두 명의 '원히트원더(One-hit Wonder)'가 있다. 한 명은 재테크, 다른 한 명은 비즈니스 + 자기계발 분야에서 첫 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들의 후속작은 전작에 비해 초라했다. 재테크 분야 지인의 경우,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대중에게 인정받은 노하우를 정리해 첫 책을 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쏟아낸 지식 외에 더 이상 추가적인 깊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분야 지인 역시 자신이 성공했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을 뿐, 다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확장시키거나 획기적인 새로움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이는 저자가 뼈 주사처럼 강조하는 '경쟁 도서 분석'과 '합리적 추론'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글을 쓸 때는 감이나 막연한 예측, 파편적인 지식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명확한 근거를 대고, 유아독존적인 태도를 버린 채 경쟁자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나와 같은 생각, 혹은 다른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확장하지 못하면 작가로서의 생명력은 한 권으로 끝이 난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두 명의 원히트원더 지인들이 비록 후속작에는 실패했을지언정 첫 번째 베스트셀러를 무기 삼아 활발한 강연과 방송 출연을 이어가며 추가적인 활동을 전개하며, 수익까지도 확보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도 또 다른 베스트셀러를 내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책 한 권 냈다고 모든 것이 만사형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책 자체의 인세 수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을 강력한 포트폴리오이자 명함으로 삼아 나만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강연, 블로그, 유튜브, 후속작 집필,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및 공동 작업 등 책을 매개로 나의 수익과 이상 실현의 무대를 발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 스펙도, 자본도 없는 사람에게 책 쓰기가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무한한 확장성에 있다.


내가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호기심이 결국 책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라는 저자의 철학이다. 독자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내는 과정. 내가 독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하는 태도야말로 작가를 움직이는 진짜 엔진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여 책을 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하며, 다시 현장에서 얻은 새로운 호기심으로 다음 책을 기획하는 선순환의 과정. 이것이야말로 이상민 작가가 예비 작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유익하고 위대한 결론일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경제적인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가장 고상하고도 치열한 무기다. 앞으로 어떤 책을 기획하고 세상에 내놓을 것인지, 이 책이 남긴 50가지의 이정표를 따라 나 역시 묵묵한 연습을 지속해 나가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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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인세대 - 경제적 여유와 압도적 인구수로 문화의 주 소비자가 된 세대
이시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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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인세대 : 낀 세대에서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 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중심축은 누구일까?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경제적 헤게모니의 이동을 들여다보면, 결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4060 세대, 그중에서도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라는 결론이다.


이 책은 바로 이들을 사회의 진정한 주역인 ‘메인세대’라 명명하며, 이들이 마주한 현실과 앞으로 만들어갈 거대한 사회·경제적 파동을 깊이 있게 파고 들고 있다.


최근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1970년대생들의 다사다난했던 성장기를 조명하는 콘텐츠를 가끔  접하게 된다.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고도성장의 초입에 서 있던 부모에게서 이들은 결핍과 풍요의  경계선을 부여받아 그 경계선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조개탄을 집어넣는 난로에서, 에어콘이나 온풍이같은 시설이 없는 이전 세대와 변하지 않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억압적인 입시 경쟁을 견뎌냈다. 

무엇보다 대학만 웬만큼 나오면 취업 걱정없던 베이비붐 세대의 여유로운 사회 첫발은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적 재난으로 한순간에 무너졌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또한 영원히 소멸했다. 

그 어떤 세대보다 강렬한 생존 본능을 내재화한 이들은, 현재 들이닥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위협, 인구 절벽으로 인한 내수 시장 축소, 그리고 만성적인 저성장이라는 겹악재 속에서도 특유의 맷집으로 꿋꿋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묘한 동질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메인세대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직장 내에서는 젊은 세대와 경영진 사이에 끼어 꼰대라는 멸시와 조롱이 섞인 시선을 견뎌야 하고, 대한민국 특유의 경직된 노동시장 속에서 정년은 꿈도 꾸지 못하고 비자발적이며 명예라는 헛된 포장의 이른 은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자산 보유율을 자랑하며, 향후 10여 년간 자본 시장과 소비 트렌드의 방향타를 쥐고 흔들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윗세대의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취업난에 허덕이는 자녀 세대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끼인 세대’이기도 하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이 충분치 않거나 은퇴 후의 현금흐름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다면, 그 어느 세대보다 급속하고 비참한 빈곤의 늪으로 추락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메인세대의 딜레마를 정확히 짚어낸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메인세대의 강점과 약점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분석했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이 가진 자본력과 경험이라는 강점 이면에 숨겨진 은퇴에 대한 현실적인 공포, 사회적 지위 상실에서 오는 심리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나아가 이 거대한 집단이 향후 대한민국의 주거, 금융, 소비,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진지한 성찰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거시적인 경제 지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은퇴를 앞둔 메인 세대들의 뼈저린 현실적 고민, 즉 경제적 포트폴리오와 주거의 재편을 다룬 후반부의 통찰이었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환경이 뜬다. 명제는 메인 세대의 복잡했던 뇌리를 번쩍하게 만들 좋은 테마와 방향성이다. 

부동산 급등기 내내 자산 증식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아파트를 이제는 현금화하여 노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것은 은퇴자의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현금화하고 남은 돈으로 주거지를 선택할 때, 맹목적으로 또다시 아파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인사이트는 조금은 신선한 방향전환으로 다가왔다. 대안으로 제시된 서울 도심 속 단독주택이라는 키워드는 주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공감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보며 쉽지않은 결단이겠지만 향후 10년 이상의 미래와 인구 감소, 그리고 삶의 질을 따져본다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단독주택은 아파트의 편리함에 밀려 쳐다보지도 않던 주거 형태다. 겨울이면 외풍에 춥고, 여름이면 관리가 어려우며, 방범에 취약하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은퇴 후 주택이라고 하면 으레 미디어가 만들어낸 막연한 로망에 사로잡혀 훌쩍 떠나는 전원주택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미 많이 알려졌 듯 저자는 이런 전원주택의 낭만과 현실을 철저하고 냉정하게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이름 모를 벌레들과의 전쟁, 배타적인 지역 이웃과의 불화, 끊임없이 요구되는 자가 수리 능력 등 전원생활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고, 특히 나이가 들고 신체적 능력이 저하될수록 최고 수준의 병원과 문화 인프라, 편리한 대중교통이 갖춰진 도시 머무르는 경향은 이미 우리보다 빨리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일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현실적 요구와 감성적 로망의 완벽한 교집합에 있는 것이 바로 도심 속 단독주택이다. 최근의 단독주택들은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고도화된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최신 아파트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편리함과 보안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구조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과 취향, 남은 생애의 철학을 오롯이 공간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늘 아파트의 평수와 건설사 브랜드로만 개인의 가치가 매겨지던 획일적인 삶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작더라도 내 손으로 가꾸는 마당이나 햇살이 드는 테라스를 가지며 진정한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는 삶.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예산이 맞는 강북이나 외곽 지역들을 찬찬히 물색해 본다면, 굳이 수도권으로 떠밀려 나가지 않고도 도심의 우수한 인프라를 그대로 누리며 나만의 완벽한 주거 독립을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주거의 청사진에서 느끼는 설레임도 잠시, 뒤이어 펼쳐진 금융 파트에서 읽은 한 줄의 생생한 일화가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바로 과거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던 당대 최고의 야구 선수 류현진이 국내 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곧 수백억 원의 천문학적인 계약을 체결할 것이 자명한 그조차도, 은행의 경직된 시스템 앞에서는 당장 소속된 직장이 없고 소득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오랫동안 은퇴를 앞 둔 직장인들 이름 앞에 붙어 자신을 대변해주던 'OO기업 부장', 'OO기업 임원'이라는 반짝이는 타이틀이 사라지는 그 순간, 은행의 차가운 전산망 앞에서는 그저 무직자이자 신용을 증명할 길이 없는 개인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은퇴 후의 삶을 주도적이고 여유롭게 설계하려면,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제출하기 직전, 즉 회사라는 거대하고 든든한 울타리 안에  속해 있을 때  넉넉한 한도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고,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도로 열어두며, 향후 필요할지 모를 대출을 미리 연장해 두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실전 팁도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의 대한민국 금융 산업은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활발히 움직이는 5060 메인세대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수 밖에 없다. 그저 은퇴 자금을 맡아 예금 이자를 조금 더 주거나 보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과거의 수동적인 역할을 넘어설 것이다. 


퇴사 후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메인세대의 축적된 전문성과 무형의 경력 자체를 새로운 신용 평가의 기준으로 환산할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특정 업종의 리스크를 정교하게 반영한 맞춤형 창업 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비즈니스 멘토링을 결합해 차등 금리를 적용하며, 마치 유망한 청년 벤처기업을 인큐베이팅하듯 시니어의 새로운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빌드업해 주는 메인세대 전용 금융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 사회적인 흐름에서는 결코 쉽지 않는 변화일 것이고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은 지금처럼 세찬 박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서서히 냄비 속 개구리의 최후에 빠지지는 않을까?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메인 세대가 맞이하는 은퇴는 결코 인생의 셔터를 내리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핵심 소비층이자 자본의 주체로서, 온갖 의무와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쥐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뻔한 소형 아파트를 고집하는 대신 도심 속 단독주택이라는 나만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회사의 뱃지가 떨어져 나가기 전 냉정하고 철저하게 금융 자격과 신용을 세팅하며, 무직의 초라함에서 시작해야 하는 창업의 험난한 길을 뚫고 나가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책에서 얻은 이 묵직하고 실용적인 인사이트들을 훌륭한 양념 삼아, 막연하게 다가오던 은퇴의 두려움 대신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설계도를 그릴 마음의 준비와 자신감을 저자는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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