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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판매원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2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평점 :
사색 판매원 : 다시 돌아온 쇼트 쇼트 SF의 대가, 반갑습니다!
장편소설. 손바닥 장자를 써서 아주 짧은 소설을 일컫는다.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이다.
긴 스토리를 가진 장편소설과 헷갈리기 때문에 엽편소설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가가 많지 않아 생소하다.
일본에서는 쇼트 쇼트 소설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이처럼 짧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가 오늘 소개하는 호시 신이치가 최초는 아니지만 활성화된 장르나 형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니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많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TV 드라마를 들여다보면 파생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에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각색한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한다.
미국 드라마에는 “환상특급(Twilight Zone)”이나 “어메이징 스토리”같은 작품들이 괘를 같이 한다.
원고지로 40매 이하의 짧은 이야기지만 상상력과 재빠른 내용 전개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지만 마음을 울리는 강도는 걱정할 필요 없다.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몇 페이지 안되는 분량에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작가의 작품들은 1000여편이나 되는데 짧지만 수량으로 승부를 본다.
가끔은 이 책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타고 공룡 잡으러 가는 에피소드처럼 시시한 작품도 분명 있지만 전체 작품들이 중타 이상은 나오니 기대를 가져도 좋다.
십여년 전에 플라시보 시리즈라는 형태로 작가의 선집이 33권 출판되었지만 한동안 재발행 되지는 않았다. 열 권 좀 넘게 소장하고 있는데, 어떤 책은 중고시장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만 몇몇 권은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두어 권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새로 출판되면서 번역도 매끄러워지고 새 종이에 빛 바랬던 등장인물들이 나타나니 기분도 좋다.
작가가 유명을 달리한 시기가 21세기를 눈 앞에 둔 때였으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사회의 모습은 꽤 오래된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를 예견한 장면들에 꽤나 예리한 미래예측을 엿볼 수 있고, 요즘 나오는 SF소설이나 영화처럼 과학 고증에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책 읽는 맛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여러 편 만날 수 있다.
사실 SF작가로 소개되고 있지만 일상생활 속의 재기 넘치는 소설도 여럿 만날 수 있으니 기대를 가져도 좋다.
현재 3권 출시된 시리즈물중 “사색판매원”은 2번째 볼륨을 갖고 있다.
손바닥 소설에 맞게 하려고 판형을 짜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줄의 문장 길이가 짧아 읽기는 편한데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플라시보 시리즈 때는 아예 크기가 작은 출판물이었지만 신판에서는 글자가 좀 더 꽉 찬 느낌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작가를 본격 데뷔시켰던 제목과 동일한 에피소드부터 40여편의 에피소드는 각자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독자와 만나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코믹하면서도 상상력을 펼치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력이나 감정선을 충분히 뽑아 내기는 어렵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작품 출판 당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총의 성능을 소개한다.
지금 숀 코넬리가 출연하던 시절의 007 영화를 본다면 첨단무기라고 내놓은 아이템들의 허접함에 놀랄 수 있듯, 이 책에 등장하는 사물들도 구닥다리임은 감안하고 읽어 나가야 한다. 오래된 소설인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
작가를 세상에 알린 첫번째 작품인 “섹스트라”는 독특한 형식과 상상의 확장을 엿볼 수 있다.
기사의 헤드 라이너를 위주로 짤막한 뉴스를 전하지만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성적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계 하나가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라며 과장 가득한 전개에도 동감을 표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가장 짧지만 포복 절도하게 만드는 “꽁트” “악을 저주하자”는 저자의 위트와 개그감이 번뜩이는 섬광과도 같다고 모두 인정하게 만들 만한 쇼트-쇼트-쇼트 소설이다. 당장 유머 게시판에 올려 놔도 시대와 상관없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 믿어도 좋다.
책을 마무리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품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워낙 방대한 1000여편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어 추가 시리즈가 나와도 거를 수 없겠다는 자기 예언을 하게 된다.
짧지만 임팩트 강한 소설로 오랫동안 서가에 꽂혀 있던 책들의 먼지도 털어가며 번역의 개선과 다 읽지 못했던 에피소드에 홀딱 빠질 시간이 됐다.
여러 분에게도 작가의 세계에 입문할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