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 듦의 심리학. 이런 책 종류는 서점에 가면 참 많다.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짐작되지만 그래도 끌리는 이유는 내가 서른 중반인 때문일까. 언제부터인지 나이를 잘 먹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곱고 차분하게 늙고 싶은데 그럴려면 경제적 기반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주위에 마음 터 놓을 친구도 있어야 할 것 같고, 건강도 잘 관리해서 내 고관절로 이곳저곳 돌아 다니고 싶다. 일단 건강하게 나이를 먹으려면 신체 관리도 중요하지만 마음, 내가 늙어감을 인정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나이 듦의 심리학에서는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가야마 리카가 환자들을 치료한 사례를 적으면서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목차를 보면 그 주제가 꽤나 다양한데 신선한 것도 있다.

 

이를테면 [성희롱에 정년은 없다] [혼자서 살아간다] [부모 돌보는데에 너무 몰두하지 마라] 가 내가 곱씹으며 좀 더 집중하게 된 이야기다. 나 또한 중년의 성을 간과했다. 아줌마라서  멋진 연하남이 슬쩍 어깨동무를 해도 좋아한다? 아줌마한테 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왜 화를 내?

 

은근히 이런 풍토가 깔려 있는 제3의 성이라고 불리는 아줌마. 중년 여성. 정말로 중년의 성은 희롱으로부터 아무렇지 않을까?나부터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유로우면서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기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중년도 당당히 소리쳐야 한다. "내 몸을 건들지 마시오!"

 

비혼인 작가는 아이 없는 삶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꽤나 받아 왔다. 무려 40대까지도 충분히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 50대가 되서야 비로소 그 질문에 자유로워졌고 스스로 조급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서가 비슷해 아이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결혼은 했냐, 아이는 없냐, 왜 안 낳냐,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지, 아직 늦지 않았다....

 

사회 문제로도 대두되는 임신과 출산은 그래도 엄연히 사적 영역이다. 부부가 함께 결정할 일이지 사회에서, 주변에서 들들 볶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만 되면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100쌍의 부부가 모두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님이 사실이다. 작가는 이 점을 꽤 진지하게 다루지만 역시 시간이 해결임을 말한다.

 

주위에서 물어 보면 아주 타당하게 맞받아 치고 싶지만 그럴수록 옆 사람은 더 측은하게 바라볼뿐. 인생은 흑백으로 나뉘는게 아니라서 아이 있는 삶도 나름 행복하고 없는 삶도 충분하다. 그러니 비혼으로 늙어 간다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는게 제일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요양원을 알아 본다든가, 지역 사회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등 우리가 50~60대가 되면 예전과 다른 미혼/비혼 공동체가 분명히 만들어질 것이니 적절하게 활용하면 된다. 또한 나의 장례식이나 무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처리해 놓는다면 더욱 좋겠지.

 

100세 시대가 어색하지 않을만큼 70세 자식이 구순의 노인을 수발하는 일이 흔하다.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더뎌지기 때문인데 이때 거리 두기가 실로 중요하다고 전한다. 일단 내가 건강하고 마음이 편해야 부모님을 잘 간병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특히 치매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면 정신적 부담을 해소할 무언가가 더 필요함을 인지한다. 

 

너무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말고 시스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본인이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자. 어느 부모님이든 자신 때문에 자식이 힘든건 원치 않으실테니까.

 

실로 현실적인 책이었다. 실제 사례 상담이 내 고민과 다를 바가 없기도 하고, 그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도 완벽하기 보단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작가는 56세가 되고 나서 마음뿐 아니라 몸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종합진료과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데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냈더니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설렘과 기쁨이 있다고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노년으로 가는 기차 속도도 똑같을거다. 유한한 시간을 직면하고 내게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해내다 보면 그 안의 희노애락을 모두 사랑할 수 있겠지. 마음이 점점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있는 중년과 노년을 보낼 수 있기를..!

 

나이 듦의 심리학 밑줄 친 문장-

 

· 정년 후에 어떤 일이 생기든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나'라며 본인 스스로를 꽉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희롱에 정년은 없다.

 

· 막연히 상상했던 내 인생과 너무 달라서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고 이렇게 50대가 되는 건가 싶어서 초조해졌다. 그런데 쉰 살이 된 순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이 가뿐해졌다. 지금의 이 상쾌한 느낌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 나이가 들어도 지금같은 호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 외롭지 않은 곳에 살면서 아주 가끔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그저 그게 원하는 전부다.

 

·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신의 몸 상태에 연연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 어떻게든 본인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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