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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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도쿄에서 갓 넘어온 싱싱한 트렌드에서 서울의 내일을 엿보다

 

 

 

늙어가는 일본의 모습을 몇 차례 목격했다.

한적한 오사카 외곽의 도로에서, 도쿄의 백화점 꼭대기층 시니어 샵에서

힘없이 노화가 얼굴에 가득 차 버린 노년의 여성들은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땅한 말벗이 없었던 탓에 애착인형을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한 노파의 느린 발걸음은 어쩌면 한국이 식민지배의 역사를 딛고 그들을 압도할 지도 모른다는 상쾌함이 교차되기도 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IMF라는 치욕의 세월을 견디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가지 경제지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한국의 그래프는 오히려 일본의 재기에 밀려 나락을 떨어진다는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출산인구의 처참한 몰락과 결혼관의 변화는 일본의 죽음과는 다른 얼굴을 한 우리의 데드마스크는 아닐까 우려가 된다.

그리고 이미 시작된 추락은 날개가 없을 것이다.

 

과거 일본의 유행이 몇 개월 또는 일 이 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한국에 상륙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은 거의 동시간에 서로 유행을 선도하고 따라하는 모습이 놀랍다.

2023년 마지막날을 장식하는 NHK 홍백가합전에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킨 자니스의 출연진이 제거되고 한국 남성 아이돌이 출연한다는 뉴스는 우울한 경제 지표의 꼬리표 속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다.

 

일본의 변화는 바로 Z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젊은이들의 취향 발산과 이를 추격하는 기업들의 트렌드 헌팅에서 비롯될 것이다.

 

일본이 변화하는 5가지 얼굴 중 그들의 이야기가 우선 눈길을 끄는 이유도 가장 트렌디하고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무알콜 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지 벌써 몇 년 지났지만 일본의 현시장만큼 발빠르게 움직이는 속도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원래 음주에 있어서는 일본을 압도하는 주당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집단의 의식이 강했던 과거 일본인들과 달리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는 트렌드의 방향마저 그들만의 독특한 형태로 바꿔 놓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성비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의 효율을 따지는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빨리 하고 즐기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격보다 우선이라는 사고 방식은 신선하기만 하다.

무리하게 융자를 받아 카메라를 구매하고 갚아가는 방식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평상시 도시락을 끼니로 때우면서 자신의 꿈과 욕망을 채우는 카메라는 고가의 제품으로 빨리 구매해서 작품활동을 한다면 실제 경제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공감이 들었다.

 

판매하지 않고 의류의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형태의 유통혁명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혁신이니 어느 나라가 더 활발한 시장 개척에 성공할 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관전포인트가 된다.

 



개인적으로 꽤 오랫동안 화두로 삼았던 주제는 "시니어 시장"이다.

이에 대한 시장조사를 위해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하기도 했고, 일본에서 가장 큰 상조업체와 인터뷰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선불식이 아닌 실제 상이 발생한 시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불제 방식이라는 점이 매우 달랐고, 잘 아시다시피 집에 고인의 사당을 차리며 평상시에도 가까이한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쉽지 않은 문화와 이를 위한 도구 판매 등도 인상깊었다.

그러나 의외로 시니어를 위한 시장의 확대와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대형마트 고객의 고령화로 아예 점포 자체를 문화센터와 걷기운동을 겸비한 모델로 탈바꿈한 이온의 실험도 더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그래서 평가한 시장의 변화는 별도의 시니어마켓이 발생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의 세분화가 자연스럽게 분화되며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잡는거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다.

별도의 유동식 시장이 활성화되기 보다는 기존 가공식품 업체들이 죽이나 스프를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모습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저자가 소개하는 "하루메쿠"같은 시니어 잡지의 성공을 바라보면 몇번의 방문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또다른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책에서도 언급되듯, 시니어들은 본인을 시니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실버나 노인, 어르신 같은 표현이 들어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혐오한다.

결국 젊은 시니어들에게 어울리는 포장은 물론 내용까지도 적용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성잡지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점차 시니어층으로 대상을 좁혀가는 기사 기획 방식이나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아날로그식 고객 커뮤니케이션, 정기구독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기획 도출 같은 철저한 접근 방식은 출판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깊이 새겨들을 훌륭한 우수사례라고 공감할 수 있었다.

 



친환경과 재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비록 ESG같은 활동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확장을 방해하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쳐 놓는 수법이라는 비난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최소한 소비자는 기업의 긍정적인 시선과 동감을 보내는 분위기다.

일본도 이런 경향은 유사하다. 특히 절약이 몸에 찰싹 달라붙은 그들의 소비패턴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트렌드라 볼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마바리의 먼지는 기발함을 떠나 역발상의 끝판왕을 본 느낌이었다.

캠핑 가면 불멍 때리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인데 처음에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꽤나 눈물겹다.

그러나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털뭉치들을 발화제로 변신시킨 발상은 환경오염의 폐해를 줄이는 혁신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편함까지 해결하고 심지어 컬러풀한 미적 감각까지 가미하게 되었으니 박수 받아 마땅하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종이 빨대 사용과 종이컵 줄이기를 선심전략으로 하루아침에 뭉개 버리는 이웃나라와 비교하게 되어 처참한 심정도 든다.

 

남은 식재료를 스낵으로 만들거나 향신료를 재료로 활용한 크레파스 등은 크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므로 국내에서도 뜻있는 업체에서 시도해보지 않을까 기대된다.

 

 

일본 현지에서나 파악할 수 있는 트렌드의 변화를 잘 잡아내어 국내의 영향과 미래를 예측하는데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독서였다.

한물간 강대국이지만 부와 역사를 이루었던 국민들과 기업들의 기본 체력은 아직 건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순간의 이익과 표팔이에 눈이 멀어 미래를 등한시하는 문화를 없애는데 이웃의 전략이라도 도입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사례가 여럿 있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내년 초에 도쿄를 방문하여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살펴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출판되어 여행일정 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상품들을 만날 기대를 키워도 좋을 듯하다.

 

여행의 목적을 살짝 비틀어 책에 소개된 트렌드에 여러분도 동참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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