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드로잉 -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기록하는 드로잉 노트
설레다 최민정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해나간다는 거 웬만큼 지독한 다짐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너무 쉬운 예.

겨울방학숙제 중 제일 어려운 것은 일기 쓰면서 과거의 날씨를 유추하는 것이다.

사실 일기장 선생님 검사할 때 날씨까지 신문 뒤져가며 (요새는 휴대폰을 뒤지겠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모든 아이들의 날짜 별 일기 속의 날씨를 비교할 리는 만무하지만 왠지 거짓말하면 시범케이스로 걸릴 거 같아 고민을 했었다.

하루 하루 꾸준히 일기를 썼더라면 어렵지도 않은, “흐림”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아침부터 구름이 꾸물대더니 눈이라도 한번 쏟아 부을까 설랬지만 밤까지 그냥 어두운 하루의 날씨였음” 이렇게 멋들어지게 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하루에 한가지 꾸준하게 밀리지 않게 해내는 힘은 금연과 동급의 참을성과 의지가 필요한 분야이다.

영어단어 외우기. 진짜 중학생부터 제대로 임무를 완수했다면 지금은 꽤 근사한 단어대장이 되었을 텐데.

하루에 착한 일 한가지. 어쩌면 지금 굿네이버스에서 자선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날마다 드로잉.

작은 명함 크기의 카드를 한 장 마련해서 오늘의 압축적인 일기를 쓰고 그림을 하나 그려 넣으면 한달 일년 십 년 정도 지나면 박스 하나에 하루 종일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멋진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며칠 그림 그리기를 하다 보면 신문에 연재되는 한 컷 만평의 작가들이 대부분 대머리가 되어버린다 라고 루머를 퍼뜨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무실 책장 귀퉁이에 명함만한 크기의 종이가 몇 묶음 굴러다니는걸 발견했다.

관리자가 하루에 하나씩 칭찬거리를 찾아 명함종이에 적은 후, 영업담당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칭찬카드 같은 종이다.

몇 개월 전에 제도는 유야무야 사라졌지만 남은 종이는 딱히 쓸 곳을 잃은 채 버리지도 못하고 방치된 상태이다.

몇 장 가져다 만년필 글씨 연습삼아 쓱쓱 써보니 복사지 같은 얇은 종이 보다 도톰한 재질이라 필기감도 좋고 종이를 채운 글자들도 조금은 세련된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그림도 한번 그려볼까?

간단히 캐릭터와 기호, 그리고 사물 그림 한두개.

그림 그릴 때도 필기감이 사각 사각 좋은 편이다.

하루에 그림 하나 그리고 간단히 문장을 하나씩 써놓으면, 일주일이면 7장의 카드 일년이면 300장이 넘는 카드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과정 속에서 약간 부족한 부분 또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을 발견한다.


 

날마다 조금씩 드로잉.

사실 드로잉에 대한 방법적인 도움도 기대했지만 그것보다는 에세이와 그림, 여기에 덧붙여 확실한 차별화를 하나 더 입혔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독자라도 밑그림 위에 슥슥 덧칠을 하다보면 일기쓰기 같은 매일의 일상기록이 조금은 보람있고 조금은 재미있고 조금은 멋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편하게 다가오는 소소한 일상의 매일 기록을 그림과 함께 표현한다는 작업은 의미있는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과 글, 그리고 이미지로 표현되는 영상은 이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SNS 채우기의 훌륭한 도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써놓은 이 문구가 와 닿는다.

오늘의 이 기분, 말로 할 수 없어 그림으로 밖에는….

그림을 잘 그리건 아니건 이런 기분은 다들 느껴봤을 것이고, 뭐해? 지금 한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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