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은하수를 여행하던 히치하이커들이 멸종동물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웃긴데, 슬픈 이야기




마지막 기회라고 충분히 경고를 주었지만 우리는 뚜벅 뚜벅 시계의 종착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나 환경으로 인한 절망의 시대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단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간 이유는 환경단체들의 계속되는 활동이 일상생활과 부딪히는 상황에 조우하며 지쳐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우리는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정부나 언론들도 피상적인 구호 속에서 굳이 전진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다큐멘터리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놓는 책을 통해 그나마 진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체계적인 구조의 접근이 아니기에 관심은 아이스크림처럼 이내 녹아버린다.
 
SF코믹 장르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씹어 먹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를 지구 위기 끝자락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멸종의 위기에 턱 밑으로 위기를 맞은 동물들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관찰하는 여정은 그만의 독특하고 재치 있는 필체에서 독자들은 흥겨운 여행길을 이끈다.
물론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들의 본질에서 풍기는 우울함은 끝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작은 보트 안  4마리 닭의 공허함 속에서 저자가 느낀 당황한 심정과 닮아 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절박한 외침은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심정과 비교된다.
 
동물원에서 티켓만 내면 마주치는 동물이 아닌 그야말로 미래가 없어지는 대상과 만나기 위한 여정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저자 중 한 명은 마크 카워다인이 어떤 경로로 오지의 장소까지 찾아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가이드를 구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만의 특수한 여행사가 따로 있는 걸까?
우리가 자연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듯 현지 가이드들의 거짓말도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해진다.
 
저자들이 호주에서 만난 독 전문가의 대화는 웃음을 자아낸다.
코모도 섬의 무시무시한 도마뱀을 만나러 떠나기 직전 해독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방문했지만 연신 직접 구운 케이크를 권하며 독을 가진 끔찍한 생물들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 놓는다.
 
아주 간단하다.
“물리지 말 것.”
뱀이 사람을 먼저 건드리는 경우는 적지만 물리지 않게 주의하는 게 물린 다음 어떤 치료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보다 우선이라고 직언한다.
코모도 같은 오지에서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당하면 명망 있는 의사를 만나기 전에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작가의 숨막히는 심정이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마치 소설의 한 장면과 마주친 느낌이다.
이어지는 좌충우돌의 상황들은 책에서 만나고 픈 대상들을 어렵게 찾아가는 지루한 과정을 재미난 모험 이야기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마주친 고독한 생명체의 단발마는 오히려 끔찍해질 수도 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섬뜩하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다.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에서 특별한 한 종이 영원히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의미는 자신들의 세대가 종말을 맞이한 이상의 파국을 불러온다.
대부분은 작은 소용돌이로 대자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믿고 싶지만 사실 멸종의 결과는 생태계에 거대한 방향성을 움직이는 작은 계기의 모임이 된다. 더욱이 여러 종의 마지막 존재는 롤러코스터가 끊긴 레일 위를 달리는 두려운 방향성에 힘을 보탠다.
 
한편으로는 진화의 정점을 향해 달린 원숭이 무리가 작대기를 휘두르며 자연의 미래를 뒤바꾸어 놓은 결과와 상이하게 보호라는 측면에서 특정 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노력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멸종 위기 동물을 자연계에 방치할 경우, 변수에 의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적정수의 관광객 유치가 도움이 된다는 코모도 섬 관리인의 의견은 복잡한 셈법을 따지게 한다.
 
먼 나라의 외딴 섬에서 한 종의 생물 역사가 사라진다고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식사 농담거리라도 관심이 없다.
자연의 선택에 의한 귀결점이라고 그대로 두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 100마리 밖에 안 남은 희귀종이라면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유지를 위한 노력이 환경론자들 사이에서는 설득력을 얻게 된다.
평범한 우리들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을까?
 
왁자지껄한 여행기 같은 스토리 전개에 책을 읽는 문득, 내가 읽는 책이 도대체 뭘 말하는거지? 라며 긍정적인 독서 몰입에 흥겨워질지 모르지만 책 사이 사이 꽂힌 슬픈 존재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