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인생을 광고카피처럼 예리하게 깎아내기

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ㅣ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카피책 : 인생을 광고카피처럼 예리하게 깎아내기

개정판을 손에 들면 기묘한 기분이 든다.

책 내용이 얼마나 근사했길래 새롭게 탄생했지?

오리지널 판본이 꽤나 팔렸나보네, 작가가 돈 좀 벌었겠는걸?

뻔한 레퍼토리의 질문을 혼자서 되묻지만 개정판이 가지는 의미는 꽤나 각별하다.

글쓴이는 과거에 비해 잘못되거나 변한 부분을 새롭게 써나갔을테고, 부족했던 부분이나 생각이 바뀐 내용을 보정해 나간다.

우리 인생도 개정판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업이 두개가 되어버린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의 책은 잊을만하면 서점가에 얼굴을 들이민다.

반갑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의 열정이, 필력이, 책 구매 비용이.

이번에는 많은 마케터들의 필독서이기도 했던 “카피책”의 개정판이다.

원래 판본은 도서관에 빌려봐 기억이 가물 했지만 새롭게 받아 들은 책의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지난 시간의 기억이 떠오르고 일부는 회사업무에서 작게라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독자가 그랬으리라 믿으며, 작가의 강점이 평범한 하루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마법 임을 잊지 말자.

35년의 경력자가 화려하게 제안하는 32가지 비법은 모두 소화해내기 쉽지 않다.

일반인들도 따라가기 쉬운 코스로 철저한 계산으로 구성해 놨겠지만, 노하우 없고 경험없이 대한민국 최고 카피라이터의 필력과 분위기라도 비슷하게 가기 어렵다.

그래서! 모방의 미학을 설파하는 작가의 역설을 힘이 될 수 있다.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감탄의 문장 한 줄을 써내지 못하더라도, 유명한 카피를 현재 시점으로 재조명하고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바꾸어 색다른 분위기를 내보는 방식은 해볼만하다.

글을 쓰는 작업은 시작은 어려우나 끈질기게 펜을 부여잡고 써 내려가는 시간이 퇴적될수록 고운 모래사장같은 환상의 결과물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법이다.

문장을 모으는 글쟁이들이 자신만의 노트에 써 내려간 깨알같은 족적처럼, 광고계를 주름잡던 명문장들을 적어놓고 조금씩 수정해가며 자신만의 글을 연마한다면 분명 처음 시작점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의 결과물을 자랑해도 좋다.

어렵게 복사하고 참고해서 만든 문장의 글자 하나 하나가 그림이 되어 타인의 마음속을 물들여 간다면 대성공이라 해도 좋다.

이미지로 대화하는 카피의 힘이 다시 한번 타오른다.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애처롭고 간절한 마음은 더욱 커지고 두려움도 덩달아 날뛰겠지만, 곰곰이 상황을 복기해보면 글을 쓰고 카피를 쓰는 순수한 목적지는 바로 고객의 마음을 열고 환상을 심어주어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당연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활용해 먹기 안성맞춤인 대목은 사칙연산을 활용하는 법이다.

생각하는 비법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칙연산은 제대로 된 글쓰기, 카피 만들기에도 유용하다. 밋밋한 문장에 재미와 감동을 얹을 수도 있고, 중언부언 반복되며 헛도는 말도 깔끔하게 정리하는 힘을 가졌다.

책에 등장하는 사장님의 머리카락을 걱정하는 카피 만들기 과정에서는 “홀랑”이라는 단어 하나 추가로 재미와 각인을 동시에 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친구끼리 주고받는 톡 하나에도 사칙연산을 활용하여 나만의 카피 세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