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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역시 새해 별미는 ‘계획 세우기’다. 내게 운동과 영어 공부는 매년 빠지지 않는 목표지만 단 한 번도 이룬 적 없는 오아시스처럼 스르륵 사라지는 다짐들.
12월과 1월에 아주 잘 어울리는 책 ‘해빗’은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을 부제로 달았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나의 ‘의지’가 아닌 비의식적 행동 ‘습관’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여러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노력하려 애쓰고 행동한다. 그러나 늘 머리 속으로 할까, 말까를 계산하며 결국 나의 이기적인 합리화가 승리하여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작심삼일이 된다.
의지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P45
나는 곧 ‘시작’보다 ‘지속’이 더 특별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의식적 자아는 시작은 가능케 할 수 있어도 지속하기는 어렵다.
고민- 결정- 다짐- 고통- 갈등- 후회를 동반해서 우리의 끝을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가고 씻고 화장하고 옷을 입는 행위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여 만들어진 나의 아침 습관이다. 이렇다할 고민 없이 착착 이뤄진 이 루틴은 아침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효율적으로 만든다. 아주 잠시 갈등의 요소가 있다면 옷 고르기 정도일까? 그 외에는 마치 로보트 처럼 척척 수행되어 시계를 보지 않고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현관문을 나선다.
저자 웬디 우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 하라.
P151
더 건강해지겠다고, 더 부자가 되겠다고, 더 똑똑해지겠다고 마음을 잡는데 실패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대신 부엌을 정리하라. 과일 바구니를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둬라.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장 영향을 받는 곳은 바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나 혼자 금연을 외쳐도 주위 사람들이 다 편하게 흡연을 하고 있으면 결심이 무너지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음식점과 길거리에서 흡연시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점점 상황에 맞춰 금연이 가능해진다.
웬디우드의 또 하나 연구에 따르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신만 아는 문제를 낸다. 문제를 맞히는 사람은 못 푸는 게 당연한데도 상대방을 더 똑똑하다고 느꼈다. 불리한 상황이 분명했지만 그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 연구를 두고 “우리는 상황에 따라 행동하도 스스로를 평가하면서도 주변 상황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타인이 내게 끼치는 영향은 90% 이상이다.
P157
언제나 유리한 상황에 자신을 놓아두는 법을 터득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저절로 흘러갈 것이다.
p169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단 하나의 개념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그 단어가 '마찰력'이 되길 바란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잘만 활용하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재배열하고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기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거리를 핑계로 포기할 곳이 아닌 헬스장을 일단 등록하거나 집 앞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기. (마찰 제거 - 거리 마찰)
돈을 모으고 싶다면 밤마다 스마트 폰으로 쇼핑하지 않도록 쇼핑 앱을 지우거나 자동 저장 장치 해지하기 (마찰 추가 - 행동 마찰)
나는 개인적으로는 식사 방법과 운동 환경에 변화를 주었다. 퇴근하자마자 tv를 켜지 않고 곧바로 부엌에 들어가 밥을 차린 뒤 라디오 어플을 켜거나 아무 소리도 없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 저녁 시간이 한결 많아진다. 책도 읽고 정리도 하고 글도 쓰는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한 운동도 마찬가지. 퇴근하기 전부터 오늘 갈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퇴근 후 바로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먹으면 헬스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단호해진다. 처음에는 갈팡질팡하던 내 마음도 어느 새 한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상황을 세팅하고 내 손으로 마찰력을 만들어야 한다. (귀찮으면 나쁜 습관도 안하게 되겠지..)
p275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습관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생을 구원하는 습관도, 파멸시키는 습관도 모두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한다. 평소 좋은 태도를 유지하고 몸에 각인시킨 사람이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결국에는 우리를 목적지까지 인도한다. 좋은 습관은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복잡다단한 일상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노오오오오력을 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영어도 유창하게, 운동도 매일 매일, 업무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내 의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그걸 우쭈쭈 다독이며 오랫동안 함께 걸어가기엔 너무 힘이 부친다. 이럴 때 우리는 '좋은 습관'에 기대어 일일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몸과 마음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놔둘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약간의 상황 배치와 물리적 마찰을 심어 놓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세팅만 잘 해 놓으면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고 작은 성취감을 차례 차례 쌓을 수 있다.
p16
내가 지난 수년간 만나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결코 스스로의 의지력과 끈기를 과신하지 않았다. 고통스럽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4회 이상 달리는 사람 중 93%는 날마다 운동하는 장소와 시간, 즉 '상황'에만 집중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주기적으로 달리기를 습관화 시킨 그룹은 '운동장' '공원' 등 달리는 장소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한 번도 달리기를 하지 않은 그룹은 '체중 감량' '마라톤 참가' 등의 본인이 설정한 목표에만 매달렸다.
p126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그들은 투쟁하지 않는다.
p195
상황과 마찰은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고,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보상은 습관이라는 전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연료를 공급한다. 최초의 노력에 대한 사소한 보상조차 없다면 우리의 습관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습관이 한번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목표와 보상이 필요없을 정도로 스스로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일과 목표에 대해 '성실하게' '버티고' '노력을 해야만' 원하는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매일 조깅하는 사람도, 하나의 일을 수십년 째 반복하고 있는 사람 모두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습관처럼 그 일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 현상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하지만 자꾸만 좌절하는 현실 속에서 넘치는 것을 덜어내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행동하고 있는 태도. 이런 마음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는 '습관'이 마침 우리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습관은 고약하다. 밥 먹고 바로 눕기 등의 나쁜 습관은 몸에 잘도 익는데 일주일 3일 이상 운동하기 같은 좋은 습관은 처음부터 어렵다. 양면의 얼굴로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 든 무의식의 행동이 삶의 최전방에서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 부디 올해는 글을 쓰기 위해 의자에 앉는 엉덩이부터 습관을 들여 보려고 한다. 적절한 상황 배치와 마찰력, 보상을 이용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