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세상이 두렵지 않은 음모의 세계사, 속지 않으려면 눈을 번쩍 뜨고 있을 것





역사에 가정은 없다.

만약 이순신이 백의종군하며 다시 전장에 나서지 않았다면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이완용이 없었다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라를 팔아먹었을까?

끝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테마이다.

하지만 이런 가정과는 달리 실제 역사에서 거짓말이 악용되었다면 어떨까?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되는거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의도를 가진 거짓이 진실로 알려져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면?

소름 돋는 일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권모술수가 득시글대던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집권자들이 실행했다는 깨달음을 떠올린다.

 

21년 말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J.F.케네디 암살사건과 관련된 비공개문서가 세상에 등장할 때 세간의 흥미를 끌던 음모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된 적이 있다. 공개된 문서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문서는 봉인된 상태여서 아직도 음모론의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만약 정부의 조작이 있었던 케이스라면 60년 훌쩍 넘는 거짓말에 전세계 사람들이 속은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어디 한 두번이겠는가?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버렸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 자체의 가치는 물론 “거짓말”이 얼마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는지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시대별로 소개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익숙한 인물은 물론 생소한 시간대의 영웅이나 악인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로마는 지배했던 지역의 리더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길 기대했다.

오랜 기간 제국의 영광을 누렸기에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말년에 고생하기보다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배신자들이 살아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독일의 첫번째 영웅으로 칭송 받는 아르미니우스 경우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다.

 

로마의 일원으로 절대 믿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지역을 지배하던 아르미니우스 역시 로마의 실력자들 시각으로는 배신을 절대 하지 않을 로마화된 인재였다.

사람간의 신뢰는 위험한 상황에서 더욱 공고히 되는 법이다.

누가 봐도 위험한 지역인 토이토부르크 숲으로 진군해야하는 상황에서 바루스는 위험을 감지했지만 평상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군을 전진하게 만들었고 결국 로마사 최악의 패배 중 하나로 기록된 비극을 맞이한다.

겉과 달리 철저하게 로마에 저항하기 위한 준비를 해오던 아르미니우스에게는 그동안 쌓아왔던 인고의 세월을 한 방에 보상받게 된 셈이다.

독일이라는 국가 정신이 탄생된 순간이기도 하다.

 

정치 외교는 물론 개인생활에서도 누구를 믿고 의지하느냐의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판별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획을 품은 채 접근하여 시간의 순간들을 쌓아 올린 관계는 신뢰를 전적으로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의 관계를 믿지 못하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안이 없지 않은가?

결과의 참혹함과 달리 로마의 그 누구도 거짓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역사의 한 대목이다.

 


스페인의 악행은 유럽의 세계정복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아즈텍인들은 스페인에 저항하지 않고 순수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는 잘 못 알려진 항목이 책에 소개되지만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유럽의 제국들이 신대륙을 침탈하며 벌였던 폭력이 아닐까? 

 

또한 경계심없이 외국의 탐욕을 깨닫지 못했던 멕시코 대륙에 펼쳐진 살육의 현장도 참담한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뜻하지 않은 전염병의 창궐이 지옥을 만들어낸 역사의 아이러니도 생각해볼만하다.

우리도 코로나의 등장으로 전염병이 어떻게 국가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지 실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미지의 병으로 쓰러져가는 가족을 바라보던 아즈텍 제국의 참혹한 현실은 거침없이 무기를 휘두르던 스페인 병사들보다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책에도 소개되는 스페인 독감이 다른 나라에서 창궐했지만 언론의 조작에 의해 "스페인"이라는 나라 이름이 붙은 사실에 분개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벌인 과거의 참혹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말 그대로 “쌤통”이다. 그 정도 불편함은 참으라고 권한다.

 

가톨릭의 부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종교를 확립하겠다는 프로테스탄트의 음모는 "여자 교황"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다. 여자인데 남장으로 교황의 자리에 올랐고 사제와의 관계로 임신을 했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아무리 중세가 어둠이 가득한 시대였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상상의 나래 아니겠는가?

 

하지만 가십은 입이 근질거리는 호사가들 사이에 맛난 재료였고, 종교와 정치적 야심이 컸던 개신교도들이 교묘히 이용하기에 대중의 호기심과 환타지를 자극하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20세기까지 이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는데서 헛웃음이 나온다. 종교개혁의 필요성은 당시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거짓말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아군을 확대하기에는 부도덕적이다.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일은 인간에게 두려운 일이었을까? 링컨의 재당선을 방해하기위한 황색언론의 의도적인 공작은 꽤나 충격을 던진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으로 조작된 기사를 배포하고 여론을 형성해놓고, 뒤에 숨어 이득을 보는 자가 활개치는 국가가 있다면 건강한 여론 형성은 머나먼 꿈같은 이야기가 되고 결국 모든 독은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한 나라는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본 거짓말에서 목격되는 세상을 기만하고 역사를 바꾸는 작업은 정교한 준비기간만큼이나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고 기어코 절망스러운 미래에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거짓 위에 세워진 왕국은 결국 모래성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언론의 공명정대한 펜 끝을 기대하던 모든 이들의 바램이 사라질 때 국가는 위기에 봉착하고 과거의 영광을 뒤로 두게 될 것이다.

 

언론을 감시하고 거짓말을 가려내는 작업은 국가나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살아있는 시민의 몫이다.

우리는 미래의 후손과 과거의 영웅들에게 떳떳한 역사를 그려내고 있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