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자 조각가들 : 인류의 위대한 도전, 그 숨은 이야기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미켈란젤로의 정교한 조각품을 빗대 화학자들의 분자 조각을 예술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리라.

 

저자가 피에타 조각 상에서 받은 감명처럼 화학 실험실에서 분자들을 떼었다 붙였다 하며 인류의 희망을 제조하는 과정은 어머니의 마음과도 많이 닮아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공포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죽음의 그림자로 덮어가며 이것이 영화에서 보던 인류의 절멸인가 의구심이 들 때, 사람들은 그래도 인류의 과학기술이 백신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희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통상 백신이 만들어지는 지난한 과정과 초유의 바이러스 작용으로 비관 어린 시선으로 개발을 지켜보던 언론이나 과학자도 있었지만, 천만 다행히도 과정과 비용을 초월한 전인류의 지원에 힘입어 백신은 생각보다 일찍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작용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접종자들은 초기의 통증과 무기력함을 느끼긴 했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로써 인류는 21세기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탈출하여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건강을 책임지는 분자조각가들의 고군분투를 역사 에피소드로 엮어 읽어나가면 꽤나 재미있는 과학역사서가 될 수 있고, 꼭 알아야할 지식은 아니지만 견문을 넓히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6개의 챕터를 통해 약물의 탄생 비화와 흥미로운 화학방정식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코로나가 유행일 때, 잠시나마 타이레놀 부족사태가 있었다.

해열 작용은 코로나 환자에게 필수였고, 특히 불신 가득 찬 상태에서 접종 받은 백신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하는 의약품이었다.

나 역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요청했지만 품절이고 유사한 약을 준 기억이 난다. 다행히 열이 없어 해열제가 필요하지도 않았고 집에 비상약으로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아스피린과 함께 해열진통제로 오랫동안 인류의 고통을 부담해준 고마운 약품이지만, 처음 화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건 처방 오류였다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그리고 푸른 피부를 갖게 되는 부작용으로 50년 동안이나 제약사 실험실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아이러니는 요즘 약의 위상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인 동시에 다행이기도 한 역사의 한 토막이다. 

인류가 가장 두려워한 바이러스를 꼽으라면 단연코 에이즈를 으뜸의 자리에 두지 않을까?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가 치료와 예방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모든 방어선을 뚫고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동성애자 위주의 초기 전염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펴져나가는 바람에 그들에 대한 편견까지 만들어버린 불쾌한 독종이다.

“프레디 머큐리”까지 불치의 병으로 고인이 되면서 에이즈의 공포는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화학자들의 신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놓은 기적을 이끌어냈고 지금은 에이즈가 쉬운 질병은 결코 아니지만, 의료의 기술로 과거에 비해 훨씬 좋은 예후와 안정성 있는 삶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건, 인류가 에이즈와 싸울 때 만들어낸 화학 매커니즘은 시간이 흐른 훗날, 코로나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 공식으로 활용되어 빠른 결과물을 가져왔다는 대목이다.

 

불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하던 개념들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신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단초로 활용되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을 이끌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들은 점점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최근 트렌드를 소개하는 파트는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접근들을 알려준다.

본인의 면역 세포와 유전자에서 특정 질병에 강한 요소들을 뽑아내어 치료하는 방식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놀라운 방식이다. 수퍼 솔저를 내 몸 안에 집어넣어 어떤 바이러스와도 상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앞으로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싶었다.

 

책에 등장하는 조금은 골치 아픈 화학 공식과 작동원리들은 100% 이해하지 않아도 읽어 나가는데 무리는 없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분자조각가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담은 에피소드로 몰랐던 의학 뒤편의 놀라운 순간들을 우리는 포착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질병과 인류의 위협, 환경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이 많아지는 지금 시점에서 어려움을 돌파해낸 수많은 에피소드를 읽어보며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자 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츨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객관성있는 시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