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프롬 더 탑 - 창작의 기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 66
켄 양 외 엮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팁 프롬 더 탑 : 건축가의 조언에서 발견하는 삶의 지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발레나 오페라를 일컬어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근원적 만족을 채워주는 가장 완벽하고 거대한 종합예술은 바로 건축이다. 음악적 요소라는 문화의 한 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족함은 있지만, 대신 건축은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자 실생활과 커뮤니티가 촘촘히 엮여 숨 쉬는 거대한 유기체로서 예술을 품는다. 


이러한 종합예술을 탄생시키는 건축가들의 사고방식은 당연히 인간의 삶, 사회의 구조, 그리고 환경의 변화를 아우르게 된다. 그렇기에 켄 양, 클리퍼드 피어슨, 라그다 알하얄리가 엮은 “팁 프롬 더 탑(Tips from the Top)”은 겉보기에는 건축가들을 위한 실전 조언집인 동시에 일반인들에게는 하루의 개인과 직업의 행로를 개척하고 미래를 향해 생각의 방향을 알려주는 조언서의 역할도 수행해낸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으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뼈아픈 손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아차, 이게 이런거구나, 깨닫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앞서 길을 걸어간 인생의 선배, 저명한 인사들, 혹은 나와 다른 결의 업무와 삶을 겪어온 동료는 물론 심지어 나이 어린 후배들의 조언까지, 내가 겪지 않은 미래를 안전하고 단단하게 구축하는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이 책에 담긴 세계적 건축가들이 털어놓는 66가지의 조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들은, 단순한 건축 기법을 넘어 어떤 태도로 세상이라는 백지 위에 나의 삶과 인생을 설계하고 직장인으로서 살아가야할 태도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책의 구성은 테마별로 나누어 2~3페이지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 타이밍에 맞는 조언을 골라 언제든 꺼내먹는 스낵처럼 나만의 어드바이스 박스로 활용할 수 있다..


책의 서두부터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미디언의 농담처럼 인생의 많은 것들은 타이밍에 달려 있다. 건축가 유진 콘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성공은 무엇에 동의하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한 사업가의 조언을 듣게 된다. 하지만 당장 일거리가 급했던 그에게는 공허하고 답답한 소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훗날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그는 대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회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직감하게되고 실적이 꼭 필요한 시기였음에도 조언을 떠올리며 과감히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국가의 지도자가 축출되며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되었고, 그의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누구에게 사업 초창기, 눈앞의 이익이나 그럴듯한 제안에 휩쓸려 무비판적으로 모든 일을 수용하다 보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진정한 비즈니스의 주도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또는 거절할 것인가 하는 무서운 조언에 고객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건축가들은 끊임없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만, 기존의 통념과 굳어진 관행에 갇히는 순간 결과물은 실망스럽고 뻔해진다. 책에서는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으라"고 권한다. 건물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단단한 벽의 개념을 허물고 내부를 자연이 깃든 공간으로 바꾸거나, 도시의 청사진에 자연을 끼워 맞추는 대신 자연이 스스로 도시의 형태를 빚도록 내버려 두는 식이다. 

이러한 '뒤집기'의 철학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최고의 기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제품의 쓰임새, 서비스의 타깃, 기존 산업의 룰을 뒤집고 용도를 변경할 때 전혀 새로운 혁신이 탄생한다. 



건축 거장들의 조언 중 공통으로 관통하는 또 다른 진리는 결국 '기본(Basic)'이다. 세상이 아찔할 만큼 빠르게 변하고 AI가 디자인을 대체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빛, 공기, 스케일, 분위기, 재료의 성질처럼 건축물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공간으로 이어주는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흙을 단단히 움켜쥔후, 가지가 하늘로 뻗어나가듯, 삶의 한 순간 또는 직장인 업무에서 밝은 빛이 가득찬 아이디어가 번뜩여야하는 순간의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가치와 기본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책은 세 가지 행동을 촉구한다. 

읽기, 그리기, 그리고 여행하기. 

다양한 역사와 이론을 탐독하여 자신만의 어휘력을 기르고, 생각을 도면으로 시각화하며, 직접 발로 뛰며 문화를 체험하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주변 사람과 환경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고 체득하느냐가 창의력의 크기를 결정한다. 


이는 비단 건축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자기계발 영역에서도 중요한 행동이다.


특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낯선 도쿄의 거리에서 유명 건축가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던 시절이 내게 있었는데, 이 순간은 아마도 비즈니스적 통찰이 시작되는 지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문화를 흡수하고 그들이 마주한 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관찰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타깃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가장 훌륭한 훈련법이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자, 나 스스로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결국 '호기심'이다. 


책은 "호기심이 없다면 호기심을 가지는 법부터 배우라"고 일갈한다.

영감의 원천은 책상 앞이 아니라, 달리기하는 순간, 남을 위해 요리하는 순간,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모든 호기심 어린 순간에서 발현된다. 내가 기존에 알던 것을 다시 분해해 보고, 새로운 분야의 문을 두드려 보는 이 모든 호기심의 과정이 사람과 커뮤니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거대한 인사이트가 된다. 




이 책을 읽어가며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삶과 업무의 본질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직업적 기술이 아닌 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이다.


건축가들의 66가지 조언을 그들의 결과물과 비교해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이 남긴 수많은 조언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여 내 것으로 체득화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서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건축물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관점을 내 삶에 투영해보고 호기심이라는 세상 대단한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