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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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숨가쁘게 달려온 인간의 역사가 투영된 문학 세계를 탐닉하다
문학은 인간이 최초로 집단생활을 영위하고 잉여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 여흥의 결과물이었다.
사냥이 불가능한 야간과 동절기, 동굴 안 무리 지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두런 두런 나누는 대화가 전부니, 폐쇄된 집단 내부 또는 어디선가 들었던 외부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동굴에서 잉태된 문학의 시초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관중 앞에서 이야기를 시와 노래로 표현하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여기에는 물음표가 하나 던져진다.
 
평범한 문장의 연속이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쉬었을 텐데 굳이 운율을 넣고 리듬감을 넣고자 했을까?
 
사람은 현재 내가 가진 환경을 전제로 사물을 판단하기 때문에 의외로 놓치는 사안들이 많은데 바로 이런 케이스가 해당한다.
 
지금 세상에는 문자가 발명되었고, 심지어 동시대는 물론 후대까지 전달할 수 있는 인쇄물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손에 쥐어졌지만, 오랜 태고는 물론이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등장하던 시기까지는 오로지 말과 전달하는 이들의 기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사라지는 문학의 가치 높은 작품들도 셀 수 없이 많았겠지 만 지금까지 살아남고 어렴풋한 줄거리라도 남아있는 내용들은 전달받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노래가락에 맞춰 입에 달라붙은 곡조가 있어야 전달이 쉬웠고 살아남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복잡한 숫자와 지리 지식을 노래 가락에 입혀 전국민이 독도에 대한 모든 걸 기억하게 만든 “독도는 우리땅”이 바로 이 사례에 딱 맞지 않겠는가?
 


의도성을 가지고 노래의 유행을 끝장내려는 음모가 없는 이상 한 번 유행한 노래와 가사말은 꽤 오랜 생명력을 간직한 채 오랜 시간 후에도 회자될 수 있는 스토리의 영원불멸성이 입혀진다.
 
책을 읽어가며 문학이 대중화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벤트 2가지가 확실하게 마음 속에 자리매김한다.
 
중세의 어두운 문화 기류에서도 분명 인정할만한 유산과 작품들이 문학을 비롯한 각 종 예술분야에서 등장하지만 인간의 최대 염원인 자유가 종교의 제약 속에서 제대로 자태를 뽐낼 수 없었던 시기이므로 한계점은 분명 나타난다. 과학이나 정치 사회 모든 이슈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인간의 삶을 글로 표현해내는 문학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커다란 장애였다. 
이를 극복한 르네상스가 인간문화계에는 커다란 축복이었다.
 
또 하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물론 우리의 유산은 별도 이야기다.) 책의 보급에 구심점이 되었고 언어로 종이에 새겨진 인류의 혁명은 모든 분야에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하였고, 입에서 떠돌던 문장은 활자에 찍혀 문학의 다양성과 확장성에 날개를 달아준다.
 
영국문학이 그들의 제국시대에 맞게 세계 문학사의 큰 맥을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으뜸자리에는 세익스피어가 서있다.
별도로 그의 책을 한 권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나 연극, 때로는 뮤지컬에 녹아 현대에서도 회자되고 있으니 제국의 영광을 넘어서는 위대함이 대단하다.
그리고 문학의 역사를 영어가 이끌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켄터베리 야이기의 초서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책에 소개된 영어라는 언어의 분기점이 문학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미묘한 변화는 독자에게 작은 틈새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만큼이나 흥미를 제공한다.
 
영어라는 언어의 시작이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설명이었다.
 
저자가 비교하는 같은 시기 두 사람의 문장을 비교해보면 영어가 고어에서 지금의 표준어로 정착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나의 언어가 세계의 표준어 위치를 점하게 되는 데는 결국 해당 국가의
위상에서 비롯된 만큼 언어가 제대로 된 모체를 갖추고 사람에게 통용되기 시작한 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경이로운 장면이다.
 
가윈 시인이라는 이가 쓴 시와 초서의 문장을 비교하는데, 그냥 읽어봐도 전자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고, 알파벳 자체도 현대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두 언어의 경쟁에서 승리한 쪽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하나의 작품이 이후의 언어 발전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기여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마치 CD 포맷을 결정할 때,  수록 시간 길이의 결정에 카라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었고 그 근거는 베토벤 9번 교향곡 전체가 CD 한 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과 흡사하다. 
행의 마지막 부분, 초서 이후 문학은 “작가”를 갖게 되었다는 문장의 무게에 실린다.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대인국을 왕복하며 흥미진지한 모험담을 풀어놓는데 권력에서 밀려난 자신의 처지를 풍자로 엮어냈다는 숨어있는 진실이 드러난다.
 


로빈스 크루소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소설이나는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이었는데 이 작품의 역사적 가치가 생각보다 높았다는 사실이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책의 판매량을 고려하여 실제 모험담이라고 홍보를 은근 슬쩍 해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못된 출판사가 많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온다.
 
어렸을 때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었던 소설이었고 외딴 섬에 정착하여 큰 고생을 했다는 모험 가득한 스토리가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노예상으로 변신하였고 선진문명 또는 제국의 기술을 활용하여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로 자신의 부를 긁어모았던 전개상황에 대해 저자는 숨어있는 진실을 알려준다. 
 
소설이 자본주의와 동시대에 인류 역사에 불쑥 등장하게 된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도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이 펼치지만 최소한 서로의 연관성은 부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크루소를 통해 갖게 된다. 
경제의 성공을 이루게 되면 최고의 가치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의 숨은 교훈을 당시의 독자들도 공감하기 시작했을테고 이로써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사상이자 경제원리로 자리를 확고하게 잡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숨겨진 진실을 파내는 작업은 때로는 흥분과 재미를 주지만 이런 경우는 끝없는 씁쓸함과 신사의 나라로 오인받는 영국의 지독했던 욕심을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상의 온갖 흉악한 것들은 영국에서 나온다는 농지거리가 반쯤은 사실에 기반한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문학 전반에 걸친 탁월한 지식과 인식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긴 역사의 여정을 독자와 함께 한다.
상업 성공으로 돈 방석에 앉기 위해 책을 쓰는 작가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없이 지나갈 수 있는 영역을 정리하여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거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작가의 노력은 감사한 마음뿐이다.
누군가가 개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작업을 홀로 시작했다면 방대하고 거대한 숲에서 갈 길을 헤매고 상처만 입었으리라.
하지만 문학의 가치와 우리가 책을 통해 꿈꾸는 세상과의 교감을 이해하며 노력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정리해 준 덕에 우리는 2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인류가 창출한 거대한 문장의 위대함과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인생의 방향까지 불을 밝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익숙한 문학 작품을 안내하는 장에서도 알지 못했던 미지의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오니, 이름만 들었거나 전혀 알지 못하던 작품들의 신비로운 팩트들은 독서 바구니를 넘치게 만드는 단점은 피해갈 수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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