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사 - 고대에서 현대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3
마르쿠스 앙케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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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사 : 정치사상은 우리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게 현명할까?

속 터지는 정부와 관료들의 일 처리나 자신들의 당략에 따라 실제 사회와 국민들이 필요한 사안과는 동떨어진 일 처리를 하는 국회를 바라보면 표 하나의 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왜소한 마음만 든다.

 

정치는 생활이라는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의 정책결정에 따라 사회가 가야할 길의 정과 부는 명확히 모습을 달리한다. 번뜩이는 국민들의 눈빛이 무서워 조금이나마 개선된 안건을 내놓기도 한다.



정치의 발전 과정은 고대 그리스의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대화와 설득, 협력, 수용의 과정을 통해 한단계 발전된 결과물을 지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조선시대 붕당 제도가 소통과 대화의 산물이었다는 유사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쪽의 의견을 다른 쪽이 수용하기 보다는 당파의 결정에 따라 말도 안되는 논리를 끝까지 고수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비판적 수용이 아닌 이기적인 주장만 남았으며, 일본의 전국시대 이후의 강력해지는 군사력을 당의 기조에 따라 거짓으로 대처하여 국난에 이르게 하는 과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조차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타협없이 당의 방향, 또는 정치인의 탐욕에 의해 정책이 난도질 당하고 거부당하는 참담함을 보게 된 이유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시작된 철학적 논쟁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어가며 비판과 수용의 양면성을 무기로 사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했던 점과는 분명 비교되고 구분해야 할 부분 아닐까 싶다.

 

또 하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신탁에 대한 정치적 수용이다. 오랜 정치사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기와 상관없이 권력에 정당성을 얻기 위한 노력과 이론적 정립이 정치사상가들의 주된 논쟁거리이자 해결해야할 과제였다.

 

중세의 사상가들이 근대계약론이나 계몽주의 등을 앞세워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 (왕권 등 특정계층)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영리한 전략이다. 중세 시기를 거치며 대다수의 피지배층이 인식하는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과 신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사이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왕족으로 이동시키려면 결국 신탁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그럴 싸 하기 때문이다.

 



신의 명령과 뜻이 아니라, 그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 위임을 통해 왕이 국가를 통치한다는 개념 전환은 종교계에게는 뼈아픈 상실감으로 다가왔겠지만 부와 군사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몸부림쳐봐야 의미 없는 몸짓에 불과해질 뿐이었다. 종교개혁이후 오히려 백성들의 원성과 비난을 들어야 했던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적 후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오히려 그들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이 부여한 권력의 정통성은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도 변함이 없다. 누가 봐도 광란의 시대였지만 정작 시대를 살아간 독일인의 국가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들여다보면 신권 통치의 강력한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다.

카를 슈미트의 광기 어린 사상이 결국 히틀러에 의한 통치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대목에서는 결국 자신들의 부조리한 통치 이념과 권력의 당위성을 신에게 부여 받는 정통성을 이론적으로 설파하려는 노력의 위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비난에도 자신의 이론을 주장했던 카를 슈미트의 사상은 그 이후에도 추종하는 세력이 있을 정도의 흡입력이 있었다고는 하나, 역사의 흐름에서 정치가 목표로 하는 이상향의 덧없음은 사실 그리스시대부터 유구하게 이어져왔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 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용어와 전반적인 흐름에 비해 다소 깊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지는 정치의 역사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의식이 불타오르는 느낌도 받게 되었다. 얼마전 읽은 정치사상 필수교양서 50권을 잘 버무려 나름대로 깊은 독서 대상 목록을 10권 만들었으니 흥미로운 여정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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