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과 레코드 - 70장의 명반과 140가지 칵테일로 즐기는 궁극의 리스닝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테나야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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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과 레코드 : 음악 애호가와 술꾼들을 홀리는 마법의 칵테일 레시피
   





사실 칵테일은 우리들의 술은 아니다.
새우깡 한 봉지에도 소주, 
삼겹살에도 소주,
두툼한 꽃등심을 지글거리며 구울 때도 우리는 소주를 찾는다.
맥주는 폭탄주를 위한 레시피-거들뿐이다.
칵테일은 남녀가 조심스러운 탐색기간 거하게 취하기는 좀 그렇고 가볍게 한 잔 먹을 때, 또는 밋밋한 커피를 대신한 음료수 정도였다.
좀비, 가미카제, 섹스 온 더 비치.
지금도 머리 속에 덩실거리는 칵테일 잔에 담긴 음료와 맛과 이름은 따로 국밥이다.
 
딱 한 순간, 그래 음악을 들을 때는 칵테일이 어울리다는 생각을 한다.
와인도 나쁘지 않지만, 카라얀이나 번슈타인같이 어른신들의 음악을 들을 때가 더 잘 어울린다.
Sting의 The Police 이후 음악이나 달착지근한 Oasis 2집 정도에는 어울리겠지만, AC/DC를 턴테이블에 건다면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음악과 술은 궁합이 좋다.
뮤지션들도 술에 쩔어 명곡들의 멜로디를 생각해내듯 ,팬들도 술에 쩔어 뮤지션과 공감을 하며 싱어롱을 시도할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는 일요일 오후, 두려운 월요일의 공포를 털어내기 위해 턴테이블 위에 커다란 도넛 한 장 얹어 놓고 지글거리는 잡음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칵테일 한 잔 홀짝이는 정서가 바로 락 스피릿 아니겠는가?
 
책에 소개된 떼거리 술꾼들을 위한 칵테일 대용량은 더 잘 맞겠지만 마티니 한 잔 입에 물고 Beatles의 신곡 "Now and then”을 따라 부르는 기분풀이로 월요병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LP는 왜 인지 복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꽤 높은 가격대의 취미로 바뀌었다.
라이선스 음반은 덕지 덕지 금지곡 딱지가 붙어 누더기가 되어 출시되거나 Pink Floyd "The Wall”같이 앨범이 통 채로 발매되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
그나마 CD 시대로 넘어가고 CDNOW (지금은 아마존에 흡수된)에서 외국 음반들을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되는 시대로 넘어가며 음악의 욕망은 단순히 돈 문제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국내에 발매된 Camel의 "Stationary Traveller”와 Cozy Powell으 "Tilt”를 종로 레코드 샵에서 사 들고 신나 하던 오래전 느낌은 지금은 당근 해버려 100장 남짓 남은 LP의 미련을 떼어 버려야 하는 시대에 어색 해진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고가의 음반들이 없어서 난리다. 아이유 LP는 몇 백만원까지 한다.
세상의 균형이 무너졌다.
 
책 표지를 채운 LP 옆면 가득한 이미지는 딱 그 시절 방 한 구석 LP장의 모습과 닮아 있어 반갑긴 하지만 말이다.
 
락, 댄스, 팝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에 맞는 칵테일 추천은 술에 진심이 아니더라도 음악과 함께 라서 기분 좋게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칵테일이 제대로 맛을 낼 지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두 서너 가지 술과 재료만 잘 배합하면 먹을만한 결과물이 나올 듯한 느낌 적인 느낌에 마음이 설 레인다. 걸맞는 안주는 덤이다.
 
하이볼이 인기를 얻으며 따라 만들어보려고 사 놓은 위스키에 럼이나 몇 가지 재료만 더 얹으면 책에서 제안한 레시피들에 충실한 제자가 될 수 있다.
 
거기서 거기인 맥주의 맛도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보여주는데 칵테일의 광범위한 레시피와 비율은 음악이 뿜어내는 프리즘의 스펙트럼만큼이나 제 각각의 맛과 향취를 뽐낼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음악에 딱 맞는 칵테일 제조법들은 앨범에 담긴 격렬한 리듬이나 감미로운 멜로디를 잘 알고 있으니 그 맛이 잔 속에서 스피커의 진동처럼 혀를 자극하고 결과에는 음악과 뒤섞여 오묘한 기분을 만들어 주리라 믿게 된다.


 
LP 대신 CD나 스포티파이에 걸어 음악을 틀겠지만 소개된 아티스트와 앨범 선곡만으로 컬러로 포장된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흥이 넘치는 책읽기가 된다.
 (책에서는 LP의 A,B면에 따라 수록곡의  분위기에 따른 별도의 레시피를 소개하지만, CD나 OTT는 이게 안되니 편리함이 분위기를 망친다.)

일단 지금은 제로 콜라에 피터슨 위스키를 섞고 레몬즙을 뿌린 칵테일과 하이볼 그 사이 어디쯤 있는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Dark side of the moon”과 타이핑을 보조 맞추고 있는데 느낌 참 좋다.
 
이 책의 아쉬운 한가지 단점은 앨범 커버가 포함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작권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일까? 
그래도 최대한 음악가와 앨범의 자켓을 닮은 사진이 절묘하게 실려 있어 마침 집에 해당 음반이 있다면 책 옆에 케이스를 얹어 두고 음반을 꺼내 들으면 나쁘지 않다. 
 
어? 이걸 노린 건가?
 
술을 좀 끊으려고 맥주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집에 남은 위스키와 와인만 처리하고 금주의 세계로 날아가기로 마음먹었는데, 나쁜 책이다.
 
절대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매니아는 손에 들어서는 안 될 책이다.
눈을 질끈 감을 것.
 
음악이 좋아 칵테일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은 리스트
 
Iggy Pop : Lust for life /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이다.
Pink Floyd : Eclipse / 최고 명반에 어울리는 칵테일 레시피는 피할 수 없다
Led Zeppelin : IV / 친구들끼리 모여 마신다면 주의 필요, 천국의 계단으로 직행할지도
Bjork : Debut / 손댈 수 없는 톡톡 튀는 아티스트의 감각이 칵테일로 목구멍을 넘어온다면 불꽃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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