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력 (양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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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 읽다 보니 머리 속 어휘력이 창피하고, 글귀를 모으기 시작했다
 
 
 
글을 읽다 보면 가슴을 턱 하게 만드는 문장과 만나는 순간이 있다.
한 줄 남과 다를 바 없는 공간에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이런 말이 튀어나온 걸까?
유심히 단어 하나씩 살펴보면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다른 대안은 없소! 강하게 주장하며 자리를 장악하여 전체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평범한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문장 속에 등장하여 새로운 시각을 독자에게 던져 놓은 경우도 있다.
 
어휘력은 솔직히 영어 공부시간에는 꽤나 중요한 지위를 가졌고, 오색 겉표지의 단어장에 새카맣게 뜻과 예문을 갈아 넣기도 했다. 한번 입장하여 출타는 다시없는 블랙홀 같은 시기도 있었지만. (단어장 만들 시간에 한 단어 더 외우는 게 남는 거다.)
국어의 어휘력이야 한국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자동 영역이었으니 사 놓은 국어사전과 유사어사전은 책꽂이 먼지 가장 두꺼운 퇴적층에 기거한다.
 
바다의 색을 말해 보라.
푸른 바다, blue sea.
단어나 표현을 추가로 얻어올 구멍은 없어 보이는데.
작가가 독일 유학시절 받은 질문 하나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놀라운 화두였다.
바다가 삼면인 우리 바다는 분명하게 지역별 고유 바다 색이 있는데 우리의 어휘력은 고작 “푸르다”라는 단어 하나로 퉁 친다면 색깔들도 뭔가 굉장히 억울하지 않을까.
 


어휘력이 풍부해서 좋은 점은 고민없이 바로 연상된다.
글 하나를 써도 총천연색 컬러가 묻어나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고, 비즈니스 미팅에서 쪽 집개 같이 상황에 맞는 단어 하나 던져 놓으면 협상의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획 돌려놓을 수 있다.
다만 부지런해야 한다.
항상 관심을 가져야한다.
쉬운 듯 어려운 일들을 묵묵히 수행해나간 자들 만이 얻는 보배다.
 
말을 주고받는 분위기에 묻어나는 절묘한 표현은 외국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가 첫번째로 제사한 “쌀 팔러 나간다”는 의미는 지금 세대에게는 모국어가 한국어라도 어리둥절한 표현이다. 쌀전이란 상점 형태를 본 적도 없을 테다. 옛 것이 반드시 좋지는 않지만 언어도 시대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사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씁쓸해질 수 밖에.
물론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잔재미 넘치는 단어와 어구를 빌려올 절호의 찬스일지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법 노트를 가지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영화 볼 때, 야 이 문장은 정말 멋진 걸! 이 단어는 딱 맞춤인데! 감탄사를 꺼내 놓지만 막상 글이나 녹음형태의 기록에는 약하다. 제아무리 천재라도 순간의 글을 10년 지나서 회상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에게 부족한 메모리의 한계는 기록을 통해 해소한다.
놓칠 수 없는 표현은 나만의 사전에 빽빽하게 적어 놓는다.
이건 그야말로 습관이다. 
나 자신 실천하지 못하는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도 10가지 문장 중 하나 정도는 적어 놓는다. 또다른 문제는 적어 놓고 활용을 하지 않는다는 실행력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책 곳곳에 저자의 해설이 달려있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어휘에 놀라고, 가끔은 잘 쓰는 쉬운 글자의 또다른 이면을 엿볼 기회도 갖게 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수목원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 그러나 다정한 향기의 화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이라도 어휘력 늘리기 힘쓰자! 굳은 결심도 새겨본다.
 
어휘력 책의 애정 가득한 포인트는 읽다 보니 자신의 짧은 어휘 끈이 한없이 부끄럽고, 바로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샘솟는다.
딱딱한 어휘력 늘리기 교과서가 아닌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고민하고 생각하고 돌파했던 에세이에 얹혀 있어 멀리서나마 얼굴을 마주보고 삶과 말과 글. 그리고 어른이 가져야할 교양의 깊이에 대해 차 한잔 마신 느낌이 좋았다.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공룡 발소리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전혀 다른 언어이고, 인간은 아는 것만큼 사고할 수 있다는 가슴을 강하게 찔러 대는 문구가 이 책에서 가장 잔인한 문장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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