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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애정해 마지않는 곽아람 작가의 신간 『나의 뉴욕 수업』
제목만 봐도 두근두근, 부제는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처럼 단기 연수로 떠난 뉴욕에서 그녀가 만끽하고 싶었던 자유를 느끼며 스스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성장을 담은 에세이다.
학생때는 그렇게 공부도 안했으면서 서른이 넘어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늘 공부하며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저 책에 코박고 읽는 공부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늘 경계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그것을 깨고자 하는 사람들.
내게 곽아람 작가의 책은 그런 동기를 크게 부여하는 쪽이고 이번 『나의 뉴욕 수업』도 뉴욕에 가서 호퍼의 그림을 왕창 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싶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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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를 '교육'하겠다 결심하고 떠난 뉴욕행이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직장생활 중에 주어진 1년간의 해외연수 기회. (중략)
나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며,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전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가지고 떠나는 단기 연수라니!
스스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은 연수의 기회를 작가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뉴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그림, 연주, 뮤지컬 등의 문화적 소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민자가 많아 사람들의 무관심과 철저한 거리두기가 당연한 뉴욕 도시에서 작가는 외롭고, 더 외롭게, 그리고 혼자로서 생활을 시작한다.
그 중심에 화가 호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는 뉴욕이란 대도시의 고독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렸기 때문인데 인색하고 효율적인 도시에서 사람들이 외로운건 당연한것 아니겠냐만은 모든 작가가 그런 점을 발견하는 건 아니다. 호퍼만이 그만의 화법으로 고독의 뉴욕을 더욱 뉴욕답게 그려줬고 곽 작가는 호퍼의 눈에 비친 뉴욕 도시를 그녀의 주파수에 맞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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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그림 속 사람들에 주목해왔다. 처음에는 혼자 술 마시는 사내의 등에 서린 고독의 근원을 짐작해보고, 다음에는 나란히 앉은 남녀가 주고받는 신호를 감지해보다가, 마침내 다른 인물로 주의를 옮겨갔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영감을 받지만 그중에서는 어떤 그림에서 나와 같은 현실을 화폭으로 마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지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혹은 위로를 받기도, 아니면 힘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
그림을 볼 때 중요한 건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른 면모를 제시할 줄 아느냐이다. 이런 글을 많이 접하면 나의 좁은 시각과 생각을 조금씩 넓힐 수 있다. 여러 곳에서 그림에 대한 단서를 얻고 퍼즐을 맞춰 나의 경험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 가능해지고 점차 익숙해지는 것.
이것이 어른의 공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관람자의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지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 중 하나로 『나의 뉴욕 수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미술관, 전시관을 가든 나의 시선으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도록 관점의 넓이를 크게 만들어 놓고 싶은 분들에게 미술사를 공부하고 지금까지도 미술에 관해 늘 글을 쓰는 작가의 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황홀하게 상상하며 읽은 부분은 뒤러를 만나게 된 NYU IFA 청강이었다. 세미나 형식으로 이루어진 그 수업은 함께 듣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채워졌는데 알고보니 '감정가 서클'이라는 기부자 그룹이었다.
이 사람들은 7500달러 이상을 기부하여 수업 청강권을 얻은 사람들로서 어느 정도 교양과 학문, 경제력이 뒷받쳐 주어진 실버 노인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나 돈이 많다고 만학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닐텐데 이분들의 열정과 여전히 배우려는 호기심, 그동안 쌓은 연륜을 녹여 우아하게 수업을 듣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뉴욕 수업』을 읽는 내내 미술 공부를 하는 것 같았고 마치 대학생이 되어 교양 수업을 듣는 것처럼 재밌었다.
자칫 어렵고 이해 안 되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억지로 이해하는 척 넘긴 작품들도 꽤 많았지만 이번에 곽아람 작가가 소개한 많은 작가와 이야기들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건강한 위로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이제 어떤 것이든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 시각이 더 넓어지고 생각 또한 커지면서 표현하는 방법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걸 느낀다. 그래서 사람은 늘 배워야하고 책이든 영화든 TV 프로그램이든 내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영역들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
오랜만에 아주 기분 좋은 책,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 같은 책, 여행 기운을 또 슬슬 오르게 하는 책을 읽었다.
이것이 바로 1석3조인걸까.
한국에서 들었던, 아주 좋은 나의 뉴욕 수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