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역사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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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역사 : 역사의 흐름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의 연대기
 
역사에 가정은 없다.
과거는 어떤 대가를 치룰 수 있다해도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역사의 거대한 반전이 일어나게 만드는 암살이라는 행위는 용서받기 힘든 인류의 공적이 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한 국가의 위기에서 희망을 찾아낸 쾌거로 추앙받는다.
 
하얼빈역에서 적의 몸통에 총알을 박아버린 안중근 의사의 거룩한 결단은 한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천명하고 우리가 불의에 맞서 싸울 자긍심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반대편인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조국 근대화의 근간을 만들고 새로운 시대로 편입하게 만든 국가 영웅의 급작스러운 서거이고 국가의 뼈아픈 손실이다.
양국은 적대 관계였고 객관성을 부여하기 힘든 가치와 국익의 차이를 가진 만큼 하나의 의거를 바라보는 입장이 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편 내 편을 떠나 역사의 의미를 가진 엄중한 결단을 내리깎으며 자신의 의견과 의중을 피력하는 파렴치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들을 “매국노”라 부른다.
적이 명확한 시기에는 나라를 팔아먹는 이들의 정체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복잡한 현상과 이익의 혼돈 시대에는 마치 우리나라를 위한 조언으로 포장되지만 실제 적의 푼돈을 먹은 장사치의 새빨간 거짓이지만 본질이 감춰져 있다.
우매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나라를 위한다는 말에 현혹되어 잘못된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할 때 국가는 쇠퇴와 침탈의 불행한 길로 빠져 버린다.
 
구한말, 고종의 서거로 복잡해졌던 정국에서 오히려 3.1 운동의 기화점으로 삼았던 독립정신이 21세기는 국제 협력과 교류라는 사탕발림에 훼손되는 일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한 국가의 왕(황제)와 왕비가 무자비한 암살을 당한 지 100여년이 지난 지금, 저들의 칼 끝이 또다시 한반도를 향해 거친 포효를 공중에 그리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암살의 습습한 뒷 배경을 읽어가며 따져봐야 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졌다.
 


정조의 시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억울하게 여의고 왕권은 커녕 자신의 안위부터 걱정하던 그가 왕권을 확립하고 개혁을 통해 국가의 체력을 키우려 했던 일련의 작업들은 조선이라는 국가를 명실상부한 동아시아의 맹주로 호령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역사는 간교한 자의 몫이었나?
살기 위해 왕을 죽이고, 국가를 무너뜨리는 이기주의 정치인들의 악랄함은 이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살기 위해 모든 술수를 부리는 일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당연한 보호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익보다 사익이 먼저인 사회와 국가는 결국 모두 망한 후에야 마지막 고성을 지른 채 절멸해간다는 비극은 역사의 여러 부분에서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정조 독살설은 흥미를 부추기는 200년된 떡밥일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주변에는 음모론은 그림자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음습한 궁궐정치에서는 표면상 정적으로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밀월관계인 경우도 수없이 발견된다. 정조의 독살설을 부인하는 증거의 하나로 알려지기도 한 관계다. 
그러나,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모든 고려요인을 재단하는 졸렬함은 극단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실록에서 얼마나 많이 목도할 수 있었던가!
 
암살이라는 극단의 정치 선택이 이처럼 역사와 국가의 운명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세계사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언제나 설레는 탐구를 시작해본다.
 


 
트로츠키와 스탈린의 대결에서 레닌의 실질 후계자는 몰락한다.
걸작으로 추앙받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이 둘의 경쟁관계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우화를 넘어 섬세한 감정까지 녹여내 흐름을 파악하기 쉽게 구성되었다.
 
모든 면에서 위대한 지도자 레벨에 도달한 트로츠키가 부족한 점은 딱 하나 “교만함”이다.
철저히 자신의 흉포성을 숨긴 채 기회를 기다리는 스탈린은 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쟁관계에서 결국 승리한 이에야스의 끈질김과도 닮아 있다.
문제는 잘못된 역사의 선택은 소비에트 연방의 혹독한 공포정치를 시발로 한국전쟁이라는 우리에게는 뼈아픈 상흔으로 남았다는 결과이고, 이 와중에 몰락하던 일본은 오히려 기회를 얻어 세계 2위의 부강대국으로 성장한다.
트로츠키가 집권했다면 지금의 일본은 패전 이후 미국의 식민지로 남아있을 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혁명과 두 라이벌의 경쟁구도를 읽어가며 당시 소련으로 변화되는 과정의 시대 배경과 정치 변화를 한번에 이해하는 과정은 그동안 관심 없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지식의 충족이 되고, 어느 정도 내용을 인지하는 독자에게는 혁명이 완수되는 상황에서 두명의 혁명가들이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미묘한 갈등을 암살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하는 흥미로운 과정을 얻을 수 있다.
 
한국사의 어두운 그림자 - 민주투사의 알 수 없는 죽음과 음모론을 만들어낸 주범의 어이없는 비명횡사는 영욕으로 뒤엉킨 한국 현대사의 평가하기 어려운 굴곡을 담아내고 있다. 역시 알 수 없는 숨은 이야기는 결코 진실로 드러내기 어려운 시간이 흘렀고 역사학자와 호사가들의 추측만 남은채 어지러운 광주의 끔찍한 학살 현장으로 피가 흘러가는 슬픈 자화상으로 남고 말았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누구나 알 법한 사건과 아닌 사례가 혼재되어 있고, 세계사와 국사로 무대도 양분되어 있어 독자의 흥미를 최고조로 이끌어낸다.
 
누군가의 죽음이 단순한 흥미의 대상이 된다는 미안한 마음은 들겠지만, 수많은 역사의 한 장면에서 그때마다 변화하는 사회 정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거대한 벽을 느낄 수 있다.
 
히틀러가 화가로 명성을 날렸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조금 가볍게 역사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가정을 집어넣는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방식이 유용하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되는 책 읽기였다.
 
추천대상
역사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은 독자
역사의 충격과 배경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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