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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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은 나를 성숙시키는 훌륭한 방법이다. 배려와 질투를 동시에 배우기도 하고 그것을 잘 다룰 수 있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자신의 완전한 길을 만들어가는데, 거기서 '우정'이란 이름은 학교 친구에서부터 시작해 선/후배, 직장동료/상사, 동호회, 온라인에서 만나는 모임 등까지 형태를 달리한다.



이 소설에서는 좁은 의미의 우정에서 넓혀 글쓰기 치료실에서 만나 서로를 이상하게(정신이상자 정도?) 생각하는 관계에서도 우정이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이야기를 담는다. 개인적으로 아릿하고 뿌연 느낌의 우정을 다룬 백수린 작가의 단편소설도 좋았지만 이상하고 재밌게 읽은 이유리 작가의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추천한다.

돌과 말을 할 줄 아는 <나>는 치료실에서 만난 쿠커와 어쩌다 물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나>는 유일한 친구인 돌 스콧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다른 대화가 가능한 돌을 찾으러 나선 것이었는데 쿠커가 낚시를 하다 그만 물에 빠지게 되고 <나>는 스콧을 잃어버리게 된다. 잠수부까지 동원해서 겨우 스콧을 찾았고 쿠커는 그런 <나>를 보며 세상 사람들은 이해하던 못한 것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위로한다.


"치료사님께 얘기 들었어요. 돌이랑 대화할 수 있다면서요? 지금 잃어버린 돌도 당신 친구죠? 정말 미안해요. 난 당신 말 다 믿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그 순간 내가 차로 달려가려던 발걸음을 멈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록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같은 꼴을 한 정신병자였지만, 생전 처음으로 나를 믿는다고 말한 사람을 만났기 떄문일까?

가끔은 나조차 이해되지 않는 나를 아무 편견없이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된다. 사실 그런 친구를 만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고 그 관계를 지속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소설 속의 쿠커는 보름달이 뜨는 날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고백에 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있는 <나>도 코웃음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정말로 쿠커가 달로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도 사람들과 관계맺는게 서툰 30대는『 함께 걷는 소설』을 읽으며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포옹할 수 있을까"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거리두기가 가능한 시대에서 과연 진정한 관계맺기란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결국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란 말에 수긍하면서 옆 사람의 온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모순된 감정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싶다. 그러나 결국 삶의 과정은 '함께 걷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때로는 함께, 또 때로는 떨어져서 걷다가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서로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기를.

다시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이어질 인연들에게도 경계심보단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보기로 했다.

우리 함께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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