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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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한 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신나는 책방 속에 숨겨진 설계의 비밀, 그리고 구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해피엔딩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노벨상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발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놀랐던 가슴이 1주일이 되지도 않았지만, 서점에 길게 늘어선 줄이 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고, 작가의 플레이리스트 덕분에 음악차트 역주행하는 노래가 등장하니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만큼 영향력은 높았다는 반증이고, 사람들의 큰 관심을 얻게 된 긍정의 에너지는 한반도를 꽉꽉 채우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출판사가 호황을 누릴지 모른다는 기대는 너무 멀리 나간 건 아닐까? 원래 책 읽기 진저리치는 사람들에게 유튜브라는 새로운 21세기 바보상자가 손바닥에 안에 쥐어졌는데, (고작!) 노벨상 하나로 사람들이 바뀌리라는 기대는 빨리 접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대했겠지만, 어쨌든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서점에 모여 기다리는 옆나라의 관심이 우리에게 전염되길 바란다.

종이에서 묻어나는 활자의 향기라는 멋들어진 감상을 차지하더라도, 30초에 승부나는 숏츠의 조급함과 얇은 지식을 뛰어넘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 서서히 국운이 가라앉는 우리나라를 다시 부상시키는 시발점으로 -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 한 명의 위대함이 국가의 위대함으로 확대되는 또다른 기적을 우리는 꿈꾼다.

한강 작가의 쾌거가 들린 당일 오후 10시 정도,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들이 버벅거린다는 즐거운 소식이 올라왔다.

작가의 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점 접속하느라 서버가 낑낑댔던 모양이다.

실제 예스24의 경우에는 초기화면에 접속 불가 메시지가 뜨는 상황을 볼 수 있었고, 알라딘 역시 페이지 로딩이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교보문고의 온라인 서점은 쾌적했다.

내 학창시절 지식의 쇼핑센터이자 대형마트였던 교보문고가 유통사업의 몰락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지 불안감을 일으킨다. 온라인 서점이 제공해주지 못하는 책을 쇼핑하고 들쳐보고 종이의 질감을 손으로 만지는 축복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오프라인이 살아 남기를 소망한다.

유통사업 구조변화와 마찬가지로 서점의 체질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지만, 그래도 자본력으로 대형서점이 버티는 형국 이면에 독립서점이라는 작지만 의미 있는 대안이 나름의 매니아 층을 확보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10% 책 할인이 뭔 대수인가? 주인장이 엄선한 책을 집어 들고 선택한 이유를 공감하며 차 한 잔 마시는 삶의 여유를 느끼는 공간이 우리의 지친 하루의 영양제로 발걸음 닫는 거리 내에 살아있어 다행이다. 도서정가제 이후 오히려 동네 서점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저마다 개성을 가득 담은 독립 서점들의 약진은 그래도 출판 시장의 미래는 가능성을 살려주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폭넓은 독자층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일본의 서점 시장을 엿보는 일은 현실 측면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가게 주인의 개성이 물씬 품는 공간과 도서 배치를 떠나 전략적이고 마케팅 요소가 돋보이는 "미래 생존 경쟁력"을 갖춘 중소 서점들의 활성화만이 오프라인 시대의 종말을 피하는 필수요소가 된다.

서점을 개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준비가 허술하지는 않을까, 간과했던 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볼 체크 리스트가 한 장 있다면 큰 힘이 된다.

창업부터 운영까지 다른 사업군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단계별로 할 일을 정리하면 좋다.

치킨집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워낙 방대한 오픈 매뉴얼과 참고 컨텐츠가 조금만 뒤적거려도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서점을 창업아이템으로 잡고 준비하는 지망생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각 서점마다 메뉴 판 모양도 천차만별이고, 재료조차 다르니 성공 가이드가 있다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럼에도,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최종 목적지, 그리고 수많은 노하우들을 내 것으로 만들 기회를 부지런히 찾아볼 수 밖에.

취향이 취미로 끝나는 건 고민이 필요 없지만, 생업으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살아남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여유롭고 안일한 생각은 비밀봉지 꽁꽁 묶어 쓰레기통에 투척해야 한다.

출판 강국에서 작은 서점들이 살아남는 비법을 알 수 있다면 발 품을 팔아서라도 채집하고 싶다.

간절하다면 통역가능한 후배나 파파고의 신세를 지더라도 진보초 거리나 시부야 뒷골목 서점들의 영업 노하우를 한 땀 한 땀 취재하면 어떨까?



"책방도감"은 창업준비생은 물론 나날이 늘어가는 적자가 주름살 사이로 쌓여가는 운영자 입장에서 기초부터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낭만의 서점이 아닌 실제 돈을 벌어주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해이할 지 새로운 준비 전략을 알려준다.

일본 로컬 서점 40곳의 공간배치와 디자인, 그리고 생존전략들을 실제 사진과 함께 제시하고 특징을 뽑아냈다. 우리 독자 환경과 분명 다른 점이 많겠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서점이라는 좁은 공간 내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이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겨가면 분명 활용하기에 딱 맞는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책을 읽어가며 창업을 할 때, 어떤 순서로 준비를 할 지, 고객에게 어필할만한 주요 마케팅 포인트를 어떻게 잡을지, 실제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배치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머리 속에 떠올려본다.

협소한 공간에 적정량 이상의 상품을 몰아넣고 독자의 간택을 받을만한 배치에 올 인하다 보니 큰 틀에서 보면 책에 소개된 서점들의 모습들은 엇비슷하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결국 판매되는 상품이 "책"이라는 동일한 모양을 가진, 알록달록 커버가 아름답지만 실체는 재미없는 종이와 흰 글자일 뿐이는 공통분모를 가진 탓이다.

물론 의견이 다른 사례도 등장하는데, 저자와 글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에게 적용할 방안을 사례와는 다른 각도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연습문제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 타겟 고객인 여성들이 점포 전체를 훑어볼 수 있게 잡지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배치를 한 사례가 있는데 일견 그럴싸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고객의 동선을 너무 길게 잡는 것은 아닌지 갸우뚱하다. 매장 구성은 직관적인 요소를 가장 앞에 둘 수도 있고, 고객의 인터뷰나 다른 서점 사례를 보고 참고할 수 있지만 나였다면 “유연성”을 우선 설정으로 정한다.

마음먹으면 작은 매장의 구성은 하루 휴일 맘 먹고 시작하면 끝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실제 고객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해보는 평상시의 꾸준함과 예리한 분석력에 있지 않을까?

가볍게 여성지 하나 보러 온 고객이 모든 코너를 지나 맨 구석까지 와서 잡지를 구매했다면 마음 급한 그녀는 다음부터는 옆 동네 서점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먼저 고객에게 동선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고, 고객이 얼마나 체류하는지 어떤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추는지, 시간대에 따른 움직임의 변화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효율성은 높이고 추가 구매 가능성을 연계한 실험을 여러차례 반복하여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다. 이런 유연성은 한달에 한 번 작은 변화를 통해 지루함을 극복하게 만드는 실행력의 근간이 될 수도 있다.

멀티샵을 만드는 고민도 등장한다.

아니 고민이라기 보다는 제안의 형태로 말하고 있지만, 최소한 국내 환경에서는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 카페, 문구와 굿즈를 판매하는 형태의 에드 온 샵은 대형서점은 물론이고 중소형서점에서 훌륭한 가치체인으로 묶여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 예외적 형태라고 간주해야 한다.

책-커피-노트-필기도구는 어차피 독서라는 카테고리에서 한 범주의 영역이니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사무 공간을 활용하거나 의류나 기타 연관 상품들을 전개할 때는 서점 본연의 색은 잃어버리고, 부가된 상품으로 인한 부정의 이미지가 덧씌워줄 우려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 상권에서 복수의 아이템을 멀티 샵 형태로 운영되는 가게들을 방문해보고 소비자로서 느끼는 매력과 객수의 상황을 조사해본다면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점들의 레이아웃을 이미지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서점 운영자는 물론이고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모든 유통업체들이 실제 고객 동선을 복잡한 선형으로 분석하고 각 코너에 체류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일반론을 규모가 작은 서점이라고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지적이다.

사람 심리는 좁은 공간일수록 한 곳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하고, 같은 동선을 반복으로 왔다갔다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각 핵심 포인트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구매의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패턴을 제안해야 한다. 각 서점들이 어떤 위치를 중점을 두어 배치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 끌기 위해 가구나 서적의 배치, 테마의 제안들을 유도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만들고자 하는 책방의 마케팅 컨셉을 확고히 할 수 있겠다.

식물을 활용한다 거나 개인에게 판매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은 기본 운영 이외에 서점의 생명력을 확대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점은 단순한 유통의 한 종류가 아니라 그 안에 얼마든지 문화의 향기를 깊고 넓게 채워놓을 수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융합시킬 수 있다.

다만 내가 운영하는 서점의 특징과 강점,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 방식에 따라 어떤 전략을 구성하고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할 지는 수많은 선택의 기회로 앞에 놓이게 된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책을 일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반이 넘어가는 만큼, 현실의 고객으로 눈 앞에 나타난 이들이 다른 일반인들과 구분 짓는 성격과 취향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장치들을 고민해서 설치해보는 접근법도 괜찮겠다 라는 의견이다.


내년에 기회가 되면 진보초 거리를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었다.

올 3월 고서점들을 훑어보리라 무리하게 일정에 집어넣었고, 이케부쿠로 방문 후 오후에 3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했었다.

고색 창연한 고서적들이 옛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도 아니고, 북오프 같은 방대한 서가를 자랑하지도 않았다. 작은 서점들은 나름 내부 공간을 개성 있게 챙겨놓고 있었지만 국내의 독립서점들의 모습보다 못한 부분도 많았다.

여행을 다녀온 후 진보초 거리를 집중 해부한 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일 뿐이었고, 거리의 매력은 예상을 넘어 철철 넘치는 수준이었다. 물론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서점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먹을 일은 요원하다.

하지만 책이라는 최고 문화가치를 내포한 상품을 고객과 어떻게 호흡하며 선보이는지에 대한 시각 차이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한 셈이다.

다음 방문할 때는 진보초 거리뿐 아니라 40개 서점 중에 일정에 맞는 매장은 다소의 긴 거리를 돌아 가더라도 책에서 본 서점의 현장 모습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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